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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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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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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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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09.12.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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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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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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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DUMMY

자리에서 일어서서 연단으로 걸어간 것은 레드포드 자작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였다. 일동은 모두 감탄과 탄식, 부러움이 뒤섞인 소리를 내뱉으며 그 아이가 연단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아이는 그런 주위의 분위기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유유자적하게 연단 위에 올라서서 입학사가 적힌 종이를 내려놓았다.

“아벨 신의 가호가 깃든 레인가드는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선조들을 거쳐...”

“레드포드 남작이로군요.”

알타미라 백작이 조금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카스티야 백작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설마 레스터 후작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역시 국왕의 후원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그래도 조금 의외이긴 합니다.”

그들은 입학사를 읽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 하나 없이 차분하지만 빠른 속도로 입학사를 읽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단하군요. 제가 저 자리에 섰을 때는 오금이 저려서 목소리가 떨릴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만 저 아이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군요.”

알타미라 백작의 지적에 카스티야 백작은 코웃음을 쳤다. 자기라면 설사 백만의 군중 앞에서라도 침착하게 마칠 수 있었을 거라는 확신에서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레드포드 남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확실히 그건 그렇군.'

세자르 경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소년은 긴장한 기색이 하나도 없이 유유히 입학사를 읽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전형적인 정치가의 타입입니다. 칼부림만 할 줄 아는 레드포드 자작가에 저런 인재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

알타미라 백작은 감탄하며 말했다. 카스티야 백작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정치가라기보다는... 오만한 군주형에 가깝군요. 저 상대방을 깔보는 듯한 눈초리를 보십시오. 그는 분명 이 입학식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카스티야 백작의 이 인물평은 매우 정확한 것이었다. 그러나 알타미라 백작은 아직까지 알베로 경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설마 이제 겨우 2대에 불과한 신출내기 레드포드 자작가에서 그런 오만한 인물을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태까지 알려진 아르넷 경에 대한 평가는 ‘아버지를 쏙 빼닮은 과감돌격형의 인물’이었다.

이윽고 입학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전히 그 소년은 별다른 동요 없이 입학사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학교에 입학하여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앞으로 레인가드가...”

“이제 거의 끝이군요.”

“네, 참 흥미진진한 입학식이었습니다.”

카스티야 백작과 알타미라 백작은 이야기를 나누며 입학사의 끝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입학사가 끝마치면서 소년은 레인가드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마무리를 지었다.

“1515년 2월 6일, 입학생 대표... 랭카스터와 아키텐의 공작이자, 레인가드의 왕자인 프레이르 드 세이비어 에인절.”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선포한 뒤에 입학사를 덮었다. 동시에 실내는 시간이 멎어버린 것처럼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방금 그들이 들은 이름은 아르넷 드 웨슬리 레드포드와 귀족 작위를 의미하는 ‘드’를 빼고 단 하나도 같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귀가 어딘가 이상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며 서로가 잘못 들었으리라 추정되는 그 이름을 분석해내려 애썼다.

“바, 방금 저 소년이 뭐라고?”

“프레이르? 프레이르 뭐라고?”

“방금 성이 에인절이라고 하지 않았소?”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은 이름을 도무지 믿을 수 없을뿐더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었기에 전체 이름은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소년이 말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은 이미 15년 전에 거의 무덤 속에 파묻히다시피 하며 사라진 이름이었다.

“저 소년이 에인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알타미라 백작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스티야 백작에게 물었다. 그러나 카스티야 백작이라고 해서 그 이름을 똑바로 들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럴리가 없어.'

카스티야 백작은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프레이르라면 15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바로 그 왕자의 이름. 거기다 에인절은 왕족이라는 뜻. 이건......'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보고 자신을 ‘프레이르’라고 지칭한 소년이 다시 연단 앞에 섰다. 그리고 그는 씩 웃어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닙니다. 프레이르 드 세이비어 에인절 맞습니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손을 들어 충격과 경악에 빠져 있는 군중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장내가 무너질 듯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함성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가장 먼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평민들이 서 있는 양쪽 가장자리에서부터 시작된 함성은 곧바로 지방 귀족들의 자리를 거쳐 왕당파들이 포진한 가운데 자리로 이어졌다.

평민들과 왕당파들이 경비병들을 밀치고 단상으로 몰려갔다. 그들은 어느새 한 덩어리가 되어 프레이르의 발 앞에 엎드리고 그 발에 입을 맞추고 고함을 질러댔다.

"왕자님이 돌아왔다!"

"죽었던 왕자님이 돌아왔다!"

"프레이르 왕자 만세! 레인가드 만세!"

민중들은 죽었던 왕자가 그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평민 출신 왕자이자 레아첼 왕비의 아들의 부활'은 왕당파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건...”

알타미라 백작은 말문을 잊고 말았다. 그 역시 카스티야 백작과 마찬가지로 이 돌발적인 사태에 경악하고 있었다.

'국왕 폐하께서 이런 것을 준비하실 줄이야. 더구나 이런 식으로 등장 시키다니...'

카스티야 백작은 이 사태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은 너무나 극적이고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서커스였다. 그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왕자를 바라보았다. 왕자는 어느새 수많은 군중들의 어깨 위에 올려져 환호하는 왕당파 위에서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었다.

카스티야 백작은 다른 족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레스터 공작이 앉아 있던 곳이었다. 레스터 공작은 유령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수많은 왕당파에게 치이면서 식장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또한 이 사태에 경악한 것은 레스터 공작뿐만이 아닌 듯했다. 귀족파들이 포진한 앞자리는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프레이르라 칭한 왕자를 쳐다보는 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프레이르는 죽음에서 부활하여 다시 세상에 전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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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2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5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9 2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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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1) +10 09.12.06 16,364 29 9쪽
1 로라시아 연대기 - 프롤로그 +14 09.12.06 20,499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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