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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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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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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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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7화-12과업

DUMMY

**


“그 자식 결국 사고 쳤네.”


재환은 난리가 난 마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비록 3급 관리자이긴 했지만, 어쨌든 누구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관리자를 잡았다.

사고치고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관리자를 죽이고 갈 줄이야···.


“확실히 어떤 면에선 또라이란 말이지.”


기간도 거의 최대치를 찍은 걸로 보아 그 시간 동안 얌전히 있었다는 거였다.

그게 아니면 관리자를 죽일 준비를 했다던가.


[확실히 1회차보단 훨씬 강해지겠네. 너를 뛰어넘으려나?]

“원래 1회차 때도 나보다 강했어.”


재환이 아실러스의 말을 부정했다.

그가 랭킹 2위이긴 했지만 애초에 랭킹 3위였던 유현이 그보다 더 강했다.

물론 상성 차이에 의한 것도 있지만.


‘정확히는 랭킹 상정 방식에 문제지.’


랭킹은 온전히 시스템이 선정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5단계에서 시스템과 연동되는 기계가 측정하는 거였다.

측정 방식은 신체 능력의 총합, 그리고 업적 포인트.

그렇기에 랭킹은 실제 무력을 완전하게 대변하지 못한다.


‘상위권은 특히 그렇지.’


그나마 무력과 랭킹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이소희 정도?

그 외의 최상위 랭커는 사실 싸울 때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결국 네가 유현 이겼잖아?]

“뭐, 그렇긴 하지.”


재환이 유리한 전장에서 유리한 환경으로 함정을 파둔 다음 저격으로 이긴 거긴 하지만.

아무튼 유현은 솔직히 말해서 재환이 가장 만나지 않았으면 했던 인물이긴 했다.

생존이나 신념이 아닌 오로지 살인이나 자신의 재미만을 위해 활동하던 놈이었으니까.


“일단 그놈은 갔고, 남은 놈들은 어떻게 처리한다?”


제한 시간은 1년, 지금 있는 놈들은 재환보다 반년 먼저 들어온 놈들이니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3단계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럼 그곳에선 더 처리하기 힘들어질 테고.


‘1년 넘어도 있는 놈들은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놈들은 탈락자니까 상관없었다. 제한 시간을 넘겨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평생 썩을 놈들이니까.


‘그런 면에서 관리자들이 진짜 악질이지.’


설명해 줄 땐 1년이 넘어도 페이지를 다 채울 때까지, 있으면 된다고 하니까.

하지만 실제론 1년이 넘어가면 매년 2권씩 할당되는 책이 새로 생겨난다. 그럼 그것도 채워야 나갈 수 있는데 사실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법이 없거든.’


할 수 있는 모험은 3회, 도시 밖은 황무지. 뭘 어떻게 해도 하루에 한 페이지 이상 채우기조차 매우 힘든 환경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고 보니까 넌 이 사실은 어떻게 알았냐?”


아실러스에게 예전에 들었을 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는데 어떻게 알아낸 건지 신기했다.

이미 지나간 단계는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라지엘과 계약했거든.]

“뭐? 너 라지엘이랑 계약했었어?”


재환은 처음 듣는 사실에 놀라 물었다.

설마 소수만 선택받을 수 있는 대천사와 계약했다니···.


[계약이랄 것도 없어. 그놈한테 받은 거 지식밖에 없으니까.]

“어쩐지 이상하게 예전 단계에 대해 잘 안다 했다.”


단순히 사이코 메트리를 이용해 사람들의 기억이나 사물의 기억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수준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라지엘과 계약했을 줄이야···.


[그 소린 그만하고. 이제 가야지? 걸리는 건 없잖아.]

“뭐 그렇긴 하지.”


범죄자나 다음 단계에 방해가 되는 놈들을 죽이는 것도 어디까지나 몸의 회복 이후였다.

유현과 싸운 뒤로는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도 했고, 만약 단체로 덤벼들면 다 죽일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모험을 해결하지 못할 테니까.


[자, 결정했으면 어서 움직여라.]

“예, 예 움직입니다. 움직여.”


**


도시 중앙에 위치한 대도서관.

재환은 입구를 통해 들어오자마자 관리자 한 명을 불렀다.


“거기 관리자.”

[존댓말 하시죠.]


날선 말투로 대답하는 관리자. 원래 반말로 불러도 딱히 상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날이 선 걸 보니 확실히 유현이 큰 짓을 하고 간 것 같긴 했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데?”

[헤라클레스 동화 말이죠?]

“아니 신화.”


어린아이들을 위해 각색한 동화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런 건 모험을 해봤자 얻는 거라곤 거의 없을 테니까.

재환에게 필요한 건 진짜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신화가 필요했다.


[흐음···. 신화라···. 안내해 드릴 순 있지만 따라오실 수 있나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따라오시죠.]


알수없는 말을 내뱉으며 안쪽으로 향하는 관리자.

재환이 아실러스에게 속삭였다.


“뭐 있어? 반응이 왜 저래?”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실러스도 모르면 진짜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일단은 따라가자는 생각에 재환은 앞서가는 관리자를 재빨리 따라잡았다.

그렇게 1층 동화구간을 지나 2층 로맨스 구간, 3층, 4층, 5층···.


“큭!”


5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재환은 순간적으로 몸을 내리 짓누르는 중력에 몸을 비틀거렸다.


‘이게 무슨?’


이런 거 없었는데?


[아, 맞다. 미리 말씀드린다는 걸 깜박했군요.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6층부터는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하는 관리자. 재환은 그 말에 아드득 이빨을 갈았다.


‘유현 이 새끼···!’


갈 때도 화려하게 간다 싶었는데 설마 그 여파가 이렇게 영향을 줄 줄이야···.


[못 움직이시겠나요? 그럼 5층의 이야기를 선택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훌륭한 이야기가 많답니다.]


재환의 주변을 돌면서 파닥거리는 관리자.


파지직!

“아니, 괜찮아.”


전격으로 몸을 강화한 재환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음···. 이야기를 바꾸는 게 어때?]

“간다.”


재환은 아실러스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몸을 강화해 올라가기 시작한 재환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할만해.’


몸이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직 할만 했다. 이대로 버틴다면 충분히···.


쿠웅!


“컥!”


갑작스럽게 늘어난 중력에 재환이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아, 층마다 올라갈수록 중력이 더 강해진답니다.]


걱정하듯 말하지만, 그 속에 섞인 묘한 웃음기. 명백한 조롱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개의치 않고 이를 악물며 출력을 좀 더 높여 몸을 일으켰다.


“이까짓 거.”


1단계에서 몬스터와 싸울 때와 비교하면 버틸 만했다. 뤼에고와 며칠간 싸웠을 때 느꼈던 무거움보다 약했다.


[흐음. 버티시네요?]


관리자는 의외로 잘 버티는 재환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

6층이야 그럴 수 있지만 7층으로 가는 계단만 해도 생존의 숲을 갓 나온 플레이어들은 절대 통과하지 못한다. 그렇게 설정해 뒀으니까.

그런데 기세로 보아하니 7층은 물론 어쩌면 8층까지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상관없겠지.’


재환이 원하는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전승은 9층.

8층에 오르더라도 9층에 도착하지 못할 테니 문제는 없었다.

거기다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9층 다음엔 1층에 존재하는 게 다였다. 즉, 원하는 이야기를 절대로 얻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지?’


관리자는 계속해서 계단을 밟는 재환이 이해가 안 됐다.

현재 오르는 것 만해도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데 저 몸과 능력으로 9단계에 도전하려고 하다니···.

누가 봐도 감당하지 못할 만용이었다.


[그만하자. 차라리 적당한 단계에 있는 괜찮은 이야기를···.]

“후···. 해야지.”


재환이 아실러스의 말을 끊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네 몸을 봐! 이대로라면 도착하더라도 너덜너덜해져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지랄 내가 언제 그런 거 따졌냐.”


사실 따지긴 했다. 죽기 싫었고, 다치는 건 더더욱 싫었으니까.

그래서 2주차에서도 망설였고, 뤼에고를 잡을 때도 최대한 안전하게 잡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도,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이야.’


아무리 겁이 나고, 하기 싫어도 선택은 재환이 스스로 한 거였다.

그래서 그 개 같은 일들을 이겨냈는데 고작 이런 중력에서 포기할 리 없지 않은가.


뿌드득!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자 종아리 사이로 피가 터져 나왔다.

눈은 압력이 너무 강해진 건지 빨갛게 물들었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아으 이새이 어까그므”

‘아주 인생이 억까구만.’


남들은 편하게 진행하는 1, 2단계를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아갈 줄이야.

소설이라도 이딴 식으로 고비를 연속으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포기 안 해요? 당신 지금 죽어가요!]


관리자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재환에게 기겁하며 말했다.

혈관은 터지고, 뼈는 걸을수록 금이 늘어나고 있었다. 앞도 안 보이는 건지 손으로 앞 계단을 더듬으면서 걷고 있는 게 보였다.

인간이라면 죽기 직전이니 당장이라도 아래로 내려가야 할 상황인데도 올라가다니···.


[진짜 자살 희망자인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질 않았다.

저 상태로 9층에 도착한다 한들, 책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지도 못할 테고 이야기는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할 테니까.


탁, 탁, 탁, 탁.


관리자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재환이 계단을 모두 올라왔다.


파지직!

<헤라클레스 이야기 가져와.>


중력에 의해 말할 수 없어 전격으로 바닥에 글을 형성하는 재환.

관리자는 그 모습에 헛웃음을 지었다.


[관리자는 안내하는 자지 하인이 아니에요. 책을 읽고 싶으면 알아서 가져오세요. 뭐 안 들리려나?]

[책을 갖다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실러스가 튀어나와 관리자에게 물었다.


[사념은 사념답게 찌그러져 있으시죠?]

[너희는 사서 아니었던가? 관리자로 불리면서 이제는 사서라는 자부심도 사라진 건가?]

[죽고 싶은 건가요?]


관리자의 모습이 점차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명백한 적대 모습 아실러스는 그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틀린 말 했나? 사서가 몸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알아서 가져오라 할 정도면 이미 사서의 자부심 버린 거 아냐?]

[···. 잠시만 기다리세요.]


관리자가 빠르게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옆에 떠 있는 책 한권.


툭.


[헤라클레스의 전승입니다. 어디 한번 보시던가요. 어차피 성공하지 못 할 테니까.]


아실러스가 재빨리 재환의 몸에 손을 댄 다음 사이코 메트리를 사용했다.


[재환 손 뻗어! 그럼 돼!]


뇌로 전달되는 아실러스의 의념에 재환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책에 닿는 재환의 손.


뻐끔!


말이 나오진 않았지만 무언가를 대답한 건지 천천히 흐려지기 시작하는 재환.

성공했다는 사실에 아실러스는 극도로 안도했다.


[당신, 방해될지도 모르겠네요.]


그 순간 아실러스의 뒤에 나타난 관리자가 아실러스를 붙잡았다.


[모험은 한 명만 해야겠죠? 그동안 당신은 여기 있으세요]

[뭣?!]


자신을 붙잡는 관리자의 힘에 놀라 벗어나려 하는 아실러스.

하지만 한낱 사념인 아실러스가 관리자의 사념에서 벗어나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관리자가 아실러스에게 속삭였다.


[뭐, 실패한다고 문제 되는 건 없잖아요?]


다시 9층으로 올 뿐이지.

그리고 힘 빠진 상태로 못 내려가 죽는 건 그저 사고일 뿐이었다.



**



‘음···. 정신을 잃었던 건가.’


정신을 차린 재환은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

마지막 기억에는 접속하겠냐는 메세지에 ‘예’를 했었고, 낯선 천장이 보이니 어찌저찌 이야기 속에 들어오긴 한 모양이었다.


‘맨날 정신을 잃네.’


분명 몸은 초인 수준으로 강화됐는데 왜 기절은 더 많이 하는 건지···.


“썩 일어나지 못할까!”


갑작스러운 외침에 재환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렸으면 얼른 와서 무릎을 꿇을 것이지. 감히 정신을 놓고 있어?”


화가 난듯한 뾰족한 음성. 재환은 재빨리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그 눈을 뽑아주랴?”


진짜로 눈을 뽑을 듯 제스처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에 재환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이제야 조금 자세가 되었구나.”

‘누구지?’


재환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 전승대로라면 12 과업을 에우리테우스에게 얻는 게 다이고, 나오는 여자가 없을 텐데?


“쯧, 제우스의 아들이란 놈이 이렇게 맹해서야.”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차는 여자. 그녀의 말에 재환은 그제야 그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헤라!’


직접적으로 만날 일이 없어야 할 그녀가 지금 재환 앞에 앉아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말 연재는 일요일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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