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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루(雪鏤): 눈위에 새기다.

랭킹1위 구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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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듭
작품등록일 :
2023.06.24 21:30
최근연재일 :
2023.08.01 02:4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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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6
추천수 :
92
글자수 :
2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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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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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시험

DUMMY

**


2회차, 똑같은 방법으로 보스 룸에 다가가 보스를 상대해 봤다. 여전히 잡을 수 없었다.

5회차, 최대한 돌아가면서 동료들의 실력을 키워봤다.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10회차, 동료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혼자서 모든 몬스터를 잡은 뒤 싸웠다.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20회차, 보스 몹을 잡는 게 아닌 개구멍이 있는 곳을 찾아봤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뭐해? 밥 안 먹어?”


또다시 돌아와 같은 행동을 취하는 마리.

재환은 아무 말 없이 마리가 건네준 수프를 받은 뒤 멍하니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전혀 없어.’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최적의 방법을 찾아 진행해도 오우거를 이길 순 없었다.

아니, 이길 수 없게 설정이 된 것 같았다.


‘나한테 뭘 바라는 거지?’


이 상황에서 해결할 방법은 그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오우거를 잡는 방법뿐이었다.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는 진짜 헤라클레스가 아니었고, 영웅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시험을 통과하라는 건지···.


“하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재환이 한숨을 내쉬자 예원이 먹던 수프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니, 그냥···.”

“그냥이 아닌데? 안색도 안 좋고.”

“흐음···.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예원의 말에 리암까지 재환의 안색을 자세히 살펴보며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것을 확인하자 재환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근데 아무리 도전해도 안 되더라고.”

“흐음···. 뭔지 몰라도 어렵네.”

“답지나, 뭐 힌트 같은 거 없어?”


같이 고민해 주는 리암과 질문을 던지는 예원.


“답지는 없고, 힌트는 있는데 다 사용해도 안 풀리더라고.”

“그럼 안 풀면 되잖아.”


수프를 먹고 있던 마리가 답했다.


“멍청아! 풀어야 하는 거니까 문제잖아.”


예원이 한심하다는 듯 마리를 쳐다보며 대답했고, 그 말에 머리는 억울하다는 듯 재환을 보며 물었다.


“그거 꼭 풀어야 하는 거냐? 그냥 포기하면 되는 거잖아.”

“꼭 풀어야 하는 거야. 포기는···.”


잠시 말하다가 멈칫하는 재환.

그의 모습에 다들 침묵하며 재환을 바라보았다.


‘포기한다고···.’


재환은 자신이 겪었던 시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 시작했다.

최단 거리로는 당연하게 실패. 모든 공간을 돌아서 사람들을 키우더라도 실패. 혼자서 독식하더라도 실패.

모든 게 실패 투성이었다.

다른 길은 없었고, 탈출할 방법은 오직 하나, 오우거를 잡는 것뿐이었다.


-네가 진짜로 우리를 구할 영웅이라면 그 자질을 증명하도록.


헤라가 시험에 빠뜨리기 전 했던 말.

재환은 그 말에 따라 최대한 영웅적인 면모로 모두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근데.


‘꼭 살려야 하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말 헤라클레스와 같은 착한 영웅일까? 아니, 애초에 재환이 헤라클레스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못 돼.’


재환은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리 착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리 재능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헤라클레스와 같은 역경을 이겨낼 힘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미래에 대한 지식을 조금 알고 있는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악당이 돼라.


아실러스가 했던 말. 그리고 재환도 동의했던 말.

모두를 지키는 영웅이 될 수 없으니 차라리 독식하고, 혼자서 살아남더라도 목표를 이루라는 뜻을 담아 했던 말이었다.


“하···!”


재환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모습에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짓는 동료들.


“그래, 이게 맞는 거지.”


눈앞에 있는 존재들은 진짜 동료들이 아니라 환영이었다. 그것도 과거에 이미 스쳐 지나간 환영.

그런데 그런 이들을 살리기 위해 아등바등하다니···.


‘난 그럴 수 있는 그릇이 못 되지.’


실제로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게 맞았다.

그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파지직!

“뭐야? 갑자기 능력은 왜 꺼내?”


마리가 깜짝 놀라며 물었고, 다른 둘 역시 몸을 움찔하며 재환을 바라보았다.


“미안,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빠르게 셋을 향해 전격을 날린 재환.

공격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셋은 순식간에 재환의 공격을 맞고 몸이 마비되었고, 재환은 단검을 꺼내 들어 마비된 그들의 목에 단검을 차례차례 박아넣었다.


“후우···.”


마지막 동료를 죽이자 몸이 천천히 강화되는 게 느껴졌다.

역시, 일반 몬스터를 죽이는 것보다 업이 더 많이 쌓인다.

하기야 몬스터보다 더 강한 이들이니까.


‘그리고 이제···.’


재환은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방어구, 반지, 목걸이 등등. 자신을 강화할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찾아내 착용했다.


“이 정도면 다 됐네.”


모든 아이템을 빼고 난 재환은 곱게 누워있는 세 사람을 잠시 바라봤다.


‘미안하다.’


환상이지만 짧게 명복을 빌어준 재환은 곧바로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우어억!


커다란 소리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는 오우거.

가뿐히 공격을 피한 재환은 그대로 오우거의 주먹을 타고 올라가 눈에 전격을 박아넣었다.


파지지직!!

우억!


눈을 움켜쥐며 괴로워하는 오우거. 재환은 그대로 움켜쥔 단검을 등에 박아넣고 뛰어내렸다.


촤아아악!


그대로 일자로 그어지는 오우거의 등, 피가 잔뜩 쏟아지는 걸 느끼며 재환은 숨을 몰아쉬었다.


“됐나?”

쿠웅!


재환의 말에 맞춰 바닥에 드러눕는 오우거. 완전히 쓰러진 것을 확인한 재환이 입에 고인 피를 토해냈다.


“힘드네.”


더 많은 업을 쌓고,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도전했음에도 방어구는 죄다 부서졌고, 온몸이 너덜너덜했다.


“후···. 이제 끝인가.”


몬스터가 죽었으니 이제 끝이겠지.

재환이 이 생각을 함과 동시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밝아지는 공간.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것들이. 너희들은 내 친히 살점 하나하나 해체하며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하! 해볼 수 있음 해보던가.”


이소희가 보이고 제어린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드래곤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하아···.”


곧바로 총을 들어 이소희의 머리를 쏘는 재환.

그러자 또다시 시야가 바뀌며 다른 곳이 나타났다.

그의 스승이 죽었을 때, 마음을 주었던 여인이 죽었을 때, 절친한 친구가 죽었을 때 등등

수많은 공간이 재현되었고, 모두 재환이 후회했던 순간이었다.


‘결국, 이거였나.’


첫 번째가 가장 트라우마가 깊어서 길었던 거지 나머지는 쉽게 해결했다.

동료를 죽이고, 스승을 죽였으며, 여인을 죽였다.

후회할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모든 조건이 해당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치겠군.”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와 함께 재환은 헤라의 신전에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영웅이 아니다.”


뒤에 있던 포세이돈이 말했다.


“그렇다고 올곧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폴론이 덧붙여 재환을 평가했다.

그들의 말에 재환은 코웃음을 치며 헤라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착하디착한 영웅이야?”

“영웅이어야만 우리의 힘을 계승할 자격이 있으니까.”

“그런 영웅이 너희를 꺼낼 순 있고?”


재환의 말에 헤라가 침묵했다.

당연했다. 그런 영웅이 존재해서 그들을 꺼낼 수 있었다면 애초에 지금 이들이 여기에 있을 리 없었다.


“내가 영웅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희를 꺼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게 바로 영웅···.”

“그래서 내가 시험에 탈락했나?”


트라우마를 이겼고, 다른 일들은 아예 성립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영웅이라면 그들을 모두 구하고, 불가능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사람을 구하려면 앞으로 100만년이 걸려도 힘들 거야.”


그런 게 가능한 사람 따위, 재환은 몰랐다.


“자,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어. 너흰 어떻게 할 거지?”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영웅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시험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나왔다.

영웅이 아닌 악당으로서, 내 이득을 챙기는 모습으로서 말이다.

이 모습을 통과로 받아들일지 아닌지는 그들의 선택.


“헤라, 볼 게 뭐 있나! 당연히 탈락이지.”

“저놈을 내쫓죠.”

“좀 닥쳐봐.”


헤라가 싸늘하게 일갈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닐지도 모르지. 아니, 애초에 대안이 없기도 하고.”


지금껏 그들의 신화에 들어온 사람은 재환을 빼고 전무했다.

다른 신화에 들어간 사람은 있는 듯했지만 적어도 그리스 신화에 들어온 건 재환이 처음이었다.

만약, 이놈을 내보낸다면 다른 사람은 언제 찾아올까.


‘분명 약하고, 영웅의 자격도 없어.’


하지만 적어도 목표를 이룰 집착은 있었다. 영웅은 아니었지만, 간웅은 어쩌면 될지도 모르는 놈이었다.


“하아, 좋다. 어디 한번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라.”


결국 재환이 통과했음을 알리는 해라.

뒤에 있던 두 신은 말도 안 된다는 듯 헤라를 쳐다보았지만 헤라는 그들을 무시하고 재환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헤라클레스의 신화를 내려주마. 그거면 됐지?”

“아니, 그걸로 부족해.”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단순히 헤라클레스의 신화를 얻고 나가는 건 손해였다.


‘해야 할게 많아.’


해야 할 모든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그러니 더 뜯어내야 했다.


“너를 포함한 모든 신들의 힘 나한테 내놔.”



**


[흐음···. 이제 나오는 것 같네요.]


관리자는 아실러스의 목을 움켜쥔 채 빛나는 책을 바라봤다.

들어간 지 10여분, 바로 튀어나오지 않은 걸로 보아 꽤 많은 시간을 버틴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 몸으로 이걸 해결할 수 있을 리 없지.’


그게 가능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곳이 9층이었을 것이다.

멀쩡한 몸으로 도전해서 9층을 해결한 사람은 지금까지 한명밖에 없었다.


‘이소희라고 했던가?’


그 인간을 제외하곤 모두 8층을 아주 소수만 통과했을 뿐이니, 지금 들어간 인간도 당연하게 실패할게 뻔했다.

빛이 점차 커지더니 한 사람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관리자는 곧 9층의 압력을 받고 바닥에 찌부가 될 상황을 기대했다.

하지만.


“확실히 무겁네.”


관리자의 생각과는 달리 멀쩡하게 서 있는 재환.

심지어 없어야 할 팔도 붙은 채로 완벽한 모습으로 나와 있었다.


[설마, 깼다고?]


관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럼 깼지, 못 깼겠어?”


관리자의 말을 맞받아친 재환은 물끄러미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왜 너한테 우리 아실러스가 잡혀있는 거지?”


재환의 말에 관리자가 다급하게 아실러스의 목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재빨리 재환의 나뭇조각으로 들어가는 아실러스.


[원래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혼자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사념을 맡아둔 것 뿐이고요.]

“개소리하지마.”


그딴 규정 따위 있을 리 없었다.

그게 안 됐다면 1회차 때 소환수를 가지고 있던 놈들은 죄다 소환수를 두고 들어갔어야 했다.


“잘못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지?”


재환의 말에 관리자가 헛웃음을 토해냈다.


[고작 모험하나 해서 힘을 얻더니 미쳤습니까? 인간 따위가 저를 이길···.]

콰아앙!


재환의 팔에 휘감긴 전격이 그대로 책을 후려쳤다.


“글쎄, 고작이라고 할만한 힘은 아니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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