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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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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8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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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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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러다 언젠가는

DUMMY

글램핑장 주인은 물론이요,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 모두 '칸'에게 달려들었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 일단 운전석에 앉은 저 여자를 막아야만 했다.


"너 진짜 왜 그래?!"


아까 술에 취했던 여자를 데려가던 남자가 나타나 운전석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굳이 알아내려고 하지는 않았건만, 남자를 포함한 여자의 친구들이 친절하게도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운전 잘하는 애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너 아까부터 이상했어! 여기 도착하고 나서부터!"


여기 도착하고 나서부터?

유덱스가 칸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채 발을 동동 구르는 한 키 작은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 역시 정신이 이상해진 '저 여자'와 친구인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이상했다는 건가요?"

"으악!"


유덱스는 키가 큰 편이다. 갑자기 다가갔으니 놀랄 수밖에.


"갑작스럽게 여쭤봐서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보다 저 여성분이 언제부터 저러신 건가요? 원래 술 마시면 저러시나요?"

"그게......"


키 작은 여자가 불안한 듯 몸을 떨었다.


"원래 수빈이는 술을 아주 잘 마셔요. 전형적인 술고래죠. 생긴 건 안 그럴 것처럼 생겼어도, 몇 병 마신다고 취하지 않아요. 수빈이의 정확한 주량을 모를 정도니까. 당연히 주사도 없고 주정도 없어요. 저희 다 수빈이랑 5년 넘게 알고 지내고 있는데, 한 번도 주정부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얼굴도 안 빨개져요."


소주 몇 병을 마셔도 안 취하는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인사불성이 될 리는 없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그럼 혹시 저분에게 안 좋은 운전습관이 있습니까?"

"아뇨. 수빈이는 운전 진짜 잘하는 애예요. 오토바이도 한 큐에 땄고, 1종 보통은 기본에 버스랑 굴삭기까지 땄는걸요."

"버스랑 굴삭기까지요?"

"쟤는 어디 내놔도 살아남을 애예요."


이건 좀 대단하군. 굴삭기라니. 흔치 않은 능력잔데.

그렇다면 운전실수라거나, 주정에 의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잠시만요."


그러고보니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아까 저 수빈씨가 저희 텐트로 오셨습니다. 저희한테 막 삿대질을 하셨었어요. 그러다 남성분이 왔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 원래 주정이 좀 심하다고 하시던데, 그건 뭡니까?"

"남성분이요? 아, 혁이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 남자의 이름이 혁이인가? 외자 이름인가 보군.


"죄송해요. 거짓말이었어요."

"거짓말이라고요? 뭐가 거짓말이라는 겁니까?"

"수빈이가 아까 여러분께 주정부릴 때, 혁이가 수빈이는 술주정이 심하다고 한 거요. 저희도 당황스러웠어요. 안 그러던 애가 술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었죠. 너무 당황스러워서 변명을 한다는게 그만, 거짓말을 하고 말았네요. 죄송해요."


유덱스가 말했다.


"제 질문에 하나 대답 안 해주셨어요."


녀석이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 난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궁금한 부분이니.


"여성분이, 그러니까 수빈 씨가 언제부터 저러신 거죠? 당신 말씀대로라면,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저랬다는 거 아닌가요? 여기 글램핑장으로 올 때부터 그랬나요?"


키 작은 여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전혀 아니에요. 여기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어요. 늘 그랬듯이 원래 수빈이 모습이었죠. 평소와 다를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요?"

"음......여기 바로 뒤에 나무숲 있는 거 아시죠?"


알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였던 것이 바로 저 나무숲이었으니까. 경치는 또 얼마나 좋던가.


"여러분도 알고 계실 테지만, 여기 예약할 때 나무숲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표기 되어있었잖아요. 그런데 수빈이가 무시하고 들어갔었어요."


안 그래도 이곳에 오기 전, 예약할 때 유덱스가 얘기해주었었다.

거기 예쁜 나무숲이 있는데,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주인이 관리하는 곳인데, 그냥 경치용이지 들어가서 쉬는 용도는 아니라고.

그럴거면 뭐하러 바로 뒤에 나무숲을 만들었나 싶었지만, 막상 와 보니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아 불만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저기 나무숲에 몰래 다녀온 후부터 저래요. 저희는 주인하고 싸우기 싫고, 또 벌레 있을 것 같아서 들어가기 싫다고 했었죠."

"그럼 수빈 씨만 그곳에 들어갔던 겁니까?"


내 질문에 키작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칸에 탑승했던 '수빈'이라는 여자는 다른 친구들에 의해 강제로 끌어내려진 상태였다. 그녀는 마치 술에 잔뜩 취한 취객처럼 휘청거리며 사방을 향해 쌍욕을 들이붓고 있었다.


"하아, 죄송해요. 수빈이가 털털한 면은 있어도 예의는 아는 친구였는데."

"괜찮습니다."


수빈이라는 여자만 나무숲에 들어갔고, 나온 후로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뜻인가.


"수빈이가 아무리 털털해도, 벌레의 벌자도 싫어하는 애가 갑자기 나무숲으로 들어가겠다고 해서 좀 놀랐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수빈 씨가 나무숲에 들어갈 때 상태가 어땠습니까?"

"....그게 무슨 질문이시죠? 이해가 안 가서....."

"그러니까, 뭐에 홀린 것 같았다거나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벌레를 혐오하는 사람은 숲에 들어가는 걸 싫어합니다. 벌레가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빈 씨는 나무숲으로 들어갔죠. 거미줄이 있을지도 모르는 저 빽빽한 나무숲에 말입니다."


키 작은 여자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당신 말대로 뭐에 홀린 듯이 나무숲으로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상황은 이래요. 저희가 배정받은 텐트에 도착하고 나서부터였죠.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 나무숲이 워낙 예쁘다보니 나무숲과 가까운 곳에 텐트 잡기는 굉장히 어려운 편이죠. 저희 텐트는 저거예요."


나무숲 바로 옆에 있는 텐트였다.


"수빈이는 우리 텐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나무숲으로 뛰어갔어요. 저희가 말렸는데도 안으로 들어갔죠. 마침 주인분도 주변에 없었고요. 저희가 벌레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수빈이는 진짜 뭐에 홀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미친듯이 숲으로 뛰어갔어요."


역시. 나와 유덱스는 시선을 교환했다. 곁에 있던 정중재 역시 대강 눈치 챘는지 눈빛이 남달랐다. 나와 한 두번 함께 다닌 게 아닌지라,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정중재가 눈치있게 말했다.


"한 번 다녀오시죠, 형님, 누님. 여긴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녀석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피죤님도 계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이 된다.

피죤은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있는 채였으니까.

그 배부른 비둘기 놈을 여기 두고 가도 될까 싶었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일단 이곳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빈'이라는 여자가 더 이상의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조치는 취해두었다.

난데없이 거대한 대형차를 끌고 와서 사람을 짓뭉게 죽여버린 여자가, 뭔들 못하겠는가. 기껏 휴가 내고 시간 내서 글램핑장으로 여행 온 사람들 다 죽여버리게 생겼는데.


"아까는 몰랐었는데, 이제 상황을 좀 알 것 같네."


주인의 눈을 피해 숲으로 들어오자마자, 유덱스가 말했다.

주인은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가 왜 글램핑장에 오자마자 바로 눈치를 못 챘는지 알겠어. 바로 이 숲. 이 숲이 문제였구만."


유덱스의 말이 맞다.

사실, 술에 취하지도 않는 여자가 갑자기 술에 취하고, 차를 끌고오더니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발생할 정도라면, 마력덩어리의 기운을 느껴야 정상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우리가 있는 이 숲 때문이다.


내부로 들어오니 나무숲의 실제 모습은 밖에서 봤던 것과 달랐다.

외부에서 보이는 숲은 마법, 그중에서도 흑마법으로 조종된 것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나무숲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지만, 실제모습은 아니었다.

마치 케르베로스가 지키는 검은 사막에서 겨우 자라날 법한 황량한 나무숲. 그것이 본래 모습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흑마법은 단순히 눈속임 마법만 걸려있는 게 아니었다.

눈속임 마법 속에 마력덩어리를 숨기는 또 다른 마법도 함께 걸려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마력덩어리의 기운을 바로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

키 작은 여자가 설명해 준 뒤로, 설마 했는데 진짜였을 줄이야.


"그 수빈이라는 여자가 미칠만도 하네. 그 여자는 인간이잖아, 인간이면 이 곳에 걸린 최면마법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걸릴 수밖에 없지."


게다가 최면마법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밖에 없는 흑마법이다.


물론, 나와 유덱스는 최면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에 흐르는 기운은 결코 강하지 않은 기운이다.

눈속임 마법까지 할 정도라면 강한 것이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가 무서우니까 강한 척 연기하는 것일 뿐.'


오히려 약한 놈들일수록 상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조종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놈'은 어디에 있을까?


"가짜숲이군."

"뭐?"


나의 말에 유덱스가 놀란 듯 큰 눈을 껌벅였다.


"가짜라고? 이 숲이?"

"너도 눈치채지 않았어?"

"외부에서 보이는 숲이 가짜인 건 알겠는데... 여기가 가짜라고?"

"여긴 그냥 빈 공간일 뿐이야. 글램핑장 역시 가짜에 불과하지."

"자, 잠깐만......"


유덱스가 생각에 잠겼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곳을 예약하기 전, 여러 포털사이트를 뒤지며 검색을 하다가 유덱스가 한 가지 괴소문을 알아냈었으니까.


그 소문은 바로 우리가 있는 글램핑장에 대한 소문이었는데, 기이한 실종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다녀왔던 몇몇 사람들이 글램핑장에서 실종되었고,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널려있는 저 뼈 부스러기들. 인간의 뼈들이다.

과연 누구의 뼈겠는가.


"하지만...... 그럼 마인은? 마인은 어디에 있지?"

"아직은 안 나타날거야. 그러니까, 아직은 말이지."


나는 신성마법을 이용해 손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우리가 있는 이 황량한 숲에 불을 붙였다.

곧 도미노처럼 불이 이곳저곳으로 번졌고, 순식간에 숲이 타들어갔다.


바로 그때.


{뭐 하는 거야!!!!!}


드디어 마인이 나타났다.

마치 원숭이처럼 생긴 마인이었는데, 이제 겨우 중급마인이 된 듯한 놈이었다. 약한 놈이지만, 나름 속임수 흑마법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놈.

하지만 그럼 뭐하겠는가. 나한테는 밥인데.


"보면 모르나? 불 지르고 있지."

{왜 남의 숲에 불을 질러?!}

"어차피 진짜 숲도 아닌데 뭐하러 화를 내나?"

{크으으.....!}


마인은 나와 유덱스에게 덤볐지만, 곧 제압되었다. 놈은 어떻게든 숲을 태우는, 그러니까 자신의 마법을 망가뜨리는 불을 꺼뜨리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자, 죽기 전에 한 번 얘기해 봐. 이 글램핑장에 숲을 만든 게 너인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이 한참이나 이어진 후에야, 마인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일단 이곳 글램핑장 바로 뒷편에 숲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인이 본래 있던 숲을 없애버리고, 자신이 흑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숲을 만들어냈다.

놈은 글램핑장에서 숲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마인에게 넘어간 사람들은, '수빈'처럼 사람을 죽이거나, 혹은 실종되었다.

실종된 자들은 모두 숲에서 살해되었고, 마인과 숲의 영양분이 되고 말았다.


타닥- 타다닥- 타닥-


마인은 곧 죽었다.

어차피 놈과 나, 그리고 유덱스의 급 차이는 어마무시했으니까. 이번에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손 하나만 까딱했을 뿐인데도 금방 마인을 처리했다.


놈이 죽자, 숲 역시 사라졌다.

황량하던 숲이 완전히 사라진 후, 곧 밖에 있던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텐트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던지라, 지금 상태를 바로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누, 누님! 형님!"


단 한 사람, 정중재만 빼고.


"이건 뭐, 탐정만화도 아니고."


정중재의 품에는 피죤이 들려있었다.


"사제님들과 함께 있으면 언젠가는 일찍 죽을 것 같아요."


녀석은 여전히 곤히 잠든 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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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영원한 건 절대 없다 24.02.15 11 1 13쪽
117 술 처먹고 뺑소니 하지 맙시다 24.02.14 13 1 11쪽
116 전동킥보드는 술 먹고 타도 되나요? 24.02.13 11 1 12쪽
115 앵무새 24.02.12 13 1 11쪽
114 저희가 잘못한 거예요, 이거? +2 24.02.11 17 2 12쪽
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4 2 13쪽
112 어쨌든 약속은 지켰잖아? +2 24.02.09 1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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