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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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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최근연재일 :
2021.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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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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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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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DUMMY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그만 둬라, 김진수 이 못된 이 녀석아!"


정지희와 오세훈 뒤에서 매우 앳된 얼굴을 가졌지만 몸은 할아버지처럼 늙은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네 녀석을 살려두는 게 아니었다! 김박사님께서 아무리 애원해도, 나는 널 그냥 죽였어야 하는 거였어!"

"......천강호님."


천강호? 이름이 천강호인가?


"저 남자는 이름 없는 형제단 단원이야."


내 옆에 앉아 풀 숲 너머로 모든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스노우가 말했다.


"보통은 칠형제라고 불리지."






(약 NN년 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이, 이게 뭡니까 김박사님?"

"천강호. 날 좀 도와주게."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 급하신 겁니까?"


허둥지둥—


"이리로, 이리로 와 보게."

"?"


저벅저벅—


"뭘 보여주시겠다ㄴ.......?"

"아들이 태어났네. 둘째 아들 말이야."

"......김박사님, 이건........"


응애응애—


"이름을 지어줬어. 김진수라고. 내 아내가 지어줬다네."

"......"

"내 아내와 진수를 부탁하네. 자네가 생각하는 좋은 곳에, 이 둘을 숨겨주게. 안전하게만 숨겨주면 된다네. 내가 괜찮을 때 언제라도 아내와 진수를 찾아볼 수 있게 해주게."


절레절레—


"하지만 김박사님. 이건......"

"나도 알아. 명백한 위법 행위인 걸. 하지만 난 이 둘을 개죽음 당하게 놔둘 수 없어."

"강호씨."


휙—


"김박사 말대로 해줘요."

"하지만 사모님..."

"당신은 안전할 거예요.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김박사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쓸 테니까요."


꿀꺽—


"유기된 아이였던 저를 친자식처럼 돌보고 키워주신 두 분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

"......"


꿀꺽—


"저는 늘 두 분의 크신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네요."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김진수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천강호, 즉 칠형제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번에 이름 없는 형제단 본부에서 봤을 때는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였을 줄은 몰랐군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했는데, 이름 없는 형제단원이 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실망스러우냐?"

"당신이 그런 상스러운 집단에 가입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감히 당을 배신할 줄은 몰랐지요."


김진수의 싸가지 없는 말투가 갑자기 공손한 투로 바뀌었다.

자기가 어릴 때 자신을 돌보아준 사람이라 공손한 게 틀림 없다.


"김박사님의 부탁으로 난 널 친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돌보아 주었다. 인간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죄로 죽을 운명이었던 널 살려주었단 말이다."

"......"

"그런데 이렇게 망가져 있을 줄은 몰랐구나."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 아닙니다."

"......뭐?"

"날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당신 탓이야!"


척—


김진수가 검지 손가락으로 김박사를 가리켰다.

김박사의 표정은 복잡함, 그 자체였다.


"내가 인간 여자 몸에서만 안 태어났어도 난 분명 알파 계급이었을 거야!"


김진수 녀석, 대체 언제까지 계급 타령을 할 거지?


"내가 베타 계급이기 때문에 사상 경찰 따위밖에 못 하는 거야!"


사상 경찰 따위라니, 우리 같은 델타 놈들은 사상 경찰 따위라도 하고 싶어 서로 안달인데. 섭섭한 소리를.


"그래도 나름 총사령관인데 짜증 나게 이상한 인간 여자를 유배지로 보내는 역할이나 맡게 하고 말이야!"


이상한 인간 여자? 유배지?

설마 저녀석......?


풋—


칠형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는 허탈한 웃음이었다.


"김진수 네가 보낸 그 여자가 바로 네 엄마다, 이 멍청한 놈아."






(약 NN년 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죄송합니다, 김박사님."

"......"

"김진수가 역대 사상경찰 중 최연소 총사령관이 되었습니다."

"......"

"총통께서는 그런 녀석에게 유배지로 범죄자를 직접 보내라고 명하셨습니다. 바로 김박사님의 아내 분을 말이죠."

"......"

"사모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절레절레—


"아니, 난 괜찮네."

"......"

"아니, 사실 안 괜찮네."

"......"

"그러나 언젠 가는 들켰을 거야, 그렇지?"

"......"

"다만 나는 이렇게 따듯한 방 안에서 살아 숨 쉬고, 그녀 혼자 쓸쓸하게 타지에서 죽어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긴 하군."


허허—


"내 아들놈은 어떻던가? 상태는 좋던가?"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진수는 현재 총사령관이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껄껄—


"확실히 김박사님의 유전자를 받아서 그런가, 김진수의 전투실력도 나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김진수 녀석이 자기의 재능만을 믿고 연습을 게을리 해서 문제지요."

"내 두 아들놈의 공통적인 문제라네."

"정말 말 안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끄럼—


"......뭘?"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훗—


"됐어. 내가 지 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서 좋을 게 없어."

"하지만, 자기가 유배지로 끌고 가는 그 여자가 자기 엄마라는 걸 모른다는 건 분명 이상합니다."

"......"

"이건 뭔가 잘못 됐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천강호."


꿀꺽—


"예."

"애초에 이 세상이 잘못된 거야."

"......"

"만약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이었다면, 거짓으로 뒤덮인 세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야."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이게 다 무슨 말인가.

결국 김진수는 희대의 패륜아가 되어 버린 거로구나.


"그런 인간 여자 따위, 죽는다고 뭐 별일 있겠어?"

"으윽!"


김진수가 자신의 친형 김탄의 목에 단검을 더욱 깊이 들이밀며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김진수는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게 뭔데?"


김진수가 초점이 없는 눈동자로 김박사를 노려보았다.


"가족이라는 건 그저 함께 하는 구색 맞추기 놀이일 뿐이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프슈욱—


이런 젠장! 김진수가 김탄의 목을 그어버렸다.

김탄의 목에서 붉은 피가 힘차게 솟구치더니 곧 아무도 살지 않는 숲의 나무들을 모두 붉게 물들였다.

더 이상 풀숲에 숨어있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김진수가 더 날뛰어 사상자가 나오기 전에, 당장 막아야 한다.


"이건 또 뭐야?! 쥐새끼처럼 어디 숨어있다가 나온 거냐?!"


내가 흑귀술을 이용해 김진수에게 몰래 접근했더니, 김진수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단검이 들린 손에는 김탄의 피가 잔뜩 묻어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살상은 안 된다, 김진수!"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프슈욱—!]


"김진수가 결국은 죽여버렸군요."

"......"

"이민준이 난입했네요! 이제 어쩌죠, 진박사님? 비형랑에 데우스에 마키나에 이하응에 스노우에...... 내로라 하는 인명 살상 머신들이 잔뜩 모여있는데 말입니다."

"......그걸 이용해야겠어."


갸웃—


"그거라면...... 혹시...?"

"김진수의 몸 속에는 호문쿨루스님의 힘이 일부 들어있다."

"......"

"그걸 이용하면 김진수가 개죽음 당하는 것 정도는 면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진박사님.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모두 발현하는 건 아닙니다. 김진수의 몸 속에 호문쿨루스님의 힘이 있다고 해서, 김진수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후후—


"?"

"한박사, 벌써 잊었나?"

"...?"

"아직 호문쿨루스님에게는 5명의 장관들이 남아있다네."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김진수의 몸 속에 들어있는 호문쿨루스님의 힘이, 김진수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는 얘길세."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카앙— 캉—


저번과 다르다. 김진수의 힘이 저번과는 달라.

몸 속에 호문쿨루스의 힘이 들어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나.


"이야, 내가 요즘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힘이 세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김진수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군. 밥을 많이 먹어서 힘이 강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김진수가 먹은 밥은 김진수의 근육보다는 뱃살로 간 것 같다.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그나저나 진박사님? 저러다 김진수가 죄다 죽여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된다면야 그날은 잔칫날이 되는 거지."


[프슈우욱—]


"......말하는 순간 김진수가 또 한 명을 죽인 것 같군 그래."






(2231년, 더 월드 - 아무도 살지 않는 숲)



꿀렁꿀렁—


김진수가 칠형제를 죽였다.

예전의 둔탁했던 움직임은 온데 간데 없고, 마치 기계처럼 정교하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나와 일행들의 방해를 모두 무시한 채 김진수는 칠형제의 목을 그어버렸다.


"히히히!"


마치 전광석화처럼 목숨을 잃어가는 칠형제가 뿜는 피를 보며 김진수는 미친놈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이 자식, 이 못된 놈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아무리 김진수가 호문쿨루스의 힘을 알아낼 수 있는 열쇠라 해도, 이 놈을 내버려 둘 수 는 없다.


이 놈은 악마다. 악마 그 자체다.

마지막에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던 친형 김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놈은 변할 놈이 아니다. 이놈은 갱생 불가능한 놈이다.






(2231년, 더 월드 - 채널 연구소 B동 10층 연구실 제 1호)



"하하하! 김진수가 사상범을 죽였군 그래! 천강호를 죽이다니, 아주 잘 한 짓이야."

"천강호가 더 월드의 박사였었나요? 제 기억으로는......"


절레절레—


"아니, 천강호는 박사가 아니라 조수 나부랭이였어."

"맞다. 이제 기억이 나네요."

"박사가 되고 싶었겠지만, 천강호는 두뇌가 좀 딸렸지. 인간의 뇌를 탑재해서 그런가, 지능이 좀 모자랐거든."

"지능이 모자랐다고요?"


끄덕—


"그래. 천강호도 인간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다고 해. 녀석은 조산아였어."

"그래서 그렇게 몸이 약해 보였군요. 나이에 비해 얼굴도 꽤 앳되었고."

"조산아에다 태어나기 전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그 탓에 천강호는 기억력이나 산술 같은 간단한 능력에 미흡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


끄덕—


"맞습니다. 천강호는 박사가 되기에는 너무 부족한 존재였죠. 솔직히 조수가 되기에도 부족하고요."

"그런 놈을 굳이 살려둘 필요는 없어. 죽은 총통께서는 솔직히 그런 장애를 가진 놈들에게 은근히 직위를 부여해 주셨다니까. 인간의 뇌를 가진 저능아들을 굳이 왜 쓰셨는지 몰라."


끄덕끄덕—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에 비하면, 현재 호문쿨루스님의 인간 강경책은 정말 혁신적이라 할 수 있지요."

"하하하! 맞아. 맞는 말이ㅇ.......?"


[크허어어어억—!]


".......?"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진박사님? 왜 김진수의 비명 소리가.......?!"

"조용히 해 봐!"


[허억.... 허억..... 이, 이민준..... 이 더러운 인간이....... 나를...... 나를.......!]

[네 몸속에 호문쿨루스의 힘이 들어있다는 건 알고 있어.]

[흐억.....흐억..... 헉.....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널 공격했냐고? 손 하나 까딱 안 한 채로?]

[허억....헉....]

[호문쿨루스는 내가 창조한 채널에 자신의 전원 버튼을 숨겨두었다고 해.]

[허억....헉....]

[그건 큰 실수였어. 그 덕에 호문쿨루스의 일부 코드가 유출되었거든.]


흠칫—


"뭐? 호문쿨루스님의 코드가 유출이 돼!?"

"조용히 좀 하게 한박사!"


[물론... 아직 호문쿨루스의 모든 것을, 그러니까 모든 전원 버튼을 알아낼 수는 없지만.]

[으으...... 흐윽.....]

[너 하나 박살낼 정도는 되거든.]

[이..... 이 잔인한 놈.......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그렇게 즐거웠냐.......?]

[하하하하하—!]

[왜.... 왜 웃어...?]

[남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고, 네 고통은 아프더냐?]


"대체 이민준이 어떻게 공격한 걸까요? 김진수는 왜 자꾸 헉헉대는 걸까요?"

"조용히 하라니까!"


[김진수, 너와 호문쿨루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후욱..... 훅..... 허억....]

[내가 너희보다는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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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0. 새끼 고양이 (4) 21.06.26 23 1 11쪽
150 149. 새끼 고양이 (3) 21.06.25 21 1 13쪽
149 148. 새끼 고양이 (2) 21.06.24 24 1 12쪽
148 147. 새끼 고양이 (1) 21.06.23 22 1 13쪽
147 146. 메멘토 모리 (4) 21.06.22 28 1 12쪽
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145 144. 메멘토 모리 (2) 21.06.20 22 1 13쪽
144 143. 메멘토 모리 (1) 21.06.19 25 1 12쪽
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3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3 1 12쪽
141 140. 메모리아 (1) 21.06.16 25 1 13쪽
» 139. 김박사의 아들들 (3) 21.06.15 27 1 13쪽
139 138. 김박사의 아들들 (2) 21.06.14 25 1 13쪽
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9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6 1 12쪽
136 135.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2) 21.06.11 24 1 13쪽
135 134.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1) 21.06.10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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