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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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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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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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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1)

DUMMY

레드포드 자작과 만난 프레이르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혀진 뒤 삼촌인 포르테빌 대공과 합류하러 보내졌다. 포르테빌 대공에게서 살롱에서의 자세를 배우고 함께 알타미라 후작의 저택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고상하고 우아한 살롱에서 세련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훈련을 위한 선생으로 레드포드 자작보다는 포르테빌 쪽이 훨씬 나았다. 살롱에서 두 사람의 능력을 대충 비교하자면 물벼룩과 아벨 신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샤를은 프레이르의 선생으로 레드포드 자작 대신 동생인 포르테빌 대공을 붙여주었고 프레이르는 무려 3시간에 걸쳐 살롱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배웠다.

이미 기본적인 예절 교육만으로도 녹초가 되어버린 프레이르는 마차를 타고 알타미라 후작의 저택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살롱에서 엉뚱한 실언으로 프레이르가 망신을 당할 것을 염려한 포르테빌 대공이 온갖 암호와 예상되는 화제를 알려주느라 마차에서도 진을 빼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다리를 꼬고 커피를 마시면 그 주제에 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십시오.”

“네...”

“그 다음 제가 왼손을 들고 헛기침을 하면 그 주제에 관해서는 ‘글쎄요. 그 부분에 관해서는 포르테빌 대공님의 생각이 궁금하군요.’ 정도로 말씀하시면서 화제를 저한테 넘겨주시면 제가 끝맺음을 짓겠습니다...... 전하, 듣고 계십니까?”

“아, 네?”

막 눈꺼풀이 감기기 일보 직전이었던 프레이르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 모습에 포르테빌 대공은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전혀 듣고 계시지 않았군요. 오늘 살롱은 중요합니다. 사실상 프레이르 전하가 오늘의 주인공이시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면 두고두고 사교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그는 상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포르테빌이 왜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볼멘 소리로 쏘아붙였다.

“전 15살이에요. 15살한테 설마 무슨 거창한 대답을 원하겠어요? 그냥 아이답게 순수한 대답을 하면 되는 거죠. 원래 아이들은 그저 자리에 앉아만 있는 거라면서요.”

프레이르는 레드포드 자작에게 들었던 낙관론을 폈다.

"거기다가 삼촌은 15살에 뭐하시고 계셨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루실이라는 시녀를 후리는게 고작이었을텐데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얘기는 들으셨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뭘."

"그렇다고 하시지요. 그리고 참고로 루실'을' 후리는 게 고작이 아니라, 루실'도' 후린 겁니다."

포르테빌이 대답했다.

"불쌍한 루실...... 15살의 포르테빌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이제는 그저그런 추억거리가 되어 버리다니......"

프레이르가 탄식했다.

“지금 제 과거사야 어찌 되었든 상관 없습니다. 지금은 일단 살롱에 집중해주십시오, 전하."

포르테빌이 프레이르의 말을 끊었다.

"보통은 15살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겠지만 오늘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프레이르 전하시라고요. 분명 전하께서도 말씀하셔야 할 때가 올 겁니다. 거기다가...”

포르테빌 대공은 말꼬리를 흐렸다. 무언가 켕기는 부분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말씀하세요. 거기다가...?”

대공은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입을 열었다.

“거기다가 오늘 살롱은 아르첼 왕자님과 레스터 공작, 보스웰 자작, 그리고 셰리프 남작까지 참여할 예정이어서 주의하셔야 합니다.”

아르첼의 이름이 나오자 프레이르는 잠이 확 깨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까불거리던 것을 멈추고 입을 다문 채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까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프레이르는 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본능적인 경계심을 품었다. 프레이르는 아직 15살에 불과했지만 아르첼과 자신의 관계에 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위 경쟁자로서의 첫 대면... 그렇다면 오늘의 살롱은 아르첼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이하게 되어 그 지지 세력과 처음으로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프레이르는 방금 전까지 몽롱했던 머릿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프레이르의 공기가 바뀐 것을 감지한 포르테빌이 다시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왜 국왕 폐하께서 오늘 전하와 함께 이 살롱에 가도록 명령했는지를?”

프레이르는 알았다는 수긍의 표현을 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프레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열심히 공부할 테니까 나중에 어떻게 루실을 후렸는지나 말해주세요."

"루실'도'입니다."

포르테빌이 다시 정정해주었다.


어느 정도 살롱의 화제에 대해서 대비를 마칠 무렵,(더불어 루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날 무렵) 때늦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따스한 봄비가 아니라 얼음이 섞인 우울한 빗줄기였다. 낮까지는 완연한 봄기운이더니 저녁부터는 눈비가 내리는 것을 보며 프레이르는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포르테빌이 말을 건넸다.

“너무 긴장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화제들은 알타미라 후작부인이 건네준 것들입니다.”

대공은 프레이르에게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를 안심시키려하는 것이 분명했다.

“알타미라 후작부인이 이 살롱의 개최자니 분명 아까 말씀드린 화제 중에서 거의 모든 대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포르테빌의 말에 프레이르는 창가에서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빙긋 웃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삼촌이었지만 프레이르는 이 따뜻한 마음씨의 대공이 마음에 들었다.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 신뢰가 담겨 있는 웃음에 포르테빌은 일부러 든든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만 믿으십시오, 전하. 전 전하 편이니까요.”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포르테빌 역시 말없이 팔짱을 낀 채 자리에 앉아 반대편 창문을 보았다. 프레이르에게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그 역시 매우 걱정스러웠다. 사실 그에게는 석연찮은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알타미라 후작이었다.

‘알타미라 후작도 보통 내기가 아니로군. 하필 프레이르 전하의 데뷔 살롱에 아르첼 전하와 레스터 공작 일파를 초대하다니...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작자야. 이 자 역시 표면적으로는 프레이르 전하를 지지하지만 분명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그는 이러한 생각이 프레이르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마차가 저택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이윽고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추었다. 문이 열리자 우산을 들고 있는 집사와 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포르테빌 대공과 프레이르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저희 알타미라 후작가를 방문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알타미라 후작가의 장남인 세자르 드 시무어 알타미라 백작입니다.”

“아, 알타미라 백작, 반갑습니다. 이쪽은 국왕 폐하의 아들이신 프레이르 전하이십니다.”

“전하를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소년은 프레이르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길을 안내했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알타미라 저택은 굉장히 음침해 보였다. 고불고불한 저택의 통로를 따라 들어간 그들은 한 방 안에 들어섰다.

“하, 하. 이건...”

여느 왕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응접실이었다. ‘과연 알타미라 후작가’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휘황찬란한 응접실을 보며 프레이르는 감탄했다.

“이 쪽으로 오시죠.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물론. 오늘 살롱은 늦은 시간에 개최된다기에 전하와 저는 식사를 마치고 왔습니다.”

“그럼 이 곳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다른 분들 역시 지금쯤 저녁식사를 마쳤을테니 사람을 보내서 이곳으로 오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을 세자르라고 지칭한 소년은 옆에 있던 집사에게 명령하여 식당에서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말했다. 또한 그 소년은 다른 하인들을 시켜 의자를 숫자에 맞게 맞춰두고 와인이나 커피, 시가를 그 옆자리에 두도록 준비시켰다. 그 일사불란한 행동거지로 보았을 때 이 소년은 이런 살롱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전하보다 고작 1살 많습니다. 저런 세자르 경도 있기 때문에 전하께서 준비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포르테빌 대공이 프레이르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프레이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제대로 자각하게 되었다.

세자르 경은 프레이르와 포르테빌에게 준비된 자리 중 가장 상석에 앉혔다. 그리고 본인은 가장 말석에 가서 의자를 붙잡고 서 있었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웃음을 짓고 있는 한 무리의 귀족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중에서 프레이르는 기품 있어 보이는 한 귀족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작은 꼬마아이를 발견하였다.

프레이르는 가슴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포르테빌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프레이르는 그 아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이복동생인 아르첼이었다.

그 꼬마아이는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죽 훑어보았다. 잠시 동안 프레이르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곧 관심이 없다는 듯 눈을 돌렸다.

이윽고 일행이 다 응접실에 모이자 이 살롱의 개최자인 알타미라 후작부인이 각자의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그 동안 프레이르는 이 살롱에 참여한 이들을 눈여겨 보았다.

오늘 살롱에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은 모두 27명이었다. 먼저 프레이르와 포르테빌 대공, 아르첼, 레스터 공작 부부, 보스웰 자작 부부, 셰리프 남작 부부, 알타미라 후작 부부, 세자르 경, 알타미라 후작의 장녀인 베아트리체 알타미라, 그리고 아카데미 회원들과 성직자들, 마법사도 참여했다. 살롱 중에서는 큰 규모에 속했다. 프레이르의 첫 번째 살롱이기 때문에 세력을 과시하고자 한 알타미라 후작이 일부러 많은 사람들을 초대한 듯했다.

그들은 알타미라 후작부인이 지정해준 의자에 앉았는데 가장 안쪽의 상석에는 프레이르와 아르첼, 포르테빌 대공, 레스터 공작 부부, 그리고 알타미라 후작 부부가 앉았다.

좌중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뒤 그들은 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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