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74
추천수 :
92
글자수 :
218,747

작성
23.07.03 13:53
조회
128
추천
1
글자
13쪽

17화-불협화음

DUMMY

**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게임과 닮아있다.


커맨드에 들어와 생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격언 중 하나였다.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법칙은 존재하지만 절대적이지 않았고,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마치 소설에 들어온 것처럼, 게임에 들어온 것처럼 행동했다간 생존할 수 없다는 격언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게임과 닮아있다.


게임처럼 상태 창이 존재하고, 업을 통해 마치 경험치를 쌓듯 강해진다.

항상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존재했으며 그 결과를 게임을 하듯 예측해야 보상을 얻고 강해질 수 있다.

서로 모순된 말이었지만 커맨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문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마음속에 새기고 항상 이용한다.

마치 현재 재환이 하는 것처럼.


[숲의 기운을 잡아먹는 흑마력을 느낀 뤼에고가 소환됩니다.]

[마지막 날에 소환되지 않았습니다. 이른 소환으로 인해 뤼에고가 약화됩니다.]

[3주차에 소환되었습니다. 이른 소환으로 인해 뤼에고가 약화됩니다.]

[숲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뤼에고가 약화됩니다. 재생력이 사라집니다.]

[숲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뤼에고의 이동력이 사라집니다.]

···.


수없이 떠오르는 메세지 창.

모든 내용이 뤼에고가 정상적으로 소환되지 않아 약화된다는 내용이었다.

재환은 저 멀리 있는 몬스터들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나뭇잎이 듬성듬성 나 있으며, 메말라 병든 것처럼 보이는 나무.

약화된 뤼에고였다.


‘이 정도면 할만해.’


멀었지만 재환에게는 느껴졌다.

지금 보이는 뤼에고와 재환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한 번에 잡거나 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했지만, 1주라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략한다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 일을 행한 재환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몬스터들은 다 사라지고 나타날 리 없는 튜토리얼 보스가 나타나다니···.


[뤼에고가 회복을 위해 숲을 조성하기 시작합니다.]


메세지와 함께 사방으로 뻗기 시작하는 뤼에고의 뿌리들. 재환은 사방으로 퍼지는 나무를 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던 대로 저놈들 데리고 행동해.”


재환이 멍하니 있는 김소현에게 명령했다. 

숲의 수호자라는 이명답게 숲을 복구하여 힘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봤자 엔트보다도 한참이나 격낮은 힘.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뤼에고가 지성을 얻으면 엔트가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4단계에서 뤼에고를 많이 사냥하던 플레이어들에게서 한때 돌았던 말.

하지만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성을 가진 뤼에고를 본적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엔트도 존재한다고 알려졌을 뿐 만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5단계에선 엔트 종족이 나오긴 했지만 뤼에고가 존재하지 않았고.’


재환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 역시 뤼에고를 사냥하기 위해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4주차가 되었습니다. 1차 침식이 시작됩니다.]

[예고된 침식 장소에 게이트가 형성됩니다.]

[고블린의 약화와 숫자를 줄이기 위해선 페널티 후원이 필요합니다.]

[김재환에게 페널티를 후원하세요.]

[현재 김재환의 페널티 후원: 1015/2000]


지구에 침식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메시지 들.

재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뜬 건지 나무를 태우기 위해 이동하던 사람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는 게 보였다.


‘설마···.’


아주 약간의 불안감이 드는 재환.

하지만 그는 이내 그 불안감을 떨쳐냈다. 어차피 불안해한다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드드드드!


탱크들이 제자리를 찾아 멈춰서고 보병들이 탱크를 주변으로 진지를 구축한 채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평야 한 가운데에 있는 검은색 괴물체.

마치 무지개처럼 실재하지 않고 현상처럼 보이는 저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친절하게 모든 사람의 눈앞에 메세지 창으로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고블린의 침식까지 약 2분.]

[김재환에게 페널티를 후원하세요.]


마친 후원 할 것을 강요하는 메시지.


[고작해야 고블린이다! 너희들이 게임에서 쉽게 잡고! TV에서 이소희가 잡몹으로 평가한 고블린이다!]

[우리 국군은 충분히 승리한다! 모두 긴장은 하되 마음 놓도록!]

[여기서 김재환에게 후원하는 자는 기본 무기징역이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는 군단장의 목소리까지.

많은 소란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어느새 침식이 예고된 시간이 시작되었다.


[고블린의 침식이 시작됩니다.]

[1일 차, 호남평야에 100만 마리가 배정됩니다.]


메세지와 동시에 검은색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일렁이더니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키륵 키륵!

키르르르!


흰자 하나 없는 검은 눈을 번들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 고블린의 모습.

TV를 통해서만 봤을 뿐, 처음 보는 고블린의 모습에 보병들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발포!]


그때 들리는 발포 소리. 앞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으나 발포인 것은 확실했다.

옆에 서 있던 탱크들이 굉음을 내며 포탄을 쏘아내기 시작했으니까.


쾅! 콰앙! 쾅쾅!


거대한 소리를 내며 고블린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포탄들.

거대한 먼지구름 뒤로 드러난 것은 죽어버린 고블린들의 육편이었다.


“죽었네?”


총을 들고 있던 보병 중 한명의 중얼거림.

그의 말대로 고블린들은 죽어버렸다. 제대로 된 사체도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폭음 소리와 함께 첫날이 지나갔다.


3일 차 진지.

부식으로 가져온 소시지를 씹어먹으며 멍하니 고블린들이 죽는 걸 보는 상병 하나.


따악!

“경계 제대로 안 하냐? 왜 멍때리면서 있어?”


뒤에서 분대원들과 땅따먹기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선임이 어느새 다가와 방탄 헬멧을 치며 물었다.


“그냥 좀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이상?”

“첫날에 비해 좀 앞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후임의 말에 선임이 떨어지는 포탄에 죽어가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포탄에 맞아 죽는 것만 보일 뿐 앞으로 나왔다는 느낌은 없었다.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인데?”

“그거야 첫날 이후로 저쪽은 한 번도 안 보셨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경계도 선적 없고.”

딱!

“그럼 말년이 경계를 서랴?”


다시 한번 후임의 헬멧을 내려치는 선임.

그는 잠시 후임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 다음 말했다.


“거기다가 네가 매의 눈이냐? 어? 매의 눈이야?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 세세하게 보여?”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야, 그리고 생각이란 걸 좀 해라. 너 오늘이 무슨 날이야.”


잠시 생각하던 후임이 곧바로 선임이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보급 오는 날입니다.”

“포탄을 첫날부터 그렇게 쐈는데 당연히 숫자가 줄지 않았겠냐?”


아무리 포탄을 쌓아뒀다고는 하지만 거의 3일 내리 포탄을 쏘았으니 떨어질 만도 했다.

실제로 고작 3일째지만 벌써 고장 난 탱크도 몇 대 나왔다는 말을 옆 대대 아저씨에게 듣기도 했다.

그러니 포망이 옅어졌을 것을 당연한 일.


“그럼 큰일 난 거 아닙니까? 탱크가 망가지면 바로 우리인데···.”


선임은 한숨을 내쉬며 멍청한 후임을 바라보았다.


“망가진 탱크는 못 고치냐? 그리고 전투기는 왜 빼먹냐?”


고블린을 잡으며 써먹고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탱크들이 다였다.

그 덕에 포병들은 고생하지만, 보병들은 시끄러운 탱크 옆에서 대기나 타는 게 끝인 상황.

모든 전력을 다 쓰고 있지도 않은 셈이었다.


“생각이란 걸 좀 해라. 조금이라도 밀리면 다른 게 올 거란 건 생각 안 하냐?”


아직 전투기도, 지뢰도, 보병들을 총도 남은 상태였기에 걱정할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경계나 좀 제대로 서고, 너 숨겨놓은 과자 없냐?”

“결국 그것 때문에 오신 겁니까?”


상병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숨겨두었던 과자 하나를 선임에게 건넸다.


“좀 아껴 드시지 말입니다. 저도 이제 남은 과자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 짜샤. 소대장님이 식사 추진하면서 과자 사다 주시기로 했어.”


볼일을 마쳤는지 다시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는 선임.

그가 가고 다시 고블린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던 상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단순히 포망이 옅어져서 밀린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나?”


살짝 밀린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어차피 그들이 총 쏠 일은 존재하지 않을 텐데.



**


화르르!


매캐한 냄새를 내며 타들어 가는 나무뿌리.


“더럽게도 안타네.”


기름을 끼얹어 나무가 더 잘 타도록 하던 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게 며칠째 반복하는 일인지, 지겨워 죽을 정도였다.


‘그래도 3주 차 때보단 낫긴 하지만.’


그때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매캐한 연기에 몰려드는 몬스터, 잠들지 못하는 상황까지.

솔직히 말하면 하루만 더 지속됐다면 목숨이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지루하긴 해도 나쁘지 않았다.

몬스터는 없었고, 그저 자라나는 나무뿌리만 불태우면 됐으니까.


“조심해!”


갑작스러운 경고.

렌은 빠르게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웅크렸다.


퍽!


커다란 나무뿌리가 그를 강하게 치고 지나갔다.

땅바닥을 구르다 그대로 대자로 뻗어버리는 렌. 동료 한명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괜찮냐?”

“괜찮아. 이정도야 버틸만하지.”


사실 옆구리에 금이 간 것 같았지만, 그는 괜찮은 척했다.

멍때리다가 맞았다는 게 밝혀지면 쪽팔렸으니까.


“그나저나 벌써 5일째인가?”

“그러게, 순식간에 5일 차네.”


4주차가 시작된 지 벌써 5일이라니···.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참 독해. 쉬지도 않고 나무뿌리를 불태우고 있으니까.”

“너 같으면 쉬겠냐. 저 둘이 저렇게 열심인데?”


렌이 저 멀리 나무뿌리를 불태우다 못해 부숴버리고 있는 이성환과 김소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5일이라는 시간 동안 렌은 저 둘이 쉬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쉬는 시간은 사치라고 느끼는 건지 잠도 줄여가며 움직였고, 그 덕에 다른 한국인들 역시 그들을 따라 제대로 쉬지 못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저놈이 제일 미친놈 아니냐?”


동료가 저 멀리 뤼에고의 본체와 싸우고 있는 재환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소현과 이성환은 그래도 잠이라도 잤지만 김재환은 잠도 자지 않고 5일째 저 거대한 나무를 공격하고 있었다.

간간이 포션을 먹는 모습이 보이는 게 아무래도 잠은 포션으로 대체하는 것 같았다.


“징한 놈, 결국 저거 잡으려고 3주차를 그렇게 부려 먹은 거야?”


뤼에고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아주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들도 뤼에고가 나타났을 때의 메시지를 읽었기에 재환이 저 미친 나무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3주차에 그들을 그렇게 들들 볶았다는 걸 이해했다.

그들이라도 저놈을 사냥하려면 그렇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죽여버리고 싶다.”


본인이 욕심부려 한 일.

가만히 뒀다면 뤼에고는 원래대로 4주차 마지막 날에 났을 것이다.

결국, 본인이 업적을 얻으려고 저 짓을 한 거고 그들은 재환으로인해 피해를 받았으니 그들은 피해자였다.


“근데 죽일 수는 있을까?”


렌이 저 멀리 싸우고 있는 재환을 보며 물었다.

그 역시 동료의 말처럼 재환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다만, 저렇게 사냥하는 걸 보면 솔직히 앞으로도 죽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미친놈처럼 싸우고 있었으니까. 


“에휴, 나무뿌리나 자르자. 저놈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그래 그러자.”


둘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정말 싫은 놈이었지만, 지금은 협력해야 하는 놈이기도 했으니까.


**


“허억! 헉!”


나무뿌리가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재환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피하는 동시에 전격을 날려 주변에 널려있는 나뭇가지를 불태웠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날아오는 나뭇가지들.


“헉, 헉. 더럽게도 질기네.”


거친 숨을 토해내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는 재환.

하지만 그런 그의 말과는 달리 표정은 밝은 상태였다.


“그래도 보람은 있네.”


그런 말을 내뱉을 만큼 뤼에고의 상태는 재환의 예상 그 이상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화~토) 23.08.03 7 0 -
공지 코로나로 인한 휴재.(수,목) 23.07.20 13 0 -
공지 연재 공지 23.06.24 150 0 -
38 38화-반란 23.08.01 28 2 13쪽
37 37화-반란 23.07.29 33 1 12쪽
36 36화-반란 23.07.28 41 1 13쪽
35 35화-반란 23.07.27 38 1 14쪽
34 34화-반란 23.07.26 47 1 12쪽
33 33화-반란 23.07.25 56 1 12쪽
32 32화-시험 23.07.24 54 1 12쪽
31 31화-시험 23.07.22 59 1 12쪽
30 30화-12과업 23.07.19 66 1 13쪽
29 29화-12과업 23.07.18 66 1 14쪽
28 28화-12과업 23.07.16 67 1 13쪽
27 27화-12과업 23.07.15 78 2 13쪽
26 26화-12과업 23.07.13 92 1 13쪽
25 25화-악당 23.07.12 94 1 12쪽
24 24화-악당 23.07.11 99 2 12쪽
23 23화-악당 23.07.10 108 1 14쪽
22 22화-악당 23.07.10 111 1 12쪽
21 21화-악당 23.07.09 119 2 13쪽
20 20화-불협화음 23.07.07 123 2 12쪽
19 19화-불협화음 23.07.06 119 1 13쪽
18 18화-불협화음 23.07.04 126 1 11쪽
» 17화-불협화음 23.07.03 129 1 13쪽
16 16화-불협화음 23.07.02 135 1 12쪽
15 15화-불협화음 23.06.30 146 1 13쪽
14 14화-불협화음. 23.06.30 143 2 12쪽
13 13화-불협화음 23.06.29 155 1 14쪽
12 12화-불협화음 23.06.28 169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