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도로 위의 재판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4,815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17 08:10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함정

DUMMY

갑자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마인이라도 발견된 거야?"

"아니, 마인은 아냐. 아니지, 마인이 있긴 있는듯 한데, 발견되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왜 그리 애매한 대답을 하는 거냐, 유덱스.

유덱스가 경계하듯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


"이곳 밑바닥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아?"


그러고보니, 이곳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미약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었다. 하지만 약한 기운인지라, 크게 신경쓰진 않았었는데.


"우리가 얼마 전에 부산 연산교차로에서 사건이 일어났었잖아. 상급마인이 만들어낸 거대한 흑마법진이 연산교차로를 뒤덮었었지."


설마?


"...여기에도 흑마법진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얘기인가?"

"그래.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이야. 음,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뭐 이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럴 수도 있겠다'라니. 애매한 말인데.


"네가 확인을 해 봤을 거 아냐? 흑마법진인지? 상급사젠데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잖아?"


내 질문에 유덱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음, 대답은 나중에 할 게. 우선 네가 한 번 파악해 보면 안 될까?"


아까부터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있잖아? 처음에 봤던 그 당당함은 어디로 간 거야?

어쨌거나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전신을 서늘하게 만드는 마력덩어리의 기운이 느껴졌다.

굉장히 응축된 기운인 것 같은데. 물론 부산에서 마주한 기운보다는 훨씬 약하긴 하지만.


"사실, 며칠 전부터 이곳에서 실종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거든."

"실종사건?"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할로윈 시즌인지라 주변은 온갖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가득했다.

사람이 많으니 충분히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나 바글바글한 곳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쉽게 믿기진 않았다. 눈에 확 띌 텐데.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실종사건이라고?"

"진짜야.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들이었어."

"몇 명이 실종된 거지?"

"...총 9명이야."


9명이라. 적은 수가 아닌데.


"인간 경찰들은? 경찰들은 움직이고 있나? 9명이나 사라졌으면 슬슬 움직일 만도 한데?"


유덱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사실, 이 실종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거든."

"설마,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그럴리가 있어?"

"생각해 봐, 유스티오. 집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대다수 사람들은 외톨이가 갑자기 실종됐다고 해도 아무 관심 없을 걸? 실종된 걸 알지도 못할텐데."


...틀린 말은 아니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면, 새해가 되거나 생일을 맞이하거나 혹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나에게 연락하거나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다면.

씁쓸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쓸쓸하고 외롭게 세상을 떠나거나, 혹은 사라지는 인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모든 인간들이 축복 속에서 살아가는 건 결코 아니니까.


게다가, 마인이나 검은균열에 의해 실종되었다면 인간들의 눈에 띌 리가 없다. 인간들은 그것들을 볼 수 없으니.


"나는 미리 이곳에 와서 실종사건을 조사해 봤어. 주변에 있는 CCTV도 싹 다 뒤져봤는데, 보통의 평범한 실종사건은 아닌 것 같아. 실종자들이 CCTV에 찍혀있긴 한데, 문제는 그 사람들을 납치한 범인이 찍히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그냥 실종사건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한 거 아닐까?"

"아니."


유덱스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진 마라. 네가 입은 그 옷, 조금은 부담스러우니까.

유덱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CCTV에 찍힌 실종자들이, 갑자기 사라졌어."

"갑자기?"

"그래. 갑자기. 마치 마법처럼 사라졌어."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CCTV에 마인이나 마력덩어리는 찍히지 않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검은균열도 찍힐 리가 없고?"

"그렇지."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개다.

첫번째, 이곳에 마인이 나타나 거대한 흑마법진을 그려넣었거나.

두번째, 검은균열이 나타났거나.


아니 잠깐만.


"유덱스, 네가 미리 와서 조사했다면 흑마법진이든 검은균열이든 발견했을 텐데? 둘 다 강한 마력덩어리의 기운을 뿜어내니까, 못 찾을리가 없잖아? 인간들이야 그것들을 보지 못한다 쳐도, 너는 볼 수 있잖아? 아까 내가 이거 관련된 질문 했었지? 이젠 대답해 봐. 발견했을 거 아냐? 왜 나보고 알아보라고 한 건데?"

"그게......"


유덱스가 곤란한 듯 미간을 구겼다.


"아무리 뒤져도 안 보여. 흑마법진도, 검은균열도 보이지 않는다고."

"안 보인다고?"


그럴리가 있나.

유덱스의 말에 의하면 현재 외국인 실종자는 총 9명.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실종자들이 며칠 새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정도라면, 분명 보통의 기운이 아닐텐데.


"처음에는 흑마법진일까, 생각해봤었어. 하지만 흑마법진은 확실히 아니야. 만약 흑마법진이 이곳 전체에 새겨져 있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는단 말이야. 너도 알잖아? 마법진을 그려넣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마주한 흑마법진은, 상대가 강력한 상급마인이었기에 바로 눈치채기 어려웠지만, 이곳은 아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으로만 파악해 볼 때, 상급마인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급사제인 내가 마인의 흑마법진을 알아내지 못할 리 없다.

만약 흑마법진이 이곳에 그려져 있었다면, 조금 전에 정신을 집중했을 때, 그때 알아차렸었겠지.


하지만......


"검은균열도 아닌 것 같아. 검은균열이었다면, 금방 그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럼 대체 여긴 뭐가 있는건데? 그리고 실종자들은 어디에 있는 건데?"

"나도 그걸 알고 싶어 죽겠어!"


예상이 가지 않는다.

바닥에 그려진 흑마법진도 아니고, 검은균열도 아니라고?

생각을 해보자, 유스티오.

상대 마인이 도대체 무슨 수를 썼을까?


바닥에 흑마법진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 검은균열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전체에서, 그러니까 여기저기 퍼져있는 이 공기에서 마인과 마력덩어리의 기운이 느껴진다.


......잠깐만, 공기?


"유, 유스티오! 어디 가?"

{날 버리고 어디가냐구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덱스를 무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무언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 생각의 흐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을 대충 눈치채 준 것인지, 유덱스는 피죤을 품에 안은 채 나를 졸졸 따라왔다.


......공기, 공기. 공기.

주변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있었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인간들이 있고,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인간들이 있다.

공기도 마찬가지다. 여기로 고개를 돌려도 공기가, 저기로 고개를 돌려도 공기가 있다.


아까부터 맡았던 냄새 역시 마찬가지다.

마인과 마력덩어리의 냄새.

여길 맡아봐도 냄새가 나고, 저길 맡아봐도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마력덩어리의 냄새는 아무리 약한 것이라 해도 상당히 강력한 악취와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냄새란 무엇인가.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봐도 언젠가는 냄새가 사라지지 않던가? 냄새 분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상해. 뭔가 잘못됐어.'


다시 말해서, 여길 냄새 맡든 저쪽을 냄새를 맡든 똑같은 냄새가 지속되고 있다는 건, 뭔가 잘못된 일이라는 거다.

나는 원래 있던 곳에서 대충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헌데 내가 걸음을 옮기기 전에 있던 곳과, 이곳의 냄새가 동일하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유덱스, 눈치챘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똥 마려운 거냐구구?}


둘 다 눈치를 채지 못했나. 어쩔 수 없지.


"생각해 봐. 아까 우리가 있던 곳에서 맡았던 그 냄새랑, 지금 여기서 나는 냄새가 똑같아."

"......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거냐구구?}

"이쪽으로 와 봐!"


나는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역시, 내 예상대로 냄새는 똑같았다.


"냄새가 계속 똑같잖아. 안 그래? 마력덩어리 냄새도 결국 냄새라서, 언젠가는 사라지고 희미해지기 마련이야. 그런데 이 냄새가 똑같이 지속되고 있어."


나는 둘을 데리고 시장의 입구로 달려갔다. 의심할 여지 없이, 냄새는 똑같았다.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유덱스와 피죤의 얼굴이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그럼......"

{내가 지금 생각하는 거, 그게 맞는 거냐구구?}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니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마인과 흑마법진, 그리고 검은균열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종사건이 계속된 이유, 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 이유를 말이다.


"우와아아아아아!"

"Hey, What's going on here?"

"와 씨, 뭐냐 저거? 이벤트하는 건가? 역시 미군부대... 폼 미쳤네."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고통의 소리는 아니고,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함성이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쉽게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 셋은 시장의 초입에 서있었는데, 시장 안쪽에서 거대한 자동차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마치 범퍼카처럼 긴 전기줄을 달고 있었는데, F-1 대회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화려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저 차들에 달린 전깃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건가. 역시.


"이게 가능해? 와, 할로윈이라고 별 거 다 하네!"

"Can I try this?!"


사람들은 자동차가, 그러니까 범퍼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을 말릴 수 있는 틈 따윈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손을 쓰기도 전에.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꾸굵?!}


이곳에 있던 모든 인간들이 일제히 타죽었기 때문이다.

......아.

이런 식으로 구현해 냈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 디케교의 사제들인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마인의 목소리겠지.

그러나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마인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같이 놀려고 온 거야? 범퍼카 좀 타볼래?}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냄새가 일정했듯이.


{음, 근데 방해물이 좀 많은 것 같긴 하네. 시체들이 왜 저렇게 많지? 아 진짜 짜증나! 인간들이랑 같이 좀 놀려고 했는데, 다 죽어버리면 어떡해? 이래서 인간들은 하나같이 나약해 빠졌다니까! 재미없어! 재미없다구!}


목소리 역시 일정했던 것이다.

냄새와 목소리가 저런 식으로 풍기고, 들려오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나와 유덱스, 그리고 피죤이 눈치챈 것은 바로.


{얘들아. 내가 저 시체들 치워줄 테니까 나랑 범퍼카 시합하자! 응? 나 심심하단 말이야! 놀아줘!}


이곳 전체가, 마인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로 위의 재판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6 24.03.04 16 1 21쪽
135 알아냈다 24.03.03 11 1 17쪽
134 도망? +2 24.03.02 9 2 11쪽
133 재회 24.03.01 12 1 13쪽
132 24.02.29 11 1 12쪽
131 기상이변 24.02.28 13 2 12쪽
130 가끔은 모습을 숨기기도 해 24.02.27 10 1 12쪽
129 어떻게든 해결해드립니다 24.02.26 13 1 12쪽
128 이러다 언젠가는 24.02.25 15 1 13쪽
127 글램핑장에서 생긴 일 24.02.24 13 1 11쪽
126 사기? 24.02.23 12 1 11쪽
125 솔직히 이건 너무했지 24.02.22 12 1 11쪽
124 왜 갑자기 빵 먹이고 그러세요? 24.02.21 14 1 11쪽
123 마개 24.02.20 13 1 16쪽
122 레벨업은 괜히 하는 게 아니죠 24.02.19 11 1 15쪽
121 마인 낚는 어부 24.02.18 10 1 11쪽
» 함정 24.02.17 12 1 11쪽
119 갑자기? 24.02.16 13 1 11쪽
118 영원한 건 절대 없다 24.02.15 11 1 13쪽
117 술 처먹고 뺑소니 하지 맙시다 24.02.14 13 1 11쪽
116 전동킥보드는 술 먹고 타도 되나요? 24.02.13 11 1 12쪽
115 앵무새 24.02.12 14 1 11쪽
114 저희가 잘못한 거예요, 이거? +2 24.02.11 17 2 12쪽
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4 2 13쪽
112 어쨌든 약속은 지켰잖아? +2 24.02.09 14 2 17쪽
111 스틱스강에 맹세 +2 24.02.08 14 2 13쪽
110 신들의 의리 +2 24.02.07 14 2 12쪽
109 물고기? +2 24.02.06 14 2 12쪽
108 미끼 +2 24.02.05 14 2 16쪽
107 추락 +2 24.02.04 1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