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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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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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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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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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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불협화음

DUMMY

가장 위에서부터 중간까지 절반이 넘게 검은색 재로 변해버린 몸, 숲의 회복을 위해 사방으로 내뻗었던 나무뿌리는 몇가닥 남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메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어떤 몬스터든 거의 죽기 직전이라고 봐야 했다.

중앙 몸체는 기능의 거의 잃기 직전이고, 공격할 수단조차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놈은 다르지.’


나무처럼 생긴 놈 답이 이놈은 그냥 두면 곧바로 회복을 시작한다.

그래서 사냥이 까다로운 놈 중 하나였다.


“이크!”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나무줄기를 피한 재환은 숨을 고르며 포션을 꺼내 마셨다.


[업적, 포션 중독자(2)를 달성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포션을 단시간에 사용한 자에게 주는 업적

-최하급 포션 효율 80% 감소.

-하급 포션 효율 10% 감소.


포션을 마시자 떠오르는 업적.

즉각적으로 반영된 업적은 재환이 마신 포션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시작했다.


“더럽게도 빨리 주네.”


물론 지난 5일간 물 대신 마셔댔기에 빠르게 업적을 얻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포션이 최하급밖에 없다는 점에선 최악이었다.


“뭐, 됐어. 2단계 넘어가면 되니까.”


포션을 뒤로 던진 재환은 곧바로 뤼에고의 몸통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재환을 막기 위해 다시금 나무줄기를 내뻗는 뤼에고.


“느려.”


날아오는 공격보다 한 타이밍씩 빠르게 내달려 모든 공격을 피한 재환은 손쉽게 몸통에 도착했다.


파지지직!


전격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뤼에고의 몸통을 태웠다.

하지만 살짝 파이며 검게 타버린 부위가 살짝 늘어날 뿐 변함없는 뤼에고의 몸통.

혀를 찬 재환은 타버린 몸통을 발로 박차며 자리를 피했다.


쿵!


재환이 있던 자리로 내리꽂히는 나무줄기, 그 덕에 타버린 부분이 바스러지며 까져 안쪽이 살짝 드러났다.


“하, 이러다가 진짜로 아슬아슬할지 모르겠는데.”


다시 살짝 멀어진 재환은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현재가 5일 차, 총 7일이지만 변수를 생각해서 하루는 빼둔다 생각하면 남는 시간은 하루.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었다.


“어쩌겠냐. 이게 내 팔자인걸.”


다시금 날아오는 공격을 피한 재환은 몸통으로 다가가 아까 공격으로 움푹 파였던 공간에 자기석을 집어넣은 뒤 빠르게 물러났다.


쾅!


폭발과 함께 더더욱 커지는 구멍. 물러나며 구멍을 살피던 재환이 눈을 빛냈다.


“찾았다.”


보이자마자 안쪽으로 파고들어 사라지기는 했지만 분명 뤼에고의 핵이었다.


“운이 좋네.”


아까만 해도 최악의 최악을 생각하면 핵을 찾는 시간이 빠듯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자마자 핵의 위치를 발견할 줄이야.


‘빨리 공격해야겠어.’


공격해야 할 정확한 위치를 찾은 재환은 그때부터 집요하게 뤼에고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변에 있는 재가된 몸통을 공격해 완전히 부숴 시야를 넓혔다.

기존에야 타버린 몸통이 있던 말던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핵을 발견한 이상 그 근처에 방해되는 것들은 다 치워두는 게 좋았다.

그리고


쾅! 쾅! 쾅!


두더지처럼 핵이 있던 방향을 향해 공격을 난사해 박아넣어 파고들었다.

부족한 공격력은 그동안 아껴가며 사용했던 자기석을 모조리 때려 박아넣었다.

핵이 조금씩 이동한다는 걸 생각하면 아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쾅! 쾅!

파지지직!


그렇게 허벅지와 허리 쪽에 매달린 파우치가 완전히 가벼워질 때까지 모든 물품과 공격을 쏟아버린 재환은 이동하는 핵을 찾을 수 있었다.


덥썩!


곧바로 핵을 붙잡는 재환.

그러자 뤼에고가 연신 나무줄기를 휘두르며 날뛰었지만, 나무줄기는 재환이 들어간 구멍 근처의 자기 몸만을 때릴 뿐 재환을 공격하지 못했다.

재환은 그대로 붙잡은 핵을 부숴버렸고 그러자 후드득후드득하고 핵이 떨어지는 동시에 사방으로 휘둘러지던 나무줄기 역시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끝이네.”


지난 5일의 고생치고는 허무한 결과. 하지만 당연했다.

모든 사냥이라는 건 중간의 고생은 힘들고 어려울지언정 끝은 생각보다 쉬운 게 당연했으니까.


“자, 그럼 좀 쉬어···.”


[페널티가 후원되었습니다.]

[김재환의 페널티 후원: 2000/2000]

[김재환의 페널티 후원: 2458/2000]

[김재환의 페널티 후원: 3312/2000]

···.

[총 4253점이 후원되었습니다.]

[1단계입니다. 페널티 개수가 1개로 제한됩니다.]

[1개로 고정된 페널티가 강화됩니다.]

[뤼에고가 회복됩니다.]

[뤼에고의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메세지창의 안내와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던 핵이 스스로 모이더니 붙기 시작했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상황.


“뭔, 개···.”

퍽!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재환이 밖으로 튕겨 나왔다.

그대로 피를 토해내며 날아가는 재환의 눈에 보이는 푸른 나무 한 그루.


털썩!


누군가의 품 안에 떨어진 재환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션을 찾아 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젠장···.”

“이제 끝입니까.”


그제야 자신을 받아낸 존재를 인식한 재환.

뒤를 돌아보니 이성환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싸우지 않고 여긴 왜 온 거지?”

“지금 상황에 싸우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그의 말에 재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잘라냈던 나무뿌리들이 어느새 다시 자라나 땅속에 꽂히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나무뿌리를 두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들.


“이제 끝났습니다. 이 이상 저 몬스터는 못 잡으니 도망치다가 다음 단계로 가죠.”


설득하는 이성환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 아직 방법이 있어.”

“그렇습니까···.”


재환의 말에 이성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며.


푹!

“죄송합니다.”


재환의 복부에 검을 찔러넣었다.



**


“씨발, 저거 왜 안 죽냐.”

“설마 여기까지 오는 건 아니겠지 말입니다.”


불안감에 떨며 말하는 두 군인의 눈에 보이는 건 아주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쾅! 쾅!

콰아앙!


온갖 포탄과 미사일 등으로 초토화되고 있는 고블린들. 하지만 첫날과 달리 고블린들은 무력하게 죽기만 하지 않고 있었다.


우웅!

쿵!


한쪽에 잠시 생겨난 반투명한 막.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포탄.


콰앙!


몇 대만에 반투명한 막이 사라지고 포탄은 다시 고블린들을 타격하였으나 그사이 반투명한 보호막 안에 있던 고블린들은 한 움큼 앞으로 나간 상태였다.

이러한 일들은 몇초 간격으로 사방에서 벌어졌고, 그로 인해 바로 앞을 벗어나지 못했던 고블린들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저지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키르르륵!

휘익!


보호막이 포탄을 방어하는 사이 거대한 고블린이 옆에 있던 고블린을 붙잡고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퍽!


바로 코앞에 떨어져 곤죽이 되어버린 고블린.


“히익!”


분명 죽은 사체일 뿐이었지만 자신들 바로 앞에 떨어졌다는 사실에 군인들은 순간 패닉에 빠졌다.


“정신 차려!”


뒤에 있던 소대장이 패닉에 빠진 부하들을 다그쳤다.

그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건 매한가지였지만 그마저 패닉에 빠지면 소대가 완전히 기능을 잃는다는 걸 알았기에 억지로 공포를 억눌렀다.


“다들 실탄 장착해! 사수 부사수 위치로! 움직여 새끼들아!”


소대장의 다그침에 겨우겨우 몸을 움직이는 부하들.

그들은 움직이면서 제발 고블린들이 자신의 앞까지 다가오질 않길 기도했다.

한편, 이 광경을 송출하고 있던 뉴스는 재빨리 송출화면을 정지시키고 화면을 전환했다.


[···.]

[···.]


생각보다 충격적인 상황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앵커들. 이내 한 사람이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군인들이 정말 잘 싸우고 있습니다···. 그죠?]

[예, 그 잠시 밀리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셨겠지만, 충분히 압도적이죠.]

[아, 정부에서 방금 정보가 전달됐습니다. 군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며 충분히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방금전 봤던 화면과 살짝 맥락이 안 맞는 말.

말하는 앵커들조차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제대로 내뱉어진 건지 아닌지 헷갈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그들도 이렇게 진행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처음 그들이 받은 대본에 쓰인 내용은 간단했다.


<국군의 위용 선전 및 국민의 안정.>


사람들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가 담긴 내용이었고, 처음에는 잘 진행됐었다.

첫날과 둘째 날 압도적으로 몬스터를 뭉갰던 녹화 영상을 틀어주고 말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생방송으로 틀었던 장면에서 이리도 끔찍한 영상이 튀어나올 줄이야···.


[어···. 이것으로 긴급 뉴스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D의 싸인에 재빠르게 마무리 인사를 하는 앵커, 그 후 뉴스는 원래 기획된 시간보다 빠르게 끝나며 대신 광고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던 한 가정집의 주부.

그녀는 다급한 표정으로 여러 채널을 돌려보고 인터넷도 뒤져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현 상황을 알려주는 영상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야.’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블린의 사체가 떨어진 바로 앞에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총을 든 군인.

분명 그녀의 아들이었다.


-엄마, 걱정하지 마. 여기 안전하다니까?


며칠 전에만 해도 불안에 떠는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아들이 저 위험한 곳에 있었다.

그것도 국가에서 알려준 안전하다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말이다.


‘내 새끼 어떡해, 어떡해···.’


걱정과 불안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는 국가가 했던 말은 믿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당장이라도 그녀의 아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김재환에게 페널티를 후원하세요.]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메세지 창 하나.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서성이며 고민하던 그녀는 고민 끝에 자신이 킬 수 있는 유일한 메세지 창을 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조작한 후 [확인]을 눌렀다.


[포인트 7점이 김재환에게 후원되었습니다.]


후원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메시지.

크나큰 결심을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포인트를 후원했음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그녀의 불안은 더더욱 커졌다.

그렇게 그녀의 불안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김재환에게 일정 점수가 쌓였습니다.]

[고블린들이 약화됩니다.]

[김재환에게 후원된 점수가 기준점의 2배가 넘었습니다.]

[고블린 주술사들의 힘이 약화됩니다.]

[김재환에게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고블린들이 약해졌다는 메시지가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

그 사실에 아주 약간이나마 안도하는 그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녀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이내 양손을 부여잡으며 기도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김재환을 향한 사죄.

어떠한 페널티가 갔을지는 몰라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 일조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양심을 콕콕 찔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 그녀는 밤이 될 때까지 재환에 대한 사죄와 아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기도를 번갈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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