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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연재수 :
1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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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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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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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2. 메모리아 (3)

DUMMY

(채널 - 메모리아)



김박사 말에 의하면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기억은 그 코드를 해석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메카닉족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거겠지.

이 노란색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기억의 주인이 메카닉족이 아닌 이곳 채널의 존재라면, 굳이 해석 같은 걸 할 필요는 없겠지.


"어떻게 해야 기억을 볼 수 있는 걸까?"

"그냥 눌러바잉!"

"아니, 찼수야!"


내가 노란색 기억을 들고 고민하자 찼수는 1g의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통통한 고양이 앞발로 플로피 디스크를 만졌다.


"이 녀석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잉!"


뭐, 망가졌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기억이 손상되면 안 되는데.


지이이잉—


[설계자 권한을 실행합니다.]


뭐야? 갑자기 왜 공중에 글자가 띄워진 거지?

설계자 권한을 실행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채널 설계자의 권한으로, Code : Cheat 016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코드 치트 016?

저 치트가 설마 내가 아는 그 치트는 아니겠지.


[열람하기를 원하시는 경우, 화면에 띄워진 우물 정자를 길게 눌러주십시오.]


"우물 정자? 이걸 누르면 되나?"

"내가 누를래잉!"


공중에 띄워진 번호판에 적힌 우물 정자를 향해 손을 뻗자, 찼수가 내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꼬리로 내 손을 쳐버렸다.

녀석의 꼬리가 예전 같지 않다. 날이 갈수록 꼬리에 살도 붙고 힘도 세지고 있다.

그 말은 즉, 지금 찼수의 꼬리에 치인 내 손가락이 매우 욱신거린다는 뜻이다.


"그래 그래, 네가 눌러라. 네가 눌러."

"아쌍!"


꾸욱—


찼수가 우물 정자를 길게 누르자, 경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것은 설계자의 지문이 아닙니다. 자동 암호화 시스템을 실행합니다.]


젠장, 자동 암호화 시스템이라니?


[Code : Cheat 016의 암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암호는 누가 만든 거지? 내가 만든 기억은 없는데.

자동 암호화 시스템은 다른 침입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만든 시스템인 것 같다.

암호라니, 어쩔 수 없지. 다른 기억을 보는 수 밖에.


"알겠니 찼수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이건 나 말고는 건드릴 수가 없어."

"이잉......"


찼수가 풀이 죽었다.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찼수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으니까.


"우왕~ 여기 짱 많당!"


그래, 저 녀석은 원래 저런 녀석이지.

야단을 맞아도 1분 뒤면 사탕 까먹듯 혼난 사실을 까먹는 그런 녀석.

저것이 찼수의 장점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기도 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저만한 장점도 없지.


"그러고 보니까...... 여기는 무슨 도서관 같은데. 치트가 나왔다면, 혹시 체셔도 나오지 않을까?"


치트 016이라 불리는 기억이 꽂혀있던 책꽂이 옆에는, 주황색으로 만들어진 플로피 디스크가 꽂혀 있었다.

그곳에 손을 대자, 아까 들렸던 음성이 다시 한 번 더 들려왔다.


[설계자 권한을 실행합니다. 채널 설계자의 권한으로, Code : Cheshire 020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체셔?


[열람하기를 원하시는 경우, 화면에 띄워진 우물 정자를 길게 눌러주십시오.]


꾸욱—


[Code : Cheshire 020의 압축을 해제하였습니다. 기억을 손상 시키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231년, 더 월드 - 가디언즈 본부)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한박사님? 현장 출동을 할 필요가 없다니요?"

"말 그대로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황대근 부대장."


우물쭈물—


"하지만, 현장에 가지 않으면 비형랑과 다른 일행들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더 월드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건가?"

"그, 그건 아닙니다만......"

"나를 믿게나. 그리고 현재 가디언즈의 반토막의 반토막이 난 병력으로 무슨 현장에 출동한다는 건가."

"......"

"따라오게."


저벅저벅—


"여, 여기는 어딥니까?"

"가디언즈 본부 내에 있는 비밀 장소다."

"비밀 장소요?"

"우리 같은 베타 계급 만이 올 수 있으며 알고 있는, 비밀의 공간이지."

"여기서 무얼 하나요?"

"이걸 보게."


슥—


"이게 뭡니까?"

"열추적탄이다."

"열추적탄?"

"비형랑과 이하응, 조준, 정지희 그리고 스노우를 잡기 위한 도구지."

"오오......"

"이 열추적탄에서 포탄이 한 번 발사되면, 목표한 상대를 죽을 때까지 쫒아다니지. 상대가 죽지 않는 한, 포탄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거다."


이야—


"굉장하군요."

"그럼 이제 이곳에 내가 아까 말했던 5명의 흔적을 넣겠다."


스윽—

띠리릭—


"뭘 넣으신 겁니까?"

"사전에 미리 챙겨 놓은 5명의 흔적이다. 머리카락이나 옷이 찢어진 거나 그런 것들."

"약간 소름 끼치네요. 뭐랄까, 아주 오래전 인류가 했다는 주술 같기도 하고요."


띠리리릭—


[비형랑, 이하응, 조준, 정지희, 스노우. 5명 확인되었습니다. 포탄을 장전합니다.]


"헉! 지금 발사되는 겁니까?"

"자네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당장 발사될 걸세."

"어, 언제...... 이걸 당기지요...?"

"내가 명령하면 당기게."

"5명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김진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 중인 것 같네. 정확한 위치는 아직 파악 중일세."


흐음—


"왜 김진수를 시키지 않으신 겁니까? 채널이 아니라 더 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사상경찰을 시켜도 되는 게 아닙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처음부터 김진수를 총대장으로 앉힐 계획이 있었네."

"그런데 왜......?"

"김진수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나?"


절레절레—


"김진수는 지금 상태가 좋지 않아."

"의체가 부서졌나요?"

"의체가 부서진 것 정도로는 저렇게 까지 망가지지 않지. 김진수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얘기다."


갸웃—


"정신 상태가 이상해 지는 게 무엇입니까?"






(2231년, 더 월드 - 특수 상해 치료센터 - 5층 510호 입원실)



똑똑똑—


"......"


똑똑똑—


[김진수 환자분, Android care 5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

[제가 예전에 듣기로 강한 부정은 긍정의 의미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들어가도 좋다는 뜻으로 알고 들어가겠습니다.]


끼이익—

지잉—


[김진수 환자분, 점심을 드셔야 합니다. 현재 시각은 오후 3시입니다. 점심을 드셔야 약을 드실 수 있습니다. 약을 드셔야.......]

"조용히 해, 안드로이드 케어 5! 나도 알고 있으니까!"

[과한 흥분은 회복에 좋지 않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끄응!"


슥—


[여기 한입 거리로 간단히 드실 수 있는 마들렌입니다. 이 안에 약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거라도 드셔야 합니다. 김진수 환자분을 돌봐드려야 하는 것이 Andrioid care들의 의ㅁ.......]

"아, 알겠어! 알겠다고! 먹으면 되잖아!"


휙—

꿀꺽—


"자, 됐지? 이제 그만 나가봐라."

[Android care 5는 김진수 환자분이 걱정 됩니다. 이곳 특수 상해 치료센터에 오신 환자분들은 대체로 심장이 아파서 오신 분들이라고 합니다.]


쯧쯧—


"심장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다, 이 멍청한 안드로이드 자식아."

[마음이 아프다는 개념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제 알고리즘에는 그런 수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아—


"됐다, 됐어. 기계들하고 이런 얘기나 하는 내가 한심하지."

[왜 마음이 아프십니까?]

"...뭐?"

[마음이 왜 아프시느냐 물었습니다.]

"......"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 위해서, 저는 알고 싶습니다.]

"...무언가에 씌인 기분이 들었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어. 그리고 나의 예상은 정확했어. 그 자가 내 몸속에 들어와 내 혈육을 죽인 거야. 한 때는 동료였던 자들도 모두."


지이이잉—


[그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것입니까?]

"마음이 조금 이상해. 그냥... 조금 이상해.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봐."

[이상하다는 건 애매한 개념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추상적이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은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이전의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채널 - 메모리아)



내 예상대로 Code : Cheshire 020의 주인은 바로 체셔였다.

그럼 아까 찼수가 건드렸던 기억은 자동적으로 치트의 기억이 되겠지.

체셔는 메모리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체셔가 메모리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바로 체셔의 아내 체사가 죽은 직후였다.

메모리아 무엇인지 알고, 또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된 체셔는 하나의 욕심을 품게 되었다.


바로 자신의 죽은 아내, 체사를 살리려는 욕심이었다.

허나 죽은 것은 되살릴 수 없다.

더 월드에 탈모 치료제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체셔가 죽은 아내를 살리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하우징은, 그를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체셔가 하우징이 자신의 아내를 죽였다고 믿는 아주 안 좋은 때였다.


'그건 안 된다, 체셔! 죽은 자는 죽은 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거야.'

'하우징, 당신이 제 마음을 아십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내 마음을 아느냐고?'

'호문쿨루스가 그걸 악용할 거다! 호문쿨루스는 메모리아의 존재를 알고 있단 말이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이 부분까지 봤을 때는, 나도 체셔처럼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기억 속의 하우징에게 되물었었다.

하지만...


'체셔.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지? 누가 너에게 메모리아로 가면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고 했느냐고?'

'모기지.'

'뭐?'

'모기지가 그랬습니다.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고.'

'그건 거짓말이야! 모기지는 호문쿨루스와 한 통속이라고!'

'당신이야말로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모기지가 체사를 위해 싸워줬다고 지금 질투하는 겁니까?'

'체셔....'

'날 막지 마세요!'


결국 체셔는 모기지에게, 아니 호문쿨루스에게 속아 체사를 되살렸다. 아니, 되살렸다고 믿었다.

체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건, 당연하겠지만 거짓말이었다. 죽었던 체사는 되살릴 수 없었다. 체셔가 되살린 것은 그저 체사의 기억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체사는 부활할 수 없었다.


체사를 죽였던 것은 모기지가 맞았다.

모기지가 체사를 죽였던 그 때는, 모기지가 호문쿨루스의 힘을 아주 조금 받아 날뛰던 바로 그 때였다.

체사가 모기지에 의해 죽으며 호문쿨루스의 힘 일부가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왔고, 그녀가 죽어 메모리아로 가게 된 것이다.


모기지가 체셔에게 체사를 살릴 수 있다고 꼬드겼던 건, 체셔가 체사의 기억을 건드리면 호문쿨루스의 힘 일부가 채널 속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체셔는 모기지와 호문쿨루스 둘에게 희망 고문을 당한 셈이었다.


원래도 차별 받던 체셔는 호문쿨루스의 힘이 채널 속으로 들어와 센트럴로 진입해 사람들을 괴롭히자, 호문쿨루스라는 악마를 들여보낸 채널의 배신자가 되어버렸다.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모기지는 그런 체셔를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영악하게 괴롭혔다.


체셔를 악당으로 만들어버린 후 자신은 호문쿨루스를 해치우는 영웅처럼 묘사한 것이다. 사실은 호문쿨루스를 지지하지만 서도 말이다.

결국 모기지는 센트럴의 주민들에게 영웅이 되었고, 체셔는 악당이 되었다.


지이잉—


[Code : Cheshire 020가 종료됩니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봐잉..."


아까부터 말 없이 얌전히 내 옆에 앉아 체셔의 기억을 듣던 찼수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아빠의 과거를 생생하게 듣게 된 찼수는, 울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 무덤덤하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빠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어잉."

"......"

"내가 아빠였어두, 엄마를 살리고 싶어했을 거야잉."

"......"

"나는 우리 엄마 얼굴 본 적 없지만, 분명 좋은 분이셨을 거야잉."


다다다—


누군가 계단을 타고 이곳 4층으로 내려오고 있다. 김박사인가?


"이민준! 이민준!"


김박사다.


"코드를 해독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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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52. 마지막 인사 (2) 21.06.28 27 1 13쪽
152 151. 마지막 인사 (1) 21.06.27 26 1 12쪽
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3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1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4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2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8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2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4 1 12쪽
» 142. 메모리아 (3) 21.06.18 23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3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5 1 13쪽
140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6 1 13쪽
139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9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6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4 1 13쪽
135 134.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1) 21.06.10 25 1 12쪽
134 133. 시스템 관리자 (3) 21.06.09 21 1 13쪽
133 132. 시스템 관리자 (2) 21.06.08 23 1 13쪽
132 131. 시스템 관리자 (1) 21.06.07 28 2 13쪽
131 130. 겁쟁이의 용기 21.06.06 25 1 13쪽
130 129.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21.06.05 24 1 13쪽
129 128. 매운 맛? 순한 맛? 21.06.04 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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