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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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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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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술 처먹고 뺑소니 하지 맙시다

DUMMY

"아모르는 의식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나와 피죤은 퀴에스의 차에 탑승 중이었다.

그는 원래는 '권혁 유도관'의 차량이었던 봉고차를 끌고 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태우는 학원차량인만큼, 겉부분이 노란색이었지만 현재는 신성마법으로 인해 회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어쨌거나.


"아모르사제는 배우 차영원으로서 활동 중이었습니다."


거칠게 운전을 하면서, 퀴에스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다보니 여기저기 스케쥴이 잔뜩이었지요. 그러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형교통사고를 당한 겁니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난 건지는 알 수 없습니까?"


나의 질문에 퀴에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 급하게 알게 된 거라...... 하지만, 아모르가 타고 있던 고급벤이 박살이 날 정도의 큰 사고라고 하더군요. 절반이 갈려나간 모양입니다. 안타깝지만...... 운전석과 조수석에 탑승 중이었던 매니저들은 즉사했어요. 전신이 갈려나갔죠."

{잠깐만, 아모르는 어디에 탔냐구구?}

"글쎄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퀴에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체로 뒷좌석에 탑승하지요. 조수석보다는 더 넓고 편하니까요. 다만, 벤이 큰 편이다 보니 2열에 탑승했을지, 아니면 3열에 탑승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3열에 탑승했다면, 부상은 당하더라도 갈려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퀴에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모르가 탑승한 벤은 절반이 갈려나갔다.

그리고 뒷좌석 2열은 대체로 차량의 중앙 부분에 위치해 있다.

퀴에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아모르사제가 2열에 탑승중이었다면...... 생사를 장담하긴 조금 어려울 겁니다."


만약 아모르가 황금마티즈에 탑승했다가 사고를 겪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소 유덱스의 각그랜져만 타도 무사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모르가 탑승한 벤은 아모르의 소속사에서 지급해 준 벤이다. 신성마법이 전혀 깃들지 않은 평범한 차량이란 소리다. 신성마법이 없으니 사고가 나면 그대로 박살나는 거다.

게다가 아모르는 에이레네교의 사제. 디케교사제들에 비해 무력이 약한 사제다.

그러니,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할 터.


"사건의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습니다만, 일단 전해들은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 하나 더 있군요. 확실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대 차량이 과속을 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를 낸 후 뺑소니를 한 것이죠. 아마 지금 추적중일 겁니다."


퀴에스 말대로 상대가 사고를 유발한 후 뺑소니를 했다면, 오히려 잡긴 어렵지 않을 거다. 여기가 사람없는 오지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인데 못 잡을리가 있겠는가. 어디를 가도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우린 현재 아모르가 있는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신호등을 노려보며, 초조한 목소리로 퀴에스에게 물었다.

물론, 나는 이미 이 물음의 답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고 싶진 않았다.


"아모르에게는 신성력이 있지 않습니까? 어지간한 물리적 공격에는 면역이 있을 텐데요. 아모르는 인간이 아니잖습니까?"


퀴에스가 답답한 듯 대답했다.


"문제는 아모르가 입문사제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입문사제였을 때도 어지간한 것에는 면역이 있었어요."

"아모르의 신성력 등급은 겨우 10등급입니다. 최하 중에 최하지요. 유스티오 사제님은 나름 재능이 있으신 겁니다. 아모르 이 녀석은, 물리적인 힘은 물론이고 물리방어도 약한 놈입니다. 신성력은 최소한만 가지고 있는 녀석이죠."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퀴에스가 말을 이었다.


"물론, 아모르가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했었다면,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겠지요. 아마 방심을 했었을 겁니다. 자기가 유명한 배우니까, 아무도 자길 건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도로 위가 어떤 곳입니까? 부자든 가난한 자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나이가 어쨌든, 아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곳 아닙니까?"


하긴, 나도 조금은 이상했다.

아모르가 아무리 재능이 없고 나약한 놈이라고 한들, 어쨌든 사제는 사제다. 인간이 아니란 소리다.

내가 약해빠진 입문사제였을 때도 어지간한 물리적 공격에는 끄떡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인간세상 기준 말이다.


{배우 놀이에 빠져서 경계를 게을리했구나구구.}


피죤 말이 맞다.

결론은 그거다.

아모르는, 본인이 연기하는 '배우 차영원'의 역할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 왔군요."


피죤이 아모르의 부주의함을 탓하고 있는 사이, 차량은 어느새 대형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충 아무렇게나 빈 곳에 거칠게 주차를 마친 후, 우리 셋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원 내부로 달려갔다.


*

*

*


한편.

아모르가 탑승했던 고급벤을 치고 달아났던 뺑소니차량은, 현재 경찰차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뺑소니차량의 정체는 다름아닌 값비싼 람보르기니 우루스. 대형 SUV로, 멀리서 볼 때는 장난감처럼 귀여워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면 묵직한 웅장함을 자랑하는 고급 차량이다.


우루스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

대낮인데 벌써부터 얼굴이 벌건 것을 보아하니, 거나하게 취한 모양이었다.


"씨벌!"


우르스 차주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신명원. 젊은 나이에 성공해 단기간에 어마무시한 부를 거머쥔 일종의 '졸부'였다.

갑작스럽게 생긴 엄청난 부를, 신명원은 자신의 대단함과 우월함을 과시하는 데 사용했다.


부를 과시하는 것은 딱히 나쁜일이 아니다. 다만, 모두가 '우와-'할 만한 차량을 타고 다니며, 심지어 음주운전을 하며 다른 이들을 위협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좋은 차를 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던가.


그러나 신명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돈이 많으니까.

나는 이렇게 잘난 놈이니까.

나는 우월한 인간이니까.


그러니까 너희들 좀 무시해도 되는 거고.

너희들 좀 하찮게 봐도 되는 거고.

너희들 좀 아래로 봐도 되는 거고.


지금처럼 차를 쳐도 돈으로 빠져나가면 되는건데.

왜 경찰차들은 날 쫓아올까?


"씨벌!"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끈질기게 쫓아오는 경찰차들을 보며 신명원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고를 낸 후, 순간적으로 겁이 나서 도망쳤던 신명원이다.

그 이후 계속해서 정처없이 달아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경찰차들이 따라붙은 것이다.

따돌리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난 황소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우루스도 소용이 없었다.


"씨벌새끼들아! 내가 낸 세금 처먹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저 경찰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범죄자를 쫓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신명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그냥 바퀴나 뚫려버려라!"


바로 그때였다.


펑펑! 퍼퍼퍼펑!


람보르기니를 뒤쫓던 경찰차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바퀴가 터진 것이다.

신명원은 악셀을 계속 밟으며, 당황스러운 듯 백미러를 살폈다.

바퀴가 터지라고 소리치긴 했는데, 진짜 터졌네?


".....뭐, 잘됐지!"


신명원과 경찰들은 볼 수 없었겠지만, 칠흑처럼 검은 연기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경찰들이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신명원은 멀리 도망쳤다.

슬슬 긴장을 풀어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의 차량에 바짝 따라붙었다.


링컨 차량이었다.

처음에 링컨을 발견한 후, 신명원은 그저 '나랑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거겠지'하며 긴장을 풀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집요하게 따라붙는 링컨을 보며, 신명원은 눈치챘다.


나를 잡으려고 온 놈이구나.


*

*

*


"퀴에스 사제님. 이번 사건은 마인 짓일까요?"


나의 질문에 퀴에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인의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제님께서 부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신다면 금방 아실 수 있겠지만, 요즘 들어 마인들은 연속적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만약 마인 짓이었다면,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마력덩어리일까요?"

"제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나와 퀴에스사제, 그리고 피죤은 아모르를 보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정확히는 아모르를 볼 수는 없었다. 그는 급하게 수술실로 이동했으니까.

다만,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아모르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반신이 갈려나갔으니까.


"아모르사제가 죽지 않았다면, 제가 고칠 수 있습니다."


아모르가 느낀 고통을 없애 줄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상급사제다. 부산도 고쳤는데, 아모르를 못 고쳐줄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 우선 아모르를 저렇게 만들어버린 범인을 찾으러 가야겠지.


"일단 마력덩어리의 흔적을 따라 가봅시다."

{냄새가 난다구구!}


우리 셋은 서둘러 봉고차에 탑승했다.

개코인 피죤이 마력덩어리의 냄새를 맡으며 방향을 가리켰고, 퀴에스는 그에 맞추어 거칠게 악셀을 밟았다.

이렇게 거칠게 운전하는 퀴에스와 함께 범인을 찾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그때.

범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두 개의 차량이었는데, 하나는 람보르기니, 다른 하나는 링컨이었다.


그런데.


"젠장. 어쩌죠? 빨간불입니다!"


하필이면 준법정신이 투철한 퀴에스 덕분에, 우린 신호에 멈춰 서야만 했다.

그렇지요. 신호를 위반하면 안 되지요.


"그냥 내려서 가죠. 그게 더 빠를 겁니다."


나의 말에 퀴에스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봉고차는 갓길에 대충 주차해 둔 채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구구! 이렇게 가다가는 신호에 막혀서 범인을 놓치게 될거다구구!}


우린 달렸다.

차량이 아닌 두 다리로 달리니, 신호를 무시하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물론, 보행자신호도 지키긴 지켜야 하겠지만, 운전 중일 때보다야 부담이 덜하지. 그리고 지금 신호 따위 신경 쓸 땐가?


다다다다다다!


다행히 퀴에스의 달리기는 빠른 편이었다. 물론 나보다 느리긴 하지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우린 1분도 채 되지 않아 람보르기니와 링컨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 람보르기니, 음주운전 같은데.'


람보르기니가 이리저리 비틀댄다. 의심스러웠다. 아무리 운전을 뭣 같이 하는 인간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핸들을 휙휙 돌리진 않는다.

저 움직임은 분명 음주운전이다.


그런데 그때.


"어어?!"


콰아아아앙! 쾅! 쾅! 콰아아앙!


손을 쓸 틈도 없이, 링컨이 급가속을 하더니 람보르기니 앞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두 차량은 박고 말았고, 엔진이 망가진 람보르기니는 그대로 멈추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링컨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람보르기니를 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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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영원한 건 절대 없다 24.02.15 11 1 13쪽
» 술 처먹고 뺑소니 하지 맙시다 24.02.14 13 1 11쪽
116 전동킥보드는 술 먹고 타도 되나요? 24.02.13 11 1 12쪽
115 앵무새 24.02.12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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