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52
추천수 :
92
글자수 :
218,747

작성
23.06.30 20:18
조회
142
추천
2
글자
12쪽

14화-불협화음.

DUMMY

**


생존의 숲 절벽 근처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베이스캠프 입구 근처에 앉은 재환과 멀리 떨어져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

다들 재환을 두려워하며 찍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류헤이처럼 될지도 몰랐으니까.


‘잘 만들었네.’


그러거나 말거나 베이스캠프를 쭉 둘러본 재환은 생각보다 튼튼한 구조에 살짝 감탄했다.

확실히 군인은 군인인 건지 캠프는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

목책은 튼튼했으며 뒤쪽 절벽엔 혹시 모를 상황에 농성하기 위한 입구가 좁은 동굴이 존재했다.

1회차 때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물론, 지금 사람들이야 1회차 때 갑자기 끌려온 사람들과 달리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당연히 다를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예전에도 이랬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살았을 텐데.’


그러면 7회차에 인류가 모두 죽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9단계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착했을 수도 있었고, 어쩌면 클리어를···.


‘쯧, 이게 다 쓸모없는 가정이지.’


재환은 잡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때라면, 이렇게 라면, 만약에 등등 모든 가정 따위는 결국 과거의 일, 현재인 2회차를 제대로 나아가는 게 중요했지, 과거에 대해 생각에 잠겨 후회만 하는 건 쓸모없는 일이었다.


“성환 씨는 깨어났습니까?”

“네, 네!”


재환의 물음에 한쪽에 모여있던 사람 중 료시호가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베이스캠프까지 안내하고, 얘기를 나눈 사람이 료시호다보니 대표로 재환과의 소통을 맡은 것 같았다. 


‘뭐 누구든 소통만 되면 상관없지.’

“나오라고 해요. 운신하는 데 지장은 없잖아요? 그리 강하게 지진 것도 아니니까.”

“이미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을 헤치며 나오는 이성환. 포션을 마시며 나오는 그의 모습은 공격당한 사람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담담했다.


“절 왜 부르신 겁니까. 거래 때문이면···.”

“그거 때문 아닙니다.”


재환은 이성환의 추측을 부정했다.

누군가를 탓할 거라면 이 사단을 벌인 놈들을 탓해야지. 애꿏은 이성환을 탓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나 좀 하자고 불렀어요. 아무래도 좀 걸릴 것 같거든요.”


입구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재환. 이성환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저기 몰려서 작당 모의 중이거든요.”


이성환이야 잘 안 느껴지겠지만 재환에게는 느껴졌다.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모인 사람들의 기척이.


‘직접 쳐들어갈까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올 거 굳이 재환이 쳐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모두 다 같이 모여있을 때 해결하는 게 제일 좋기도 했고.


“앉아요. 좀 걸릴 것 같으니까.”


재환의 제안에 이성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옆에 털썩 앉았다.

잠시간의 정적.

멍하니 입구를 바라보던 재환이 입을 열었다.


“왜 앞을 막아섰습니까? 죽을지도 모르는데.”

“사람을 죽이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정석적인 대답, 그리고 너무나 답답한 대답이기도 했다.


“설마 이세계에 들어오면서 사람을 절대 죽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이성환이 재환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살인하지 않고 단계를 나아갈 수 없다는 건 알았다.

이소희 역시 단계를 나아가면서 인간들을 죽였으니까.

나아가는 데 있어 마찰이 일어나는 건 당연했고, 그로 인해 싸움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악인에 한정되어야 해요.”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막 죽인다면 그건 연쇄 살인마나 다름없었다.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 내려온 사람이 연쇄 살인마가 된다니, 그것만큼 모순도 없었다.


“그럼 성환씨 입장에선 전 연쇄 살인마겠네요.”

“그건···.”


이성환은 말끝을 흐렸다.

분명 재환은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중에는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재환이 사람을 막 죽이는 연쇄 살인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려웠다.


“뭐,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그 모두 재환도 겪었던 거고, 고민하던 문제였다.


“당신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결단은 필요할 거예요.”

“결단이요?”

“무리에서 균열이 일어났을 때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해결 방법이요? 음···. 설득과 이해가 아닐까요?”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이성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아니었다.


“정정하죠. 바로 코앞에 목숨이 걸렸을 때 무리 간의 의견을 통합시키는 방법이요.”

“으음···.”

“알잖아요? 그건 바로 불협화음을 만드는 사람을 쳐내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기선 그게 맞는 겁니다. 제가 첫날에 말했던 거 기억나나요?”


총을 겨눌 땐 사람을 진짜로 죽일 생각으로 겨누라는 말.

겁이 많은 것도, 무모한 것도, 적을 많이 만드는 것까지도 뭘 하든 그건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만의 방법이고, 그런다고 크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결정했음에도 행동을 미루거나, 적에 대한 태도가 애매해선 안 됐다.

그 우유부단함이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쉽게 고치긴 어렵겠지.’


재환도 여기 들어와서 제대로 된 결심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해 죽을 뻔하고, 손해도 보았다.

2회차인 그 역시 고작 몇년간의 평온한 기억으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데, 지구의 관습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이번이 처음인 이성환이 그런 게 단박에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좋은 짓도 적당히 하세요. 그리고 이번에도 막아서면 죽일 겁니다.”


몸을 일으키며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재환. 이성환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저에게 왜 그런 충고를 해주시는 거죠? 당신을 방해했고, 막아섰는데.”

“글쎄요···.”


재환이 이성환에게 굳이 이런 충고를 하는 이유···.

1회차 때 재환의 모습이 일부 보여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그가 하는 행동이 답답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뭐, 그나마 제 말을 잘 듣고 사람들을 통제할만한 사람이 당신이라서요. 라고 해둡시다.”


재환의 말에 이성환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으나, 재환은 이미 열리고 있는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린 상태였다.

목책의 입구가 완전히 열리자 들어오는 사람들. 백여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무기를 꼬나쥔 채 긴장하며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많기도 하네.’


하기야 한국이 유독 적은 거였다.

한국 다음으로 숫자가 적은 일본조차도 수십명, 중국과 대만은 백명이 넘게 들어왔으니까.


“너희가 각 나라 대표냐?”


재환은 가장 앞에 나온 세 사람에게 물었다. 각자 다른 나라 사람이고 그나마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일본은 급히 뽑은 건가.’


대표로 보이는 다른 놈들보다 더욱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게 류헤이의 부하 중 한 놈이 급하게 뽑힌 모양이었다.


“이러고도 무사···.”

“맞네.”


건방진 말투를 보아하니 맞았다. 그렇지 않은 이상 이딴 소리를 할 리 없을 테니까.

말이 중간에 끊긴 남자의 입에서 까드득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말이 끊긴 게 화가 난 것 같았다.


“예의가···.”

퍼억!

털썩!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남자.

옆에 있던 대표들이 눈을 깜빡이며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끄러워.”


재환은 곧바로 발을 박차 나머지 둘을 향해 돌진했다.

그 모습에 다급히 재환을 향해 공격하는 둘, 재환은 자신을 향해 내리긋는 검 사이로 파고든 다음 양손으로 둘의 목을 붙잡았다.


파지직!


샛노란 빛과 함께 타들어 가는 두 사람의 목.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진 둘에게 재환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입구에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음.”


재환의 말에 주춤주춤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내 몇몇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재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이어 에로우!”

“바인드!”

“그래비티!”


가장 먼저 재환에게 도착한 것은 각종 마법. 재환은 몸을 짓누르는 중력을 느끼며 몸을 덮치려는 새하얀 그물을 향해 전격을 쏟아냈다.


“죽어!”


재환이 그물을 찢어발기는 사이 재환을 향해 검을 찌르는 사람들.


“어설프네.”


다가오는 공격들을 짧게 평가한 재환은 발을 굴러 검들을 피한 뒤 전 방향으로 전격을 쏟아내 모든 사람들을 감전시켰다.


“이것 좀 빌리자.”


마비된 사람 중 한 명의 검을 빼앗은 재환.


촤악! 촥!


곧바로 검을 휘둘러 목을 가볍게 베어낸 재환은 얼이 빠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안 공격해?”


고작 몇 명이 몇번의 공격을 한 게 다였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들이 죽는 모습에 기가 죽은 사람들.


“이제 그만하시죠.”


뒤에서 보고 있던 이성환이 다급히 말했다.


“사람들도 이제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 알 겁니다.”


여기서 사람들을 더 죽였다간 돌이킬 수 없었다.

단순히 숫자가 줄어 생존 더 어려워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재환과 사람들 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척을 지게 만들어선 안 돼.’


그랬다간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서로서로 미워하고 죽이려 하는, 옳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마지막 선을 넘은 건 아니었다.


“성환씨 제가 방금 한 말 잊었어요?”


재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필요한 건 저를 위해 움직여줄 손발이지. 저에게 칼을 들이밀 존재가 아닙니다.”

“그 손발을 다 죽일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본보기도 보였고, 이미 많이 죽이셨습니다.”


그의 말에 재환은 뒤쪽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뒤에 있는 사람들.”

“예?”

“저 정도면 손발로 충분합니다.”


앞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겠다는 선언. 재환의 말에 이성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옳지 못합니다.”

“제가 말했죠. 저를 막아서면 죽인다고.”

“그렇다면 절 죽이고 가세요.”


각오를 단단히 다지며 말하는 이성환.

검을 드는 그의 모습에 재환은 그가 진심으로 목숨을 걸고 막아서려 한다는 걸 느꼈다.


‘역시 답답한 사람이네.’

“그럼 죽던가요.”


그대로 이성환을 향해 검을 내리긋는 재환.


캉!


재빨리 검을 들어서 막는 이성환, 재환은 검을 잡고 있는 그의 손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안 통합니다!”


붙잡혔다간 감전당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이성환이 재빨리 몸을 뒤로 뺐다.


“뭐, 뭐해! 어서 돕지 않고!”

“죽기 싫으면 움직여!”


재환과 이성환의 대화를 들었던 사람들이 뒤늦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검을 든 자들은 이성환의 곁에 서서 재환을 견제했고, 원거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하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곧바로 베어 넘기기 시작해는 재환.

사람들이 재환의 공격에 서로를 도우며 방어하고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의 공격을 제대로 막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짜증 나네.’


사람들을 베어 넘기던 재환은 어느 순간 짜증을 느끼며 자신의 팔을 구속하려는 식물 줄기를 뜯어낸 뒤 멈춰섰다.

남은 사람들의 숫자는 고작해야 십여명.

당연하게도 남은 사람들은 거의 공격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진 상황. 그럼에도 오직 이성환만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눈빛이 죽지 않았다.

그런 그를 죽이지 않는 것이 짜증 나는 걸까 아니면 고지식한 저 사람이 짜증 나는 걸까.

뭐가 됐든 하나 확실한 건 이제 모든 사람에게 그는 악당이 되었다는 거였다.


“뭐, 나쁘지 않네.”


이런 악당 짓은 처음이지만, 필요하다면 그까짓 거 해주지.

가볍게 발을 박찬 재환은 비틀거리고 있는 이성환을 때려눕힌 뒤 나머지 인원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리고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2주차까지 많이 남았네.”


뒤에 남아서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재환.


“2시간. 그 안에 시체들은 치우고 각자 전투 준비해놔.”


지금부터는 잘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


작가의말

15화는 밤12시 이전에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화~토) 23.08.03 6 0 -
공지 코로나로 인한 휴재.(수,목) 23.07.20 12 0 -
공지 연재 공지 23.06.24 149 0 -
38 38화-반란 23.08.01 28 2 13쪽
37 37화-반란 23.07.29 32 1 12쪽
36 36화-반란 23.07.28 40 1 13쪽
35 35화-반란 23.07.27 37 1 14쪽
34 34화-반란 23.07.26 46 1 12쪽
33 33화-반란 23.07.25 56 1 12쪽
32 32화-시험 23.07.24 54 1 12쪽
31 31화-시험 23.07.22 59 1 12쪽
30 30화-12과업 23.07.19 65 1 13쪽
29 29화-12과업 23.07.18 65 1 14쪽
28 28화-12과업 23.07.16 66 1 13쪽
27 27화-12과업 23.07.15 77 2 13쪽
26 26화-12과업 23.07.13 91 1 13쪽
25 25화-악당 23.07.12 93 1 12쪽
24 24화-악당 23.07.11 98 2 12쪽
23 23화-악당 23.07.10 107 1 14쪽
22 22화-악당 23.07.10 110 1 12쪽
21 21화-악당 23.07.09 118 2 13쪽
20 20화-불협화음 23.07.07 122 2 12쪽
19 19화-불협화음 23.07.06 118 1 13쪽
18 18화-불협화음 23.07.04 125 1 11쪽
17 17화-불협화음 23.07.03 128 1 13쪽
16 16화-불협화음 23.07.02 134 1 12쪽
15 15화-불협화음 23.06.30 145 1 13쪽
» 14화-불협화음. 23.06.30 143 2 12쪽
13 13화-불협화음 23.06.29 154 1 14쪽
12 12화-불협화음 23.06.28 169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