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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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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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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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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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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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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화-반란

DUMMY

**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시간.

중앙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있던 4급 관리자는 후드를 쓴 인간이 다가오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꼭 저런 놈이 있지.’


남들이 오는 시간대에는 안 오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모험을 떠나고 싶다고 하는 족속.

시간대를 보아하니 이놈도 그런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도서관은 밤에는 출입 금지입니다. 내일···잠시만요. 당신은 출입 금지 아닙니까?]


출입 금지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관리자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되어있었다. 그러니 얼굴을 가린다고 모를 수 없었다.


[이 표식은 김재환씨군요. 죄송하지만 김재환씨는 출입 금지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아뇨, 그럴 순 없습니다만.”


김재환의 대답에 4급 관리자가 천천히 힘을 끌어올렸다.

억지로 들어가려 하면 제압해야 됐기 때문이다.


[그만, 저 플레이어는 손님이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3급 관리자였다.


[네? 손님이요? 하지만 도서관 출입 금지라는 2급 관리자님의 표식이···.]

“1급 관리자님이 부르시는 거다.”


그 말에 재환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4급 관리자가 빠르게 옆으로 비켜섰다.

재환은 3급 관리자를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잘도 거짓말을 하네.”


깊숙이 안으로 들어오자 재환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3급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반란을 일으킬 거라지만 대놓고 자신의 윗급을 팔아넘길 줄이야.


[닥쳐라. 넌 네 할 일이나 하면 돼.]

“뭐 걱정하지 마. 그건 제대로 할 거니까.”

[받아라.]


3급 관리자가 재환에게 목걸이 하나를 건넸다.


[표식이 겉으로 드러나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줄 거다. 하지만 바로 코앞에서 보면 보이니까 조심하도록.]

“호오, 준비 만반이네?”

[내가 너 같은 줄 아나?]


경멸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3급 관리자.

재환은 그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넌 바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가?”

[그래, 네 말대로라면 곧 시작할 테니까. 그러니까 넌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어라. 아무리 저녁이라 관리자의 숫자가 적더라도 없는 건 아니니까.]

“당연하지.”


너무나도 가벼운 대답이라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더 이상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었기에 3급 관리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잠깐.”


떠나는 3급 관리자를 붙잡는 재환.

멀리 날아가다 중간에 멈춘 3급 관리자는 다시 돌아와 말했다.


[왜 그러지?]

“아니, 너 이름이 뭐냐고. 계속 3급 관리자라고 부를 순 없잖아?”


3급 관리자가 아무리 숫자가 적다고 해도 세 자리 숫자는 넘는데 계속 관리자라고 부르기도 뭐 했다.


[알 것 없다. 그냥 관리자라고 부르도록.]


그 말을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는 3급 관리자.

재환은 그런 3급 관리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기야. 이날 이후로 더 볼일 없으니 알 필요는 없나?”



**



“하, 오늘도 꽝이네.”


삽으로 성벽 주변을 파던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있을 거라는 소문에 정말 열심히 며칠간 성벽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나오는 게 영 없었다.


“이거 사기 아냐?”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 되질 않았다.

고작 성벽을 돈다고 해서 숨겨진 업적을 얻는다고?


“사기면 지금까지 뭐라도 얻어간 사람들은 뭐냐?”


옆에서 쉬고 있던 사람이 남자에게 핀잔을 줬다.


“그것들 대부분이 쓰레기나 다름없잖아.”


아주 어쩌다 아이템이나 업적을 얻는 사람이 나오긴 했지만 엄청나다고 할만한 건 없었다.

아이템은 업적 상점에서도 살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고, 업적은 딱히 전투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거라 들었다.


“그래도 뭐 있겠지. 김재환이 그렇게 움직이니까. 애초에 숨겨진 업적이니까 어렵지 않겠냐?”

“그렇긴 하지만 답답해-”


쾅!


그들 머리 위의 성벽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둘은 충격을 느끼자마자 무기를 꺼내 주변을 경계했다.


“뭐야? 공격이야?”

“설마 어떤 미친놈이 성벽을 폭파한 건가?”

“설마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지금 여기에 널리고 널린 게 관리자들이었다.

성벽을 조금만 파손시켜도 뭐라 하고 감시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성벽을 폭발시킬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근데 그게 진짜 같으니까 말하는 거잖아.”


씹어먹듯 살짝 뭉그러진 발음으로 말하는 사람.

그의 말대로 폭발이 일어난 성벽은 꽤 크게 파여있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관리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관리자가 플레이어를 죽였다!”

“관리자가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려고 한다!”


그 순간 갑작스레 들리는 외침. 그리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상처 입은 몇몇.


“관리자가 날뛴다! 막아!”


배를 부여잡고 외치는 남자의 말에 그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무기를 근처의 관리자들에게 휘둘렀다.


[뭐 하는 겁니까!]

[이것들이 미쳤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는 관리자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공격은 대다수가 약한 경우가 많았기에 관리자들은 재빨리 공격을 막은 뒤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가만히 계십시오!]

[감히 우리 앞에서 살상하려고 해?]


관리자들의 공격에 몇몇 사람들을 맞췄다.

완전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상황. 심지어 평소에 탄압하던 것보단 더 강한 압박에 그나마 소극적으로 있던 사람들의 눈이 돌아갔다.


“관리자들이 미쳤다!”

“다들 관리자들을 베!”

“이 또라이 새끼들이!”


관리자들을 향한 욕설과 공격, 그에 맞대응하는 관리자들의 공격.

가면 갈수록 두 세력이 주고받는 공격의 밀도는 점차 올라갔고 나중에는 누가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로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죽여!”

“이 새끼들 미쳤어!”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배은망덕한 놈들이!]

[이래선 인간이란!]


그렇게 거의 전쟁과 같은 느낌의 공격이 오가는 사이로 몇 사람이 조심스레 전투 현장을 벗어났다.


‘이게 옳은 건지 모르겠군.’


몰래 벗어나던 이성환은 뒤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싸움에 입맛이 썼다.

사람들에게 거짓 선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인데 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옳지 않은 일임에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더 넓게 보자면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너, 나 좀 도와라.


적대 관계임에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찾아와 제한을 건넸던 재환.

1년이 지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까지 얘기하며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그를 보며 이성환은 살짝 이해할 수 없었다.


-뭘 믿고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 겁니까?

-나를 찌른 놈이니까.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며. 그럼 이번 일도 하겠지.


너무나도 간단한 얘기.

사실 이성환은 그의 제안을 무시할까 생각했다. 그는 적이었고, 적대 관계였기에 속였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보면 김재환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


그렇기에 그에게 협조했다.

이성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의였으니까.



**



[반란이다! 다른 관리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2급 관리자님! 인원 부족으로 각 구역에서 지원 요청이 오고 있습니다!]


조용했던 중앙 도서관이 부산스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각 관리자는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며 표지를 펄럭였고, 그나마 제정신을 차린 2급 관리자들은 재빨리 자신들 밑으로 다른 관리자들을 편성, 팀을 만들어 각 구역으로 떠났다.

그렇게 대다수의 관리자가 떠나고, 조용해진 도서관 구석에서 재환이 스르륵 나타났다.


‘일단 거의 다 빠졌나 보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재환은 빠르게 중앙 도서관의 계단을 밟으며 10층을 향해 달려갔다.


-책을 불태울 거라면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를 불태워야 해.

-아마 네가 들어온 것 보다 상위의 이야기일 거다.


헤라가 했던 말, 그녀의 말대로라면 재환이 불태울 책은 10층에 존재했다.


‘거의 다 왔다.’


몸을 내리누르는 중력을 이겨내며 빠르게 10층에 도착한 재환.


[인간이 여기 왜 있지?]


지원을 나가지 않았던 2급 관리자 한 명이 10층에 올라오는 재환을 보며 의아해했다.


‘선수 필승.’


빠르게 옆으로 손을 내뻗는 재환. 그러자 주변에 물방울이 생기더니 푸른 창 하나를 형성했다.


<트라이던트.>


생성되자마자 2급 관리자를 향해 날아간 창은 눈 깜짝할 사이에 관리자의 몸통을 꿰뚫었다.


[이게···. 무슨?]


갑자기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2급 관리자. 그는 그대로 추락했고, 재환은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주르륵!

‘미치겠군.’


코피를 대충 훔친 재환이 혀를 찼다.

신들의 힘을 훔쳐 온 것까진 좋았는데 고작 창 한번 던졌다고 코피가 흐를 정도로 부담이 오다니···.


‘일단, 신화를 찾는 게 더 먼저야. 어딨지?’


무사히 10층에 도착한 재환은 빠르게 책들의 제목을 훑어 원하는 책을 찾았다.


“찾았다.”


얼마 안 가 <기간토마키아>라 적힌 책을 찾은 재환. 그 책을 주변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책들이 주르륵 꽂혀있었다.


[그걸 찾아서 어떻게 하려는 거죠?]


재환은 빠르게 전투 태세를 취했다.

1급 관리자가 그런 재환을 보며 다시 물었다.


[신화를 찾아서 뭘 할건지를 물었습니다. 설마 신들을 풀어주려는 건가요?]


순식간에 재환의 생각을 알아챈 1급 관리자의 말에 재환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지?”


그 말과 함께 재환의 손에서 떨어지는 작은 불 하나.


화르르륵!


땅에 떨어진 불은 순식간에 10층을 가득 채우더니 빠르게 아래쪽을 향해 퍼지기 시작했다.


[그거···. 프로메테우스의 불이군요.]

“아네? 역시 사서는 사서라는 건가.”

[고작 그거로는 뭘 할 수 없을 텐데요? 1층 책 정도나 불태우려나?]


1급 관리자가 담담한 말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확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된 불, 신의 불이지만 화력 면에서는 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1층 책이 탈 텐데 괜찮아?”

[괜찮습니다. 그런 책은 금방 복사가 가능하니까요. 중요한 건 9층과 10층이죠.]


관리자의 말에 재환은 역시 이곳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하기야, 살아있는 존재들이 갇혀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살아있는 존재는 다시 만들어낼 수 없는 거니까.


[자, 그럼 계획도 실패한 것 같은데 순순히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제압당해 가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 걸?”


그 말과 함께 재환이 발을 구르자 새하얗고 파란 불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잡아먹으며 사방으로 퍼졌다.


[아폴론의 힘···. 그래서 책을 찾으셨던 거군요.]


태양의 가장 뜨거운 점은 중심, 원하는 책을 빠르게 불태우기 위해선 확실히 중심점에 설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재환의 주변에 있는 책은 조금씩 검게 변색하며 타기 시작했으니까.


[빠르게 제압하겠습니다.]


1급 관리자는 그 말과 함께 주변에 수많은 마법진을 생성했다.


촤르륵!


굵은 쇠사슬이 재환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고, 그 모습에 재환이 이를 악물었다.


“트라이던트.”


내뱉음과 동시에 수변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창, 빠르게 쏘아진 창들은 재환을 향해 쏟아지는 쇠사슬들을 가볍게 쳐냈다.


[조금 더 강하게 제압하겠습니다.]


신들의 힘들 자유롭게 사용하는 재환의 모습에 1급 관리자가 더욱 많은 양의 마법진을 형성해 쇠사슬을 토해냈지만, 그 쇠사슬들 역시 빠르게 격추했다.


“하하, 제압하기 힘든가 봐?”


재환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규율이 있으니 저력을 다해 공격하지 못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고 다행이었다.


[그러는 그쪽도 죽어가시는군요.]


그의 말대로 아폴론과 포세이돈의 힘을 쓰고 있는 재환의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포세이돈의 힘을 쓸 때마다 얼굴의 오공에서는 피가 조금씩 흘렀고, 책을 불태우고 있는 아폴론의 불꽃에 의해 다리부터 조금씩 화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둬도 죽겠지만···. 책이 훼손되는 게 먼저겠네요.]


빠르게 판단을 마친 1급 관리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6번째 규율에 따라 도서관을 훼손하는 김재환을 인간이 아닌 적으로 규정, 없애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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