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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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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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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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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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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불협화음

DUMMY

**


-말했을 텐데? 필요한 지식은 이미 너한테 다 있다고. 그럼 난 이만.


처음에 아실러스가 재환에게 필요한 지식은 이미 다 있다고 말했을 때 재환은 살짝 의아해했었다.


‘필요한 지식 따위가 있을 리 없는데?’


뤼에고를 잡을 수 있는 지식이 있었다면 이미 써먹었을 테니까.

다만, 고민하다 보니 한가지 가정이 생각났었다.

필요한 지식은 이미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지식 하나.


‘미래의 나를 불러온다면 어떨까.’


아실러스 역시 사념일 뿐이었지만, 본인의 대표 스킬을 쓰는 것은 가능했다.

그렇다면 재환 스스로의 사념 역시 어느 정도 가능할 터.

그 힘을 아주 조금이라도 빌려올 수 있다면 뤼에고를 잡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가정하에 고민해보았지만 재환은 이내 그 방법을 폐기했다.


‘죽겠네.’


미래의 재환, 즉 1회차의 사념을 불러와 그 힘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실러스의 사념이 힘을 이용하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환의 몸이 강림체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재환은 그 힘을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나중에 다른 방법을 찾아내서 그 뒤로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았던 방법이었는데···.’


설마 이렇게 이용하게 될 줄이야.


“랭킹 2위 김재환. 죽기 직전으로.”


[사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념이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인연을 확인합니다.]

[매우 높은 인연이 확인되었습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사념이 소환됩니다.]

[소환을 시작합니다.]


곧이어 아실러스때와 마찬가지로 희뿌연 연기와 함께 하나의 인형이 형성되었다.


“야, 김재환.”


스스로의 이름을 부르자 눈을 뜨는 1회차의 김재환.


[여긴···.]

“2회차야.”

[드래곤의 환상에 빠진 건가?]


헛소리를 내뱉는 1회차의 김재환. 재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헛소리 말고. 나나 도와.”


재환의 말에 김재환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왜?]

“뭐?”

[이 가짜일지도 모르는 환상을 내가 왜 도와야 하지? 그리고 이게 함정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장담하지?]


김재환의 말에 재환은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확실히, 아실러스가 특이한 경우였지 사실은 이게 맞기는 했다.


‘지가 사념이라는 걸 인지하는 게 더 말이 안 되긴 하지.’


죽기 직전의 기억은 말 그대로 죽기 직전. 본인이 살아있다고 스스로 믿는 존재였다.

그러니 이런 반응이 오히려 맞았다.


‘아니, 이것도 양반인가.’


더 심하면 오히려 날뛸 수도 있으니까.

한숨을 내쉰 재환은 김재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환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떡할 건데.”

[뭐?]

“마지막에 드래곤이랑 싸우면서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상태 아니었어? 그럼 이게 환상이라도 문제는 없잖아. 어차피 죽을 거니까.”

[···.]

“넌 모든 걸 포기했어도 죽기 싫다고 생각한 내 사념이야. 그러니까 도와. 이건 또 한 번의 기회인데 의심으로 모든 걸 날려 먹을 거야?”

[확실히···. 네 말이 맞는다. 어차피 모든 걸 포기한 상태인데 이게 환상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하겠어.]


가까스로 먹혀들어 간 설득에 재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죽기 직전으로 부르는 게 맞았네.’


자칫 좀 더 과거의 자신을 불렀다면 의심병으로 인해 설득만 하다 시간을 다 보냈겠지.


“알았으면 도와. 저거 잡아야 하니까.”


재환의 말에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는 김재환. 그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걸 잡겠다고? 여기서?]


1회차의 김재환이 주변을 훑어보며 물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여기는 1단계, 저걸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알아. 시끄러우니까 사족 붙이지 말고 돕기나 해.”

[죽을 텐데···?]

“사족 붙이지 말라 했다.”


자신에게 틱틱되는 재환. 김재환은 그런 재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환상은 아닌 것 같군. 환상이었으면 이따위로 X신같이 무리하는 내가 나올 리 없으니까.]


스스로를 디스한 김재환은 재환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힘을 건네는 것뿐. 컨트롤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할 거야.]

“알아.”


김재환의 손을 붙잡는 재환. 둘은 서로를 측은하게 보았다.


[전류화.]


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온몸이 흩어지며 전기로 변하기 시작하는 1회차의 김재환.

이내 그 전기는 재환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

“···ㄹ···!”

“정신 차려요!”


귓가에 울리는 소리에 재환의 시야가 돌아왔다.


‘어라? 기절했던 건가?’


힘을 받아들인 것까진 좋았는데 그 이후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 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요!”


울먹이는 김소현의 외침. 그제야 완전히 정신을 차린 김재환이 몸을 아주 천천히 일으키며 말했다.


“시끄러워.”

“지금 그 말이 나올 상황이에요!”


연신 힐을 쏟아내며 말하는 그녀.

그대로 몸을 일어나려던 김재환은 몸 상태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확실히 심각하긴 하네.’

“나, 얼마나 기절했지?”


타다 못해 실시간으로 바스러지고 있는 온몸.

그나마 겉에만 바스러졌을 뿐인 이유는 아마 김소현의 힐 때문이겠지.


“그대로 계속할 하고 있어라.”


재환은 그 말을 한 뒤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김소현 덕에 몸 안쪽은 완전히 타버리지 않고 형체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 상태로는 길어야 1분인가.’


분명 열화된 힘일 텐데도 버티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어차피 컨트롤을 못해.’


이미 몸속에서 날뛰고 있는 힘을 컨트롤할 힘 따위 재환에게 있을 리 없었다.

지금도 한순간에 바스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김소현의 치료와 컨트롤은 맡긴다던 1회차의 김재환 때문이었다.


‘새끼 컨트롤 못한다면서.’


어떻게든 몸을 부수지 않게 치명적인 부위는 피해 가며 부수고 있는 전기를 느끼며 재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노력한 거에 부응해야겠지.’


가까스로 허공에 손을 들어 올린 재환은 작게 속삭였다.


“형성.”


그와 동시에 들어 올린 팔이 모조리 타버리며 허공에 노란빛 총 한 자루가 생겨났다.

노란빛을 내는 총은 파직하며 스파크를 연신 일으킨 상태로 허공에 떠 있었다.


‘쯧,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진짜 사물처럼 검은색으로 만들어졌을 텐데.

그래도 총을 형성하느라 절반 이상의 전기가 빠져나가 아까보다는 몸이 무너지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때 물었었지? 난 왜 응용 스킬을 안 만드냐고.”

“지금 그딴 말 할 때요!”


눈물을 흘리며 연신 치료하는 김소현.

재환은 그러거나 말거나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듣기 싫으면 울지 말고 나나 좀 도와봐.”


자세를 잡으려고 힘을 줬지만, 생각보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앉아있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다리를 접어서 무릎이 올라오게, 그래. 그렇게. 그리고 내 뒤로 와서 지지대 좀 해줘.”


재환의 말에 따라 그의 몸을 움직여주는 김소현.

얼마 안 가 한쪽 다리만 세워진 양반다리가 된 김재환은 김소현에게 기대 반쯤 누운 상태로 그나마 멀쩡한 팔을 들어 올려 총을 붙잡았다.


툭.


재환이 총을 잡자 무게감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총.

재환은 그대로 총을 무릎 위에 올린 다음 스코프 너머로 저 멀리 있는 뤼에고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닌 건지 여전히 몸이 탄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뤼에고.

재환은 총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 각도를 조절하며 몸속에 남은 전격을 양을 가늠했다.


‘쏠 수 있는 건 한발인가.’


분명 몸을 부숴버릴 정도로 막대한 양의 전격이 아직 남아있지만, 고작해야 한 발, 그것도 살짝 작은 크기로 만드는 게 다였다.


“장전.”


또다시 빠져나가는 막대한 양의 전격.

거의 모든 전격이 빠져나간 덕에 몸이 부서지는 건 이제 멈추기 시작했지만, 이미 몸은 잔뜩 금이 간 유리처럼 부서지기 직전이었고,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상관없지.’


어차피 한 발이면 되니까.


“김소현, 대답해줄까? 둘째 날에 네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 말이야.”

“지금 그 말이 나와요?”

‘말을 안 하면 기절할 것 같거든.’


재환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드는 거야. 만들 수 있는 응용 스킬이 이것밖에 없거든.”


1회차의 재환은 그리 재능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겁도 많았고, 격하게 싸우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최대한 멀리서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했고, 여러 응용 스킬들을 만들었으나 하나같이 그리 강력하진 않았다.


-넌 하나에만 집중해라.


그를 잠시 가르쳤던 두 번째 스승의 말.

그 말에 따라 재환은 기존에 응용 스킬들을 모두 버리고 한 가지에만 집중해 단 하나의 응용 스킬을 만들어냈다.


-저격


가장 멀리서 안전하게 쏠 수 있고, 전방에서 싸우지 않으며, 그나마 재환이 가장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스킬이 바로 이 응용 스킬이었다.


“다른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들도 이걸 보조하는 스킬이고.”


흐려지는 시야에 재환은 억지로 말을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핵이 이동했을 테니까 중앙보다 좀 아래.’


마지막으로 뤼에고의 핵을 발견했던 장소보다 살짝 아래를 겨누는 재환.


‘들여 마시고, 내쉬고.’


아주 천천히 숨을 고르며 총을 잡고 있는 손의 검지를 방아쇠에 걸쳤다.

재환의 숨에 따라 스코프 너머로 겨누어진 뤼에고의 몸통이 아주 조금씩 올라갔다 내려간다.


‘이대로 숨을 멈추고.’


들이마시는 중간에 숨을 멈추는 재환.

그와 함께 스코프 너머의 뤼에고도 점차 정지되어간다.


끼릭


아주 조금씩 당겨지는 방아쇠.

이제는 완전히 정지된 뤼에고가 스코프 너머로 날뛰고 있는 게 보였다.


‘잘 가라. 개새끼야.’

찰칵!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밀리는 재환의 몸.

재환에 쏘아진 노란 탄환은 그대로 뤼에고를 향해 날아갔다.


촤좌좌작!

츄르르르.


위험성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두꺼운 벽을 만드는 뤼에고.


스륵


하지만 총알은 작은 소리만 내며 종이를 찢듯 순식간에 벽을 지나 뤼에고의 몸통에 꽂혔다.


퍽.


아주 작은 소리. 그리고 아주 작은 상흔.

지켜보던 재환이 입을 열었다.


“펑.”

번쩍!

콰아아앙!


이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빛을 내며 폭발하는 뤼에고의 몸통.

잠시 뒤 빛이 사그라들고 드러난 뤼에고의 몸통엔 드릴로 구멍을 뚫은 듯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쿠웅···.


그대로 미끄러지듯 넘어가며 쓰러지는 뤼에고.

재환은 완벽하게 쓰러지는 뤼에고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끝났네.”

[생존의 숲 보스 뤼에고가 사망하였습니다.]


재환의 말을 받아주듯 떠오르는 메세지 창.


[1단계 생존의 숲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주어진 시작보다 일찍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이 업그레이드됩니다.]

[클리어한 사람들은 2단계로 넘어갑니다.]

[오류! 원본이 삭제되었습니다. 다른 생존의 숲에 뤼에고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류! 김재환의 업적이 상한선을 넘었습니다. 보상이 보류됩니다.]

[보상 산정을 위해 김재환의 이동이 잠시 보류됩니다.]

···.


끝없이 떠오르는 메세지 창.

하지만 재환은 그 메세지를 모두 읽지 못한 채 그대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21화 오후 중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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