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팔용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구팔용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연재수 :
156 회
조회수 :
8,794
추천수 :
249
글자수 :
937,572

작성
21.06.14 18:30
조회
24
추천
1
글자
13쪽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DUMMY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한박사, 김탄과 김진수는 도착했는가?"

"그렇습니다 진박사님. 방금 전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이야말로 드디어... 김박사의 죽음을 볼 수 있게 되겠군......"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김진수는 사상경찰 전용 단검을 양 손에 쥔 채 자신의 아버지, 김박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박사는 꼼짝도 하지 않고 마치 땅에 뿌리라도 박힌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당신을 죽여야 해."

"......"

"당신을 죽여야 내가 호문쿨루스님께 인정을 받을 거야."

"......오랜만이구나."


김박사의 난데없는 인삿말에 김진수는 표정을 찌푸렸다.


"이 노인네가 죽을 때가 돼서 노망이 났나? 갑자기 왜 이래?"

"네가 이름 없는 형제단 본부로 날 잡아가던 날이 기억 나는 구나."


맞다.

김박사는 이미 김진수에게 잡힌 전적이 있었지.

이번까지 합하면 벌써 두 번이나 자기 아들에게 붙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박사가 끌려가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


"이곳에 반역자들이 아주 많군!"


김진수가 임정연과 정지희, 오세훈과 칠형제를 훑어보며 말했다.


"특히 너는......."


김진수가 칼 끝으로 임정연을 가리켰다.


"내게 갚아야 할 빚이 아주 많지."


빚이 많다고? 임정연이?


"내가 네게 무슨 빚을 졌지?"


임정연의 말에 김진수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게 졌다.


"뭐? 야 임마! 네가 우리 사상 경찰을 무시했던 것 기억 안 나냐?!"

"난 사상경찰을 무시한 적이 없다."

"알파 계급인 네가, 우리 베타 계급을 개무시 했잖아!"

"다시 말하지만 난 그런 적이 없다."

"죽은 총통께서 내리신 임무를, 너희 가디언즈가 모두 빼앗아 갔어! 우리에게는 잡일만 시키고!"

"멍청한 놈! 애초에 가디언즈와 사상 경찰은 창설 목적이 서로 달랐어. 사상 경찰은 더 월드의 인간들을 감시하는 것이었고, 가디언즈는 채널을 지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겠냐?"


인간들을 감시하는 것이라.

하긴, 사상경찰은 말만 경찰이지 실제로는 당을 위한 경찰이었으니까.

더 월드의 인민들을 위한 경찰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더 월드 인민들에게는 권리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권리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도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과도한 의무만이 부여될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국가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통제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 어떤 물품을 사는지, 어디에 돈을 썼는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또 알아내려 애썼다.

우리는 모두, 당의 발전을 위한 일종의 우리에 갇힌 실험용 햄스터들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였다.


"뭐, 됐어. 아무렴 어때. 이제 내가 가디언즈의 총대장이 될 텐데!"


김진수가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오세훈을 보며 말했다.


"저런 멍청한 놈은 가디언즈의 총대장이 될 자격이 없어! 난 사상경찰 총사령관 겸, 가디언즈의 총대장이 될 것이다! 내가 베타 계급에서는 최초로 가디언즈의 총대장이 되는 거야!"


욕심도 많아라.

두 개의 직급. 그것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두 직급을 한번에 맡으려 하다니.

그러다 가랑이 찢어질라.


"저항하려 해도 소용없다. 사상경찰 총사령관의 권한으로, 너희를 체포하겠다."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비형랑이 김박사와 다른 일행들을 자신의 뒤로 물리고 자신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조준과 이하응은 비형랑과 함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야~ 이게 누구야? 흑도 비형랑 아니신가."

"우리야말로, 널 좀 체포해야겠다."


비형랑의 말에 김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 날 체포해? 네가 무슨 권리로? 네가 사상경찰 캡틴이라도 돼?"

"그딴 건 상관 없어. 난 직급이나 권위에는 관심 없으니까. 널 체포하는 건 권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

"그냥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꼭 그래야 하기도 하고."

"개 같은 소리!"


휘익—


김진수가 비형랑을 향해 양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휘둘렀다.


"쯧."


패기 넘치는 김진수의 공격이 무안하게, 비형랑은 마치 파리를 피하듯 김진수의 단검을 가볍게 피했다.

아니, 피했다기보다는 그냥 고개를 옆으로 옮겼다고 해야 더 옮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김진수는 비형랑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이거 괜히 도와주겠답시고 따라온 건가. 비형랑이 알아서 잘 할 것 같은데.


"내가 도와주겠다!"


이번에는 김탄이 들고 있던 총을 비형랑의 심장을 향해 쏘았다.


스르르륵—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비형랑은, 검은 연기만을 남긴 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어디에다가 쏘는 거냐?"


나무 위에 비형랑이 있다.

대체 얼마나 더 수련해야 비형랑처럼 저런 유용한 흑귀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스르르륵—


나무 위에 있던 비형랑이 옷에 묻은 나뭇잎을 툭툭 털며 땅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내가 왜 너희를 공격하지 않는지 궁금하냐?"


비형랑이 얼 빠진 표정을 한 김진수와 김탄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평소 내 성격 같았으면 너희를 죽이고도 남았을 거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말이야."


그건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런 내게도 인정이라는 게 존재한다."


비형랑이 굳은 표정의 김박사를 쳐다보았다.

김박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두 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김탄. 넌 알지?"


비형랑이 손을 떨고 있는 김탄에게 말했다.

그가 하도 손을 덜덜 떨어서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권총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네 아빠를 죽이고 싶나? 너에게 단 하나 뿐인 가족을?"


이제 김탄의 몸은 마치 진동벨 마냥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나, 나는......"

"그거 하나 알려줄까, 김탄?"

"......"

"인간이라면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몇가지가 있어. 살인이라던가, 도둑질이라던가, 강간이라던가......."

"......"

"그런데 그런 절대적인 죄가 아니라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는 실수들이 존재하지."

"......"

"저 놈이 나에게 잘못 해서 죽도록 미워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허무할 정도로 마음이 녹아버리는 것이 인간이야."

"......"

"그리고 그런 현상은, 가족 사이에서 유독 빈번하게 일어나지."


김탄이 김박사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김박사는 그런 김탄을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물론 네가 네 아빠를 용서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을 거다. 분명 또 다시 네 아빠가 미워지는 날이 올 거야."

"......"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어. 네 잘못도 아니고, 김박사 잘못도 아니거든."

"......"

"바로 그게 애증이라는 거다, 김탄."


돌이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정도로 뒤틀려버린 김박사와 김탄의 사이.

저들이 저렇게 된 것은 저들의 탓이 아니다.


이 사태의 모든 원인과 잘못은 전적으로 당에게 있다.

알파와 베타 계급에게 가족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저들은 행복하지 않다. 저들은 가장 친밀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에게 오히려 상처만 받고 있었다.

갈등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없애겠다고 장담했던 당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이라는 상처를 빗어냈다.


더 월드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

이제 이 끔찍한 비극의 막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 시끄러워!"


김박사와 김탄을 노려보며 김진수가 소리쳤다.


"야, 김탄. 너 잊었어? 여유 장관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신 말을?"

"......"

"우리에게 큰 부와 명예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어! 호문쿨루스님께서 직접 하사하시겠다고 하셨다고! 이건 둘도 없는 기회야, 김탄!"

"......이 개 같은 멍청아."


김탄이 나지막히 뱉은 말에 김진수는 망치로 한 대 맞은 표정을 지었다.


"ㅁ, 뭐? 개 같은?"

"우린 이용 당한 거다!"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김진수와 김탄의 움직임이 너무 없네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습니다만."

"걱정할 것 없다네 한박사."

"......?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박사님?"


후후—


"김탄은 이미 지 애비랑 십년을 넘게 떨어져 살았어. 그리고 김탄은 김박사와 함께 지낼 때부터 김박사를 증오했다. 능력과 재능은 타고난 주제에 권력 욕심이 없는 자신의 애비를 김탄은 늘 부끄러워 했지."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라는 건 예상할 수 없는 겁니다. 김탄은 김박사처럼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닙니까?"


흥—


"인간의 뇌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러는가? 두고 보세. 김탄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뭐? 이용?"


김탄의 말에 김진수는 그를 있는대로 노려보았다.

김탄은 김진수의 기에 눌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예전에 애정관에서 일할 때 들은 적이 있어. 내 뒤에서 날 보며 수근대는 목소리들을 말이야."


김탄이 애정관에서 일을 했었나.

그닥 유쾌하지 않은 곳에서 일을 한 것 같군.


"그들은 나에게 또 다른 형제가 있다고 했어. 여유 장관실에서 널 처음 봤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런 끔찍한 임무를 맡지 않았을 텐데......."


김탄이 알아챈 것 같다.

김진수가 자신의 친동생이라는 걸.

하지만 김진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실이다, 김진수. 넌 내 동생이다. 그것도 친동생."

"......뭐?"

"김박사와 인간 여자사이에서 과거의 원시적인 방식으로 태어난 나의 동생이란 말이다."

"......그럴 리가."

"......"

"그럴 리가 없어. 내가 그런 더러운 방법으로 태어났을리가 없어. 난 기계인간이야. 난 하찮은 인간이 아냐. 난..... 난..... 난...."


이제는 김탄이 아닌 김진수가 온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여유 장관에게 받았다는 임무는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김진수에게 남은 것은, 여유 장관의 숭고한 임무가 아닌 그의 분노 뿐이었다.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슥—


"이게 뭔가 한박사?"

"도청 장치입니다."


슥슥—


"도청 장치?"

"네. 김탄과 김진수의 몸에 도청 장치를 붙여 놓았습니다."

"...자네가 만들어낸 것인가?"

"그렇습니다."

"함부로 개인적인 도청 장치를 만드는 것은 더 월드 보안법 위반인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이는 비상사태법 위반이기도 해."


끄덕—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진박사님."

"그런데 왜 이런 위험한 물건을 만든 거냐?"

"아무래도 불안해서요."

"...불안해?"

"진박사님 말대로라면, 김탄과 김진수는 모두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지요."


끄덕—


"그렇지."

"저번에 김진수가 호문쿨루스님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확실히 알게 되었죠. 이 둘은 인간에 좀 더 가깝다는 것을요."

"......그래서 불안하다는 거냐? 인간이라서?"

"김진수가 저토록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증거지요. 인간이라는 종은 역사적으로 하찮은 그놈의 권력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고는 했으니까요."

"그럼 굳ㅇ........"


휙—


"잠깐만요. 뭐가 들립니다."

"...뭐가 들리는데?"


지지직— 지직-


"......김진수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아냈나 봅니다."

"안 좋게 흘러가는 건가?"

"김진수같은 인간은 정확히 확률이 반반입니다."

"......"

"50퍼센트의 확률로 김박사와 일행들을 잡아오거나, 아니면....."

"......"

"이성을 잃고 다 같이 자멸하거나."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으아아악! 씨발! 씨발!"


김진수가 이성을 잃었다.

저 녀석은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단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의 짐승보다도 못한 모습에 김탄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가만 안 둬, 가만 안 둬!"


파악—


김진수가 김탄을 인질로 잡았다.

김진수는 자신의 친형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 이 새끼 죽을 수도 있어. 내가 죽일 수도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로 찾기 게임 - 지도 21.03.18 105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2.08 52 0 -
156 155. 새로운 시작 (完) 21.07.01 79 1 17쪽
155 154. 되찾은 시간 21.06.30 30 1 13쪽
154 153. 마지막 인사 (3) 21.06.29 22 1 13쪽
153 152. 마지막 인사 (2) 21.06.28 24 1 13쪽
152 151. 마지막 인사 (1) 21.06.27 26 1 12쪽
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3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1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4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2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8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2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4 1 12쪽
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2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2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5 1 13쪽
140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6 1 13쪽
»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8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5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3 1 13쪽
135 134.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1) 21.06.10 25 1 12쪽
134 133. 시스템 관리자 (3) 21.06.09 21 1 13쪽
133 132. 시스템 관리자 (2) 21.06.08 22 1 13쪽
132 131. 시스템 관리자 (1) 21.06.07 27 2 13쪽
131 130. 겁쟁이의 용기 21.06.06 24 1 13쪽
130 129.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21.06.05 22 1 13쪽
129 128. 매운 맛? 순한 맛? 21.06.04 2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