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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연재수 :
1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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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8
추천수 :
249
글자수 :
937,572

작성
21.06.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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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53. 마지막 인사 (3)

DUMMY

(채널 - 메모리아)



덜덜덜—


"안 돼...... 안 된다고! 난 여기서 끝날 수 없어!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내가 얼마나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는데! 내가 여기서 죽는다고? 이 진박사가? 그럴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다고! 지금 죽기엔 억울해! 억울하단 말이다! 비형랑! 넌 내 노력을 짓밟은 거야!"


쯧쯧—


"네 부하 황대근은 죽었다. 네가 너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던 황대근 말이야."


툭—


"황대근의 시체다. 너와 함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지. 진박사, 지금의 너에게 남은 건 뭐지?"

"......"

"너에게 뭐가 남았지? 네 죽음을 슬퍼할 사람은 있나? 너의 이 무모하고 멍청한 행동에 대해 조언할 사람은? 너에게 따듯한 충고 한 마디 할 사람은?"

"......난 충고 따위 받지 않는다 비형랑. 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난 더 월드의 총통이 될 인재다. 그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해. 모두가 날 두려워하고, 날 존경하고, 날 우러러 보니까. 난 그런 존재다. 모두의 머리 꼭대기에 위치한 그런 존재."


절레절레—


"다른 놈들은 널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그저 너에게 말을 안 했을 뿐이야."

"뭐?"

"소용 없다는 걸 안 거지. 너에게 말해 봤자,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누가 그런 무엄한 생각을....?!"

"데우스, 마키나."


휙—


"이제 시작하자."

"......"

"응."


갸웃—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비형랑! 뭘 하려는 거야?!"

"진박사."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뭐?"

"나 이런 말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 멋있잖아."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A동 4층)



채널 설계자의 권한으로 찼수를 재설정해야 한다.

비형랑이 아직 채널을 파괴하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불안하거든, 채널 설계자의 권한으로 찼수를 재설정하면 된다.'


비형랑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건, 분명 이유가 있겠지.

잘 생각해보자. 채널 설계자의 권한을 이용해서 찼수의 데이터 정보를 찾아보자.

하지만..... 어떻게?


웅웅웅—


이 소리는?


웅웅웅—


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진동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여전히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 왼 팔을 간신히 뻗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주머니 속에는 찼수를 재설정 할 수 있는 열쇠 하나가 들어있었다.






(채널 - 메모리아)



웅웅웅—


"?!"

"아, 민준 오빠가 드디어 찾았나 보네요."

"마키나.......?"

"사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의 명쾌한 해답은 공책에게 있었는데, 그 오빠는 그 사실을 이제 서야 깨달았나 보네요."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A동 4층)



됐다. 공책을 잡았다. 호문쿨루스가 찼수를 죽이기 전에 빨리 해결해야 한다.


웅웅웅—


[오랜만이네.]

그러게.

[이제 우리가 영원히 이별해야 할 때가 온 건가?]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가 계속 붙어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린 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잖아?

[그건 그렇지. 그보다 찼수를 재설정하려는 거지?]

그래. 시간이 없다. 빨리 해야 해.

[찼수는 반쪽 짜리 메카닉 족이지. 찼수의 몸 속에 있던 호문쿨루스의 힘을 내가 다시 불러올게.]

뭐? 호문쿨루스의 힘이라면 이미 사라졌어. 찼수의 몸 속에 있던 힘을 호문쿨루스가 지워버렸다고.

[지워버리면, 완전히 없는 게 되는 거야?]


......뭐?

[우리는 늘 착각에 빠져 살고는 하지. 지워버렸으니까, 잊어버렸으니까 이젠 없는 일이 되는 것이고, 이젠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는 거라고.]

......

[난 기계 장치다. 난 채널의 관리자야. 호문쿨루스가 채널 속에 왔을 때 남긴 흔적을 내가 못 찾을 것 같아?]






(채널 - 메모리아)



"마키나, 찼수는?"

"지금 재설정 중이야 데우스. 거의 다 했어."

"시간이 없어."


휙—


"비형랑....."

"시간이 없다. 빨리 해야 해. 우리 세 명의 모습이 흐려지고 있는 게 보이지 않나? 채널은 파괴되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어. 채널이 파괴되면, 호문쿨루스를 죽일 수 있는 기회도 날아가 버려."

"......"

"어서, 마키나!"

"호문쿨루스의 흔적은 이미 찾았어요. 지금 막 찼수도 재설정 했고요."

"잘됐군."


하아—


"하지만... 이렇게 되면 찼수도 죽어요. 호문쿨루스야 당연히 죽겠지만, 찼수도 무사할 수는 없어요. 뭔가 방법이......"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A동 4층)



뭘 하려는 거야? 기계 장치 아니, 마키나! 그렇게 되면 찼수도 죽어!

[방법이 있어.]

무슨 방법인데?

[찼수는 버림 받은 반쪽 짜리 메카닉 족이에요. 메카닉족은 고양이 같은 동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당연하지.

[하지만 찼수는 고양이로 변신하고는 해. 체셔도 그랬고. 지금부터 찼수의 몸 속에 있는 호문쿨루스의 힘 외에 메카닉족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 정보를 지울 거야.]

뭐? 뭐 하려는 거야? 목적이 뭔데?

[찼수를 평범한 인간으로 만드려는 거야. 원래의 찼수 모습으로 되돌려 줄 거야.]






(채널 - 메모리아)



"쉽지는 않을 걸? 찼수는 메카닉족의 기술력으로 개조 된 반쪽 짜리 메카닉 족의 아들이야. 애초에 메카닉족 측에서 체셔와 체사를 개조한 거란 말이야. 마키나 네가 찼수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줄 수 있겠어?"


끄덕—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난 할 수 있어 데우스."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해야 할 걸? 빨리 하면 정확도도 떨어져."

"애초에 체셔와 체사는 처음부터 인간이었어. 메카닉족에서 체셔와 체사를 마치 처음부터 메카닉족 이었던 것처럼 꾸며 자기들 입맛대로 개조시킨 거야."

"......"

"그들은 아주 오랜 세월을, 자신들의 삶 전체를 반 쪽짜리 메카닉족으로 살아온 거야."


절레절레—


"그러니까 마키나, 찼수는 이미 거의 메카닉족이나 다름 없는 상태야. 불가능해. 인생의 대부분을 개조된 채로 살아왔다고!"

"아니! 본질은 변하지 않아!"

"......"

"본질은,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A동 4층)



호문쿨루스가 침을 흘리며 깊은 잠에 빠진 찼수를 높이 들어 올렸다.


{찼수, 체셔의 아들. 우리가 인간을 메카닉족으로 바꾸려 노력했을 당시 가장 처음 개조된 마루타였던 존재, 체셔.}


마루타?

체셔를 마루타로 사용했던 거야?


{고도의 집중력과 엄청난 수고와 노력을 들여 체셔를 개조했지만...... 우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인간이었던 체셔는 결코 메카닉족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체셔는 메카닉족도, 인간도 아닌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체셔를 데리고 생체실험을 한 거란 말인가. 인간이었던 체셔를?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나, 호문쿨루스는 지금 당장 찼수의 목숨을 끊어 이 허망하고 비참한 삶의 굴레를 끊어주도록 할 것이다. 이 시간 이후로 찼수는 영원하고 행복하며 나른한 잠에 빠져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찼수를 향한 나의 마지막 자비이자, 선물이다.}

"개소리 하지마!"


휙—


나의 외침에 호문쿨루스는 찼수를 품에 안은 채 날 쳐다보았다.

호문쿨루스의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이, 날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시작할까?]

마키나, 지금 당장 시작해! 당장!






(채널 - 메모리아)



"때가 되었네요. 슬슬 마무리를 짓죠, 비형랑."

"......재설정은 완벽하게 했겠지 마키나?"


씨익—


"당연하죠."

"그나저나 이민준이 네가 공책이라는 걸 알아챈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마지막 인사라도 하지 그래?"

"......비형랑 오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피식—


"하긴, 우리 세 명 모두 이젠 끝이네. 아니.... 다섯 명이라고 봐야 하나? 게코랑 진박사도 있으니까."

"날 묶어두고 뭘 하려는 거야 비형랑! 채널을 없애면 우린 다 죽는다니까?!"

"채널의 본질이 흐려졌어. 채널은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그 힘을 이용해야 할 것 아냐? 멍청이들 아냐, 이거? 왜 줘도 못 먹냐?!"


절레절레—


"진박사. 너무 강한 힘은 때론 독이 된다."

"데우스! 너도 처음에는 강한 힘을 원했었잖아! 아니야?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를 보니까 너 역시 처음에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던데?!"

"......"

"김박사가 그걸 알아챘고, 김박사는 데우스 널 설득했던 거야! 그래서 네가 쓸데 없이 이민준 편에 선 거지!"

"......"

"데우스, 넌 채널의 전원 버튼이야. 얼마든지 채널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고!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거냐?! 너 역시 나처럼 욕망에 가득찬 놈이야! 네 안에 있는 야망을 모른 척 하지 마! 김박사와 함께 채널을 이용해 국가 전복을 꾀하려 했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김박사가 네 진짜 이름을 알고도 왜 묵인했는데! 내가 모를 것 같냐고?!"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A동 4층)



[호문쿨루스가 찼수를 죽이게 내버려 둬.]

뭐라고?

[내버려 둬. 그래야 해. 그래야 찼수가 살아.]

확실한 거야?

[어느 정도는.]

어느 정도는?

[99퍼센트의 확률로 찼수와 호문쿨루스는 죽을 것이고, 1퍼센트의 확률로 찼수는 살고 호문쿨루스는 죽을 거야.]


이봐... 그건 어느 정도가 아니잖아? 너무 높은 확률이잖아?

[날 믿어봐.]

널 어떻게 믿어?

[넌 내가 누군지 알잖아.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잖아. 그리고 지금의 넌 어차피 전투능력을 상실한 상태라 호문쿨루스를 막을 수도 없어.]


푸욱—


호문쿨루스가 찼수를 찔렀다. 그러자 감겨있던 찼수의 두 눈이 번쩍 하고 뜨였다.


"끼잉.....!"

{뭐, 뭐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문쿨루스의 날카로운 팔에 찔린 찼수는 죽지 않았다.

그 어떠한 고통에 가득찬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피 한 방울도 찼수의 몸에서 나오지 않았다.

찼수는 그저 낑낑거리기만 했을 뿐이다.


{이거.... 이거 왜 이래?! 왜 안 죽는 거지? 이민준! 대체 뭘 한 거냐?!}


지이이잉—


공중에 화면이 하나 띄워졌다. 그 화면 속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백신 프로그램을 활성화 합니다. 바이러스를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배, 백신 프로그램을 활성화 한다고? 말도 안 돼! 찼수의 백신은 나에게 무용지물이야!}


지잉—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제거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당연히 제거해야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난 바이러스가 아냐!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꾸욱—


[바이러스를 제거합니다.]






(채널 - 메모리아)



"응? 데우스! 넌 나와 같은 부류야! 네 본 모습을 외면하려 하지마! 그건 본능일 뿐이니까!"

"진박사."

"넌 원래 그런 놈이야! 그런 놈이라고!"

"맞아."


흠칫—


"마.... 맞다고? 역시..... 역시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난 그런 놈이다. 욕심도 많고, 야망이 넘치고, 욕망으로 뒤덮인 탐욕 덩어리일 뿐이다. 난 그런 놈이다."

"거 봐! 인정하니까 좋잖아! 넌 그런 놈이야!"

"하지만 욕망을 가진 자들이 모두 너처럼 타락하지는 않았다."

"뭐? 타락?"

"욕망은 양날의 검이다. 때로는 빛이 되고, 때로는 어둠이 되고는 하지. 넌 어둠을 택했고, 난 빛을 택했다."


울컥—


"데우스! 너 혼자 잘난 것처럼 굴지 마!"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 어둠 속에 있군."

"뭐, 뭐라고.....?"


휙—


"백신 프로그램이 실행되었다. 비형랑?"

"......"

"남은 시간은?"

"글쎄, 한 15초쯤?"


훗—


"얼마 남지 않았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껏 해라 데우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나에게 쌍욕을 해도 기꺼이 웃으며 받아줄 테니."

"너한테 따로 할 말 따위는 없다 비형랑."

"역시!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나한테 말하는 싸가지 좀 봐라!"


휙—


"마키나."

"......오빠."

"말도 지지리 안 들어 처먹고 제멋대로 행동한 나를 가족으로 대해줘서 고마웠다."

"........"


5......4......3....


"마키나, 비형랑! 다음 생에는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자!"

"안 돼에!! 난 살려줘! 난 더 월드의 수석 박사야! 곧 총통이 될 몸이라고!!!!"


2......1......


콰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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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52. 마지막 인사 (2) 21.06.28 27 1 13쪽
152 151. 마지막 인사 (1) 21.06.27 27 1 12쪽
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3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1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4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3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8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3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5 1 12쪽
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3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3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6 1 13쪽
140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7 1 13쪽
139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9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6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4 1 13쪽
135 134.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1) 21.06.10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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