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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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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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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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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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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악당

DUMMY

**


[이제 좀 알겠냐?]


기나긴 설명을 마친 아실러스가 지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바로 즉답하는 재환. 그 모습에 아실러스는 혈압이 오르는 건지 뒷목을 부여잡았다.


“뭐, 장난이고 어느 정도는 알겠어.”


뤼에고를 잡으라 했을 땐 왜 그런가 했더니 이런 계획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근데 그냥 말해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사념 상태로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에 뤼에고의 나이테가 필요했다고. 그래야 곁에 남아 계속 도울 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던가?


[설마 그것 때문에 말 안 했겠냐? 다른 이유가 있지. 물론 진짜로 네가 싫어서 말 안 한 것도 있고. 아마도?]


아실러스가 보기엔 자신의 미래 사념은 정말로 재환이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까칠한 반응을 보여주는 거겠지.


‘물론 나라고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이미 달성했는데 굳이 까칠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다른 게 또 있어?”

[응? 너 설마 아직 로그 안 살펴본 거냐?]

“로그?”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은 자신의 로그를 살펴보았다.


[1단계 생존의 숲을 클리어하였습니다.]

···.


초반에 보인 것은 그가 정신을 잃기 전에 본 것과 다름없는 메세지들.

그리고 그 아래엔···.


[보상 산정을 위해 김재환의 이동이 잠시 보류됩니다.]

[보상 산정까지 걸리는 시간 48시간. (남은 시간: 18:15.]

[튜토리얼 보스 뤼에고의 소멸로 인해 생존의 숲이 폐기됩니다.]

[모든 단계에 존재하는 뤼에고가 삭제됩니다.]

[다음 입장 플레이어는 생존의 공간으로 이동됩니다.]

···.


“이건···.”


모두 다 읽지 않았음에도 감이 왔다.

아실러스가 이렇게 한 이유,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늦게 나아가는 자.]

-한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탈출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재능+50%

-이 칭호는 같은 칭호를 얻을 시 업그레이드됩니다.


단순히 얻을 수 있는 업의 양이 증가하거나 능력치가 증가하는 게 아닌, 그 모든 걸 망라한 재능 그 자체를 올려주는 칭호.

그리고 재환이 1회차에서 가지고 있던 칭호였다.


“너는···. 아니, 다른 아실러스는 이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짐작했던 거였어?”

[그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도 네 칭호를 보면 당연히 이걸 떠올릴 수밖에 없어.]


재환이 가진 칭호.

아실러스는 처음 보는 그런 칭호였지만 기존의 지식과 합친다면 얻는 방법을 떠올리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가장 늦게만 가면 되거든.’


1회차에선 그게 쉬웠다.

사람들이 동시에 이동하는 1단계나 일부가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의 2, 3단계와 달리 4단계에서부터는 그냥 가장 늦게 가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실제로 재환은 가장 늦게 단계를 나아갔고, 이 칭호를 얻게 됐다.


[그래서 좀 화가 나긴 하더라.]


아실러스는 그래도 나름 동료였고, 재능에 대한 평가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기억을 읽어서 알게 된 사실이 그 두 가지를 모두 깨뜨리는 정보였을 줄이야···.


“그건 뭐···. 내가 할 말이 없네.”


재환은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칭호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2회차에선 그게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이 수를 쓴 거야.]


모든 인류가 동시에 생존의 숲에 떨어진 것과 달리 2회차는 순차적으로 들어왔으니까.

아무리 칭호를 얻으려고 노력해도 지구에서 계속 사람이 들어오는 한 얻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래서 뤼에고를 잡으라고 시켰다? 이 세계를 마지막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래, 이곳에 있는 뤼에고를 잡으면 생존의 숲은 파괴되니까.]


칭호를 얻는 조건은 한 세계를 마지막으로 탈출하는 것.

그렇다면 더 이상 그 세계로 사람들이 진입하지 못하게만 만들면 얻을 수 있는 거였다.


“잠깐. 근데 너는 이곳에 있는 뤼에고가 원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난 뤼에고가 원본이라는 보장도 없었잖아.”


재환의 말에 아실러스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툭툭 쳤다.


[내 별명이 뭐냐?]

“만물을 탐구하는 자.”

[그래, 말 그대로 나는 탐구하는 자. 뤼에고에 대해서도 찾아봤지.]

“그럼 원본이 나타날 거라는 건?”


뤼에고의 복제와 원본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본이 재환이 있으리라 장담할 순 없었을 텐데?


[소환 의식.]

“소환 의식?”

[그래. 그걸 사용하는 이상 본체가 나올 수밖에 없어.]


뤼에고는 기본적으로 숲의 수호자이자 기록자였다.

그런 존재가 숲이 공격받는데 분신을 보낸다? 


‘단순히 기록이라면 모를까 숲을 지키는 자리라면 본체가 나타나는 게 맞지.’


물론 분신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뤼에고가 오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여러 곳에 나타날 경우일 때뿐이었다.


‘미리 나타난다면 백 프로 본체지.’


당시 재환의 상황에서 뤼에고를 잡을 방법은 미리 소환하는 방법뿐이기에 당연히 본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잡는 방식은 내가 원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비록 미래의 사념이긴 했지만 같은 원본을 공유하고 있는 이상 아마 생각한 방법은 비슷했을 것이다.


‘도움을 받아, 사념을 소환시킨다.’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그리고 약화된 뤼에고를 6~7단계의 사념을 불러 저격하면 되는 거였다.


‘그편이 싸게 먹히니까.’


포션 중독자 칭호를 얻긴 하겠지만, 포션과 치유를 미친 듯이 했다면 한순간에 사냥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재환은 그걸 완전히 360도나 돌려서 해버렸다.

다 같이 진행해 얻어야 했던 최초 칭호는 혼자서 도전하지 않나, 사람들과 동료가 되어야 했는데 척지고 완전히 적이 되어버리질 않나.

완전히 아실러스가 생각했던 계획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진행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뭐 했으니 된 건가.’


그가 원했던 겁을 잘 먹고 이상한 짓 하는 것도 고쳐졌고(좀 이상한 쪽으로 고쳐진 것 같지만), 운이 많이 겹치긴 했지만 어쨌든 뤼에고를 잡기도 했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도 말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역시···.’

[넌 멍청이다.]

“뭐?”


재환은 설명하다 말고 갑작스럽게 멍청이라고 말하는 아실러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가 이놈은 그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욕을 퍼붓는 건지···.


‘심지어 처음 소환했던 사념이랑은 또 성격도 달라요.’

[다 보인다. 무슨 생각하는지.]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은 순간 뜨끔했다. 그리고 아실러스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생각? 난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보나 마나 처음 소환한 사념이랑 성격이 다르다 뭐다 그런 생각이겠지.]


정확하게 생각을 집어낸 아실러스의 모습에 재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가 저놈은 속일 수가 없는 놈이었다.


“아, 아무튼 앞으로 좀 그런 계획이 있으면 말해줘. 알면 더 잘할 거 아냐.”

[하겠냐? 넌 그때의 네 꼴을 보고도 순순히 줬겠냐?]


처음 봤을 때의 재환은 완전히 겁쟁이이자 쓰레기 그 자체.

다 알려줘도 그대로 말아먹을 게 뻔한 놈이었기에 당연히 계획과 이유를 알려줄 리 없었다.


[알려주는 건 네가 자격이 되면 알려줄거야. 앞으로도 네가 조금이라도 자격이 안 되거나 혼자 알아내야 하는 거라면 난 알려주지 않을 거다.]


그래야 재환이 성장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예, 예. 알아서 받들어모시마.”


재환은 장난스레 아실러스의 말을 받았다.

그런 재환을 보며 아실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놈을 믿고 이소희를 구해야 한다니···. 에휴, 그나저나 확인이나 좀 하자. 너 칭호 어디까지 업그레이드했지?]

“칭호는 4단계. 3단계에서 7단계까지 얻었으니까.”

[대략 재능 200% 상승인 건가.]

“그렇지 뭐.”

[2회차엔 부활한 다음 들어온 거고? 뭔가 묘하게 변한 건 없고?]

“그건 왜?”

[정보 확인이다. 말하기나 해.]

“뭐, 네가 말한 게 맞지?”


재환의 말에 아실러스는 팔짱을 낀 채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저 모습이 계획을 세울 때 자주 보이는 모습이라는 것을 안 재환은 가만히 아실러스의 생각이 끝나길 기다렸다.

잠시 후.


[오케이 대충 견적은 짰다.]

“계획 다 세웠어?”

[네가 생각한 계획은 거의 다 폐기했지.]

“왜?”


나름대로 잘 세운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다 폐기할 줄이야.


[그거야 당연히 이상하게 세웠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세워선 의미가 없으니까.]

“그정도로 심각하냐?”

[어, 네가 멍청하다는 건 알았지만 좀 심할 정도로?]

“이 육시랄 놈이.”

[장난이고. 하나만 묻자 너 정말 이소희를 구하기 위해서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갑자기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아실러스. 재환은 곧바로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럼 기존의 네 계획과 내 계획은 모조리 폐기다.]

“네 계획도?”

[어, 그것도 이미 틀어졌거든.]


동료를 구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정석적인 계획. 그건 이미 재환이 사람들과 척진 이상 절대로 써먹지 못할 계획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마. 새로 세운 계획이 있으니까.]


기존 계획과 큰 차이는 그리 없는 계획.

기존의 계획이 용사 루트 같은 정석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루트라면 새로운 계획은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루트였다.


‘다만 완전히 혼자 독식하지.’


물론 그걸 해야 하는 놈이 저 겁쟁이 김재환이라는 점이 살짝 걱정되기는 했지만 아실러스는 그 걱정을 접어두기로 했다.

처음에 칭호에 대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배신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사실 재환의 재능은 진짜긴 했다.

아무리 칭호의 도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랭킹 2위까지 올라간 것 자체는 사실이었으니까.

다른 놈이었다면 아무리 줘도 못 올라갔을 가능성이 컸다.


‘랭커들도 순수하게 실력으로 올라온 건 아니니까.’

[자, 그럼 계획을 알려주마.]


아실러스가 무게감을 잡고 재환을 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몸에 힘을 주는 재환.


[너는 이제부터 악당, 아니 마왕이다.]


**


“하, 저 오들오들 떠는 것들 좀 봐라.”

“내가 여기쯤으로 이동된다고 했잖아. 맞지?”

“아, 그래서 네 몫 좀 더 챙겨준다니까?”


만담하듯 가볍게 얘기하는 남자 들.

하지만 그런 남자들과 달리 그들을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야, 근데 저 보호막은 왜 있냐?”

“낸들 아냐? 그냥 초보자 보호용 보호막 같은 거 아냐?”

“씨발 그런 게 있었으면 나 올라올 때도 있었겠지.”


인상을 찌푸리며 옥신각신하는 둘의 모습에 한 남자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넌 뭐냐?”

“이성환이라고 합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이성환.

남자는 그런 이성환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누가 그거 물어봤냐? 저쪽에 찌그러져 있어야 할 놈이 왜 튀어나왔냐고.”

“지금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원하시는 게 있다면 평화적으로 거래하죠.”


이성환의 말에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정색한 표정으로 이성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평화? 지금 평화적이라고 말했냐?”

“예, 그렇습니다.”


이성환의 말에 얼굴을 움찔거리며 구기기 시작하는 남자.

한계까지 구겨진 남자는 곧이어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뭐? 평화? 칵칵! 끅! 칵칵칵칵!”

“평화적으로 거래하죠.”

“킥킥킥! 야! 따라 하지 마. 너 때문에 웃음이 안 멈추잖아. 킥킥킥.”


이성환을 보며 미친 듯이 웃는 두 사람.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웃음을 멈춘 남자가 이성환을 보며 말했다.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아니면 돌아이거나.”

“제가 뭘 잘못 말했습니까?”

“잘못? 잘못 말했지. 거래란 건 서로 동등해야 할 수가 있는 거란다 꼬마야?”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 남자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그냥 보호막이 풀리기 전에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잘 보일지 재롱 준비나 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놀리듯 말하는 남자의 말에 이성환이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왔다.


덥석!


나가려는 그의 어깨를 붙잡는 손.

김소현이 굳어있는 이성환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나가지 마.”


작가의말

일요일에 올린다는게 결국 새벽이 되는 월요일에 올라갔네요.
다음화는 8시에 예약을 걸어뒀습니다.

이걸로 밀린 연재는 다 채웠고, 앞으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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