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56
추천수 :
92
글자수 :
218,747

작성
23.07.13 10:11
조회
91
추천
1
글자
13쪽

26화-12과업

DUMMY

**


“이거 받으세요.”


재환은 김소현이 건넨 아공간 반지를 받았다.


“이걸 이렇게 얻네···.”

‘범죄자들 족쳤을 땐 그렇게도 안 나오더니.’


결국에는 포인트 부족으로 한동안 못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얻을 줄은 몰랐다.


“제가 산 거 아니에요. 이성환씨가 산 거지.”

“그 사람이?”

“네,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약속은 개뿔 이상한 놈이라니까.”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궁시렁 거리는 김소현.


‘신의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고지식의 끝판왕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둘 다 아닌 것 같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성환을 설명할만한 단어가 딱히 떠오르진 않았다.

아공간 반지를 낀 다음 배낭을 허공에 집어 던지자 훅! 하고 배낭이 사라지더니 재환의 머릿속에 목록들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이제 좀 편해지겠네.’


배낭에 파우치까지, 몸 이곳저곳에 달고 다니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이제 좀 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환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

“네, 이제 뭘 할지 궁금해서요.”


김소현의 말에 재환이 쓴 웃음을 지었다.


“넌 나를 따라 고 오십은 거냐?”

“네, 그렇게 결정했으니까요.”

“너도 바보는 아니잖아. 내가 어느 정도 이용하고 있다는 건 알 텐데?”


이렇게까지 티를 냈는데도 진짜로 몰랐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따라오겠다는 거야? 이성환과 화해하든 다른 무리를 꾸리던 그게 낫지 않아?”


신성력 속성이 희귀하다는 걸 생각하면 어디를 가도 받아줄 텐데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왜 따라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쎄요. 그냥 재환님이 좋은 사람 같아서요.”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그녀의 대답에 재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얘를 만난 게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랭킹 7위는 원래 좀 의존적인 게 많긴 했지. 그래도 아군이 있는 건 낫지 않나?]


아실러스의 조언에 재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언젠 악당이 되라며.”

“네?”

“아냐, 너한테 한 말.”

[넌 악당이 동료도 없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내가 말한 악당은 네 이득을 챙기고, 너만 보라는 뜻에서 한 말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냐. 너 자꾸 곡해할래?]

“그럴 거면 악당이라고 하질 말던가.”


만물을 탐구한다는 놈이 어휘력이 이따위로 이상해서야···.


“미안하지만 난 혼자서 활동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알아서 활동해.”

“이번에도요?”


시무룩해 하는 그녀를 보며 재환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언제 같이 행동했었다고 이러는 거야?


“중앙 도서관에 들어가면 관리자한테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줄 거야.”

“그건 저도 알아요. 이소희씨가 하는 거 봤어요.”

“그럼 그 이소희가 선택한 책은 선택하지 말고, 다른 책을 선택해. 그리고 넌 신성력이니까 지구껀 절대 선택하지 말고.”

“이소희씨가 선택한 책은 왜 선택하지 말아요? 꽤 좋은 이야기들이던데”

“그래야 최초 업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 동화 마을에서 최초 업적을 얻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책을 선택해서 모험하고 성공하면 되니까.


‘업적을 얻는다는 점에선 꿀 이긴 꿀이지.’


심지어 모험에 실패해도 목숨을 잃지 않으니 말 그대로 꿀 중의 꿀이었다.

물론, 1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고, 계속 실패하면 디메리트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1년이야 진짜 게으르고 전투의지가 없는 게 아닌 이상 충분히 널널한 시간이었고, 실패도 잘만 한다면 오히려 더 좋았으니까.


[그걸 아는 놈이 안전하게 수준 낮은 모험만 했냐?]

“그때 수준 낮은 걸 선택한 게 나만 그랬냐?”


재환이 아실러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솔직히 말해서 1회차 때는 어쩔 수 없었다.

딱히 알려진 정보도 없었고, 생존의 숲에서 겨우 살아 나온 상태였기에 목숨을 건 도박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재환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 모두가 모험하지 않고 도시에 있는 집에 들어가 현실도피를 하며 살거나 모험을 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의 책을 골라 모험을 했다. 


[그래도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좀···. 차라리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고르던가.]


아실러스가 한심하다는 듯 핀잔을 줬다.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될까요?”


아실러스와 작게 투닥거리던 사이 재환이 했던 말을 곱씹던 김소현이 물었다.


“뭔데?”

“혹시 여기 정체가 뭔지도 아세요?”


영상으로 볼 때도, 직접 여기에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김소현이 생각하기엔 이곳은 너무나 이상한 곳이었다.

중앙 도서관에 있는 책을 골라 그 내용을 모험한다. 하지만 목숨은 잃지 않고 성공하면 이득을 얻어간다.


“너무 우리들한테 편리한 것 같아요.”


생존의 숲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여기가 더 튜토리얼 같다랄까?


“글쎄, 여기가 그렇게 편리하지만 않아서 말이야.”

[어떤 면에선 더 악질이지.]

“정체라고 해봤자 딱히 정의 할 만한 건 없고···. 그나마 아카식 레코드? 그런 느낌이야.”

“아카식 레코드? 그게 뭔데요.”

“모든 지식의 총집합체 같은 거?”


물론 아카식 레코드라는 정의는 좀 많이 안 맞긴 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긴 곳이라는 정의를 가진 아카식 레코드와 달리 이곳은 그저 모든 세상의 이야기들만 담겼을 뿐이니까.

사실 왜 동화 마을이라고 불리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온갖 잔인하고 슬픔 이야기도 있으니 소설 마을이 더 맞지 않나?


[원래 동화는 잔혹한 것도 많았다.]


아실러스가 재환의 생각에 짧게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


‘내 생각 읽지 말아라.’

[그럼 정신 방벽을 올리던가. 네가 거부하면 사이코 매트라는 안 통한다니까?]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실러스가 생각을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원래 이렇게 가벼운 놈이었나?


‘연인을 잃고 나서 한동안 일부로 쾌활하게 행동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실러스가 아니기에 어떤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문제만 없으면 됐다.


“아무튼 해줄 수 있는 얘기는 다 해줬다.”

“잠시만요. 힐 해드릴게요.”


떠나려는 재환을 붙잡은 김소현이 곧바로 재환에게 힐을 시전했다.


“그만해라. 단순한 힐로는 안 통하니까.”


지금 재환의 상처는 단순히 포션이나 신성력을 때려 박은 힐로는 치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몸은 안쪽부터 곪은 상태였고, 회복력도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단순히 몸의 회복력을 강제로 활성화하는 포션이나 힐은 통하지 않았다.


‘최상위 포션이나 치료 능력이면 모를까.’

“나, 간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나는 재환.

김소현은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변했네.”


생존의 숲 때는 계속 혼란스럽고 무겁기만 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목숨의 걱정이 사라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살짝 근심을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편이 더 좋긴 하네.’


1단계 때는 너무 우중충했었기에 지금이 훨씬 더 보기 좋았다.


“그나저나 단순한 힐로는 안된다라···.”


김소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곧바로 중앙 도서관 쪽으로 걸어갔다.



**


[이제 뭐 할 거냐?]


아실러스가 걷고 있는 재환에게 물었다.


“글쎄? 일단 쉬어야겠지?”


근처에 있는 집 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들어가며 대답하는 재환.


“생존의 숲에서 너무 무리했어. 바로는 못 움직여.”


몸 상태 이전에 컨디션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유현도 맘에 걸리고?]

“그렇지.”


5페이지 밖에 없으니 이곳에 얼마 머무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놈이 떠날 때까진 좀 쉬는 게 나았다.


[잘됐네. 이참에 여기에서 계획 좀 세우자.]

“너가 세우는 거 아니었어?”


문을 잠그며 말하는 재환의 모습에 스르륵 튀어나온 아실러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나한테 다 맡길 생각이었냐?]

“네가 내 계획은 쓰레기라며.”

[하, 쪼잔한 새끼. 이래서 내가 네가 싫었다는 거야. 잔말 말고 같이 짜. 나라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예, 예.”


아실러스에게 대충 대답한 재환은 근처 탁자에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뭐부터 짜야 하는데.”

[그거야 당연히 너의 회복이지. 그거 안되면 다른 건 다 못해. 네 몸 상태가 어떤 건지 잘 알지?]

“너무나 잘 알지.”


신체야 이미 박살 나기 직전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영혼 쪽이었다.

그때 재환이 부른 1회차의 사념은 사념이었지만 영적인 힘이 너무 컸다. 그로 인해 순간적이지만 재환의 영혼은 찌그러졌고, 다시 회복이 안 되고 있는 상태였다.


‘내 영혼에서 나온 사념이라 그나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어쩌면 그랬기에 이 정도에서 끝난 걸 수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회복은 불가능하다.]


아실러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포션과 힐, 뤼에고를 잡고 얻은 업적까지 회복에 사용했는데 이 정도라면 회복하는 것 자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재환이 현재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는 간단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을 한참이나 초과한 힘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물컵에 물탱크를 부은 격이었다.

그러니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강화해야지. 물탱크가 될 때까지.]


작은 물컵에 간 커다란 금은 물컵 입장에선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겠지만 물탱크가 되면 고작해야 작은 금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회복도 가능해지겠지.


[골라봐라. 무슨 이야기가 좋냐.]


아실러스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을 따라 희뿌연 안개가 만들어지더니 이내 글자가 완성되었다.


<지크프리트, 생 제르맹, 코셰이, 동방삭, 아킬레우스, 풀룩스, 헤라클레스>

[대충 이 정도다.]


모두 불사신과 관련된 이야기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이계의 이야기는 안 넣어?”

[가성비가 좋지 않아.]


물론 이계의 이야기 중에 영혼과 몸의 강화에 좋지 않은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계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이계의 이야기. 아는 내용도 없을뿐더러, 찾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효과도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지구 사람이면 지구 사람답게 지구 걸 사랑해야지. 이걸 너네 나라 말로 신토불이라고 하던가?]

“개소리하네.”


아실러스의 말에 짧게 반박한 재환은 하나씩 이름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모두 불사신이자 그 격이 높아지는 존재들이었고 나쁘지 않은 이름들이었다.

어떤 이야기든 진행해서 얻는다면 좋은 업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헤라클레스로 할게.”


잠시 고민하던 재환이 말했다.


[어째서? 더 좋은 이야기도 많지 않아?]

“그래 많기는 하겠지.”


당장 가장 앞에 쓰인 지크프리트만 하더라도 용을 살해하는 업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9단계에 가게 됐을 때 유리하겠지.


“하지만 나한테 맞는 성장형 신화는 이것뿐이야.”


아킬레우스는 불사신이 되지만 약점이 생기고, 코셰이나 동방삭은 같은 불사신이지만 그 결이 달랐다.

지크프리트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고, 풀룩스는 아예 신의 이야기였다.

지금 재환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깰 수 있으면서도 전투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


“그건 헤라클레스밖에 없지.”


인간에서 시작했으나 12 과업을 진행하면서 반신이 되어가는 이야기.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며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밖에 없었다.


[정답, 바보긴 해도 멍청이는 아니군.]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글씨를 흩어버리는 아실러스.

재환은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시험한 거냐?”

[시험이라기보단 생각을 하라는 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네 스스로의 판단력을 키울 필요도 있어.]

“그런건 걱정 안 해도 돼. 알아서 잘할 수 있어.”

[그런 놈이 나한테 모든 계획을 맡기려고 해?]


아실러스의 말에 재환이 입을 다물었다. 그 부분은 그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첫 이야기는 결정됐고, 최대한 쉬어라.]

‘어쩌면 이 이야기는 기존과 다를지도 모르니까.’


아실러스는 뒷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리고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화~토) 23.08.03 6 0 -
공지 코로나로 인한 휴재.(수,목) 23.07.20 12 0 -
공지 연재 공지 23.06.24 149 0 -
38 38화-반란 23.08.01 28 2 13쪽
37 37화-반란 23.07.29 32 1 12쪽
36 36화-반란 23.07.28 40 1 13쪽
35 35화-반란 23.07.27 37 1 14쪽
34 34화-반란 23.07.26 46 1 12쪽
33 33화-반란 23.07.25 56 1 12쪽
32 32화-시험 23.07.24 54 1 12쪽
31 31화-시험 23.07.22 59 1 12쪽
30 30화-12과업 23.07.19 66 1 13쪽
29 29화-12과업 23.07.18 65 1 14쪽
28 28화-12과업 23.07.16 66 1 13쪽
27 27화-12과업 23.07.15 77 2 13쪽
» 26화-12과업 23.07.13 92 1 13쪽
25 25화-악당 23.07.12 93 1 12쪽
24 24화-악당 23.07.11 99 2 12쪽
23 23화-악당 23.07.10 107 1 14쪽
22 22화-악당 23.07.10 110 1 12쪽
21 21화-악당 23.07.09 118 2 13쪽
20 20화-불협화음 23.07.07 122 2 12쪽
19 19화-불협화음 23.07.06 118 1 13쪽
18 18화-불협화음 23.07.04 125 1 11쪽
17 17화-불협화음 23.07.03 128 1 13쪽
16 16화-불협화음 23.07.02 134 1 12쪽
15 15화-불협화음 23.06.30 146 1 13쪽
14 14화-불협화음. 23.06.30 143 2 12쪽
13 13화-불협화음 23.06.29 154 1 14쪽
12 12화-불협화음 23.06.28 169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