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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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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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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09.12.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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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DUMMY

리처드 대공이 어떻게 생각하든 일단 프레이르의 등장은 성공적이었다. 프레이르의 입학사 사건은 살롱에서의 프레이르의 일반적인 평가를 ‘불길한 예언을 타고 태어난 왕자’가 아닌 ‘흥미진진하게 입학사를 읽은 화제의 주인공’으로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샤를이 의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이 행사에 대해서 일부 보수적인 귀족과 성직자들은 ‘유랑극단의 배우들이나 하는 천박한 서커스’라고 폄하했지만 어찌 되었든 군중들과 시민계급, 지방 군소 귀족들에게 프레이르의 인기는 폭발적이 되었다. 즉 프레이르는 원래 샤를의 지지기반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런 프레이르의 인기는 왕립학교에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어린 나이인 왕립학교의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프레이르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 아직 정치적인 입장이나 당파에 덜 물든 이 아이들은 대다수가 프레이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그것은 프레이르에게 입학사의 자리를 넘겨준 레스터 후작, 루크레스티 경도 마찬가지였다.

입학식이 끝난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첫 수업인 역사를 가르치러 선생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수업 시간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프레이르는 아르넷과 함께 앉아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낄길 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크레스티 경이 용기를 내서 프레이르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 입학사는 훌륭했습니다. 상당히 감명 깊었구요.”

일찌감치 철이 든 루크레스티 경은 레스터 공작가와 에인절 왕가가 서로 견제하는 관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자신의 말이 오해를 살까 주의하며 최대한 친절하게 첫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레스터 공작가에 관해 들어서 좋지 않은 편견을 갖고 있던 아르넷은 루크레스티 경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레스터 공작가와 프레이르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아이들 역시 프레이르의 반응을 관찰하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본인인 프레이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유유자적한 태도로 팔을 머리 뒤로 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또다시 만행을 저질렀다.

“아, 고마워."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아르넷을 돌아봤다.

"이것 봐. 코라가 귀족이라면 다 꼰대들만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착한 꼬마애들도 있어.”

“!!!!!”

루크레스티 경은 이 무례한 말에 뒤로 흠칫 물러났다. 그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식의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프레이르의 이 오만한 인사가 자신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예의와 격식을 갖춰 우호적인 관계를 요구했더니 프레이르는 그런 그에게 완벽하게 하대를 하며 무시했다고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프레이르의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아, 이건 뭐, 너를 무시하거나 하는 게 아니야. 너도 괜찮으니까 나한테 맞먹어도 돼. 여기 아르넷처럼 ‘거지새끼’ 운운해도 괜찮아.”

그리고 그는 루크레스티 경에게 덮어놓고 어깨동무를 걸었다. 처음에는 분노하여 당장이라도 결투 신청을 하려던 루크레스티 경은 이 난생 처음 겪어보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런 틈을 타 프레이르는 더욱 자신의 페이스대로 루크레스티 경을 휘둘렀다.

“루크레스티 경이었지? 너무 기니까 그냥 루크라고 부른다. 그게 더 친근감 있고 좋잖아. 너도 그냥 프레이르라고 불러도 돼.”

“저, 저기, 전하...?”

당황한 루크레스티 경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프레이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프레이르는 쯧쯧하며 혀를 찼다. 그리고 그는 검지를 올려 그것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게 아니라 그냥 사석에서는 프레이르라고 하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제가 어떻게 감히.”

“아르넷, 시범 보여 봐.”

“시끄러, 이 거지새끼가.”

“봤지? 저런 기세로 한 번 말해봐, 루크.”

프레이르의 말에 어느 순간부터 루크가 되어버린 루크레스티 경이 정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스럽다고는 하지만 아직 14살에 불과한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버지로부터 배운 바가 없었다. 이 예측할 수 없는 천방지축 왕자에게 그가 지금까지 배운 예의범절은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어이, 한 번 따라 해보라니까. 괜찮아, 괜찮아.”

프레이르는 더욱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루크를 재촉했다. 루크는 프레이르에게 감싸인 채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프레이르는 침착하게 그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아이들은 모두 그들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압도 당한 루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 시끄러, 이 거지새끼가.”

순간 프레이르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르넷마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위의 아이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아무 말 없이 루크와 프레이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루크는 새빨개진 얼굴로 바닥을 쳐다 보았다.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너 진짜 재밌구나! 아우, 이 순진한 자식.”

프레이르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어느새 배를 부여잡고 포복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르는 코라에게 배웠던 대로 루크의 머리에 팔을 걸고 주먹을 문질렀다. 이 만행에 루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아악! 그만, 그만해주세요, 전하.”

“프레이르라고 하기 전에는 안 놔준다?”

“아윽.... 아무리 그래도... 아악...”

프레이르의 주먹이 더욱 격렬하게 루크의 머리를 휘저었다. 루크는 눈물까지 글썽이다가 결국 프레이르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아으.... 프레이르, 놔줘.”

프레이르는 큭큭거리며 루크에게 감았던 팔을 놓았다. 그리고 그는 루크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루크."

프레이르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루크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그들은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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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1) +2 09.12.10 2,901 17 11쪽
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8 16 2쪽
13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3) +4 09.12.10 3,035 22 17쪽
12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2) +3 09.12.09 3,180 20 7쪽
»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5 09.12.08 3,484 19 7쪽
10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1 09.12.08 3,525 19 7쪽
9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1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4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9 20 20쪽
3 로라시아 연대가 - 1.주교의 보증(2) +11 09.12.06 10,878 27 27쪽
2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1) +10 09.12.06 16,364 29 9쪽
1 로라시아 연대기 - 프롤로그 +14 09.12.06 20,498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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