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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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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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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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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09.12.13 03:09
조회
2,491
추천
15
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수상한 남자

DUMMY

앙드레와 아드리앵은 카시네예프의 귀족들이 주로 살고 있는 엘브 강 북동부를 순찰하는 국민위병대원이었다. 이곳 수도의 치안과 성문의 경비를 담당하는 국민위병대원들은 정식군인이 아니라 일종의 야경 업무를 담당하는 치안대였기 때문에 요즘 같은 평화시에는 해가 떨어진 뒤 도심을 야간순찰하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 들어서는 별다른 사건도 없는지라 두어 시간 골목을 서성거리다 술집에서 시간을 때우고 돌아오는 것이 야간순찰의 전부였다.

그러나 모든 병사들이 그렇듯 이들 역시 이런 간단한 순찰임무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런 날씨에 귀족들 빈집이나 지켜주는 것은 사내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라는 둥, 월급이 쥐꼬리만한데 덜덜 떨면서 골목을 누벼야한다는 둥하며 툴툴거렸다.

“우째 우리가 순찰을 돌기만 하면 니기미 항상 춥다냐?”

앙드레가 레인가드 남부인들의 억센 사투리를 구사하며 투덜거렸다. 그 말에 아드리앵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지. 요즘 따뜻해지나 싶더니 하필 비가 내리고...”

“그라지. 망할. 저 귀족놈의 시키들은 등 따숩게 하고 잠만 잘 자는디 말이요.”

앙드레는 길가에 놓여져 있는 돌멩이를 힘껏 걷어찼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돌멩이는 한 저택의 담장을 넘어 정원에 떨어졌다. 그 모습에 앙드레와 아드리앵은 흠칫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다행히도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길잃은 개들이 어딘가를 향해 짖어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이 집의 집사나 주인이 이 모습을 봤다면 채찍질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동안 아벨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다시 순찰을 계속했다.

싸늘한 바람이 그들의 낡은 제복을 파고들었다. 최근 위병대의 재정상태가 좋아져서 그들에게 중고품의 제복이 하나씩 더 지급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겨울은 보내기 힘든 계절이었다. 그나마 낡은 제복으로 감쌀 수 없는 손은 머스킷을 단단히 쥔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정말 춥구먼.”

“어, 얼른 순찰 마치고 술이나 한잔 하러가자구.”

그들은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진행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순찰을 마치고 장작불이 있는 술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들의 원하는 것은 한 잔의 술과 따스한 온기가 전부였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계속해서 속도를 높이다보니 이제는 그들은 뛰다시피하며 골목길을 가고 있었다. 저택 사이사이로 난 작은 길들을 지나치며 그들은 얼른 이 지겨운 골목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앞뒤 안 보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앙드레는 한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앙드레 역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다 벽을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는 코를 감싸 쥐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앞 좀 똑바로 뵈고 댕기쇼!”

앙드레의 이 무례한 말에 남자는 뭔가 항의하려했지만 앙드레의 푸른 위병대원제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거칠고 패거리가 많은 위병대원과 싸우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씨, 추워 뒤지겠구만 별 시덥잖은게 다 귀찮게 하는 고만.”

“어이, 앙드레. 그만해. 우리가 잘못했잖아.”

아드리앵은 당장이라도 남자를 후려칠 듯 으르렁거리고 있는 앙드레를 밀치고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좀 바빠서.”

앙드레 때문에 화가 나 있던 남자는 아드리앵의 사과에 겨우 굳어진 얼굴을 풀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아드리앵이 내민 손을 잡았다. 아드리앵은 그를 일으켜 주기 위해서 힘껏 손을 잡아당겼다.

그 때 남자의 외투 속에서 무언가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수십 장 정도 되어 보이는 종이었다. 남자는 깜짝 놀라 그 종이들을 주우려 했지만 그의 성급한 움직임에 더욱 많은 종이들이 외투에서 떨어져 내렸다. 남자는 자리에 주저앉아 허겁지겁 종이를 쓸어담았다. 그러나 익숙하지 못한 그 손놀림에 종이들은 이리저리 날리며 오히려 흐트러지고 말았다. 팔짱을 끼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앙드레가 혀를 찼다.

“쯧쯧, 칠칠치 못하기는.”

거칠기는 했지만 심성이 나쁘지 않은 앙드레는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는 주섬주섬 종이를 모으기 시작했다. 종이는 거친 재질이었지만 깨끗한 활자로 무언가가 잔뜩 인쇄되어 있었다. 이런 추운 날에 참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생각에 앙드레는 다시 혀를 끌끌 찼다. 그 때 문득 그의 눈에 이상한 글귀가 들어왔다.

“응? 이게 무슨 뭐여?"

그는 그 종이를 집어들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그는 최대한 눈을 가까이 대어 자세히 들여다 보며 힘겹게 종이에 적힌 글자들을 읽어내려갔다.

"...지금 왕자로 행세하고 있는 프레이르는 사실 레드포드 자작이 15년 전에 부정하게 낳은 사생아이다!?”

순간 외투를 입은 남자가 앙드레와 아드리앵을 밀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명백한 도주행각이었다. 앙드레와 아드리앵은 벌떡 일어나 곧바로 머스킷을 집어 들고 그 남자를 쫓기 시작했다. 남자는 두 사람이 추격해 오는 것을 보고 헐레벌떡 모퉁이를 돌아 골목길을 빠져나가려 했다.

“서라, 이 자식아!”

앙드레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설 자가 아니었다. 남자는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앙드레와 아드리앵 또한 전력을 다해 남자를 쫓았다.

“서, 이 새끼야! 안 서먼 쏜다!”

앙드레가 다시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용의자는 그들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정신없이 도주했다.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한 아드리앵이 제복 안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힘껏 불었다. 찬바람에 얼어붙은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가 골목 사이로 울려 퍼졌다. 그 신호에 따라 골목 곳곳에서 군화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에서 순찰을 돌고 있던 위병대원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남자는 더욱 이성을 잃고 이리저리 길을 헤매며 골목을 달렸지만 이미 위병대원들이 사방에서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그 수상한 남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

“헉헉, 망할 시키가... 헉헉... 이 시키 넌 죽었다.”

앙드레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용의자의 배에 군화발을 차 넣는 걸 잊지 않았다. 수상한 종이를 들고 있던 남자는 ‘억’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으나 곧 두 명의 위병대원들이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앙드레는 양쪽 어깨를 붙잡힌 그 남자의 배에 두세번 더 발길질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 이렇게 때려놓으면 용의자가 도망을 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드리앵은 굳이 앙드레를 말리지 않았다. 이윽고 용의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자 아드리앵은 앙드레의 팔을 붙잡았다.

“됐어. 이만 끌고 가자구. 그 종이도 같이 챙기고.”

앙드레는 여전히 용의자를 때리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아드리앵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 그는 용의자가 떨어뜨린 외투와 종이를 집어들었다. 외투의 묵직한 무게로 볼때 수백장의 종이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소속부대인 카시네예프 제4위병대 본부로 용의자를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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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9 16 2쪽
13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3) +4 09.12.10 3,035 2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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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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