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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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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4
추천수 :
92
글자수 :
218,747

작성
23.07.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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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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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악당

DUMMY

“뭐?”


재환의 대답에 얼빠진 표정을 짓는 남자.


“흠, 너만 일단 남기면 되겠지.”


그 말을 내뱉는 즉시 사라지는 재환.

남자는 순간적으로 재환을 놓쳤다는 사실에 놀라 빠르게 방비하며 앞으로 몸을 굴렸다.


촤악! 촥!


하지만 들려온 것은 그가 아닌 뒤쪽에서 들려오는 살 잘리는 소리.

그제야 남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부하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


“뭐해! 쳐!”


남자의 말에 얼타던 부하들이 정신을 차리고 재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반응이 느리네.”


달려드는 적들 사이로 지그재그로 그어지는 노란 불빛.

불빛이 사그라들자 그대로 달려들던 적들의 가슴에는 구멍이 하나씩 새겨졌다.


털썩! 털썩털썩!

“30마리.”


남은 숫자를 세며 몸을 푸는 재환은 크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시간 없다. 빠르게 가자.”



** 


“저깁니다!”


이성환이 코앞에 보이는 성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성벽 너머로는 하얀색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주르륵 세워져 있었다.


“앞에 적이에요.”


같이 달리던 김소현이 입구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말했다.

저들이 적이라고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으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았다.


‘사람을 웬만하면 믿지 말라고 했었지.’


첫날에 재환이 그녀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에게 했던 말.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고, 나중에는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한 후원으로 인해 사람을 잘 못 믿어서라고 생각했다.

2주 차 때 사건은 그저 우연히 벌어진 사고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지.’


이곳에 떨어지자마자 보호막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알았다.

김재환이 왜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하는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그녀가 알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법과 규범이 사라지고 그저 태초로 돌아가 버린 사람들이었다.


‘하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확실해지니 우울해지네.’


분명 이곳에 온 사람 중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온 착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 모양이면 그녀 역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실제로 악해진 건 아니지만 좀 변해버린 케이스가 옆에 있기도 했고.


“공격 준비해요.”


몸에 신성력을 돌리며 말하는 김소현. 이성환 역시 그녀의 말에 따라 피부를 강화한 채 검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입구를 막고 있던 사람들이 순순히 옆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뭐지?’


순간 함정인가 싶었지만,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함정이라기엔 조금 이상했다.


“운 좋은 새끼들.”

“하필이면 이쪽이냐.”


가만히 옆으로 피한 사람들의 짜증 어린 목소리에 김소현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고, 얼마 안 가 그 의문점이 바로 해결되었다.


[스토옵!]


그들 앞에 커다랗게 울리는 딱딱한 소리.

그와 동시에 펄럭이는 책 하나가 달리고 있던 그들의 앞에 멈춰섰다.


[멈춰요! 더 이상 가면 페널티를 부여하겠습니다!]


책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사람들, 그중 몇몇은 책을 몬스터로 간주하고 스킬을 날리기도 했다.


[하아, 이래서 뉴비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스킬들을 바라보는 책.


[정지.]

쿵!


그대로 달리던 사람들 모두 온몸이 땅바닥에 틀어박혔다. 책을 향해 날아갔던 스킬은 소멸.

단 한마디로 일어난 일이라기엔 너무나 황당한 상황, 김소현과 이성환을 비롯한 일행들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책을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시야에 보이는 건 돌바닥뿐이었다.


“환영 신고식 제대로 하네.”

“그래도 우리한테 털리지 않았으니 행운아 아니냐?”

“글쎄, 그건 저 책이 얼마나 성격이 더럽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그건 그래.”


바닥에 처박힌 일행들을 보며 낄낄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건지 놀라는 기색 하나 없었다.


[흠, 이제 좀 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나요?]


차분하게 말을 거는 책.

일행들을 몸을 짓누르던 강한 힘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일어났고 그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에라이 꽝이네.”

“서문 쪽 가볼래? 거기 쪽도 올 거 아냐.”

“그럴까?”


삼삼오오 떠들며 사라지는 사람들. 얼마 안 가 대부분은 사람들이 떠나고 김소현과 이성환 일행들만이 남아 책을 바라봤다.


[흠, 흠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지만···.]

[빰 빠밤! 1단계를 통과하고 동화 마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과장된 목소리로 축하를 해주는 책.

하지만 일행들은 더욱 싸늘해진 채로 책을 바라볼 뿐이었다.


[에잇, 이번에 오신 분들은 다들 딱딱하시네요.]

[분위기를 풀려면 개그라도 쳐야 하나?]


안타깝다는 듯 말하며 고민하는 책.

그 모습에 김소현이 아주 천천히 책에게 다가갔다.



“저기··· 책님?”

[책님? 저요? 아! 제 소개를 안 해드렸군요!]


김소현의 말에 잊었던 것이 생각났다는 듯 펄럭이며 외치는 책.


[저는 이 동화마을의 3급 관리자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김소현이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자기소개도 끝났겠다. 그럼 이제부터 재밌는 우리, 우리, 우리~ 동화마을! 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저, 저기···.”

[자! 일단 모두 북! 이라고 외쳐볼까요?]


상대의 말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건지 제 말만 하는 3급 관리자.

김소현은 하는 수 없이 일단 관리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북.”

“북!”

“북?”

“북.”


김소현을 따라 똑같이 북을 외치는 일행.

그러자 그들 앞에 그들의 이름이 써진 책 하나가 나타났다.


[이 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때요? 궁금하죠? 궁금하죠!?]

“예, 궁금합니다.”


김소현이 관리자의 맞장구를 쳐주었다.


[바로 설명 들어갑니다~아! 이 책은 무려 365페이지! 빈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이 책을 어디에 써야 하냐? 바로, 바로!]

“내 이야기를 쓰는 거겠지.”


속삭이듯 나온 누군가의 목소리.

너무나 희미해서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속삭임이었지만, 관리자는 들었던 건지 홱 하고 몸체를 돌렸다.


[누구죠? 방금 누가 얘기했죠?]

[아무런 말도 없으면 더한 페널티를 줄 거랍니다?]


관리자의 말에 뒤에 있던 사람 중 한명이 손을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촤악!

[저는 착하니까 손가락 하나로 봐 드릴게요!]

“크악!”


검지가 잘리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남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그를 치료하기 위해 재빨리 포션을 꺼냈다.


[모두, 집중!]


관리자의 말에 몸을 움찔하며 어쩔 수 없이 부상자 옆에 포션을 내려놓은 채 몸을 돌리는 사람들.

그 모습이 마음에 든 건지 관리자의 목소리가 다시 나긋나긋해졌다.


[자, 여기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적는 거랍니다. 기간은 1년! 그 안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채우세요. 아, 물론 1년을 굳이 다 채울 필요는 없답니다. 여러분이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책은 자동으로 페이지를 채우거든요.]

“질문이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질문을 하는 김소현.


[뭔데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활약할수록 채워진다면 가만히 있으면 안 채워진다는 소리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만약 1년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곳에 대한 건 김소현은 대략 알았다.

이소희가 이곳을 공략하면서 머문 기간 동안 책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곳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연구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만 봤기에 정보는 적을 수밖에 없었고, 1년이 넘어간 사람들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되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좋은 질문! 아주 예리한 질문이었어요!]

[가만히 있을 때 채워지는 페이지는 하루에 3분의 1씩 채워진답니다. 만약 그걸 다 못 채웠다? 그렇게 된다면···.]


목소리를 낮추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관리자.

모든 사람이 침을 꿀꺽 삼키며 관리자를 바라봤다.


[그냥 다 채울 때까지 여기 있게 된답니다.]


별것 없다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얘기하는 관리자의 말에 긴장했던 사람들이 허탈함에 실소했다.


[자, 이걸로 동화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설명은 끝났답니다. 자 여러분들 이제부터 모험을 시작하세요!]


미친 듯이 펄럭이며 말하는 관리자.

그러다가 움직이는 걸 우뚝 멈춰서더니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아 맞다! 중요한 거 두 개! 책을 채우기 위한 모험에 도전하는 건 무한하지만 성공은 세 번만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마을 내에서는 전투 금지! 걸리면 큰일 난답니다?]


그대로 관리자는 제 할 말만 마치고 자리를 떴다.


“설명 정말 대충 하네.”


사람들 중 한 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마 이소희의 영상을 통해서 대략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알아서 다행이었지 이 설명만 들었으면 분명 한참이나 헤맬게 분명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이성환이 김소현을 노려보며 물었다.


“저요? 저야 뭐 기다야죠.”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나?”

“없어요. 재환씨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거든요.”


담담하게 말하는 김소현의 모습에 이성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김재환의 무엇이 김소현을 저리 따르게 만드는 걸까···.

도저히 공감이 안 가는 상황. 하지만 그녀를 딱히 비판하지는 않았다.


“받아요.”


이성환이 허공에서 반지 하나를 김소현에게 툭 던졌다.


“이건···.”


반지를 받아든 김소현이 물건의 정체를 깨닫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성환을 바라봤다.

그가 던진 건 비싸디비싼 아공간 반지였다.


“이걸 왜 주죠?”

“주기로 약속했으니까요.”

“적인데도?”

“적이라도 신의와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아하, 그래서 뒤에서 찔렀어요?”


비꼬듯 말하는 김소현.

하지만 이성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게 그땐 옳은 행동이었으니까요.”

“그놈의 옳은 짓 평생 잘하시면서 사세요.”


김소현이 이성환을 흘겨보며 지나쳤다.

그녀가 성문 쪽으로 사라지고, 홀로 남은 이성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럴 겁니다. 아마.”



**



“다 끝났네.”


재환이 마지막 남은 남자를 놓은 뒤 몸에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죽이는 건 빠르게 끝냈는데 정보를 캐내기 위해 살려둔 놈을 고문하느라 꽤 시간이 지났다.


[근데 꼭 다 죽일 거냐?]


허리춤에서 튀어나와 묻는 아실러스.

그의 물음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봤잖아. 위험 분자는 해결하는 게 나아. 그리고 네가 악당이 되라며?”

[내가 악당이 되라고 한 건 다른 뜻으로 한 말이다만?] 

“뭐 겸사겸사라고 하지.”

[에휴, 네 맘대로 해라. 하지만 알지? 그 많은 사람을 다 죽이면 너 어떤 칭호를 얻을지.]

“알아.”


살인자 칭호가 주는 디메리트는 재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구간을 청소하고 가는 게 나았다. 그래야 추후에 방해받을 일이 없을 테니까.


‘이번엔 확실하게 가야 해.’


재환이 자신의 복부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근데 마을에서는 어떻게 죽일 거야? 거긴 전투 금지잖아.]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당당한 표정으로 아실러스를 바라보는 재환. 그 모습에 아실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왜 돕는다고 했지?’


사념이 소환된 지 약 24시간, 아실러스는 김재환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것을 벌써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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