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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연재수 :
1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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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5
추천수 :
249
글자수 :
93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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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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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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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55. 새로운 시작 (完)

DUMMY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멈췄던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이랬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초반의 어수선함과 정신 없음, 혼란, 질서 없음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시간과 함께 마치 연기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호문쿨루스가 진짜 세계의 사람들을 가두었던 기계는 호문쿨루스가 죽으며 함께 사라졌다.


기계 속에 있던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맞이한 현실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꿈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한동안 자신들이 꾸었던 꿈, 어쩌면 현실이었을지도 모르는 꿈에 관해 서로 이야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댔다.

여기를 가도 꿈 얘기, 저기를 가도 꿈 얘기. 학교에 가도, 직장에 가도, 마트에 가도, 편의점에 가도,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모두 자신이 꾸었던 꿈과 모험에 관해 줄기차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꾸었던 꿈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메카닉족이 멸족하며 배웠던 교훈도 모두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겸손하게, 성실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려고 마음 먹은 것처럼 보였던 인간들의 마음먹음은 금방 시들어 버렸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빠르게 회귀했다.


모두가 꿈에 관해 잊어버린 것 같았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었었다는 것을, 그 꿈이 우리의 미래,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꿈에서 막 깨어났을 때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티비앞에 서며 자신들은 앞으로 헛짓거리 하지 않고 모두를 위해서 살아갈 것이며 국민들의 행복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고, 자신들의 욕심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늘 봉사할 것이라며 떠들어 댔었다.


[겸허한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의 종입니다. 이 한 몸! 국민 여러분을 위해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을 위해 희생할 것입니다!]


허나, 그들의 말은 모두 실체 없는 허상일 뿐이었다. 실천 없는 말은 다리 없는 말과 같으니까.

그들이 정말로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마음이 있었는지는 나 역시 잘 모르겠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그들에게 있어서 메카닉족이 멸족해 지구를 떠났을 바로 그 당시, 그 혼란과 혼돈의 순간은 기회나 다름 없지 않았을까.

그 기회를 잘 잡아 자신들의 새로운 권력 기반을 다지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백인이든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누구든 모든 인간은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래, 정치라는 건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게 정치지.


[이 사건은, 전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세지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다시는 서로 차별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정당한 이유없이 차별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서로 사랑하고 차별하지 말자는, 생각해 보면 참 아름다운 말들을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신나 게 떠들어 댔다.

모두의 신뢰를 받고, 모두의 믿음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예쁜 말을 하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맞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소위 말하는 '착하고 옳은'말을 하면 모두가 좋아한다.

말만 하면 끝이다. 참 쉽다. 그 뒤의 행동이 말과 다를 지언정 상관없다.

말만 잘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대다수의 이들이 그 사람을 지지하고 뽑아줄 테니까.


[자네에게 상을 주겠네. 이건 한국 대통령이 주는 상이 아냐.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자네에게 주는 상이야.]


입 막음. 그들은 모든 인간들이 더 월드에서 있었던 기억을 지우길 바랐다.

그들은 모든 인간들이 더 월드가 나타나기 전, 그들이 지배하던, 그들이 조종하던 세상만을 기억하길 바랐다.


[자손 대대로 놀고 먹어도 상관 없을 만큼 막대한 부를 주겠네. 대신 자네가 더 월드에서 했던 모든 일은 지워버려 주면 좋겠네. 없었던 일로 쳐주게.]


물론, 나도 쓸데 없이 영웅 대접 받아서 이 나라, 저 나라, 이 지역, 저 지역 옮겨 다니며 인터뷰 따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막대한 부를 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이겠는가. 받으면 장땡이지.


[우리가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모두 국민을 위해서야. 국민은 새로운 시작을 할 필요가 있어. 굳이 과거를 들쳐봐서 좋을 게 없다네.]


호문쿨루스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인간들은 분명 경험으로 이것이 잘못 되었다는 걸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국민의, 전 인류의 봉사자라고 자청하는 이들은 과거로부터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지금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


[오늘은 몇 페이지 할 차례지? ......아, 16쪽이었나? 이 반은 왜 이렇게 진도가 느려? 옆 반은 벌써 30쪽까지 나갔던데?]


이 얘기를 까먹을 뻔 했군. 학교!

더 월드의 델타 계급으로서 살아왔던 나는 단 한번도 학교라는 곳을 다녀본 적이 없다.

물론 메카닉족이 지구에 오기 전에는 다녔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기억이 전혀 없다.


[안 되겠다. 오늘 이 반도 30쪽까지 쭉쭉 나가야지, 이러면 시험 기간에 자습 시간 안 줄거야.]


역사를 배우지 않는다. 더 월드가 있었다는 것도, 전 세계에 위협을 가했던 메카닉족에 관한 것도, 호문쿨루스에 관한 것도.

비형랑과 마키나, 데우스, 체셔 등등의 존재들이 있었다는 것도. 그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도.

높으신 분들께서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역사를 배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형아잉! 거기서 뭐해잉?"


찼수다.


"커피 마셔잉? 뭐 마셔잉?"


찼수는 건물 옥상 난간에 기대어 밑을 내려다 보던 내 곁에 찰싹 붙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건물은 내가 가진 건물들 중 하나다. 마음 정리를 하고 싶을 때 종종 이 건물의 옥상에 올라오고는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잉~ 그거는 써잉! 맛 없어잉."


녀석이 얼굴을 찌푸린다. 마치 내가 마시는 커피를 자기가 마시기라도 하는 것 마냥.


"넌 뭐 마시는데?"

"나는 바닐라 라떼 마셔잉."

"누가 사줬냐? 넌 돈 없잖아?"

"저 누나가 사줬어잉."


찼수가 작은 손으로 옥상으로 올라온 정지희를 가리켰다.

정지희의 오른 손에는 아주 써 보이는 에스프레소 잔이 하나 들려있었다.


"찼수는 아직 10살 밖에 안 됐는데, 라떼 마셔도 되는 건가요? 저도 20대 중반 들어서서야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요. 전 10살 때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내 질문에 정지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직 21세기 물정을 모르시나 본데, 라떼는~ 이라는 말 모르시나요?"


라떼는?


"내가 어렸을 때는 어땠는데, 이렇게 말하면 꼰대취급 받습니다 이민준씨. 높으신 분들께서 억소리 나올 만큼 많은 돈을 줘서 망정이지, 그런 식으로 하면 회사 다닐때 후배들이 싫어합니다."

"다행히 저는 회사 다닐 일이 없네요."

"찼수가 배가 아프다거나 잠을 못잔다거나 하면 모를까, 생각보다 카페인이 잘 받나봐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정지희는 찼수를 힐끗 보더니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사실은, 라떼에 거의 우유만 95퍼센트 들어가요. 사실상 라떼가 아니라 그냥 바닐라 우유라고 할 수 있죠."


엥?


"어쨌든 민준씨 말대로 찼수는 아직 10살이니까요. 아마 지금 찼수는 자기가 마시고 있는 게 커피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학교에 자기는 어른들이 마시는 커피 마실 줄 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다고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정지희는 찼수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 누구도 정지희에게 찼수를 돌보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나, 정지희는 스스로 찼수를 자기가 책임지고 맡겠다고 선언했다.

그녀가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치트를 생각해서 찼수를 맡겠다고 한 건 아닐까 싶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간에 치트와 찼수는 서로 비슷한 존재였으며 연결된 존재였으니까. 정지희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했던 치트가 아끼던 찼수를 돌보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도 있지 않을까.


"찼수야."


내 부름에 찼수가 바닐라 라떼 아니, 바닐라 우유를 빨대로 쪽쪽 들이키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음.... 몰라잉."

"주말은 아니지?"

"그런 것 같어잉."

"그런데 왜 이 시간에 학교에 안 가고 여기 있는 거지?"

"몰라잉~"


찼수는 학교에 흥미가 없어 보였다. 정확하게는 시간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그런 시스템에 조금도 흥미가 없어 보였다.

오늘이 주말이든 아니든, 학교를 가든 안 가든 천하태평으로 바닐라 우유만 들이키는 찼수를 보며 정지희는 고개를 저었다.


"찼수가 낯을 가리는 건 아닌데,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하더라고요."


이때 정지희는 울컥하는 듯 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10살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또래 친구와 지내본 적이 없잖아요. 또래 친구랑 한 공간에서 거의 반나절을 있어본 적이 없는 아이에요. 자기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준 경우도 없었을 거고요."


사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찼수가 본래의 모습, 인간이 되기는 했지만 찼수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인간이 된 찼수는 보통의 한국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갈색이나 검은 색 머리가 아닌 아주 밝은, 거의 금발에 가까운 갈색을 지니고 있었다. 눈동자 또한 아주 밝았다. 그리고... 말투도 조금 특이하고.

그런 다른 모습 때문에 찼수가 혹시나 왕따를 당한다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은 찼수에게 흥미가 많은 것 같아요. 담임 선생님께서 모습이 다르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기도 했고.... 그런데 찼수가 아직 적응을 못하는 것 같네요."

"아냐잉!"


어느 새 바닐라 라떼를 다 마신 찼수가 나와 정지희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그 모습은 마치 호랑이에게 맞서는 용맹한 새끼 고양이처럼 보였다.


"나.... 나 좋다고 하는 여자애들 있어잉!"


찼수가 얼굴을 붉힌다.

분명 아까부터 저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으리라.


"그러니까! 나 적응 한 거 맞어잉! 그냥! 그냥 조금..... 조금 어색해서 그래잉!"


찼수가 잘생긴 얼굴이기는 하다.

요즘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딱 그런 스타일이다.

다행이다. 학교에서 찼수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자기의 존재가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민준씨, 어디 가시는 거예요?"

"네. 여기서 찼수랑 좀 쉬다 가세요. 저는 가볼 곳이 있거든요."


나는 건물 옥상에서 내려와 한눈에 척 보기에도 아주 비싸 보이는 고급 세단 운전석에 올라탔다. 나에게 억 소리 나는 부를 준 이들이 나에게 개인 전용 운전사를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나 혼자서, 나 홀로, 온전히 나 스스로 운전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만의 것, 개인적인 것, 나의 소유인 차를 나는 갖고 싶었다.

더 월드에 살면서 단 한번도 개인적인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부아아앙—


신호등을 5개정도 지나쳤을까, 차는 곧 가로로 뚱뚱한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견인차가 내 차를 끌고 가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주차를 마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오랜만이로군!"


건물로 들어가니 김박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김박사의 옆에는 그의 아들, 김진수가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더 월드의 흔적을 많이 지운 상태였다. 그들의 표정은 진정으로 살아있는 인간, 그 자체였다.


"제가 김박사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내 질문에 김박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나는 지금도 박사일세! 더 월드의 박사가 아닐 뿐이지, 나는 여전히 박사라네. 연구는 나의 천직이야. 나는 연구하는 게 좋다네. 내 아들 놈도 나를 닮아서 그런지 머리가 아주 좋아! 이놈이 머리를 안 써 서 그렇지, 사실 머리가 좋거든! 저번에는 녀석이 연구를 하나 했는데, 글쎄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아나? 바로......."


김박사의 쉴 틈 없는 자식 자랑에 김진수는 나를 보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높으신 분들께서는 김박사와 김진수가 살아있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들이야말로 더 월드의 역사, 그 자체니까.


하지만 나는 김박사와 김진수를 암살하려는 높으신 분들과 협상을 했다. 김부자에게 커다란 연구소 하나만 차려달라고. 그들이 그곳에서 원하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얼마든지 연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나의 설득에 높으신 분들은 김박사와 김진수의 뛰어난 두뇌와 비상한 발상을 높이 사 나의 소원대로 연구소를 차려주었다.


김박사와 김진수의 뛰어난 연구는, 사실 높으신 분들의 실적과 이미지 관리에도 일부 도움이 될 테니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가 연구소를 나가려 하자 김박사는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김진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니, 벌써 가는 건가? 좀 더 있다가 가게! 내가 오늘 저녁을 대접해 줄테니까!"


김박사의 요리 실력은 꽝이라고, 저번에 김진수가 내게 말해주었다.

다시는 자기 아빠의 요리 같은 건 먹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신께 맹세까지 했다고 한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박사님. 하지만 꼭 들러야 할 데가 있어서요."


부아아아앙—


저녁을 먹고 가라는 김박사를 간신히 말리고 나는 마지막 건물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오랜만이군."


임정연은 유명한 체육관의 관장이다.

임정연은 가디언즈에서의 경험을 살려 최고의 커리큘럼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 근방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임정연에게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김지호는?"


내 물음에 임정연은 고개를 까딱해 한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한 남자를 가리켰다.


"애들이 아주 좋아해. 잘 따르더라고."


잘 지내고 있구나. 다행이다.


"이봐 이민준."

"......"

"우리가 노력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해주는 이가 있을까?"

"......"

"우리가 진짜라고 믿었던 것들을, 믿어주는 이가 있을까?"

"......"

"한 순간에, 정말 한 순간에 우리가 했던 모든 것을 부정 당했어."

"......"

"돈을 받았으니 뭐,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아?"

"메멘토 모리."

"...뭐?"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야. 디바인이 죽었을 때, 드래곤들이 불렀던 노래의 제목이지."

"......"

"하늘에 떠 있는 저 태양을 한 번 봐."


내 말을 따라 임정연은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악! 눈이 부시잖아? 왜 보라는 거야? 눈 멀라고?"

"저기 떠 있는 태양은, 우리가 볼 때만 존재하는 걸까?"

"......뭐?"

"우리가 쳐다보지 않으면, 태양은 없는 게 되는 거야?"

"......"

"우리가 되찾고자 노력했던 모든 것들은 우리 안에 살아있어. 우리와 함께 싸우고 희생했던 모든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

"......"

"그리고 임정연, 우리의 노력을 믿어주는 이가 없긴 왜 없어? 우리가 기억하잖아."


임정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우리 안에 기억이 살아있어. 그건 절대 죽지 않아."

"......"

"우리와 함께 용맹하게 싸웠던 이들의 죽음을 기억해."

"......"

"과거는, 역사는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게 아냐. 안고 가는 거지."

"......"

"우린 과거, 그리고 역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야 해."

"현재......"

"그리고,"


다신 오지 않을 이 순간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의 결과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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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4. 되찾은 시간 21.06.30 31 1 13쪽
154 153. 마지막 인사 (3) 21.06.29 23 1 13쪽
153 152. 마지막 인사 (2) 21.06.28 28 1 13쪽
152 151. 마지막 인사 (1) 21.06.27 27 1 12쪽
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4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2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5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3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9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3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3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5 1 12쪽
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3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3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6 1 13쪽
140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7 1 13쪽
139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9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6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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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29.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21.06.05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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