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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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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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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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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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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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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반란

DUMMY

[이런 미친놈이!]


재환에게 얻어맞고 저 멀리 날아갔던 관리자가 파닥파닥 날아오며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재환의 주변에 새겨지는 수많은 마법진 들.


[죽어!]


수많은 마법이 재환의 모습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졌고, 그 모습에 관리자가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심하게 했나?]


아무리 중력을 이겨내고, 그를 공격한 플레이어라지만 재환은 고작해야 이제 첫 모험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이렇게 쏟아붓는 건 어찌 보면 너무 과한 처사 같기도 했다.


[아냐, 오히려 잘된 거지.]


저번 사건도 그렇고 관리자를 얕보는 인간들은 이참에 없어지는 게 나았다.

그로 인해 그가 처벌받더라도 이런 일을 누군가는 꼭 해야 했다.


“내가 벌써 죽은 것처럼 말하네.”


그 순간 폭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관리자는 흠칫 놀라며 주변에 다시 수많은 마법진을 그려냈다.


[그만! 이게 무슨 짓이지?]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온 2급 관리자 한 명, 마법진을 사방으로 퍼트리던 관리자가 급히 마법진을 없애며 옆으로 물러났다.


[3급 관리자, 이 상황을 설명하도록.]


2급 관리자의 말에 재환을 공격했던 3급 관리자가 빠르게 말을 했다.


[저 인간이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어 차원에서 공격을 한 것 뿐입니다.]

[흐음, 그래도 너무 강한 공격인데?]


뒤늦게 날아오긴 했지만 2급 관리자는 3급 관리자가 쏟아낸 마법들을 모두 확인했다.

하나하나가 일반 플레이어에게 날리기엔 강한 마법, 과한 대응이었다.


[인간이 살아서 다행이지, 죽었으면 아무리 정당방위라도 처벌이라는 걸 모르지 않겠지?]

[···. 알고 있습니다.]

“거기, 둘. 너희들끼리만 얘기하지 말고 나도 좀 끼워주지?”


재환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두 관리자를 보며 외쳤다.

허공에서 책들이 서로 팔락거리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퍽 웃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켜보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당사자인데 내 말은 안 들어?”

[무슨 말이 필요하지? 플레이어 재환. 너 역시 처벌 대상이다.]


2급 관리자의 단호한 말에 재환이 휘파람을 불었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데. 근데 일단 내 말 좀 들어보지? 나도 정당방위라니까?”

[정당방위?]

“관리자가 내 아이템을 훔쳤어. 그래서 대응한 거야. 그게 잘못된 건가?”


재환의 말에 2급 관리자가 몸을 돌려 3급 관리자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인가?]

[아, 아닙니다. 저는 절대 아이템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도?”


재환이 허리춤에 매달린 나뭇조각을 툭 치자, 아실러스가 스르륵 튀어나왔다.


[재환의 말이 맞는다. 저놈은 내가 모험에 못 들어가도록 나를 붙잡았다. 이게 그 증거지.]


아실러스는 영체이면서도 밧줄에 감긴 듯 상처가 난 목을 가리켰다.

2급 관리자는 목을 잠시 자세히 살펴보더니 3급 관리자에게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자, 잠시만요. 저건 영체입니다. 모험은 당사자만 할 수밖에 없다는 규칙 때문에 붙잡아둔 것뿐입니다.]

“정확히는 내 소환수이지. 소환수를 모험에 데려가지 못한다는 법이 있었나?”

[너와 계약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소환수란 말이냐!]

“내 아이템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아, 그럼 소환수가 아니라 아이템 절도가 맞나?”


재환의 말에 3급 관리자가 부들부들 떨었다.


[대충 밝혀진 것 같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2급 관리자가 말했다.


[3급 관리자, 너는 사사롭게 규칙을 왜곡해 해석했음은 물론, 과한 공격을 했으므로 중징계를 받는다. 이의 있나?]

[까드득···. 없습니다.]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수긍하는 3급 관리자, 곧이어 2급 관리자는 재환을 보며 말했다.


[너 역시 너의 소유물이 뺏겼다고는 하나 관리자를 해하려 했다. 인정하나?]

“해라니, 난 별로 한 게 없다만?”

[그 처벌로 너는 앞으로 반년간 이 중앙 도서관의 출입을 금지한다.]


재환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 판결을 하는 2급 관리자. 그는 곧바로 3급 관리자를 데리고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왜 관리자를 공격한 거지?]


두 관리자가 떠나자마자 아실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관리자들과는 언제가 척을 져야 할 사이인 건 맞았지만 벌써 이런 식으로 척을 져서 좋을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거기서 가만히 있을까?”

[그래도 참았어야지. 앞으로 반년간 중앙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하면 계획이 어그러진다.]

“그 계획 어차피 땡겨야 해.”


재환은 그 말을 하며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



거처로 돌아온 재환은 냉장고에서 물을 하나 꺼내 마셨다.

그리고 그 태평스러운 모습에 아실러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이제 말해봐. 계획을 땡겨야한다는게 무슨 말이지?]

“이 세계를 무너뜨리는 거 너는 반란을 생각했지?”


재환의 물음에 아실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관리자들끼리의 반란이 가장 좋은 구실이니까.]


2단계 동화의 마을은 모든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 이야기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로 이루어진 세상이었다.

둘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렇기에 둘 중 하나만 없어진다면 세계는 성립할 수 없었다.


[관리자들을 조금씩 구슬려도 모자랄 판에 네가 다 망친 거다.]


모든 책을 불사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관리자들이 반란하게 만들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리자와의 친분이 우선이었다.

플레이어와 가까운 관리자일수록 서로의 편의를 잘 봐주니까.


“아니, 그 방법은 아냐.”


재환이 아실러스의 방법을 부정했다.

물론, 불만이 많은 관리자를 모아 반란을 꾸미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플레이어와 매우 친했던 관리자들 몇몇이 반기를 들었다 처벌당한 전력이 있으니까.


“친해지는 게 아니라 더 싫어하게 만들어야 해.”

[그게 무슨 말이지?]

“반란을 일으키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해. 과연 우리와 친하다고 반란을 들을까? 오히려 플레이어들을 매우 싫어하는 관리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게 맞지 않아?”

[그러니까 그 교섭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대화가 통해야 할 거 아냐!]


아실러스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너무 오래 걸려.”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넘게 지났다. 이소희에게 남은 시간은 2년하고도 9개월, 지금 재환인 모은 만 몇 포인트를 죄다 쓴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 뭐! 칭호를 포기하자고?]

“그 소리가 아냐. 개판을 칠 거라면 확실히 치자는 거야.”


아실러스의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적인 방법이었다. 관리자들 간의 불화에만 모든 걸 맞기기엔 불확실한 게 많으니까.


[하아, 그럼 뭘 어쩌자고. 지금 방법에선 이게 최선인 거 몰라?]


다른 플레이어들과 재환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그걸 떠나서 애초에 플레이어들은 그리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러니 되든 안되든 매달릴 것은 관리자들 간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만약 도와줄 사람이 더 있다면?”

[뭐?]

“이곳에 갇혀 플레이어들을 위해 일하는 게 불만인 게 관리자들만 아니라 더 있다면 어쩔 거냐고.”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설명해봐.]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은 자신이 겪었던 일과 생각한 계획을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아실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아. 아니, 이 방법이 더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책을 없애는 게 가능하겠어?]


조금 전 재환과 3급 관리자가 싸웠을 때도 멀쩡했던 게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책을 찢어버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 재환은 반년간 중앙 도서관에 출입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걱정 마. 그거야 방법이 있으니까.”



**


그날 저녁, 재환은 다시 중앙 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중앙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있던 3급 관리자 한 명이 펄럭이며 다가왔다.


[김재환 플레이어. 죄송하지만 반년간 중앙 도서관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2급 관리자를 만나러 왔을 뿐이에요.”

[2급 관리자님을요?]

“불가능한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그 말을 마치고 떠나는 3급 관리자, 잠시 후 화려한 무늬의 책 한권을 데리고 3급 관리자가 다가왔다.


“으음, 아까 내가 봤던 2급 관리자가 아니네?”

[뭐야? 그 2급 관리자가 보고 싶었던 거야?]


짜증 난다는 듯 말하는 2급 관리자. 아무래도 이놈은 플레이어들에게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진 존재는 아닌 듯 했다.


“아니, 당신이라도 상관없겠지. 나와 싸웠던 3급 관리자와 독대하고 싶은데요?”

[불가능하다. 그 3급 관리자는 현재 처벌이 진행 중이다.]

“그 처벌을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요?”


재환의 말에 2급 관리자가 의뭉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다칠뻔한 네가?]

“그래요. 그저 저는 사과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처벌은 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으음···.]


고민하는 듯한 2급 관리자.

하지만 재환은 이 제안을 받으리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처벌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거든.’


이곳의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벌하는 것뿐. 보통 관리자끼리는 서로가 반목하면 모를까 규칙 때문에 서로를 처벌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도 원해서 만들어진 규칙이 아니니까.


[알겠다. 따라오도록.]


결심을 마친 건지 재환을 이끄는 2급 관리자. 한참을 걸어가자 중앙 도서관 벽에 붙어있는 작은 건물이 보였다.

2급 관리자는 곧바로 그 건물로 들어갔고, 따라 들어온 재환을 향해 말했다.


[저 방에 들어가 있도록. 내가 3급 관리자를 데려오지.]


재환은 그가 알려준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보인 것은 낡은 탁자와 의자 2개뿐.


“썰렁하네.”


아무것도 없는 모습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의자에 앉아 관리자들이 오길 기다렸다.

30분 후, 2급 관리자가 3급 관리자와 함께 들어왔다.


[독대는 20분 정도만 주도록 하지.]


그 말을 마치고 문을 닫는 2급 관리자. 재환은 나뭇조각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좀 망 좀 봐줘라.”

[시켜 먹기는···.]


아실러스가 투덜거리며 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진짜로 둘만 남게 된 걸 확인한 재환이 3급 관리자를 보며 말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네.”


고작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3급 관리자의 모습은 처참했다. 맨질거렸던 겉표지는 사방이 할퀴어진 듯 찢겨 있었고, 안쪽의 페이지 역시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무슨 일로 불렀죠? 그것도 처벌을 막으면서까지.]

“별거 아냐. 얘기를 좀 하고 싶은 것 뿐이지.”

[하, 얘기? 내가 왜 당신이랑 얘기를 해야 하죠?]

“그럼 처벌을 다시 받으러 가게?”


재환의 말에 3급 관리자가 퍼덕이더니 탁자 위에 안착했다.


[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뭐죠?]


겨우 만들어진 대화의 장. 재환은 여기서 아실러스의 말을 떠올렸다.


-잘 들어, 협상을 하는 거지만 우리가 을이야. 저들을 구슬려서 반감을 심어줘야 해.

-이미 사이가 나쁜 상태인 건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편을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게 행동해야 해.

-괜히 급발진하지 말고, 천천히, 우리는 설득하러 온 거야. 알겠지?


상대를 천천히 설득하는 것. 재환은 지금 이 3급 관리자는 매력적인 말로 꼬드겨야 했다.

그러니 아주 천천히···.


“야, 나랑 반란이나 좀 하자.”


급발진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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