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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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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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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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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갑자기?

DUMMY

갑자기?


[죄인에게 자자형을 선고한다-]

[죄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한다-]


신명원에 대한 재판은 금방 끝났다.

자자형은 물론이요, 10억원 상당의 벌금형까지 받게 된 신명원은 곧 재판의 방을 나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녀석과 함께 퀴에스와 피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퀴에스의 치료 덕분일까, 링컨차주는 많이 회복된 듯한 모습이었다.

반면 신명원은......


"......"


두려움에 갇힌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슬슬 경찰이 올 때가 됐다. 눈치 빠른 퀴에스가 상황도 다 정리해뒀으니, 경찰은 링컨차주를 피해자라고 여기고, 신명원이 가해자라고 여길 것이다.

애초에 신명원은 뺑소니를 낸 후 도망친 상태였으니까, 아마도 가중처벌이 이루어지겠지.

뺑소니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사고를 낸 셈이니까. 게다가 음주운전까지 했으니, 아무리 이 나라의 법이 깃털보다 가볍다고 한들 형(刑)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경찰이 와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목격자로서 적절한 진술이 모두 끝난 후 퀴에스가 내게 다가왔다.

경찰에게 붙잡힌 신명원은 허공을 바라보며 '내 잘못이 아냐, 내 잘못이 아냐!'를 외쳐대고 있었다. 놈이 어찌나 버둥거리는지, 경찰들이 진땀을 뺄 정도였다.


"퀴에스사제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링컨차주분을 치료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요."


링컨차주는 119에 실려갔다.

다행히 위급상황은 넘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피해자는 피해자인 법.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 병원에 가는 게 옳을 것이다. 나중에 그 편이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할 테고.


"별 거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분께서 크게 부상을 입으신 건 아니었거든요. 물론, 후유증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며칠 동안 목이 뻐근하다거나, 허리가 좀 욱씬거린다거나 할 수는 있지요."

{그래도 죽진 않았으니 된 거다구구! 링컨차주 가족에게도 연락했으니까 금방 일어날 거다구구!}


뭐가 되었든 간에 사건이 좋게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그럼 이제 아모르한테 다시 가는거냐구구?}


피죤이 내 어깨 위에 날아와 앉으며 물었다.

녀석도 나름 고생했기 때문인지, 부드럽던 황금빛 털이 조금은 거칠어진 게 느껴졌다.


"그래. 아모르사제가 있는 곳으로 가자."


어쨌든 우린 아모르가 입원한 병원으로 즉시 이동했다.

그러는 사이, 발 빠른 기자가 '인기배우 차영원 교통사고'에 관한 기사를 쓴 모양이었다. 다른 기자들보다 빠르게 기사를 올린 건데, 늘 그랬듯이 가해자인 우르스차주, 신명원에 대한 신상정보는 친절하게 가린 채였다.


오히려 기자는 피해자인 차영원에 대한 것을 중점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가해자인 신명원은 친절하게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 해주었다.


'나 원, 누가 가해자인지.'


나와 퀴에스, 그리고 황금비둘기 모형으로 변한 피죤은 아모르가 누워있는 1인용 병실에 있었다. 아모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정신은 깨어있었다.

지금 녀석은 그냥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참 잘도 잔다구구. 어쩌면 깨지도 않냐구구?}


사실 신명원을 잡으러 가기 전, 아모르에게 회복마법을 걸어둔 참이었다.

퀴에스는 좀 어렵겠지만, 나는 상급사제이기에 아모르를 치료할 수 있었으니까. 아모르의 하반신 신경이 끊어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괴하게 뒤틀려있던 아모르의 하반신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의 이런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모르는 세상 모르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주 시끄럽다구구. 코를 저렇게 고는 것도 병이라고하던데.}

"유스티오사제님."


피죤이 자신의 날개로 아모르의 콧구멍을 쿡쿡 찌르는 동안, 퀴에스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링컨차주님에 대한 기사도 뜬 모양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쉽게 말해서, '가해자를 잡은 용감한 시민'에 관한 내용이었다.


"생각보다는 빨리 기사가 났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래도 안 일어나는 거냐구구?}


이제 피죤은 아모르의 콧구멍에 아예 날개를 푹, 쑤셔 넣고 있었다.

저 장면을 아모르, 아니 차영원의 팬들이 본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역시 우리 오빠는 콧구멍을 쑤셔도 잘생겼네, 하며 좋아할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라며 기뻐할까?


"근데 이상하군요."


퀴에스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며 내가 말했다.


"제가 아모르사제에게 건 마법에 의하면, 지금쯤이면 이미 회복을 마쳤어야 하거든요."


이 사제놈이 왜 안 일어날까?

당장 일어나서 나한테 감사하다고 절을 하진 못할 망정, 잠이나 쳐 자고 있어?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나는 몸을 돌려 침대 맞은편에 있는 작은 탁자로 걸어갔다. 탁자 위는 물론이요, 바닥에까지 온갖 선물들이 가득했다. 모두 '배우 차영원'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팬들이 보낸 것이다.

쩝, 배우 할 만 하네. 이렇게 많은 사랑도 받아보고.


"어디 보자."


나는 많은 선물들 중 하나를 들어올렸다.

푸른색의 포장지로 된 고급 초콜릿이었다.

인간들이 공항에 가면 사오는 그 초콜릿.

입에 넣자마자 바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초콜릿.


내가 그 초콜릿을 손에 쥐자, 퀴에스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아모르사제는 단 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에 환장을 하지요. 예전에 아모르사제가 신학생이었을 때, 하도 인간세상에 몰래 내려가 단 음식들을 가져와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


신학교의 수많은 규칙 중 하나.

인간 세상에 허가 없이 내려가지 말 것.


"오, 힘드셨겠군요."


내가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자, 퀴에스가 말도 말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발 가져오지 말라고 애원을 해도, 도대체 어떻게 가져오는 건지 팬티 속에 숨겨서라도 가져오더군요."

"팬티 속에요?"

{미쳤다구구.}


이런, 조금 깨네. 생긴 건 전혀 그럴 것 같이 안 생겨서는.


"정말 놀랍죠? 지금 사제님이 들고 계신 그 초콜릿 말입니다. 아모르사제가 몰래 일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간사이공항에서 구매한 그 초콜릿을 팬티속에 넣고 신학교로 돌아왔었지요."


초콜릿 안 녹나?


"참 신기한게, 녹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초콜릿을 팬티 안에 숨겨서 가져온 아모르사제는, 마스터사제님께 죽어라, 혼났었지요. 다행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초콜릿을 빼앗기진 않았어요."

"...그걸 먹었나요?"

"우린 안 먹었습니다. 아모르만 먹은 거죠. 사제님은 남의 팬티 속에 들어있던 초콜릿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아니, 절대 싫지. 상상만해도 역하지. 아무리 상자 속에 있다고 해도, 남의 거시기에 닿은 걸 굳이 먹고 싶을리가 있을까.


뭐, 어쨌던간에.


"그렇군요. 아모르사제님의 초콜릿에 대한 열정이 그토록 대단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떡하지요?"


나는 푸른색의 초콜릿 상자를 천천히 뜯기 시작했다.

상자를 뜯고 나니, 당장이라도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을 정도로 달큰한 향이 코를 찔렀다.


"아모르사제님께서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가 먹어야겠지요. 퀴에스사제님께서도 하나 드시겠습니까? 피죤, 너는?"

"기다리기도 힘든데 하나 먹지요."

{나도 줘라구구!}

"안 돼요!!!!!!"


피죤과 퀴에스에게 초콜릿을 하나씩 건네줄 무렵이었다.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던 아모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새끼, 지금까진 계속 기절한 척 했겠다?


"오, 일어난 건가? 아모르사제?"

"그, 그거!"


아모르가 내 손에 들린 초콜릿을 가리켰다. 그의 표정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물론 나는 무시하고 초콜릿을 입에 쏙- 넣어버렸다.


"아아아아!! 안 돼요! 안 돼요! 내 초콜릿!"


그러게, 빨랑 빨랑 일어나던가. 쯧.


*

*

*


며칠 후, 유덱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녀석은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송탄'에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미군부대, 즉 'K-55'에 있는 시장으로 당장 오라는 연락이었다.


{여기 외국같다구구.}

"평택의 이태원이라고 하더라고."

{구구......}


나와 피죤은 곧 K-55 근처에 있는 국제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저녁시간이었는데, 할로윈 시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거의 다 외국인들이었는데, 주변에 K-55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외국인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들기도 하고.


{저것들은 뭐냐구구? 마인이냐구구?}

"할로윈 분장을 한 거지."


예전에 유덱스가 신학생 시절, 인간세상에 몰래 내려갔다가 가져온 호박사탕 덕분에 알고 있었다. 할로윈이 뭔지 말이다.

신학생들은 신학교를 빠져나와 인간세상에 허가 없이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긴 하지만, 뭐 규칙을 지키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들 몰래몰래 나가고 그러지.

어쨌든 그때 먹었던 호박사탕이 참 맛있었지. 생긴 건 호박처럼 생겨서 맛없을 줄 알았는데 참 맛있었어.


"유스티오."


저걸 대체 누가 입는 걸까 싶은 커다란 항공잠바를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유덱스였다.


{.....누구냐구구?}


피죤은 유덱스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는 유덱스가 아닌 줄 알았다.

이유는 있었다.


"누구냐고? 야, 피죤. 날 몰라보면 어떡해? 새도 치매가 오나?"


유덱스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았다.

평소의 유덱스는 그저 정겨운 고향친구 같은 느낌, X알 없는 X알 친구 같은 그런 느낌의 소유자였는데.


{내가 아는 유덱스는 너처럼 섹시하지 않다구구.}

"...너도 수컷이었니?"

{그걸 이제 안 거냐구구?! 나의 아름다운 황금빛 갈기로 지금까지 수많은 암컷 비둘기들을 유혹했단 말이다구구! 나 때문에 마음앓이 한 암컷 비둘기들이 한 트럭이다구구!}

"아, 구분할 만한 게 안 보여서 몰랐지."

{구구구구굵?!}


대체 무슨 분장을 한 거지. 고양이? 머리에 단 건 고양이 귀인가? 꼬리까지 달았어?

젠장, 시선을 옮길 수가 없네. 상의는 뭐가 저렇게 파였어? 정말 꽉 차있......


{나도 수컷이란 말이다구구!}

"알았어, 알았어. 인정해줄게. 너 수컷이야. 그래."

{구굵!}

"어우 정말. 그건 그렇고 유스티오. ......너 눈을 왜 돌리고 그래?"


내가?

눈을 돌려?

헛소리를 하는군.

당당하게 쳐다봐주마.


"여기로 왜 부른 거야? 그리고 넌 왜 그 꼴이냐?"


나의 말에 유덱스가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별로야? 나름 괜찮게 꾸민 것 같은데."

"다른 인간들이야 그렇다 쳐도, 넌 왜 분장한 건데?"

"뭐, 할로윈이잖아. 그리고 한 번쯤은 할로윈 때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인간도 아니면서."

"뭔 상관이야? 아무튼, 내가 널 여기로 부른 이유가 있어."


그래, 빨리 본론을 얘기해라.


"오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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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전동킥보드는 술 먹고 타도 되나요? 24.02.13 11 1 12쪽
115 앵무새 24.02.12 13 1 11쪽
114 저희가 잘못한 거예요, 이거? +2 24.02.11 17 2 12쪽
113 잊고 있었네요 +2 24.02.10 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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