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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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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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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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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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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반란

DUMMY

[뭐라···고요?]


3급 관리자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다시 물었다.


“말 그대로야. 같이 반란하자고.”

[하···.]


도저히 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미치셨습니까?]


그 말밖에 할 게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만큼 재환이 내뱉은 말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고, 오죽하면 유도 신문을 당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의 발언이었다.


“아니, 진심이야. 너 어차피 죽을 거잖아.”


재환은 한 번도 중징계당한 관리자가 다시 돌아오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경징계받아 다른 곳으로 배속되면 몰라도, 중징계, 그것도 플레이어를 공격했다면 그 책이 돌아와 다시 안내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반란을 일으키자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작작 하십시오? 돌았습니까? 이 내용은 곧바로 2급 관리자한테 전달할 거니까 그리 아시죠.]


관리자는 당장이라도 날아가기 위해서 날개를 퍼덕였다.

그 모습에 재환은 태연하게 말했다.


“전달해봐. 근데 믿을까? 플레이어를 공격한 너를? 공격당한 내가 말했다고?”


반란이란 말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재환이 가볍게 얘기했을 뿐, 알려진다면 전체 플레이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뭐라 할 수 없는 그런 무거운 단어였다.

그런데 그걸 과연 플레이어를 공격한 관리자한테 공격당한 사람이 말했다는 걸 믿을까?


“나였으면 너가 정신 못 차리고 또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웃기지 마십시오! 관리자들의 유대가 그렇게 가벼운 줄 아십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곧 날아갈 듯 펄럭이던 3급 관리자의 표지는 어느새 얌전하게 변해있었다.

그만큼 그 역시도 사실 확신이 없다는 거겠지.


‘하기야 규율에 따라 같은 관리자도 죽이니까.’


이들에게 규율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지키는 건지는 재환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니까.


“아무튼 독대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까. 말을 마저 해볼까?”

[하, 해보십시오. 그 같잖은 말.]

“우리 조금 솔직해져 보자고, 솔직히 너희 관리자 중 몇몇은 플레이어들이 죽도록 싫잖아?”

[당연한 걸 말하는 군요.]

“그럼 플레이어들을 안내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니, 진심이야.”


이들에게 절대적인 규율은 몇 가지 없었다.


1. 도시 내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싸우지 못하게 막는다. (이때 약간의 무력 행사가 가능하다.)

2. 관리자는 플레이어를 절대 공격해선 안 된다. (자기방어 수준에서의 공격 가능.)

3. 관리자는 플레이어와 절대 친하게 지내선 안 된다.

4. 관리자는 특정 플레이어에게 특혜나 차별을 가해서는 안 된다.

5. 관리자는 플레이어들에게 절대적인 안내인이 되어야 한다.


애매모호한 규율, 하지만 이처럼 관리자들을 얽매는 규율도 없었다.

플레이어들에게만 한없이 유리한 규율이니까.


“너는 이 규율을 왜 지켜?”

[···.]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건 1회차에서 겨우 한번 본 1급 관리자도 대답하지 못하는 거니까.


“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죽을지도 모르는, 심지어 처벌조차 플레이어에게 간청해야 감량되는 그런 규율. 싫잖아?”


이들이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라면 그대로 이행했겠지만, 이들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서로 싸우고, 화내는 감정이 있는 존재. 당연히 이런 규율에 불만이 많은 게 당연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친화적인 관리자보다 적대적인 관리자가 나아.’


그만큼 규율에 대한 분노가 더 클 테니까.

그런 면에서 눈앞에 있는 이 3급 관리자는 정말 딱 맞는 존재였다.


“자, 그러면 여기서 생각해보자. 만약 이 공간이 무너지면? 볼 책이 없으면? 관리자들이 없다면?”

[지금 관리자들끼리 죽이고 죽이라는 겁니까?]

“아냐,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냐. 그저 이곳이 기능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란 말이야.”


관리자들끼리 꼭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곳이 망가져 더이상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만 만들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관리자들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안내하지 않아도 되고 막막한 규율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였다.


“심지어 규율을 어기는 것도 아냐. 문제 될 거 없잖아. 관리자들끼리 싸운다고 너희가 처벌받은 적 있어?”


없었다.

인간과 친하게 지내서 반기를 들거나, 인간에게 차별을 주는 등, 플레이어와 관련되거나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면 관리자들끼리는 싸워도 처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냥 적당히 싸우면서 기능을 잃게만 만들자는 거야.”

[개소리.]

“개소리가 아냐. 실제로 1단계는 더 이상 생존의 숲에서 진행되지 않아. 증거라도 보여줘?”


재환의 당당한 말에 관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 모습에 재환이 한마디 더 보탰다.


“자, 그럼 반대로 물어보자. 넌 왜 인간들이 싫어?”

[자기 멋대로니까. 예전부터 이곳에 들렸던 인간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바보 같았는지 아십니까? 그들로 인해 우리가 큰 피해를 봤단 말입니다. 그까짓 규율 때문에!]

‘역시.’


이 관리자는 적어도 1회차를 포함 2회차에서 인간들이 저질렀던 행동들이 질리는 거였다.


“자, 그럼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 3개야.”


재환이 검지를 들어 관리자에게 보여주었다.


“첫째, 이대로 나가 내가 한 시답지 않은 소리를 고발한 다음 처벌받는다.”


중지를 들며 재환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가장 재수 없는 모습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둘째, 그냥 모르는 척 나가서 왜 하는지도 모르는 규율에 따라 인간들의 안내인이나 하며 노예 짓을 한다.”


마지막 엄지를 들며 재환이 말했다.


“규율도 어기지 않고, 잠깐의 반란을 통해 이 세계를 망가뜨려 더 이상 노예가 되지 않고 편하게 지낸다.”


관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 모습에 순간 재환은 여기서 미끼를 더 던질까 생각해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이미 많이 던졌어.’


지금도 살짝, 아니 많이 너를 원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마디를 더한다?

그랬다간 주객이 전도될 수 있었다.


[하, 그쪽도 내가 많이 필요한가 보네요?]

‘쯧.’


역시나 눈치를 챈 관리자. 재환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서? 당연히 필요하니까 이런 제안을 하는 거겠지?”

[거절합니다.]


관리자의 말에 재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젠장. 허세 부리지 말고 그냥 아실러스말대로 구슬릴 걸 그랬나?’

“그럼 첫 번째나 두 번째를 선택하게?”


재환의 물음에 관리자가 날개를 퍼덕이며 부정했다.


[아뇨. 그것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뭘 선택할 건데?”

[당신들이 나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들을 이용하는 겁니다. 당신의 계획을 모두 내뱉어보십시요.]


그 말에 재환은 찢어질 것 같은 기쁨을 삼킨 채 말했다.


“그건 일단 네가 무사히 나온 뒤에 얘기하자고, 20분이 거의 다 됐거든.”


재환이 자신의 회중시계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아, 우리가 한 이야기는 서로의 오해를 풀고 너의 사과를 받은 거다?”

[그게 무슨···!]

“풀려나야 할 거 아냐. 반성하는 척은 해야지?”


몸을 일으키며 말하는 재환. 관리자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으나 이내 잦아들었다.


“그럼 난 갈게.”


재환이 문을 열고 나오자 앞을 지키고 있던 아실러스가 스르륵 재환의 허리춤 나뭇조각으로 들어갔다.

집 밖으로 나가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2급 관리자.


[무슨 얘기를 했지?]

“그냥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죠.”

[그걸 문지기까지 두고, 방음까지 하면서 했단 말이지.]


2급 관리자의 말에 재환이 미소 지었다.


‘역시 도청하려고 했네.’


그럴까 봐 아실러스를 밖에 내세우고 피 같은 포인트를 사용해 도청 방지 아이템을 샀었다.

아마, 3급 관리자가 말을 꺼내기 전까진 아무런 내용도 모르겠지.


‘그놈이 말할 리도 없고.’


“아무튼, 전 이만 갈게요?”

[잠깐.]


지나가려는 재환을 붙잡는 2급 관리자. 재환은 돌아서며 2급 관리자를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왜 처벌을 원하지 않은 거지?]


2급 관리자는 지금까지 인간과 친했던 관리자를 위해 청원하는 것을 제외하고 관리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인간을 처음 봤다.

아니, 애초에 관리자가 처벌을 받든 말든 인간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근데 어째서?’


본인을 위협한, 이후 또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관리자를 단지 사과만 받고 끝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재환이 2급 관리자를 향해 되물었다.


[이유가 없다?]

“이유라···. 그냥 사소한 다툼에도 죽일 듯이 처벌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내가 피해자인데 내 의견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멋대로 처벌하는 게 아니꼬워서?”

[하···.]


재환의 말에 2급 관리자가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그따위 이유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같지만,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둘이 독대하는 동안 도청이 안 된다는 걸 확인하고 싸움을 말렸던 2급 관리자에게 재환에 대해 묻고 왔었다.

그때, 그 2급 관리자는 재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약한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당당하더군. 다른 인간들이랑은 약간 달랐어.


그 말대로라면 이렇게 하는 것도 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의문점을 털어낸 2급 관리자는 더 이상 재환을 잡아놓을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말했다. 


[가라.]

“거, 제멋대로기는.”


그 모습에 재환은 혀를 차며 천천히 자신이 정했던 거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잘 해결한 거겠지?]


거처로 돌아오자마자 튀어나와서 묻는 아실러스. 그의 말에 재환은 볼을 살짝 긁으며 말했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하하, 해결 잘 됐을 거야. 진짜로. 아마도?”


일단 협의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 3급 관리자가 어떻게 나올지는 재환도 살짝 걱정되긴 했다.

앞에서야 그걸 선택했지만, 나중에 마음이 바뀔지 누가 안단 말인가.


‘심지어 대놓고 성질을 박박 긁었으니까.’

[너 지금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알아. 근데 뭐 들켜도 문제가 될 건 없잖아?”


어차피 3급 관리자가 다 말하고 그걸 믿는다 치더라도 관리자들은 재환에게 해코지할 수도 없었다.

증거도 없고, 애초에 플레이어들한테 관리자는 커다란 처벌을 못 내리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 칭호를 업그레이드하질 못하잖아!]


그들이 아무리 처벌은 하지 못하더라도 중앙 도서관에 출입을 금지할 순 있었다.

그렇게 되면 칭호 업그레이드는 물론, 다른 업이나 업적을 쌓는 것도 어려워지게 된다.

즉, 커다란 소득 없이 시간만 날리고 2단계를 지나가게 된다는 거였다. 아니, 1년을 넘길지도 몰랐다.


“걱정 마. 1년은 안 넘겨.”


아실러스의 걱정을 알아챈 재환이 자신의 책을 소환시켜 아실러스에게 보여주었다.


[뭐야? 왜 거의 반절이 차 있어?]


아실러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환을 바라보았다.

고작 한 번의 모험을 했는데 책의 거의 반절에 달하는 페이지가 가득 차 있는 건 말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소희도 3번의 모험을 해야 가득 찼잖아.]


최단 시간 최대한 빠르게 8, 9층만 이용해 책을 채운 이소희조차 3번의 모험을 하고 나서야 책의 분량을 살짝 넘긴 채로 3단계로 넘어갔다.

그런데 고작 한 번의 모험을 한 재환이 벌써 반절이라고?


[너, 나한테 말 안 한 거 있지?]


빠르게 재환에게 다가와 사이코 메트리를 시전하는 아실러스.

하지만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거부를 한다는 건 진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거니까.


“하하, 별거 아냐 별거. 내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하면 돼.”

[제대로 말 안 해?!]

“그냥, 살짝 너 말 어기면서 얘기한 게 있어서 그래. 관리자 설득이 조금 거칠었다랄까?”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화를 내며 재환의 멱살을 흔드는 아실러스.

멱살이 잡혀 고개가 흔들리는 재환은 나는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의 망막한 구석에는 한가지 창이 떠올라 있었다.


[헤라의 각인: 99일.]


작가의말

33화를 34화로 써놨네요. 고쳤습니다.

그나저나 이젠 거의 새벽 연재가 고정이 되가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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