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팔용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구팔용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연재수 :
156 회
조회수 :
8,800
추천수 :
249
글자수 :
937,572

작성
21.06.17 18:30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141. 메모리아 (2)

DUMMY

(채널 - 메모리아)



엣지에서 죽은 김박사의 아내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김박사는 자신이 오래 전 알아낸 채널 중 하나인 메모리아라는 곳으로 우릴 안내했다.

김박사는 아내의 죽음은 슬프지만, 처음 보는 해골을 아무런 편견 없이 묻어준 나와 일행들에게 매우 고마워하고 있었다.


"정말 고맙네, 이민준.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저에게 고마워 하시는 것도 좋지만, 아내분을 묻어주자고 먼저 제안했던 건 데우스였습니다."

"그런가?"


김박사가 데우스의 두 손을 덥석 붙잡았다.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뭐, 별 것도 아니었는데요. 그냥 땅 파서 묻어주기만 했을 뿐입니다."


데우스의 허세 섞인 대답에 김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가 한 건 용기 있는 행동이었어."

"용기요?"

"생판 모르는 해골을 가져다가, 대체 그 누가 정성스럽게 무덤을 만들어주겠나?"


맞는 말이다.

사실 해골을 못 본 척 하고, 아니면 그냥 '아, 해골이 있네.'하며 지나쳐도 상관없었을 텐데, 데우스는 완강하게 해골을 묻어주자고 주장했다.

예전에 마키나가 한 맺힌 여자 아이의 영혼을 위해 장혼식을 치뤄주자고 한 적이 있었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데우스와 마키나는 아무리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고 믿는 인간들이 틀림없다.


"저야말로......"


김박사의 진심 어린 칭찬에 데우스가 말했다.


"제 진짜 이름을 당에 알리지 않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허......"

"만약 그들에게 제 이름을 알려주셨다면, 전 지금 여기 없겠지요. 마키나도 마찬가지고."


김박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편이었다.

내가 아직 조준과 박수진 밖에는 동료가 없었을 때부터 말이다.

김박사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돕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곳은 대체 어디입니까?"


임정연이 주위를 둘러보며 김박사에게 물었다.


"메모리아."


김박사의 짧은 대답에 임정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메모리아가 무슨 뜻입니까?"

"기억이라는 뜻이야."

"기억?"

"내가 자네들을 모두 만나기 아주 오래전에, 이민준 자네가 만든 채널을 연구하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었지."


김박사가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내 머릿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찔리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뭐람.


"뭔 사실을 알았는데잉?"

"메모리아는 쉽게 비유하자면 컴퓨터에 존재하는 휴지통 같은 곳이지."


휴지통?


"채널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모든 기억들이 모여있는 곳이야. 이곳에는 채널의 기억을 지키는 사제들이 살고 있어."

"이런 곳이 있다고 저한테 말씀 안 해주셨잖아요?"


마키나가 서운한 지 입술을 쭉 내밀었다.


"미안하구나, 호기심이 왕성한 너에게 말해주고는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요?"

"이곳 메모리아가 당에 발각이 되었었거든."






(2231년, 더 월드 - 총통 집무실)



"그러니까 호문쿨루스님. 찼수를 죽여야......."


콰앙—


{그놈의 찼수! 내가 그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 따위 신경 끄라고 몇 번을 말했나 진박사!}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지금 그딴 고양이 새끼 따위가 문제야? 내 메카닉 코드를 이민준이 알아냈단 말이다!}

"......"

{비록 아직은 일부밖에 알아내지 못했지만, 이건 위험한 징조다.}

"......다른 장관님들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뭐?}


저벅저벅—


"호문쿨루스님의 힘은 약해지셨습니다. 예전과는 다르십니다."

{......}

"7장관 중에서 벌써 2명의 장관이 죽었습니다. 이는 호문쿨루스님의 계혼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뜻하지요."

{......}

"힘을 잃으셨으니, 위험한 싹을 제거해 우환을 방지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메모리아.}


움찔—


"...예?"

{죽은 2명의 장관, 그러니까 나의 계혼 일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다.}

"......? 죽은 것은 되살릴 수 없습니다, 각하. 죽은 것은 메카닉족의 기술력으로 아직......"

{가능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절반만 가능하지.}


갸웃—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도 메모리아를 알지? 김박사가 아주 오래전에 알아냈지만 혼자서만 알고 있던 바로 그 채널 말이야.}


끄덕—


"물론입니다, 각하."

{메모리아에는 여러 기억이 보관되어 있지. 그 중에서도 내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죽음의 기억이야.}

"죽음의... 기억이요?"


끄덕—


{그래, 죽음의 기억. 채널은 수많은 코드로 이루어져 있어. 그 말은 즉, 채널의 존재들이나 채널에 있었던 모든 것들 또한 코드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지.}

"그건 저도 압니다."

{진박사.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삭제하면, 삭제된 프로그램이 가장 처음 가는 곳이 어디지?}

"보통은 휴지통으로들 가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뭐든."


끄덕—


{맞아. 채널 속의 기억들도 그와 같다.}

"그럼... 메모리아가 채널의 휴지통 역할을 하는 건가요?"

{그래.}

"하지만..."


쯧—


{한 번만 더 자네 입에서 '하지만'이라는 말이 나오면 자네의 뇌만 남겨둔 채 자네 몸을 폭파시켜 버릴 것이네.}

"......"

{죽은 엑소더스 놈들의 코드가 메모리아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거다. 죽은 엑소더스 7명의 코드를 내게 가져와라.}


갸웃—


"살아있는 엑소더스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데우스와 마키나, 스노우, 그리고 이하응까지 아직 살아있습니다."

{스노우와 이하응은 자네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죽이든 굽든 삶든 쪼개든 마음대로 해. 그러나 데우스와 마키나는 아니야.}

"......?"

{그 둘이 죽으면, 채널은 즉시 파괴된다. 그럼 내가 되찾을 수 있는 힘이 없어져.}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당장 메모리아로 사람을 보내라! 죽은 7명의 엑소더스 코드를 내게 가져와! 이민준 새끼가 내 남은 전원버튼을 찾기 전에!}






(채널 - 메모리아)



"이곳에 오면 자네가 호문쿨루스의 전원 버튼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김박사는 나를 메모리아에 있는 한 건물 안으로 데려갔다.

다른 일행들은 건물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김박사는 나만 건물 안으로 데려갔다.


"천장이 아주 높지?"


김박사 말대로 메모리아에 있는 건물은 아주 컸다.

정확하게는 큰 것 보다는 아주 길었다. 과장하면 기린을 한 1억마리 정도 쌓아올린 것 같을 정도였다.


"이 건물 이름이 뭡니까?"

"없네."


없다고?


"기억은 형체가 없어. 특정할 수 없는 무기체야. 이 건물도 마찬가지고."


김박사는 건물의 7층으로 나를 데려갔다.

7층까지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는지, 종아리와 허벅지가 터질 지경이었다.


"여기, 자네에게 필요한 기억이네."


김박사는 벽 책꽂이에 꽂혀 있던, 마치 플로피 디스크처럼 생긴 붉은색의 네모난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호문쿨루스의 기억이네."






(2231년, 더 월드 - 가디언즈 본부)



저벅저벅저벅—


"진박사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가디언즈 군대 전체를 채널 속으로 보내라니요?"

"내 의견이 아니라네, 한박사."


저벅저벅저벅—


"현재 가디언즈 병력은 반토막 난 상태입니다! 총대장 자리는 비었단 말입니다! 임정연에 연우정에 오세훈까지... 벌써 세 명이나 총대장직에서 불명예스러운 종말을 맞이 했습니다."

"현 가디언즈 부대장이 누구지?"

"......황대근입니다."


흠—


"그 녀석을 보내라."

"하지만... 황대근은..."

"실력이 형편없지."

"......"

"맞아. 그 놈은 사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맞았어."

"......"

"현재 더 월드의 기운이 좋지 않아. 뭔가 이상해......"

"......"

"당이, 무너지려고 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 그럴리가......"


껄껄—


"신경 쓰지 말게 한박사. 그냥 중얼거려 본 거야."

"......"

"김진수는 좀 어떤가? 정신이 돌아왔나?"

"호문쿨루스님이 김진수의 몸 속에서 나오신 뒤로는, 줄곧 멍을 때리고 있습니다. 바깥의 구름이나 구경하며 시간을 버리고 있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의 손으로 혈육을 죽였다는 것에 꽤나 충격을 먹은 것 같습니다."


쯧쯧—


"그 놈도 슬슬 맛이 갈 때가 됐군. 겨우 그런 별 것 아닌 걸로 인생을 낭비하다니."

"...솔직히 조금 안쓰럽기는 합니다."

"안쓰러워? 김진수가? 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김진수를 총대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 했었지? 왜 그랬나? 김진수가 자네와 같은 베타 계급이라서 그런가?"

"......"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알고 있나?"


끄덕—


"...예."

"그 책에는 이런 말이 나와. 바로 적자생존!"

"......"

"강한 놈은 살아남고 약한 놈은 사라지는 것, 이게 바로 진리야."

"......"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지배하는 것, 이건 자연의 섭리야."

"......"

"계급이 나뉘어 있다는 게 불쾌한가? 아니, 이건 자연의 섭리라네. 우린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일 뿐이야."


갸웃—


"하지만, 호문쿨루스님께서는 자연을 숭배하지 않지 않으십니까?"

"하하! 그분의 큰 뜻을 어찌 알겠나?"

"......"

"그래도 자네는 행복한 줄 알게. 자네 밑에는 쓰레기보다 못한 델타 계급이 있지 않나!"






(채널 - 메모리아)



"호문쿨루스가 자네가 만든 채널 속에 7개의 전원 버튼을 설치하면서 발생한 기억이라네."


호문쿨루스의 기억을 손에 넣었다.

그럼 나머지 5개의 전원 버튼도 쉽게 찾아낼 수 있어.


"문제는...... 메카닉족의 기억이라는 게 조금 특이하다는 거지."

"특이하다면?"

"메카닉족은 원래 지구에 살지 않는 외계 종족들이야. 그러니 인간과는 기본적으로 그 신체 구조가 달라. 당연히 뇌 구조도 다르지."


뇌 구조가 다르다면, 설마......


"인간의 뇌에 저장된 기억은 전기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면, 메카닉 족의 뇌에 저장된 기억은 0과 1로 뒤덮인 코드로 이루어져 있지."

역시.


"이것을 해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내가 코드를 해석하는 동안 다른 기억들을 구경하고 있는 게 어떻겠나? 5개나 되는 방대한 코드를 해석하는 건... 꽤 머리 아픈 일이거든."


머리를 싸매며 호문쿨루스의 기억을 해석하는 김박사를 뒤로 한 채, 나는 7층을 빠져나와 4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도 7층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억들이 책꽂이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런 걸 다 보려면 평생을 다 써도 모자라겠는데."


이건 무슨 기억이지?

모양은 호문쿨루스의 기억처럼 플로피 디스크 모양인데, 색은 다르군. 이건 노란색이야. 누구의 기억이지?


"형아잉!"


찼수다.

밑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더니, 말을 안 듣는구나.

어째 저 녀석 날이 갈수록 말을 더 안 듣는 것 같은데.


"여긴 왜 왔어?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잖아."

"지겨워잉! 지호 엉아가 더는 못놀아주겠다고 했어잉."


그럴 만도 하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나이인 찼수는,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체격과 몸무게도 날이 갈수록 늘기 시작했다.

김지호의 체격도 훌륭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아이의 힘을 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럼 얌전히 있어. 형이 알아봐야 할 게 있으니까, 알겠지?"

"나만 믿어잉!"


정말 믿어도 되는 거니.

아무튼... 이 노란색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기억은 대체 누구의 기억일까?






(2231년, 더 월드 - 가디언즈 본부)



"제, 제가 정말로 가디언즈의 총대장이 될 수 있는 겁니까?!"

"그래."

"하, 한박사님.... 하지만 저는 일개 베타 계급일 뿐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절레절레—


"가능하다. 황대근 네가 열심히 하면 된다."

"그래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시키는 임무를 잘 완수한다면, 너는 가디언즈 최초로 베타 계급 총대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로 찾기 게임 - 지도 21.03.18 105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2.08 53 0 -
156 155. 새로운 시작 (完) 21.07.01 79 1 17쪽
155 154. 되찾은 시간 21.06.30 30 1 13쪽
154 153. 마지막 인사 (3) 21.06.29 22 1 13쪽
153 152. 마지막 인사 (2) 21.06.28 27 1 13쪽
152 151. 마지막 인사 (1) 21.06.27 26 1 12쪽
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3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1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4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2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8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2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4 1 12쪽
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2 1 12쪽
» 141. 메모리아 (2) 21.06.17 23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5 1 13쪽
140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6 1 13쪽
139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8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5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3 1 13쪽
135 134.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1) 21.06.10 25 1 12쪽
134 133. 시스템 관리자 (3) 21.06.09 21 1 13쪽
133 132. 시스템 관리자 (2) 21.06.08 22 1 13쪽
132 131. 시스템 관리자 (1) 21.06.07 28 2 13쪽
131 130. 겁쟁이의 용기 21.06.06 24 1 13쪽
130 129.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21.06.05 22 1 13쪽
129 128. 매운 맛? 순한 맛? 21.06.04 2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