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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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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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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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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850

작성
24.03.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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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도망?

DUMMY

놈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니 찾아 헤매던 놈이 내 눈 앞에 있다.


"오랜만이군."


프라우스. 놈이 나를 보며 말했다.

상대를 아래로 보는 듯한, 저 빙글거리는 웃음은 여전하구나.


"널 만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군. 최대한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네가 재능이 없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 그걸 생각했더라면, 널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날 기다렸다고?

놈의 저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어쩌면 잠시 이성이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놈에게 달려들었으니까.


"급해, 급해. 신학생 시절에도 급하더니 여전히 급하군."


물론 놈이 순순히 나에게 잡힐리는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놈은 허공에 둥둥 떠오른 채였다. 나는 그런 놈을 노려보았다.


"급할 건 없어, 유스티오. 널 만나게 된 건 기쁜 일이다만, 아직 시간이 안 됐거든. 아마 조금 기다리면 될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지?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놈은 나의 표정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널 죽일 생각은 없지만, 날 방해하지 못하도록 잠시 기다려줘야겠어."


탁, 프라우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마치 메머드처럼 생긴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더니, 곧 땅으로 떨어졌다.


쿠우우우우웅!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그런 검은 비 사이로 괴물 하나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거대한 대형 화물차를 최소한 10개는 합쳐놓은 듯한 크기였다.


"내가 개발한 검은비 마법에 대해 너와 심도있는 토론을 좀 나눠보고 싶었는데...... 하여간 유스티오, 너는 그 급한 성격이 흠이야."


놈이 사라진다. 서서히, 천천히 형체가 허공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은신마법인가. 언제 저런 것까지 습득한 거지?


"이 메머드녀석 말이야, 나쁜 놈은 아냐."


어느새 반쯤 투명해진 프라우스의 손이 메머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깐만. 메머드의 머리?

왜 메머드의 머리가 뼈로 되어있는 거지?


"눈치챘나?"


내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프라우스가 빙긋 웃어보였다.


"아주 오래 전, 인간들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도 전에 죽었던 메머드를 되살린 거야."


설마, 강령술인가?

죽은 동물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마법, 즉 금지된 마법을 사용한 건가?


"......그것 역시 금서를 보고 알아낸 마법이냐?"


강령술을 당연히 프라우스가 만들었을리는 없다.

검은비 마법이야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이니 그렇다 쳐도, 강령술은....


"맞아."

"그 마법은 금지된 마법일텐데?"

"아, 정말."


프라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서히 사라지던 놈의 형체가 조금 뚜렷해졌다.


"넌 가끔 보면 젊은 꼰대같다니까. 그래 맞아. 이건 금지된 마법이니. 피데스랑 다른 원로 사제들은 너처럼 이 마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더군.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죽은 자를 이용해 군대를 만들면, 쓸데없는 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대체 왜 이 마법을 금지시키는 건지 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뭐, 어쨌든."


프라우스의 형체가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놈의 하반신은 사라진 상태였다.


"다시 말하지만 이 메머드, 그리 나쁜 놈은 아냐. 그냥 같이 좀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돼. 죽여도 뭐, 할 수 없지만."

"프라우스!!"


놈이 사라졌다.

손을 쓸 수 있는 기회 따윈 없었다.

애초에 거대한 메머드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대체 뭘 하려는 거냐, 프라우스.'


확실한 건 놈이 인간세상, 그 중에서도 내가 있는 이 나라를 파괴하려고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만 문제는 이거지. '어떻게' 파괴하느냐.


'메머드라......'


놈을 쫓아가고 싶지만, 눈 앞에 방해꾼이 있으니 어쩔 수 없군.


스르륵-


나는 서둘러 황금빛이 맴도는 장검을 소환했다.

메머드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사제로 친다면 특급정도 될까.


'특급이 별 거 아니라는 거냐?'


프라우스는 특급 수준의 괴물이 별 거 아니라고 했지만, 아직 상급에 불과한 내게는 별 거다.


'사제로 치면.... 대충 9등급 특급사제정도.'


지금의 나는 1등급 상급사제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큰 차이는 안 나겠지.


'그래도 주의한다.'


뿌우우우우우우우!!


메머드가 울부짖었다.

아니, 메머드도 뿌우우, 하고 우나?


콰콰콰콰콰콱!!!


갑옷처럼 단단해 보이는 기다란 코를 지켜올려 울부짖더니, 메머드의 코가 땅에 박혔다.

그 충격만으로도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일제히 흔들릴 정도였다. 어떤 건물은 무너지기까지 했으니까.


쿠쿠쿠쿠쿠쿠쿠!


건물이 무너짐과 동시에, 내가 서 있던 땅의 주변에서 무언가가, 아니 무언가들이 솟구쳐올랐다.

바로 메머드의 코였다. 메머드가 멍청해서 자기 코를 땅에 박은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솟구친 놈의 기다란 코들은, 순식간에 나를 뒤덮더니 곧 감옥이 되어 나를 가두었다.


'코가 대체 얼마나 긴 거야?! 심지어 뼈 밖에 없잖아?!'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검으로 메머드 코로 만들어진 이 감옥을 파훼하려고 애썼지만, 감옥은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에서 이 감옥을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인데.

그런데 그때.


띠리리리리-


이 심각한 상황에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다.

핸드폰을 들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기에, 대충 스피커로 틀어놓았다.

꼭 받아야 할 전화였다.


"이노켄시아사제님?"

-서울은 괜찮은 건가요?

"아뇨,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캉캉, 감옥은 여전히 단단하다.


-역시...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황이에요. 이러다가는 제주도가 물에 잠길 거예요.

"거기도 비가 내립니까?"

-네, 맞아요. 검은비. 저, 그런데 혹시......

"예."


이노켄시아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프라우스가 나타났습니다."

-아......


탄식이 섞인 단 한마디로, 이노켄시아의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검은비 마법, 이노켄시아는 비록 디케교 사제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명했던 검은비 마법 사건을 모를리가 없을 테니까.


"이노켄시아 사제님."


한쪽은 대화를 하고, 한쪽은 감옥을 부숴버리려고 애쓰느라 정신이 없다.


"최대한 제주도를 지켜주십시오. 저 역시 서울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걱정 마세요. 그래도, 나름, 뭐랄까, 한 1퍼센트 정도는 긍정적이니까요.

"1퍼센트요? 좀 심하군요."

-역시 그렇죠? 1퍼센트라기보다는.... 음, 0.001퍼센트 정도는 긍정적이에요.


그것 참 위로되는 말이네.

어쨌거나 통화는 곧 종료되었다.

이노켄시아는 평범한 사제가 아니니까, 제주도를 어떻게든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아무생각없이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서울이다.

이노켄시아의 말을 들어보니 제주도는 서울보다는 나름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는 건 서울이 무너지면, 다른 지역은 물론이요 제주도도 다 무너진다는 뜻이 되겠지.


캉! 카앙!


이놈의 감옥은 왜 안 무너지는 거야.

프라우스는 날 여기 가둬서 뭘 하려는 거지?


뿌우우우우우우!


그때였다.

아무리 용을 써도 무너지지 않던 감옥이, 그러니까 메머드의 코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놈의 코들이 드디어 포기를 한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유스티오!"

"유스티오 사제니이이이임!"

"사제님!"


누군가 등장했다.

한 명은 아니었다.


"......왔구나."


바로 유덱스와 아모르, 그리고 퀴에스였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넓은 서울에 나 말고도, 다른 사제들이 있다는 것을.

다행히 프라우스가 저 셋은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


뿌우우우우우!


셋은 힘을 합쳐 메머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퀴에스와 아모르는 이렇다 할 무력이 없었기에 도움을 주나마나 한 수준이긴 했지만.

그나마 사제신분이니까 검은비 마법에 덜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계속 있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을 텐데.

감옥에서 겨우 벗어난 나는 퀴에스와 아모르에게 소리쳤다.


"둘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저희도 여기 괜히 온 건 아니에요!"


메머드의 발에 밟힐 뻔 했던 아모르가 소리쳤다.


"저희 신자인 김건우 씨가 위험에 처했어서, 유덱스 사제님께 부탁해서 구하느라 같이 있던 거죠!"


아, 김건우. 그 녀석도 있었지.


"건우는 무사한 겁니까?"

"다행히도 무사합니다. 조금 다치긴 했지만, 금방 나을 겁니다."


메머드의 꼬리 공격에서 간신히 몸을 피한 퀴에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트에 있습니다. 그곳에 피죤도 있더군요."

"유스티오! 나 좀 도와줘!"


유덱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녀석은 단검 하나로 겨우 메머드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위험에 빠진 유덱스를 도우며, 나는 생각했다. 또한 안도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무사한 모양이구나. 이제야 겨우 구출된 김건우가 그 마트로 대피한 것을 보면.


불안에 떨려오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사람들이 죽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는데.


"두 분은 그 마트로 가 계십시오. 이곳은 우리 둘이 맡을 테니, 마트에 가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계세요."

"옙! 알겠습니다!"

"예!"


퀴에스와 아모르가 마트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메머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유덱스에게 많은 상처를 입은 모양인지, 아까보다는 덜 위협적인 모습이다.


"유스티오, 이 괴물은 뭐야? 이 근방에 이놈밖에 없던데."

".....프라우스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프라우스라고?!"


가뜩이나 커다란 유덱스의 두 눈이 더욱 커졌다.


"어쩐지! 이 검은비, 그 놈 짓이지? 검은비 마법이잖아?"

"맞아."

"그 새끼 어디갔어? 봤다면서? 왜 너만 있어?"

"아까 봐서 알겠지만 날 감옥에 가두고 가버렸다."

"...그래?"


순식간에 날카로워진 유덱스의 눈빛이 메머드를 노려본다.


"저 놈, 죽이면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방식으로 죽이든 그건 온전히 네 선택이다."


뚝뚝, 메머드가 피를 흘린다.

유덱스의 예리한 단검에 의해 두개골의 후두부쪽이 날아가고, 꼬리는 절반이 날아가버린 메머드는 괴로운 듯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놈은 비록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그거 잘됐네."


그런 괴물을 보며 유덱스가 씩 웃었다.


"난 늘 프라우스, 그 놈을 패고 싶었거든?"


그 맘 이해하지. 네가 신학생 시절, 프라우스한테 오죽 놀림을 받았냐. 별 거 없는 놀림이면 모를까, 그 새끼는 널 아주 지능적으로 괴롭혔었지.


"근데 안타깝게도 그 새끼가 지금 여기 없네?"


나도 그게 안타깝다.


"그럼 지금 이 순간만큼은, 프라우스 대신 저 새끼를 패버려야겠어."


나 역시 유덱스를 향해 씩 웃어주었다.


"좋은 생각이다."


메머드를 패버리고, 프라우스의 대가리를 후려치러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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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1 마지막야수
    작성일
    24.03.16 21:08
    No. 1

    흥미로운 설정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머드 & 코끼리 코에는 뼈가 없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올힘법사
    작성일
    24.03.17 15:48
    No. 2

    조언 감사합니다 독자님! 다음 작품부터는 설정에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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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술 처먹고 뺑소니 하지 맙시다 24.02.14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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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앵무새 24.02.12 14 1 11쪽
114 저희가 잘못한 거예요, 이거? +2 24.02.11 17 2 12쪽
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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