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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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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1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3.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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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알아냈다

DUMMY

쿠콰콰쾅!!!


메머드를 처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메머드의 특징만 파악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프라우스가 불러낸 메머드, 즉 죽은 매머드의 뼈는 놈이 만들어낸 감옥에만 갇히지 않으면 문제될 일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메머드의 뼈 감옥은 너무나도 단단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식은 죽 먹기 마냥 쉬운 건 또 아니었다.

프라우스는 지금 당장 날 죽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라 절대적으로 강한 괴물을 내게 보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방해 받긴 싫었던 모양이다. 지금의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걸 보면.


"후욱....."


내 오른팔에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메머드의 날카로운 뼈가 나의 급소를 찌르려 하길래, 막느라 이렇게 된 것이다.

죽은 뼈 주제에 어찌나 움직임이 재빠르던지, 조금만 늦었으면 내 눈알이 뚫렸을지도 모른다.


"젠장....."


유덱스 역시 온전한 상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내가 팔에서 피가 흐른다면, 지금의 유덱스는 목 부근에서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 깊게 긁히진 않은 모양이다. 잘못했으면 동맥을 다쳤을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나.


상대의 약점을 안다고 해서 싸움에서 무조건 승리하리라는 법은 없다.

단지 이론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상황에서 적용하는 건 천지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메머드를 죽였다.

시간이 제법 걸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법 강한 놈이어서 그랬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1등급 상급사제라 슬슬 때가 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다르군.'


나와 유덱스는 특급사제로 진급할 수 있었다.

특급사제 다음은 마스터사제인데, 특급사제부터는 등급이 없다. 1등급, 8등급, 9등급, 이런 게 없다는 말이다.

마스터사제는 일종의 기업 회장님이나 다름 없는 직책이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디케교의 대장이니까.

원로사제들이라고 해서 다 마스터사제가 되진 않는다. 디케교, 즉 하나의 종교를 이끄는 수장인 단 한 명의 마스터사제를 제외한 나머지 원로사제들은 모두 특급사제들이다.


다시 말해서, 나와 유덱스는 마스터사제가 되지 못한 채 특급사제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프라우스에 맞먹을 만한 사제가 되었다는 거지.'


아까 보았을 때, 프라우스는 분명 특급사제였다. 아직 마스터급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해서는 안 될 터. 놈과 나는 애초에 시작점부터 달랐으니까, 지금의 내가 특급사제라고 해서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치겠지.


쿠콰콰쾅!!!


죽은 메머드의 부서진 뼈들이 사방에 흩날리는 것을 보며, 유덱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희한하게도, 메머드의 뼈들은 검은비에 녹아내리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인간들이나 차량들이 마치 여름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 것에 비하면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후우... 메머드는 처리됐고, 이제 그 새끼만 찾으면 되는 거지? .....에이, 피가 자꾸 나잖아!"


유덱스의 말대로 이제 남은 건 프라우스 뿐이다.

놈을 찾기 전에 저 빌어먹을 검은비부터 멈춰줬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와 유덱스에게는 그럴 능력이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해서, 피데스라고 해도 저 검은비를 멈출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니까.


'하긴, 프라우스는 당시 차세대 마스터사제로 불릴 정도였으니까.'


그때 원로사제들이 뭐라고 했더라. 프라우스야말로 나중에 디케교를 훌륭한 길로 이끌 뛰어난 인재라고 했었던가. 프라우스가 디케교를 제 발로 떠난 이후로는 입을 싹 닫으셨지, 아마.


"유덱스."

"후우, 왜?"


녀석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녀석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눈에 띈다.

지쳤구나.


"넌 피죤이 있는 곳으로 가."

"뭐? 너 혼자 그 새끼한테 가려고? 안 돼! 싫어! 너 혼자는 절대로 못 보내!"


말은 그렇게 하면서, 피는 자꾸 흐르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까 잘못 본 모양이다. 유덱스가 당한 목부상, 다시 말해서 메머드의 뼈에 찔린 목의 상처의 깊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유덱스의 표정이 점점 파랗게 질려간다. 아마 의식도 점점 흐려지겠지.

나는 서둘러 유덱스에게 다가가 목부근에 신성마법을 걸어주었다. 일단 피가 멎어야 했으니까. 계속 피를 흘렸다가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검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나도 버티기 어려운데, 가뜩이나 부상을 입은 녀석이 검은비를 맞고 긍정적일리는 없겠지.


'.....검은비만 아니었더라면.'


싸움, 전투, 전쟁에 있어서 형세는 매우 중요한 법이다.

예로부터 훌륭한 장군들은 전투에 임하기 전 자신들이 싸워야 할 장소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하곤 했으니까.


'검은비만 내리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메머드와 싸우면서 이렇게 부상을 입을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메머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상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저 하늘에서 폭포처럼 내리는 검은비였다.

신성마법으로 검은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마법에 의한 보호는,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니까.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에게 불리한 전투였다.

검은 비를 맞으며 싸우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하고 어려운 일이었으니.


"마트로 가. 내가 보내줄게. 순간이동정도는 할 수 있어."

"절대..... 너 혼자는..... 못....."


스르르륵-


유덱스가 더 뭐라고 투덜거리기 전에, 나는 서둘러 신성마법을 발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 곧 유덱스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마 지금쯤 피죤이 유덱스를 발견했을 것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겠지.


"......"


유덱스가 사라진 그 자리에 서서,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검은비가 내리고 있었고, 너무 많은 비가 내린 까닭에 곳곳이 침수되고 말았다.

녹은 자동차와 시체들의 잔해가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며, 무너진 건물들은 원래의 모습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재난.

재앙.

아니, 이건 멸망이었다.

내가 인간세상에 내려온 이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


사실 예상은 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고.

하지만.


"유스티오?"


단지 예상을 하는 것과, 참상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의 차이는.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메머드를 잘 처리했나봐? 어이구, 팔에서 피가 나네? 아프겠는데?"


하늘과 땅 차이니까.


"왜 그렇게 날 노려보는 거야? 나 덕분에 특급사제로 진급까지 했잖아?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자, 이 형님께 절을 해봐. 그렇지!"


믿기 어려웠다.

나는 그저 서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어디선가 프라우스가 나타났다.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같은 특급사제인 게 맞는 건지 의심될 정도의 강함이었다.

게다가.


"크윽!"

"어유, 고집은 참 세다니까."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나의 무릎이 저절로 꿇렸다.

놈은 내가 자신에게 절을 하도록 유도하는 듯 했지만,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된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자, 나를 따라해보도록. 형님, 제가 졌습니다. 형님의 뛰어나고 전능하신 능력을 제가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미친새끼.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아무 생각이 없단 말인가.

절대로 따라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아, 그래. 유스티오, 내가 너 그런 점은 참 맘에 들어했지."


나는 놈을 따라하지 않았다. 혀를 깨물려고 했을 뿐인데.


"됐어, 됐어. 하여간 줏대는......"


프라우스가 마법을 중단시켰다. 구속된 듯 답답했던 혀가 풀리는 게 느껴졌다.


"유스티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원래 만화나 영화 같은 거 보면 말이야, 악당들이 세상을 멸망까지 몰아넣고, 히어로도 무릎 꿇린 다음에 뭘 하는 지 알아? 뻔한 클리셰긴 한데, 자기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어떤 일을 해 왔는지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는 거야."


말을 따라하는 건 어떻게든 막았지만, 무릎 꿇은 건 어쩔 수가 없군. 다리가 굳어버렸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항상 그런 악당들이 병신같다고 생각했지. 왜냐하면 그건 클리셰거든. 그냥 입 닥치고 히어로 죽이고 가면 될 것을, 자꾸 떠들다가 일을 그르치잖아.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이 오면 절대로 그런 짓 따위 안 하려고 했는데."


프라우스가 씩 웃었다. 어쩐지, 놈의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것 같다.

누구의 피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분명 놈의 피는 아니다.


"막상 이 자리에 오니까, 입이 근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이후로는 쭉 프라우스의 자기자랑시간이었다.

물론, 들을 가치도 없는 개소리들이었다. 차라리 개들끼리 짖어대며 싸우는 소리가 더 유익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말이야, 유스티오. 넌 아마도 궁금해했겠지."

"아니."

"아, 왜 벌써 대답해. 내 말 다 안끝났는데. 다시 말할게. 넌 궁금해했을 거야. 내가 왜 널 안 죽이고 살려뒀는지 말이야. 아마 메머드랑 싸울 때부터 눈치챘을걸?"


.....사실이긴 하다.

솔직히 궁금했다.

지금의 프라우스라면 날 얼마든지 죽일 수 있을 텐데, 왜 살려둔 걸까?

놈과 나의 차이는 어마무시한데, 대체 왜?

뭘 위해서?


"그 이유는 곧 알려주지.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야. 걸맞은 장소가 있어야 해."


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하늘에서 땅을 향해 곧은 방향으로 내리던 검은비가 한데 모여들더니, 거대한 검은 막을 형성한 것이다.

뭐랄까, 마치 대한민국 전체에 거대한 돔이 씌워진 것 같았다.

가공할 만한 그 광경에 멍해진 것도 잠시, 나는 곧 깨달았다.


".....검은균열?"

"그렇지! 우리 유스티오가 멍청하긴 해도 눈치는 빠른 놈이거든. 역시 믿고 있었어. 너라면 바로 알아차릴 것 같았거든!"


....미쳤나.

지금까지 마주했던 검은균열들을 모두 아동 놀이터로 만들어버리는 이 거대한 검은균열은 대체 뭐야.


잠깐만, 검은균열은 마력덩어리 등이 강하게 응집했을 때 만들어지는 건데?

어째서 프라우스가 이걸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지?

애초부터 존재했었나?


"유스티오, 나는 네가 나의 검은균열에 오길 바랐어."


....나의 검은균열?


"넌 눈치가 빠르니까 대충 알아차렸을 거야. 아마 지금쯤 궁금하겠지. 검은균열을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검은균열은 마력덩어리 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나?"


뭔가 극적인 것을 연출하고 싶었는지, 프라우스가 잠시 숨을 참다가 말했다.

녀석의 표정은 흥분으로 가득 차있었다.


"디케교가 망했을 때, 피데스가 너에게 말했을 거야. 마력덩어리를 모아라. 그것을 모아서 마신을 봉인하라고."


.....맞다.

하지만.


"나 역시 네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정의를 외치는 사제인 네가 불의를 그냥 두고만 볼 리는 없거든. 근데 말이야 유스티오, 마력덩어리는 뭘까?"

"......마신의 일ㅂ..."

"아니야, 아니야! 눈치 빠른 줄 알았는데, 이건 모르는구나?"


...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 거지?

프라우스가 답답한 듯 가슴을 팡팡 치더니 말했다.


"마력덩어리는 나야."


......뭐라고?

닭이랑 용이랑 사귄다고?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짓고 있네. 근데 진짜야. 마력덩어리는 나야. 나는 네가 마력덩어리를 모두 모으길 원했어. 지금까지 네가 만났던 검은균열, 마인, 마력덩어리, 모두 나야. 그것들은 모두 나야."


....무슨 헛소리지?

아니지. 잠깐만, 생각해보자.

마인들과 검은균열에는 프라우스의 흔적이 늘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인들이 행했던 흑마법들...... 프라우스가 한 적이 있는 마법들이었다.


"조금씩 머리가 트이나봐? 그래, 마인들 상대하면서 내가 떠오르지 않았어? 안 떠올랐다면 조금은 실망인데."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

저건 거짓말이다.

마력덩어리는 애초에 마신의 일부 아니던가?

마스터도 분명히.....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마신은 없어."


.....뭐라고?


"피데스가 몰랐던 거야. 그 노인네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마신을 죽였다는 건 몰랐지."


이건 또 뭔 개소리야.


"거짓말하지마라, 프라우스. 마신은 신이야. 신은 죽일 수 없어."

"아니, 난 죽일 수 있어."

"네가 아무리 재능이 많다고 해도, 신은 죽일 수 없어. 그게 법칙이다. 네가 신이 아닌 한 신을 죽일 수는 없는 법이라고."

"난 할 수 있다니까? 왜냐하면 마신은 신이 아니거든."


......?


"마신은 사실 우리와 같은 디케교의 사제였어. 어느날 그는 신학교 도서관에 위치한 금지구역에 있는 금서를 하나 발견했고, 거의 신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었지. 아, 참고로 마신이 본 금서는 나도 본 금서야. 꽤 재미있는 책이지."


신학생 시절, 프라우스는 마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디케교 사제였던 마신은 어느 날 금서를 발견, 자신의 정의를 위해 불의를 저지르고 말았다. 프라우스처럼 말이다. 이후 결국 디케교에서 쫓겨났다.

마신의 존재는 디케교 입장에서는 상당히 수치스럽고 불경한 존재였기에, 또한 딱히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기에 신학생들은 물론이요, 같은 사제들끼리도 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비밀을 프라우스가 알아낸 것이다.


"어쨌든 난 궁금했어. 그리고 마신을 찾아냈지. 제법 똑똑한 놈이긴 한데, 결정적으로 성격이 좀 무르더라고. 나랑은 다르지. 놈은 피데스에게 서러웠던 게 많았던 모양이야. 나처럼 웅대한 계획을 가지고 그 일을 벌인 게 아니라, 그저 피데스에게 반항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지. 참 맘에 안 드는 찌질한 놈이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마신의 말을 잘 들어주면서 놈의 맘을 사로잡았어. 그리고 놈이 어떤 일을 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 후에는 뭐, 내 꼭두각시로 만들었지."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마신의 육신은 프라우스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인 육신이나 다름없었다. 성격은 은근히 찌질했다고 하지만, 육신만큼은 강력했던 것이다.

결국 프라우스는 금지된 마법을 사용했다. 자신의 영혼을 쪼개어, 마신의 몸에 담은 것이다. 기존에 있던 마신의 영혼은 없애버린 채였다.


'영혼이 없는 육신. 진정한 꼭두각시, 즉 인형이나 다름없겠지.'


그러나 이후 전쟁이 발발하고, 의도치 않게 마신의 육신이 일부 파괴되었다.

나와 피데스는 단순하게 마신의 몸의 일부, 즉 마력덩어리를 찾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으나, 사실은 프라우스의 일부였던 것이다.

즉,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해 내가 마력덩어리를 모으도록 유도했다는 건데.


'굳이 따지고 들자면, 마신이 프라우스고 프라우스가 마신인 셈인가.'


그렇다면 프라우스는 꽤나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최악의 사제가 되겠지.


"어쨌든 말이야, 유스티오. 난 정말 고마워. 사실 조금 걱정하긴 했거든. 네가 마력덩어리를 다 모으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아, 그래서.

저것 때문에 놈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로군.

아무리 놈이 나보다 강하다고 해도, 어쨌든 영혼이 불안정하니까 뭐가 될리가 없지.

하지만 지금은 마력덩어리, 그러니까 자기 몸의 일부도 다 모였으니 모습 드러내는 게 문제될 건 없을 테고.


"지금 갖고 있지? 마력덩어리 말이야."


.....갖고 있긴 하다.

주머니에 있으니까.

매일 갖고 다니길 잘한 건가.


"아주 좋아! 역시 유스티오! 그럼 이제 그걸 나한테 줘! 꺼내봐!"


흑마법에 의해 굳었던 두 다리가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프라우스가 내게 마지막 선물을 주려는 모양이다. 나 스스로 움직여서 마력덩어리를 건네라, 이거냐?

애초에 날 검은균열에 가둔 마당에, 나에게서 강제로 마력덩어리를 빼앗지 못할 이유는 뭐겠는가.


"뭐, 내가 강제로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린 친구였잖아?"


친구라.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놈은 아니야. 나름 예의를 알고, 우정을 아는 놈이지."


예의.

우정.

그래, 좋다.


".....뭐야? 왜 웃어?"


웃음이 나온다.

나는 마력덩어리가 가득 담겨 있는 상자를 꺼내들었다.


"왜 자꾸 웃냐니까?"


왜 웃느냐고?

그야.


".....별 거 아니야. 그냥,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그래."

"하긴, 인간들도 실성하면 막 미친놈처럼 웃는다고 하더라. 네가 인간하고 오래 살아서 그래. 별 이상한 걸 다 닮아가는군."


너 죽일 방법 알아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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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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