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795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09.12.15 11:58
조회
2,318
추천
16
글자
6쪽

로라시아 연대기 - 8.왕족의 식사(3)

DUMMY

샤를과 포르테빌이 피비린내 나는 의식을 마치고 쉬고 있는 동안 프레이르는 나머지 가족들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리처드의 품속에서 잠이 든 아르첼을 제외한 세 사람은 방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서는 말 할 수 없이 어색한 공기로 인해 분위기가 축 가라앉아 있었다.

사실 ‘어색하다’라는 것은 상당히 완곡한 표현에 속했다.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어색한 정도를 넘어서 적대적인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리처드 대공은 프레이르에게 멸시가 섞인 독설을 농담 삼아 툭툭 던졌는데 프레이르 또한 그 말에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사이에 끼어서 둘 사이를 중재하는 엘리스도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 갔다. 다만 그녀는 왕비로서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짜증이 밀려오는 것을 꾹 억누르며 가능한 한 부드럽게 두 사람을 타이르고 있었다.

두 사람과 걷는 내내 프레이르는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과 길을 걷더라도 이렇게 껄끄러운 기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방으로 가는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리처드와의 언쟁으로 피곤해진 나머지 아르첼처럼 잠이 들 것만 같았다. 아직 소년인 그에게 오늘의 연이은 행사는 매우 지치게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불편한 동행자들, 특히 리처드는 그를 완전히 녹초로 만들어버렸다. 다만 그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그는 이를 악물고 피로한 기색을 감추며 태연히 길을 걸어갔다.

마침내 엘리스가 살고 있는 후궁에 다다르자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

“피곤하실 텐데 여기까지 데려와서 죄송하네요, 대공님.”

엘리스는 미안한 표정으로 리처드에게 말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공손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는 따뜻한 어조로 엘리스에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왕비 전하. 아르첼 전하와 왕비 전하를 모시는 것이 저의 기쁨입니다.”

이 정중한 말에 엘리스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르첼을 생각해 준 것을 고맙게 여긴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 샤를 때문에 입었던 마음의 상처가 리처드 덕분에 조금 아무는 것을 느꼈다.

“그럼 프레이르를 잘 부탁해요, 대공님. 대공님께 맡기겠어요.”

엘리스의 말에 리처드는 프레이르를 흘낏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프레이르는 그 눈에서 혐오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대공님께 맡겨도 되겠지요?”

두 사람 사이에 얼어붙은 공기를 감지한 엘리스가 재차 힘을 주어 물었다. 그 말에 리처드는 마지못하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에게 모자를 벗어 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프레이르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마쳤다. 작별 인사를 끝낸 후 두 사람은 서로 거리를 두며 프레이르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발걸음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엘리스는 두 사람이 사라진 복도 끝을 계속 응시하다가 이윽고 걱정스런 한숨을 내쉬며 아르첼의 방으로 들어갔다.


엘리스와 헤어진 뒤 프레이르와 리처드 대공은 아무 말 없이 복도를 걸었다. 그 뒤를 뒤따르는 시종 둘과 호위기사 둘은 서로 걱정스런 눈치를 주고받았다. 이제 중재자도 없어진 마당에 두 사람이 대판 말다툼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처드 대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프레이르를 증오하기는 했지만 엘리스가 없는 상태에서 어린 아이를 비난하는 것은 시종들에게 비겁하게 여겨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왕비인 엘리스는 그에게 프레이르를 잘 데려다 주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뼈 속까지 왕족인 그는 고귀한 귀부인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잠자코 프레이르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있었다.

10여 분 동안 이리저리 복잡한 복도를 지난 끝에 그들은 마침내 프레이르의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종과 호위 기사들은 이곳까지 별 탈 없이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두 사람이 싸움이라도 벌인다면 그들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방문 앞을 등지고 서서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리처드 역시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르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작별 인사로서 서로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먼저 프레이르가 삼촌의 깨끗하게 면도된 오른뺨에 살짝 키스를 하였다. 그 다음 리처드가 답례를 위해 프레이르의 왼 뺨에 입을 맞추려는 듯 프레이르의 귓가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길가에 나뒹굴며 문둥이처럼 문드러져라. 이 창녀의 자식아.”

그는 나지막하게 프레이르에게 속삭였다. 프레이르는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리처드는 웃지 않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던 시종과 호위 기사들은 프레이르의 머리에 가려 리처드가 말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프레이르에게 독설을 내뱉은 리처드는 그의 입술을 프레이르의 뺨에 깊숙이 가져다 눌렀다. 프레이르는 그 키스에 혐오감과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오직 정신력만으로 소리를 지르고자 하는 욕구를 억눌렀다. 그의 작은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긴 입맞춤을 마치고 리처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 없이 호위 기사를 데리고 저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프레이르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의 푸른 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증오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리처드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적이란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 Stellar
    작성일
    09.12.15 12:09
    No. 1

    목걸이 사건 이후 가장 쓰기 힘들었던 부분이 끝났습니다.

    하아... 이제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ㅎㅎ

    아, 그리고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역사상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 왔습니다. 과연 누구를 모델로 삼았을지 상상하면서 보시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거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夢幻林
    작성일
    09.12.18 13:01
    No. 2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우현(遇賢)
    작성일
    10.07.08 09:59
    No. 3

    역사상 실존인물이라 소소한 재미를 주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조권
    작성일
    10.08.23 01:39
    No. 4

    호, 멋진데요.
    저 독설에 대한 팁은 더욱 멋지게 던져기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라시아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로라시아 연대기 - 9.명예로운 자와 거짓말쟁이(3) +5 09.12.17 2,124 17 8쪽
27 로라시아 연대기 - 9.명예로운 자와 거짓말쟁이(2) +6 09.12.16 2,107 14 9쪽
26 로라시아 연대기 - 9.명예로운 자와 거짓말쟁이(1) +7 09.12.16 2,185 16 11쪽
» 로라시아 연대기 - 8.왕족의 식사(3) +4 09.12.15 2,319 16 6쪽
24 로라시아 연대기 - 8.왕족의 식사(2) +9 09.12.14 2,217 15 14쪽
23 로라시아 연대기 - 8.왕족의 식사(1) +6 09.12.14 2,394 16 18쪽
22 로라시아 연대기 - 수상한 남자 +3 09.12.13 2,492 15 8쪽
21 로라시아 연대기 - 7.공작의 반격(2) +4 09.12.12 2,667 16 13쪽
20 로라시아 연대기 - 7.공작의 반격(1) +3 09.12.12 2,707 20 13쪽
19 로라시아 연대기 - 비밀치안대 +1 09.12.11 2,696 18 4쪽
18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4) +2 09.12.11 2,787 19 7쪽
17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3) +2 09.12.11 2,785 22 7쪽
16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2) +4 09.12.10 2,706 25 21쪽
15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1) +2 09.12.10 2,902 17 11쪽
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9 16 2쪽
13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3) +4 09.12.10 3,035 22 17쪽
12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2) +3 09.12.09 3,180 20 7쪽
11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5 09.12.08 3,484 19 7쪽
10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1 09.12.08 3,526 19 7쪽
9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2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6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5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9 20 20쪽
3 로라시아 연대가 - 1.주교의 보증(2) +11 09.12.06 10,878 27 27쪽
2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1) +10 09.12.06 16,364 29 9쪽
1 로라시아 연대기 - 프롤로그 +14 09.12.06 20,500 5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