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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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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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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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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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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시험

DUMMY

재환의 말에 헤라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말끔하게 낫는 재환의 복부.


“팔은 안 고쳐주나요?”

“목숨에 지장이 없으면 된 거 아닌가?”


하기야 헤라의 성격상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긴 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제가 겪어야 할 시험은 뭐죠?”

“간단해. 이기면 된다.”

“이긴다라···. 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케르베로스?”


재환은 지금 남아있는 과업 중에 이긴다는 표현이 될만한 것들을 말했다.

하지만 헤라는 그런 재환의 말에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두 팔도 없는 약해빠진 놈에게 내가 설마 그런 과업을 시킬 거라고 생각하느냐?”

“헤라클레스에겐 잘만 시켰으면서.”

“그 아이는 반신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재환의 온몸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는 해라.


“이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울 지경이군.”

“그런 애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는 게 당신들이고.”


재환의 말에 헤라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올라왔다. 하지만 공격을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녀는 공격하지 않고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본디 영웅이란 모든 상황을 이겨내는 존재. 네가 진짜로 우리를 구할 영웅이라면 그 자질을 증명하도록.”

“그러니까 그게 무슨 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헤라의 손이 재환의 시야에 가득 찼다.


“100번이다.”

딱!


딱밤과 함께 물드는 어둠.

잠시 후 어둠이 걷히며 재환의 눈에 보인 것은 익숙한 동굴이었다.


“잘 잤어?”

“거 잠 좀 적당히 자라니까.”

“뭐 어때요. 많이 피곤할 수도 있죠.”


재환의 모습에 유쾌하게 말을 주고받는 세 사람. 이들의 모습의 재환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내 첫 동료.’


이소희 다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활동했던 동료이자, 재환이 안전 주의가 된 가장 큰 이유를 만들어준 자들.


“뭐해? 밥 안 먹어?”


쇠그릇에 담긴 수프를 내미는 젊은 남자, 이름의 마리.


“고마워 마리 아가씨.”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랬지.”


마리가 눈을 찌푸리며 불평을 토해냈다.


“뭐 어때 마리 아가씨 맞구만.”

“이참에 성별 전환하는 건 어때? 여긴 성별 전환하는 물약도 있다던데.”


대화를 듣고 있던 둘이 웃으며 마리 놀리기에 동참했다.

그 모습에 마리는 인상을 더욱 찌푸리더니 가슴을 쫙 펴고 말했다.


“아가씨는 무슨! 어딜 봐도 남자구만!”


확실히 그렇게 말하는 마리의 몸은 탄탄한 근육질이었다.

다만···.


‘얼굴이 너무 예쁘단 말이지.’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의 외모. 하긴 그러니까 마리의 엄마가 이름을 그대로 쓴 거겠지.


“예, 예 남자인 거 알겠으니까 그 흉측한 근육 치우고 밥이나 드세요.”


마리에게 핀잔을 주는 고깔모자를 쓴 여자, 이 파티의 유일한 마법사 예원이었다.


“그래, 와서 밥이나 먹어. 안 먹으면 네 것도 내가 먹는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아저씨, 리암이었다.

둘의 말에 근육을 자랑하던 걸 포기하고 빠르게 모닥불 앞에 앉는 마리, 재환도 천천히 일어나 모닥불 근처로 가 앉았다.


“웬일이야? 네가 모닥불에 앉고?”

“그러게요?”


재환의 모습에 놀란 예원과 마리가 물었다.


“이제는 같이 먹어도 될 것 같아. 이제 조절이 되거든.”


이때의 재환은 자신의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평소에는 괜찮았지만 잠을 자거나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 몸 주변으로 스파크가 튀곤 했다.

그래서 최대한 혼자 행동했었고.


‘그만큼 재능이 없었다는 소리지.’


4단계로 올라서면서 생긴 통제의 어려움. 분명 통제력 또한 재능의 일부일 텐데 어려워졌다는 건 그만큼 원래 재환의 통제에 관한 재능이 좋지 않았다는 거였다.


“드디어 조절하는 거야? 이야~ 이거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마리의 말에 재환이 고개를 저었다.


“뭐 이런 거로 축하 파티야.”

“에이, 너 그걸로 1년이나 고생했잖아.”


마리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아, 가면 축하 파티 해야지 응?”

“술도 마시고 말이야. 안 그래?”

“다들 그냥 놀고 싶은 거 아냐?”


재환의 일침에 셋은 순간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뭐 돌아가면 맥주 파티라도 즐기는 건 나쁘지 않지.”

“야호! 파티다!”

“크흠, 맥주라···.”

“맛난 거 시켜도 되는 거지? 그렇지?”


저마다 신나서 떠드는 동료들. 재환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그래, 원래 이런 사람들이었지.’


3단계에 걸친 생존 게임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쾌활한 사람들. 그리고 4단계에 온 게 기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약했던 사람들.

재환은 이런 사람들의 리더였었다.

그리고 이곳 던전에서 동료들은 재환을 제외하고 모두 죽고 만다.


‘이 동료들을 살리는 게 시험인 건가.’


히드라를 잡는 것도 아니고, 케르베로스를 잡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동료들을 살려 나가는 것, 그것뿐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강해.’


어설프게 끄트머리에서 성장해오던 1회차의 재환보다 지금의 재환이 더 강했다.

출력이나 신체 능력은 비슷할지 몰라도 전투의 경험이나 다루는 통제력 면에선 더 앞서니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

그렇기에 재환은 살짝 의아했다.


‘왜 이게 시험이지?’


오히려 히드라나 케르베로스를 잡는 게 더 어려울 텐데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분명 100번이라고 했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찝찝한 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100번인 걸까···.


“무슨 생각해?”


예원이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재환을 보며 물었다.


“아니, 그냥 이 던전 어떻게 돌파할까 해서.”

“에이, 뭘 그런 걱정을 해. 여기 E급 던전이잖아.”

“맞아. E급이면 우리끼리 하기에도 충분하지.”


마리가 동의하며 후루룩 스프를 넘겼다.


‘그래, 확실히 알려진 건 E급이었지.’


사실은 C급이었지만···.



**


“조심해.”


재환이 천천히 앞서나가던 마리를 잡아당겼다.


콰직!


그와 동시에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창날.

마리는 자신이 있던 자리를 꿰뚫는 창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죽, 죽을뻔했다.”

“어째서... 이런 게 있는 거죠? 분명 함정 감지 마법을 썼는데.”


예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6번째였다. 처음 한 번이라면 이해하겠는데 함정 감지를 6번이나 비켜 나간 함정들이 존재했다.

고작 E급 던전에 그녀의 마법을 피할 수 있는 함정이 존재한다?


‘설마···.’


아까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한가지 가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리암 역시 같은 생각인 건지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재환.”

“맞아. E급 던전 아니야.”


재환이 그녀의 의문을 빠르게 풀어주었다.

마리는 재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D급이란 거야?”

“아니, C급.”


순식간에 싸하게 가라앉는 분위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깰 수 있는 최고 던전은 D급까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하위 D급이었지.’


그러니 C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굳어버린 거고.


“걱정 마. 나갈 수 있어.”

“하지만···. 이 던전은 일방통행 던전이잖아요.”


예원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이제 능력 통제가 가능해졌다고. C급까진 업을 쌓으며 나아가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진짜인가?”


리암의 물음에 재환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도 재환에게 이 던전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아니까.’


많이 후회했던 기억이기에 재환은 이 순간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렇기에 이 던전의 대부분 함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즉, 어느 정도 통달한 상태라는 거였다.


‘그러니 쉬워.’

“이제부터 내가 앞장설게.”


자신감을 가지고 재환은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약 하루. 일행들은 자신들 앞에 있는 보스 룸을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어떻게···?”


마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재환을 바라봤다.


“허허···.”


리암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건지 눈만 깜빡이고 있는 상황.

예원이 그나마 정신을 바로잡고 재환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는 거야?”


이곳까지 오는 길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며칠에 걸쳐 모든 갈림길을 살펴보며 나아가야 했다.

그렇게 되면 최소 3~4일은 더 걸리는 게 당연한데 고작 하루 만에 보스 룸에 도착했다.

그것도 한 번도 틀린 길을 걷지 않고 말이다.


“내 능력이라고 말할게.”


설명할 방법이 없기에 재환은 대충 둘러댔다.

물론 그런다고 동료들은 믿지 않았지만, 다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말해줘야 한다?”

“아이템이냐? 그럼 나중에 어디서 얻었는지 알려주라.”

“조용히 하고 앞으로 가기나 하세요.”


그 모습에 재환이 작게 웃었다.

그래, 그가 이 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배려하는 이 모습 때문에.


‘그러니까 지켜줘야지.’


이번에는 말이야.

재환은 강한 다짐을 하고 보스 룸을 향해 나아갔다.


끼익!


문이 열리고 드러나는 원형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거대한 몬스터 하나.


“오, 오우거?”

“미친, 저게 왜···.”

“오, 신이시여.”


거대한 오우거를 보자마자 놀라 기겁하는 동료들.

이미 알고 있던 재환은 덤덤히 전투를 준비했다.


‘오우거는 C급에서도 보기 힘든 몬스터긴 하지.’


질기고 힘센 몬스터로 지상의 왕이라고까지 불리는 몬스터.

유일한 단점이라고는 회복력이 없다는 거였지만 질긴 가죽이 그걸 커버하는 놈이었다.

확실히 1회차 때는 재환과 다친 멤버들이 겨우 싸워서 재환만 살아남았을 정도로 위험한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재환은 손에 강한 전격을 두른 뒤 빠르게 오우거를 향해 달려갔다.


“미쳤어!”

“재환!”


뒤에서 들려오는 경악 어린 소리. 하지만 재환은 이미 오우거의 코앞에 도달한 상태였다.


우어어!


괴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는 오우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한 재환이 오우거의 뒤쪽으로 돌아가 아킬레스를 베었다.


카각!

“어라?”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소리.


쾅!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재환은 공격을 피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물러난 재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오우거가 1회차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


재환이 눈을 떴다.

그러자 들리는 목소리.


“뭐해? 밥 안 먹어?”


쇠그릇을 담긴 수프를 내미는 말이, 재환은 멍하니 마리의 그릇을 받았다.


“고마워 마리 아가씨.”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랬지.”


똑같은 대답에 똑같은 반박이 돌아오고.


“뭐 어때 마리 아가씨 맞구만.”

“이참에 성별 전환하는 건 어때? 여긴 성별 전환하는 물약도 있다던데.”


똑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돌아왔다.’


왜 돌아온 건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게 보스몹을 잡으러 갔다가 그대로 뒤졌으니까.

다만, 실패했을 때 체념하고 눈을 감았는데 왜 돌아온 걸까.


-100번이다.


돌아오기 전 헤라가 했던 말.


“하아···. 그 뜻이었던 건가.”


이제야 그녀가 한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100번이란 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숫자겠지. 앞으로 99번, 재환이 도전할 기회였다.

분명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지만, 재환은 있으나 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 이겨.’


재환이 상대한 오우거는 C급에서 나올 놈이 아니었다. 성체 중에 강한 개체, B급 던전에서나 나오는 오우거였다.


‘왜 강해진 거지?’


분명 1회차에서는 C급이었는데···.

재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떻게 깨지?”


작가의말

몸살이 아니라 코로나였네요. 그런고로....토요일도 쉬고 일요일에 연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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