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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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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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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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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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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불협화음

DUMMY

“조금이라도 다쳤으면 이쪽으로 와요!”

“그 스폿은 포기해요! 몸이 먼저예요!”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하고 다니는 그녀. 그것만 보면 참 좋은 행동이었다.

지속적인 치료와 케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환에게도 도움이 됐으니까.


‘그런데 왜 저게 반항 같을까.’


조그마한 생채기만 생겨도 칼에 찔린 것처럼 호들갑 떠는 행동, 포션으로 치료할 수도 있는데 절대로 포션을 쓰지 못하게 하고 기다리게 해서라도 치료하게 만드는 저 모습.

아무리 봐도 저건 반항이 맞았다.


“포션으로 치료 가능한 사람은 빠르게 치료하고 바로 가라.”


재환이 몰려있는 환자들을 향해 심기 불편한 말투로 말했다. 그의 말에 별로 다치지 않았음에도 치료하는 척 쉬고 있던 사람들이 재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너희도 죽을 만큼 다쳤어?”


재환이 포션으로 치료하기 약간 애매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그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빠르게 포션을 마신 후 절뚝이며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예요?”


김소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지금 뭘 하는 거지?”


조금이라도 더 업적을 쌓고 성장해도 모자랄 판에 이따위 게으름을 피우게 만들 순 없었다.

그건 아무리 김소현이 희귀 능력자고 필요한 사람이라도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저 사람들은 휴식이 필요해요. 사람이 2일이나 잠도 자지 않고 저러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 돼.”


그렇게 활동할 수 있으라고 정보를 푼 거였다.

2일 정도는 밤을 새워도 문제가 없고, 설사 지치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수준. 그게 지금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도대체 뭘···!”


무언가 잔뜩 말하고 싶지만 끝내 토해내지 못하는 김소현.

재환은 그런 그녀에게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조금 양보해주지. 크게 다친 사람까진 휴식을 허용할 거야.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이것도 많이 양보한 거였다. 마음 같아선 죽지만 않으면 계속 굴리고 싶었으니까.


“휴식은 튜토리얼이 끝나면 마음껏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내 말을 따라.”

“싫다면요? 저도 죽일 건가요?”


재환이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리고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자. 참아. 지금 여기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신성 능력자다.’

“여긴 놀이터가 아냐. 내가 장담하는데 뭉그적거리면 모두 죽을 거야. 그러니까 협조 좀 해!”


결국 협박 대신 설득을 행하는 재환.

하지만 김소현은 여전히 재환을 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왜 도움을 청하지 않나요. 좋게 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잖아요.”

“이미 지난 일 들먹이지 말고. 더 할 말 없어. 경고도 이걸로 끝이야. 만약 헛짓거리 계속하면 저놈들부터 죽일 거야.”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더 죽이면 속도가 느려지는데 그런 손해 보는 짓을 자기 손으로 할 리 없었다.


“그리고 너도 스폿 좀 부숴.”


여기서 재환 다음으로 강한 사람이 치료 따위나 하고 있다니···.

재환은 혀를 차며 다시 몬스터 사냥을 위해 몸을 돌렸다.



**


생존의 숲. 3주차 6일째 밤.

6일 내내 사방에서 불타던 붉은 화염은 줄어들고, 푸른 나무 대신 검은 잿더미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무 역시 몇그루 남지 않아 불 지르는 사람들은 이제 한 두팀만 운용하면 되었지만, 사람들의 피곤함은 오히려 배가 되었다.


키리릭!

취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평야가 되었기에 생겨나는 족족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들.


“막아!”

“이쪽 좀 지원해줘!”

“다친 사람은 뒤로 빠져!”

“포션 부족해! 누구 포션 남는 사람!”


능숙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누가 봐도 베테랑이나 다름없었다.


‘피곤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지?’

‘아직도 3주차야?’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겉과 달리 쓰러지기 직전인 그들에게 제일 절실한 건 잠과 휴식.

그들은 이렇게 된 5일 차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원래 4일 차까지는 이렇게 몬스터들이 달려들진 않았다. 고작해야 반경 100m 정도의 몬스터들만 그들에게 달려들었을 뿐이었다.

이미 수백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잡은 그들에게 그 정도 몬스터들은 쉬운 상대였고, 솔직히 말해서 점차 편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5일 차.


[숲이 95% 이상 파괴되었습니다. 숲의 분노가 일어납니다.]

[모든 몬스터가 생존자들을 향해 달려듭니다.]


그 알람과 동시에 일어난 일은 진짜 최악이었다.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고, 뒤쪽에선 쉴 틈도 없이 몬스터가 죽은 만큼 생성되었다.

덕분에 그들은 그날부터 마지막 날 밤까지 쉬지 않고 몬스터들을 사냥했고, 또 사냥했다.

아니, 그래도 사실 거기까지면 어찌저찌 힘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뭐 하는 거지? 몇 팀은 남은 나무 안 불태워?”

“몬스터 제대로 안 막아? 방화 팀이 제대로 불태우게 몬스터 밀어내!”


가장 큰 문제는 몬스터가 아니라 재환이었다.

계속해서 불을 지를 걸 명령하고, 쉼 없이 몬스터를 밀어내라고 명하는 재환.


‘죽여버리고 싶다.’

‘내가 왜 저 새끼 말을 들어야 하지?’

‘그냥 같이 죽어?’


정작 그러면서 본인은 쉴 때 쉬고, 사냥할 때 적당히 사냥하는 모습을 보이니 불만은 극에 달하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다만, 실제로 그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은 없었다.

말했다간 죽는 건 당연하고, 당장 몬스터를 막아내기도 벅찼으니까.

거기다가···.


“나와봐.”


재환이 휴식을 끝내고 앞으로 나오자 몬스터들을 사냥하던 사람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파지직!


사람들이 어느 정도 물러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몬스터들을 재환은 도륙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털썩 주저앉으며 휴식을 취했다.


“젠장···.”

“이게 맞아?”


이젠 재환이 없으면 휴식도 취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기에 그에게 반항한다는 건 진짜로 다 같이 죽겠다는 선택지밖에 되질 않았다.

그것도 그들만 죽고 재환은 살아남는 그런 선택지.


“우리 살아날 수 있을까?”


쉬고 있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던 숲이 사라지고, 이제 주 수는 3주차에서 4주차로 넘어가게 된다.

3주차도 물량에 밀려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4주차는 도저히 살아날 수 있을 거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런 소리 말아요. 다 방법이 있을 테니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하던 김소현이 말했다.


“어떻게요?”

“저놈을 믿고?”

“저 미친놈 때문에 이 상황이 벌어졌는데?”

“저 새끼가 우리를 신경 쓰기나 할 것 같아요?”


김소현이 재환에게 호의적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짜증을 냈다.


“아뇨, 김재환씨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처럼 막아내면 다 같이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거죠.”


그녀의 말에 순간 짜증을 냈던 사람들이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김소현이 김재환에게 호의적이기에 짜증을 내긴 했지만 사실 그녀만큼 그들을 챙기는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치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치료하고, 위험할 때 목숨을 구해주며, 김재환이 닦달할 땐 앞서서 그를 막아줬다.


‘왜 아직도 김재환에게 호의적인 거야?’

‘약점이라도 잡혔나?’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아직도 재환에게 적의가 아닌 적당한 호의를 느끼고 있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물론, 김재환도 김소현에겐 덜 단호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직도 호의를 느낄 이유가 되진 않을 텐데···.


“막아.”


사냥을 끝내고 돌아온 재환이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런 그의 뒤로 보이는 건 사체들이 쌓인 공터.

짧은 휴식이 끝났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재빨리 일어나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널브러진 사체로 벽을 쌓기 시작했다.


“상태 창.”


피를 털어내고 털썩 주저앉은 재환이 상태 창을 열은 뒤 업적을 확인했다.


[업적, 최초로 스폿을 파괴하다.]

-동물들을 생성시키는 스폿을 최초로 파괴하는 자에게 주는 업적.

-동물 및 동물형 몬스터에게 업 획득 증가율 +20%

-동물 및 동물형 몬스터에 한해 공격력 소폭 상승.

-플레이어보다 약한 동물 및 동물형 몬스터에게 [디 버프: 공포]가 걸릴 확률 5% 증가.

-오감 약 10% 증가.

-스폿 추가 파괴 시 1개당 업 획득 증가율 +0.1% 상승. (현재 +112%)


‘여기까지가 끝인가.’


마음 같아선 더 하고 싶었다. 튜토리얼에서, 아니 4단계까지 통틀어서 업적 하나에 이 정도 획득률 증가 옵션은 보기 힘든 수준이었으니까.

아마 이대로 계속 사냥하면 4주차 마지막에는 그래도 이소희가 튜토리얼 때 이뤘던 수준 근처에는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되지.’


재환의 목표는 뤼에고 사냥. 이소희를 뛰어넘어야 했지, 그녀의 수준 근처까지 다가가서는 안 됐다.

그래서는 뤼에고는 절대 사냥하지 못할 테니까.


‘어디 보자 남은 시간이···.’

“생각이 있는 거죠?”


그때 김소현이 재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건 무슨 계획이 있다는 거잖아요.”


분명 3주차 2일에 튜토리얼이 끝나면 충분히 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4주차를 무사히 넘길 방법이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도 지금껏 참았던 거 였다. 이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라 믿으니까.


“계획 자체는 있지.”

“그게 무슨 계획인데요. 이제 4주차잖아요.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설명 좀 해줘요! 아니면 명령이라도 좀 하던가요!”


재환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성환이 마지막 남은 나무를 불태우고 있었다.


“다행히 얼추 맞았네.”


시간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은 재환은 포션을 마신 뒤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피가 묻은 검은 닦아내고 떨어진 소모품은 파우치에 채워 넣었다.


“자기석 남은 거 조금 있지? 알아서 잘 도망치다가 기름이랑 잘 써서 도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재환.

그러거나 말거나 완벽하게 무장을 마친 재환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쓰러지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무너지는 마지막 나무.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재환은 배낭에서 커다란 구슬 3개를 꺼냈다.


“그건···.”


김재환이 꺼낸 구슬, 그중 2개는 그녀도 아는 거였다. 김재환이 2주차에 구해오라고 시킨 물건이었으니까.


‘저걸 왜 꺼낸 거지?’


그가 꺼낸 건 그저 마력이 가득 담긴 구슬일 뿐이었다. 정제하면 영약으로 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딱히 쓸모가 없는 구슬.


“후, 준비는 끝났고.”

“뭘 하려는 거죠?”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은 김소현이 재환에게 물었다.


“튜토리얼 보스를 소환하려는 거다.”

“튜토리얼 보스요?”

“그래, 뤼에고.”


재환이 녹색 구슬 하나를 그대로 던져 깨뜨렸다. 그러자 퍼지는 녹색 기운. 그 기운들을 조금씩 퍼지며 잿더미가 된 땅에 새싹을 피우기 시작했다.

곧바로 하얀색 구슬을 그 위로 던져 깨뜨린 재환은 서로 섞이며 증폭되는 기운들을 바라보았다.


“뤼에고를 소환하는 건 쉽거든.”


4단계에서 뤼에고는 각광받는 몬스터였다.

상위 몬스터였지만 뤼에고의 몸체는 써먹을 때가 많은 몬스터였기에 부르는 방법 자체는 매우 잘 알려진 몬스터였다.


‘뤼에고의 다른 이명은 숲 수호자.’


숲이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존재하며, 숲을 위협하는 존재가 느껴질 때 나타나는 몬스터였다.

두 기운 위에 전격을 뿌려 위축시킨 재환이 검은 구슬을 섞여 있는 두 구슬 위로 던져 깨뜨렸다.

그러자 보자기처럼 넓어지더니 두 기운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검은 기운, 아니 흑마력.


쿠구구궁


흑마력이 두 기운을 잡아먹기 시작하자 진동하기 시작하는 숲.

제대로 반응이 왔다는 걸 느낀 재환이 눈앞에 떠오르는 메세지 창을 바라보았다.


[숲의 기운을 잡아먹는 흑마력을 느낀 뤼에고가 소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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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불협화음 23.07.03 128 1 13쪽
» 16화-불협화음 23.07.02 135 1 12쪽
15 15화-불협화음 23.06.30 14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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