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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4,791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24 08:1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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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글램핑장에서 생긴 일

DUMMY

내가 인간세계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나를 도와주었던 한 명의 인간.


-그래서, 그 제보자는 역으로 욕 엄청 먹고 피해자 레이였나? 그분한테 보상했다고 하더라고요. 신상까지 다 털렸어요. 저희 채널 구독자분들 화력 대단하거든요.


천지연에게 일종의 은혜를 갚은 셈이라고 해야 할까.

억울한 입장이 될 뻔했던 천지연은, 내 도움 덕분에 A7으로부터 충분한 보상과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스피커 너머 정중재가 신난듯이 떠들어댄다.


-A7, 그 제보자가 커뮤니티에도 사과문 올리긴 했는데, 뭐 큰 소용은 없었죠. 이미 다 털렸거든요. 게다가 제보자가 지금까지 한 짓들 다 드러났어요. 이런 거 보면 참, 현대 기술 무섭긴 무섭습니다.


사실 신상까지 털릴 줄은 몰랐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A7이 천지연에게 사과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도록 유도한 것 뿐이니까.

아, 물론 녀석을 데리고 재판의 방에 갔을 때, 녀석은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진 않았다. 다른 놈들이 늘 그랬듯이, A7역시 자신은 잘못이 없고, 억울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으니까.


-근데, 진짠지는 모르겠는데, 제보자 차 있잖습니까. A7 그거요. 그거 완전히 박살났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부쉈나 했는데, 누가 부순 건 아니래요. 그래서 제보자가 직접 부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라더라고요. 그냥 자기 혼자 부서졌대요. 좀 무섭지 않습니까?


무섭지는 않다. 내가 부순 거니까.

그저, 놈에게 A7이라는 차는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운전매너는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놈에게 좋은 차를 쥐어줘 봤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지. 그냥 괜찮은 중고차 하나 구해서 기본부터 다시 차근차근 배워가는 게 나을 거다.


-뭐, 어쨌든 잘 해결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것 보다도 말이다."


이 새끼, 왜 안 와?


"너 어디냐? 약속시간 5분 넘었다."

-혀, 형님! 가고 있습니다! 차가 막혀서 그래요!

"버스 타고 오냐?"

-거의 다 왔습니다 형님!

"너 그 말 아까도 했다. 너는 거의 다 왔다는 말하고 늦었다는 말하고 같은 의미로 쓰냐?"

-지, 지금 내렸습니다 형님! 뛰어갑니다 형님!

"1분 안에 뛰어와."

-1, 1분이요? 그건 좀!

"마음 바꿨다. 1분이 아니라 30초 안에 뛰어와라."

-갑니다! 갑니다! 가요! 가고 있습니다!


뚝-


통화가 끊겼다.

정중재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아마 지금쯤 숨이 차도록 뛰고 있겠지.


"거의 다 왔대?"


내 옆에 있던 유덱스가 피죤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

유덱스는 제법 큰 여행용 캐리어를 옆에 둔 채였다.


"뛰어오고 있대."

"뛴다고?"

"버스 타고 왔는데, 차가 막힌대. 지금 내려서 뛰고 있다나봐."

"하긴, 지금 시간에는 차가 막힐 거야. 도로에 갇혀있느니 뛰어오는게 더 빠르긴 하겠다."

{늦잠을 잔 게 분명하다구구.}


우리가 정중재를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오늘 셋이서, 피죤까지 합하면 4명이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캠핑을 가려고 했으나, 4명 모두 '리얼(real)' 캠핑에 대한 없었을 뿐더러, 장비도 부족했기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글램핑장'에 가기로 선택을 굳혔다.


진정한 야생의 맛이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적절한 돈만 지불하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점에서 유덱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나 역시도 리얼캠핑을 준비할 여유가 마땅치 않았기에,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형님! 누님!"

{늦었다구구!}

"죄, 죄송합니다! 피죤님!"


드디어 정중재가 도착했다. 정말로 미친듯이 뛰어오기라도 한 모양인지, 녀석의 모습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죄송합니다. 일찍 나오긴 분명 일찍 나왔는데, 저쪽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어요. 3중 추돌 사고였는데, 도로가 아예 마비된 겁니다."

"됐어, 괜찮아. 너 안 다쳤으면 된 거지. 일단 빨리 타라. 짐은 트렁크에 싣고."

"넵!"


나의 말에 정중재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덱스의 짐과 자신의 짐을 각그랜져의 트렁크에 싣고, 조수석에 탑승했다. 뒷좌석에는 나와 피죤이, 운전석에는 유덱스가 앉았다.


잠시 후, 두 번 정도 휴게소를 들른 후 우리는 곧 글램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우리의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평일치고 제법 있는 편이었다. 대체로는 연인들이나 혹은 단체로 온 손님들이었다.


"여기로 오길 잘했네."

"그렇지? 내가 예약 잘 한 거 같아."


내가 주변 경치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자, 이번 글램핑장의 예약을 담당했던 유덱스가 뿌듯한 듯 미소지었다.


"여기가 가격대는 다른 곳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거든? 그런데 시설이나 주변 경치가 진짜 짱이야. 가성비 최고지."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괜찮았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글램핑장 바로 뒷편이 나무숲이었는데, 관리를 잘 한 모양인지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밤에 보면 더 예쁘겠는데.


어쨌거나 우리 네명은 자리를 잡고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글램핑장은 모든 것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식사준비는 알아서 해야 하니까.


{나, 나도 고기를 줘라구구!}

"당연히 드려야지요! 여기 있습니다 피죤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구석에 숨어 있던 피죤이 정중재에게 몰래 속삭였다. 그러자 정중재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수제 소시지를 그릇에 담아 피죤에게 가져다주었다.


"뭐든 말씀하십시오 피죤님! 이제 돼지고기를 구울 예정이니까요! 삼겹살 좋아하십니까?"

{빨랑 내놔라구구!}


뜨거울텐데. 그런 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피죤이 허겁지겁 소시지를 파먹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피죤을 우리 곁에 두고 싶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인간들은 비둘기를 더럽고 불결한 동물로 인식하지 않던가. 잘못해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었다가 어떤 곤란한 일을 당하려고. 피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미친맛......!}


...다행히 큰 불만은 없어 보인다. 멈추지 않고 고기를 공급해주기만 하면, 큰 불만 없이 구석에 얌전히 있을 것 같다. 잘 먹는 피죤을 보며 흐뭇하게 웃던 정중재가 방금 막 구워진 삼겹살 한 줄을 피죤에게 가져다주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유덱스가 비빔면과 라면, 짜장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풍겨오는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진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구구.....}


제법 즐겁고 풍족했던 저녁식사시간이 끝난 후, 우리는 상을 치우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커피와 코코아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은 아까 식사 때 먹은 맥주로 대신했다.

나와 유덱스는 커피가 영 취향이 아니었기에 코코아를, 정중재는 믹스커피를 마셨다.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피죤은 기름이 잔뜩 묻은 입가를 닦지도 않은 채, 텐트 안에 누워 고롱고롱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렇지. 배가 부르고 등 따수우면 잠을 자야지. 그게 국룰이지.


우리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때였다.


"야아아아! 야! 야! 야아아아악!"


웬 이상한 젊은 여자가 갑자기 우리 텐트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소리를 빽 내지르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웃긴 건 '야'라고 소리만 지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모른척하기로 결정했다. 아마 이곳까지 와서 술에 잔뜩 취한 모양인데, 저런 사람 잘못 건드려봐야, 또 맞서서 뭐라고 해 봐야 끝이 좋을 게 없으니까.

술에 취하려면 곱게 취하던가, 뭘 저렇게 주정을 부리나. 쯧.

어이고, 다리 비틀거리는 거 봐라. 술을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최대한 외면하고 있는데, 일행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들 친군데, 술만 먹으면 좀.... 아시죠?"


우리들은 최대한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은 죄가 없지만, 술을 마신 인간은 간혹 개가 되곤 하니까.

술에 잔뜩 취한 여자를 부축하며 텐트로 되돌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자 역시 술을 한 두잔 마신 게 아닌 모양이다.

정신은 나름 멀쩡한 듯 하지만, 다리가 비틀거리고 있다.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저, 그런데...... 어떻게 잡니까?"

"뭐가?"


남자가 가고, 슬슬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정중재가 걱정스럽다는 듯 우리 둘에게 물었다. 피죤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는 채였다. 코고는 소리가 밖까지 들려온다.


"방은 하나잖습니까? 형님하고 저는 같은 남자니까 괜찮다고 쳐도, 누님은....."


아, 그러니까 정중재가 하고 싶은 말은, 유덱스는 어쨌든 여자라서 셋이 같이 자기엔 좀 거시기하다, 이 소리군.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나는 정중재를 데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유덱스 역시 뒤따라왔다.


"이런 건 별 거 아니니까."


나는 오른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텐트 한 가운데 벽이 나타나더니, 곧 하나였던 공간이 두개로 분리되었다.

유덱스는 저쪽에서 자고, 나와 정중재는 이쪽에서 자면 된다. 이렇게 하면 서로 불편할 일은 없을 터.


"와......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닌 마법이건만, 정중재는 감탄하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녀석의 얼굴을 치우며 말했다.


"됐어. 이 닦고 잠이나 자라."


곧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벽이 있어서 그런지, 벽 너머의 유덱스가 뒤척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누군가 거칠게 악셀을 밟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

누군가 늦은 시간에 글램핑장에 도착한 건가?

하지만 늦게 오든 일찍 오든 누가 저렇게 악셀을 밟지? 여기서 악셀을 저렇게까지 밟을 일이 뭐가 있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차가 무언가와, 혹은 누군가와 부딪히는 소리.

결국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다. 유덱스와 정중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배 터지게 먹고 잠든 피죤만 나오지 않았을 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의 출처를 따라 이동하니, 사고현장이 보였다.

내 예상대로, 차 한대가 사람 한 명을 친 모양이었다.

아니, 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자동차 '칸'의 거대한 바퀴가 치인 사람을 짓뭉게기까지 했으니까.

곤죽이 되어버린 피해자는 추측컨데 남자일 것이다.

왜 '추측'이라고 하느냐면, 그만큼 피해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으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방금 전 비명을 내지른 여자와 친밀한 사이인 것이 분명하다는 것 뿐.


"유스티오."


유덱스가 내게 속삭였다.


"저 칸, 운전석에 앉은 사람 봐봐."


나는 곤죽이 된 시체로부터 시선을 돌려,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


"그 사람이야."


아까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던 그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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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앵무새 24.02.12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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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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