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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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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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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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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09.12.11 01:30
조회
2,784
추천
22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3)

DUMMY

오늘의 살롱에서의 대화에 대해, 포르테빌 대공은 놀라워하고, 프레이르는 별 생각 없이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면, 레스터 공작은 패배의 쓴맛을 맛보고 있었다. 2번이나 이 프레이르라는 꼬마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신 그의 속은 이미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다.

알타미라 후작이 초대장을 건네주었을 때부터 그는 이미 알타미라 후작이 포르테빌 대공에게 화제거리를 넘겨줄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포르테빌 대공이 프레이르에게 적당한 대답방법을 일러줄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프레이르의 그릇 그 자체였다.

꼬마라고 얕잡아 보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설마 그런 민감한 정치문제를 비유로서 교묘히 빠져나갈 역량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프레이르를 그저 단순한 반평민 꼬마로 여겨 샤를과 포르테빌 대공 쪽만 신경 쓴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자 레스터 공작의 상한 속이 분노로 끓어올랐다.

“꽝!”

그는 마차의 문을 힘껏 주먹으로 때렸다. 그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레스터 공작 부인은 황급히 그 손을 붙잡았다. 레스터 공작은 눈을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부인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침착한 눈동자에 레스터 공작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그 빙글빙글 웃는 꼬마 왕자에 대한 적개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나무 재질의 문을 때려 손가락 몇 군데에 가시가 박힌 왼손을 부인에게 감싸인 채 고개를 돌렸다.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부인에게 보여줘서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부심 높은 정통귀족인 그는 자신의 표정이 읽히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싫어했다.

창 밖을 바라보니 그들의 마차는 한 빈민가를 지나치고 있었다. 저녁부터 시작된 비가 지금까지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고인 물이 도로 바깥으로 흘러넘쳤고 길가는 진창이 되어서 마차가 지나갈 때마다 곳곳에 진흙을 뿌려댔다. 거칠게 달려가는 마차 때문에 튀기는 진흙을 피하기 위해 빈민가의 사람들은 그 마차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길 가장자리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신분이 낮은 몇몇 평민들은 공작의 마차에 머리를 조아렸다.

“무지렁이들...”

그는 그들을 바라보며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 한심하고 노예근성에 쩔어 있는 그들을 보니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행동하기는커녕 한 푼의 이익에 영혼까지 파는 동물과도 같은 존재들... 이런 족속들 중에서 최근 상공업 등으로 돈을 번 벼락부자들이 상류사회로 편입하려 하는 것을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자들을 규제하고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정리해야 할 국왕이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천박한 레드포드 자작이나 평민들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브라쇼브 호민관,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어리석은 제3계급 부르주아들, 그리고 그들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프레이르... 레인가드의 미래에 위해를 가할 것이 분명한 이들은 체로 쭉정이를 걸러내듯 걸러져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레스터 공작은 그의 품속에서 한 깃펜과 편지지를 꺼냈다. 그의 부인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레스터 공작은 그 깃펜을 꺼내든 다음 종이 위에 올렸다. 그러자 깃펜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벌떡 일어서서 편지지의 왼쪽 끝자락으로 움직여갔다. 국가 마법사가 마법을 걸어 공작에게 선물해준 속기용 깃펜이었다. 깃펜은 편지지에서 글이 시작될만한 위치를 찾자 그 곳에 점을 찍었다.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였다. 레스터 공작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깃펜에게 짤막한 편지를 불러주었다. 깃펜은 공작의 목소리를 따라 빠른 속도로 편지지를 채워갔다.


존경하는 리처드 대공께

에인절 왕가의 영원한 벗인 레스터 공작가에서 리처드 대공께 편지를 보냅니다.

레인가드를 얼어붙게 했던 겨울이 지나고 2월이 왔건만 여전히 카시네예프에는 봄바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직도 내리고 있는 추적추적한 겨울비를 보며 이 어리석은 글쓴이는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얼어붙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아벨 신의 경고가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미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오늘은 아르첼 전하와 프레이르 전하를 모시고 알타미라 후작부인의 살롱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좌중 모두 리처드 대공께서 참석하시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대공님의 고견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하였습니다. 포르테빌 대공께서 대신 참석해주셨지만 역시 각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못했고 더욱 크게만 느껴졌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살롱에서 각하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프레이르 전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하의 단점을 들춰내는 것이 신하로서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충성스런 신하는 입에 쓴 약도 전하께 드리는 것이 진정한 신하의 자세라는 생각에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각하께서 이 편지를 읽어주시고 프레이르 전하께서 올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레이르 전하께서 지난 시절을 어떤 무리들과 어울렸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만 전하께서는 귀족들과 상류계급에 대해 상당히 좋지 않은 편견을 갖고 계신 듯 보입니다. 그 분은 귀족들에 대해 일종의 증오심을 가지고 계시고 있고 이를 살롱 말미에 공공연히 드러내셨습니다. 특히 전하께서는 레인가드를 독사에 비유하면서 독사의 머리인 국왕의 명령에 몸통과 꼬리가 절대복종해야한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아직 미숙하신 전하께서는 국왕의 권위와 그 권력의 한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프레이르 전하의 언행으로 볼 때 앞으로도 이러한 편견과 오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싶습니다. 물론 프레이르 전하께서 잘 성장하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많은 저는 이런 프레이르 전하의 행동이 조금 우려가 됩니다. 그래서 대공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내일 저녁을 제 저택에서 함께 하며 프레이르 전하께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게 하는 선도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오랜 벗의 부탁이라 생각하고 승낙해주신다면 저와 프레이르 전하께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부디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여전히 싸늘한 날씨니 아벨 신께서 대공님의 건강을 지켜주도록 기원하겠습니다.


1515년 2월 7일

리처드 대공의 좋은 벗 프란츠 드 K. 레스터 공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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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3) +2 09.12.11 2,785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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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1) +2 09.12.10 2,901 17 11쪽
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8 1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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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5 09.12.08 3,483 19 7쪽
10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1 09.12.08 3,525 19 7쪽
9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1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19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4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8 2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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