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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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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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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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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DUMMY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이 있은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프레이르는 쾅쾅하는 소리에 짜증스럽게 눈을 떴다. 뒤숭숭한 꿈을 꾸고 난 뒤라 머리가 지끈거렸고 귀가 징징거리며 울렸다. 좋지 않은 컨디션을 회복하고자 조금 더 잠을 청하려던 그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자 다시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갈수록 격렬해졌기 때문에 그는 결국 늦잠을 단념하기로 했다. 이부자리를 정리한 그는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달려올 듯이 노크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낡아 빠진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었다.

“아, 시끄러워요, 이 영감탱이가. 어디 불난 것도 아니고.”

15살의 프레이르가 일어나자마자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프레이르라는 소년은 장난기 어린 눈길로 '영감탱이'라 일컬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의 푸른 눈은 또래답지 않게 깊고 성숙했지만 동시에 천진난만함이 어려 있었다. 그의 눈가는 바다색의 눈동자와 어우러져 부드럽게 흘러내려오는 모습이었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느낌을 주었다. 언뜻 보면 그의 눈은 다른 이들을 끌어당기는 듯이 친절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한 날카로움이 담겨져 있었다.

이러한 프레이르의 특성은 그의 입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레이르의 입꼬리는 일반인과 달리 특이한 각도로 올라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프레이르는 그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미소를 지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타인을 비웃는 듯한 거만한 표정 또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르는 바로 지금 그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깨운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망할 꼬맹이 말하는 것 좀 보소!”

문 앞에 서 있던 사내가 프레이르의 등짝을 후려치려 손을 뻗었다. 그러자 프레이르는 소년 답지 않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 두터운 손바닥을 싹 피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사내의 손이 닿는 사정거리에서 멀리 떨어져 혀를 낼름 내밀었다.

“어쭈, 이 자식이 이제는 피하네?”

“풋. 곧 무덤에 묻힐 사람의 손찌검쯤이야...”

프레이르는 여전히 고약한 말버릇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남자를 놀렸다. 그러자 그 사내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 예의바른 녀석 좀 보게. 누가 먼저 무덤에 묻힐 지 한 번 확인해 볼까?”

사내는 두 팔을 벌리고 프레이르에게 달려들었다. 프레이르는 제비와 같이 날렵한 몸짓으로 아슬아슬하게 포위망을 벗어난 다음 2층 계단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쾅,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계단의 안 쪽이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그는 집 안의 기물을 파손시킨 것에 대해서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메르센! 메르센! 자네 남편이 날 죽이려 해요!”

프레이르는 일부러 겁이 질린 목소리를 꾸며내며 파이를 굽고 있는 메르센에게 달려가 에이프런을 움켜쥐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요리를 하고 있던 메르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색을 싹 바꾸었다.

“너 이 자식...”

프레이르의 잠자리를 습격한 영감이 숨을 몰아쉬며 주방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파이를 자르는데 쓰느라 아직까지도 따끈따끈한 열기를 품고 있는 식칼을 들고 있는 메르센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우뚝 섰다.

“여보, 내가 전하께 장난치면 안 된다고 했죠?”

메르센은 스르릉하며 칼을 똑바로 들었다. 얼굴은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것이 더 섬뜩하게 보였다.

“아하하, 여보, 그게 말이야. 저 녀석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길래...”

“듣기 싫어욧! 도대체 당신이 몇 살이에요. 왕자님하고 노닥거릴 나이에요? 그럴 시간 있으면 아침 식사 준비나 도와요.”

메르센은 신경질적으로 칼을 휘두르며 코라에게 소리쳤다. 코라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그 칼날을 피하며 손을 휘저었다.

“알았어, 알았다구. 그러니까 그 칼 좀 치워. 잘못하다가 찌르겠어.”

코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프레이르는 키득키득 웃었다.

“웃지 마라, 이 꼬맹아. 언젠가 확 이 막대기로 혼쭐을 내줄 테니까.”

“메르센, 저 영감이 저 막대기를 내 목에 꽂아버린다면서 날 겁 주는데요?”

"야, 야, 임마! 과장하지 마!"

“여보옷! 왕자 전하께 무슨 말버릇이에요!”

메르센의 고함에 코라는 거북이가 딱지 속으로 목을 집어넣듯이 다시 움츠러들었다.

“으으... 저 놈의 꼬맹이를...”

“히.. 히..”

프레이르는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코라에게 눈을 찡긋했다. 얄밉기 그지 없는 얼굴이었다. 코라는 그 면상에 주먹을 날리려다가 메르센의 험악한 얼굴에 다시 주먹을 슬그머니 아래로 내렸다.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을 보내는 평온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레인가드의 왕자인 프레이르는 이런 식으로 15년의 세월을 코라 부부와 함께 생활해왔다.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시녀장인 메르센의 가족에 맡겨진 그는 사실상 평민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지내 왔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어렸을 때부터 그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는 뛰어난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왕자로서 충분한 지식을 습득했고 여느 귀족 못지 않은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왕자인 동시에 평민들의 삶 또한 이해하는 기묘한 정신을 갖추게 되었다. 비록 이것이 샤를이 프레이르를 감춰놓은 진정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프레이르에게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한편 프레이르보다 4살 어린 이복동생이 왕자 대접을 받으면서 궁성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복동생이 왕실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인 것마냥 살고 있는 동안 프레이르가 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채 이런 곳에서 15년이나 보낸 것은 바로 모종의 이유 때문이었다. 15년 전 있었던 예언 사건만 없었더라면 프레이르 또한 궁성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었다.

15년 전 샤를과 마틴 경은 비밀리에 브조니 주교를 만나 프레이르에 관한 충격적인 예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날, 프레이르는 레아첼의 죽음과 함께 이 세상에 태어났다. 같은 날, 이냐크 대성당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났는데 브조니 주교가 실종 되었고 그의 예언서와 주요 저술은 모두 불에 타고 말았다.

수상한 일은 그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어딘가로부터 샤를과 마틴 경이 브조니 주교를 방문했다는 정보가 새나갔다. 그리고 그 방문에서 브조니 주교가 왕자 프레이르에 관해 무언가 매우 불길한 예언을 했다는 정보까지 귀족들 사이에 좍 퍼졌다. 같은 날 일어났던 화재와 브조니 주교의 실종은 샤를이 브조니 주교를 입막음 시킨 것으로 생각되어 의혹은 더욱더 깊어졌다. 9일 간의 연속 괴사 사건과 유성우, 왕비인 레아첼의 죽음까지 겹쳐, 프레이르에 관해 불길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귀족들은 프레이르가 왕위 계승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수군거렸다.

이런 소문을 무마하기 위해서 샤를은 프레이르를 궁성에서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소문이 잠잠해지고 불길한 예언 사건이 귀족들 사이에서 완전히 잊힐 때까지 프레이르를 귀족사회로 대변되는 살롱에 내비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프레이르를 비밀리에 메르센에게 맡긴 후, 프레이르가 태어났으나 곧 죽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프레이르는 15년의 유년 시절을 부모 양쪽 모두 없는 상태에서 보내야 했다.

그렇지만 프레이르는 별다른 구김살 없이 자랐다. 자식이 없었던 코라 부부는 프레이르를 아들처럼 양육했다. 다정하고 친절한 메르센과 조금 거칠지만 활발하고 넉살 좋은 코라는 분명 프레이르에게 좋은 양육자 역할을 해주었다. 더구나 프레이르의 외삼촌인 마틴 경과 아버지인 샤를이 가끔씩 프레이르를 보러 왔기 때문에 프레이르는 딱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거나 자신의 유년 시절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레이르는 코라 덕분에 나이답지 않게 영악하고 어른스러운 자세를 갖추게 되었고, 이것은 평민으로서의 생활과 귀족으로서의 지식 양쪽 모두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프레이르는 이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왕자이며 언젠가 궁성으로 돌아갈 것임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프레이르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프레이르, 거기 소금 좀 집어줘.”

“자기 손으로 가져 가요. 가운데에 있잖아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 나가 뒈져라. 너한테 들어가는 빵이 다 아깝구나.”

“...라고 영감탱이가 말하는데요?”

“내가 전하께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죠?”

“...죄송합니다. 여보님.”

이런 바보스러운 대화를 하며 그들은 여느 때처럼 식사를 마쳤다. 조촐하긴 했지만 평민 가정 치고는 꽤 훌륭한 식사였다. 프레이르의 건강을 염려한 샤를과 마틴 경이 고급 요리 재료를 가져다 준 데다가 시녀장인 메르센의 요리 실력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와 코라는 식사를 마치고 배를 두드리며 카드놀이를 즐겼다.

“또 휘스트인가요?”

설거지를 마친 메르센이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그녀는 궁성으로 가기 위해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방 안에 흐트러진 카드패를 주워 담으며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좀 건전한 놀이를 하면 안 돼요? 당신은 전하와 꼭 이런 것만 해야겠어요?”

“건전한 놀이? 이 녀석하고?”

코라는 ‘푸훗’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 웃음이 기분 나빴지만 프레이르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본인도 뭔가 성실한 놀이는 질색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근본부터 썩어빠진 녀석이야. 카드패가 옛날이야기나 병정놀이보다 더 어울려.”

“그 선생에 그 제자죠. 선생이라는 사람한테 보고 배울 게 이것 밖에 없는데.”

“싹수가 노란 녀석이 말이 많다.”

또다시 시작되는 쓸데없는 논쟁에 메르센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전 이제 궁성에 갈 거에요. 전하를 잘 돌보고 있어요. 또 술만 퍼마시지 말고요.”

“에에? 술도 안 마시고 맨 정신으로 이 녀석하고 한나절을 보내라고?”

“그래요. 술 마시기만 해 봐요. 그 땐 정말...”

말줄임표로 생략되어 있지만 코라는 메르센이 남긴 여백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협박을 체험할 수 있었다. 코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얌전히 메르센을 배웅했다.

“에휴... 따분하구나.”

코라는 그릇을 한 손가락에 올려놓고 접시 돌리기를 하며 중얼거렸다. 할 일이 없으니 심심할 수 밖에 없었다.

본래 코라는 카시네예프의 엘브 강가에서 들어오는 식량을 운반하는 책임자였다. 그러나 프레이르가 이 집에 오고 나서부터 그는 원래 하던 일을 버리고 프레이르를 돌보는 일을 해야 했다. 물론 그는 죽는 소리를 하며 거부했지만 국왕인 샤를의 명령인데다가 상당한 보수가 주어졌기 때문에 그는 그 일을 그만 두어야했다. 메르센이 시녀장으로서 프레이르의 상황을 샤를에게 보고해야했기 때문에 억지로 떠맡게 된 임무였다. 코라는 항상 매년 들어오는 두둑한 금화주머니만 아니었다면 프레이르 따윈 진작 다리 밑에 버리고 왔을 거라고 프레이르를 윽박질렀다. 어렸을 때 프레이르는 이 말에 곧잘 울음을 터뜨리곤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이 되어 차라리 다리 밑에 버려지는 게 나을 거라고 되받아치곤 했다.

“아우. 심심하다. 심심해.”

코라가 방바닥을 뒹굴거렸다. 40대의 중반에 다다른 아저씨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는 프레이르의 얼굴이 미묘하게 뒤틀려졌다.

“여러분은 지금 유년기에 싹수가 노랬던 사람이 성장하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좋은 예를 보고 계십니다.”

“시끄러, 짜식아.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나도 왕년에는 날아다녔다구.”

“항상 현실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왕년 타령을 하죠.”

프레이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걸어갔다. 그 뒤에서는 코라가 마치 다리가 잘린 거미마냥 뒹굴거리며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보려는 그 처절한 노력에 측은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에휴, 그렇게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요. 방 안에서 뒹굴뒹굴만 하지 말고.”

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녀석을 지키고 있으라는 마누라 님의 명령이 있는데 내가 어딜 감히 놀러가겠어? 저번 달의 그 사건 기억하지?”

"몰래 술 마시러 나갔다가 메르센이 빨래방망이를 들고 술집으로 쳐들어간 사건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그 사건도 있었군. 하지만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보다 더 전에 포도주병에 얻어 맞은 일이야."

코라가 그 끔찍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프레이르도 그 때의 메르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 악귀처럼 소리를 지르며 포도주병을 휘두르는 메르센의 모습은 한 때 카시네예프 도심을 놀라게 한 연쇄살인마를 연상케 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프레이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애써 그 때의 기억을 지우려 하고는 다시 코라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물구나무를 서서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침식사로 충당한 에너지를 저런 쓰잘데기 없는 일에 소모하고 있는 것을 보니 프레이르는 자신의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럼 저와 같이 외출해요. 레드포드 자작가로 가서 마틴 경을 만나죠.”

“정말?”

코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그 자리애서 벌떡 일어나 매우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도대체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레드포드 자작, 흔히 마틴 경이라 불리는 그는 프레이르의 외삼촌이었다. 마틴 경의 누나는 전 레인가드 왕비인 레아첼이었기 때문이었다. 마틴 경은 샤를의 최측근이자 프레이르의 후견인이기도 했고 코라와 형님, 아우하던 사이이기도 했다.

그래서 코라가 레드포드 자작을 방문할 때마다 거나한 술판이 벌어지곤 했는데 이 술자리는 메르센이 눈 감아 주는 유일한 술잔치였다. 왜냐하면 메르센의 잔소리가 시작될 때마다 코라는 지체 높은 귀족 나으리가 함께 술을 먹자고 권유하는데 어떻게 평민인 내가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둘러댔기 때문이었다. 다만 술고래인 코라가 매일 같이 레드포드 자작을 만나러 가지 않은 것은 레드포드 자작이 육군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 난다고 해서 불쑥 찾아갈 만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마틴 경이 중부의 소요사태를 진압하고 돌아와 집에서 휴양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코라는 앞에서 설명했던 불순한 이유로 레드포드 자작의 방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차였다. 프레이르 역시 언젠가 한 번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마틴 경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프레이르는 품 안에 들어 있던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기사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부진 체격에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는 기사는 프레이르 앞에 무릎 꿇으며 공손히 예를 갖췄다. 프레이르와 달리 올바른 예의범절을 배운 모양이었다.

“응, 워렌 경. 마차를 준비해 줘. 지금부터 레드포드 자작을 방문할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곧바로 마차를 대령하도록 하겠습니다.”

워렌이라 불린 기사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코라가 프레이르를 길가에서 굴러들어온 개뼈다귀 정도로 취급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워렌은 깍듯이 프레이르에게 왕자 대접을 해 주었다. 그는 24시간 프레이르 곁에 상주하는 기사였는데 프레이르를 호위하는 역할의 책임자였다. 코라의 집은 이런 워렌과 같은 호위기사 4명, 정문의 경비병까지 합하면 15명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이런 작은 가정집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경호였으나 모두들 잘 신분을 감추고 있었기에 이웃조차도 이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어쨌든 워렌은 충실히 외출 준비를 마쳐주었고 프레이르는 마틴 경의 집으로 들이닥칠 채비를 완료했다. 그리고 코라는... 마틴 경에게 선물 받기로 마음 먹은 와인과 위스키 종류를 메모하며 철저한 준비 아닌 준비를 마쳤다. 워렌을 포함한 4명의 경호원과 코라는 프레이르와 함께 마차를 타고 레드포드 자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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