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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의 서재

모험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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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
작품등록일 :
2020.07.27 19:58
최근연재일 :
2021.05.31 01:01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1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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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글자수 :
65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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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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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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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정보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일어난 사건대로.


내장사냥꾼이 풀려났다.


던전에서 마수를 밀수하는 중죄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조직은 목격자들을 처리했다.


나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조직이 풀어놓은 블러드 하운드와 조우.



'아루아가 잡혀갔간 건 이때겠지.'


단테는 유일한 생존자인 나를 지키겠다고 했다.


조직은 나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우고 현상금을 걸었다.


이후 콜로세움으로 끌려갔고 잭을 만났다.


그곳의 지하에서 '범접해선 안 될 무언가'가 있음을 알았다.


블러드 하운드를 풀고 탈출을 시도하던 도중, 백화에게 모두 죽었다.


잭은 나의 머리를 찍어눌러서 나를 살려두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내가 아니었는데.'


그렇다. 그때 당시 잭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나 혼자만을 살려두었다.



'다음.'


잭은 백화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도망쳤고, 잭과 백화는 전투를 벌였다.



'다음, 다음이다.'


『목적이 뭐지?』

『대강 추측은 하지 않았나?』

『그 추측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온 거야.』


"스읍··· 후우···"


『맞아. 정확히 말하자면 그게 내 목적은 아니지만.』

『단테를 붙잡아서 뭘 하려는 거지?』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카트랑이 전해준 단테의 말.



『미안하다, 고 전해달래요···』


"좋아···"


세상에는 많은 우연들이 존재한다.


우연으로 만들어진 사고들이 일어나고, 우연으로 이루어진 만남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내가 내장사냥꾼 사태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조차 우연으로 생겨난 일이다.


그렇다.


내가, 라는 건 우연이다.


하지만 내장사냥꾼 사태가 일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면.


누군가가 꾸며놓은 치밀한 계략이었다면.


지금으로부터 약 두달 전. 사간회는 미궁에서 마수를 밀수했다.


그리고 그것을 운반하는 마차에 구르게스, 혹은 잭이 수작을 부렸다.


마수가 밖으로 풀려났고 그 사실을 '알리려는' 세력이 목격자들을 찾아 없앴다.



'나에게 걸린 현상금은 내가 위협으로서 존재하는게 가능한 세력이 걸었겠지.'


조직은 단테를 끌어들이려는 자들과,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자들의 싸움이 일어났던 거다.


하지만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조직은 손이 늦어버렸고, 단테가 사실을 알게 되어 습격을 받았다.


내가 사르티아의 내부로 잠입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나를 죽이려드는 조직원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단 여기까지. 그리고.'


콜로세움이다.


콜로세움의 지하에는 '범접해선 안 될 무언가'가 잠들어있었다.


잭은 그것의 정체를 알면서 모르는 척을 했다. 하지만 그가 콜로세움에 들어온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그것' 때문에 들어온 사람은 백화겠지.


백화는 잭을 죽이려 들었고, 잭은 그녀에게 맞섰다.


그건 솔직히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만.



『두 명···』


백화는 잭이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콜로세움의 건은 잭의 단독행동이라 보아도 무방하겠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잭이 보낸 것치고는 싱겁군요. 이건 배신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사간회.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4명의 간부가 존재할 것이다.


구르게스는 경매간부였다. 총괄하는 4명중에서 하나다.


그리고 잭을 언급할 때에 배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배신은 믿음이나 의리를 져버린 '아군'에게나 하는 말이다.



'그래, 아군.'


구르게스와 잭은 한 패였다.

잭과 백화는 한 패였다.


구르게스와 잭 그리고 백화.


하지만 백화는 '수단'으로서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건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자는 잭과 구르게스겠지.


구르게스는 백화를 이용해 '범접해선 안 될 무언가'를 탈취했다.


그것을 해방시킨다면 사르티아는 불바다가 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다면 정의로운 영웅을 멈춰둘 수 있다.


또한 그것이 알려진다면 파멸을 면치 못한다.


이른바 양날의 검.


하지만 그 양날의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자는 '그것'에 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자.


쉽게 말해서 정보상이다. 우리의 대단하신 정보상 님은 양날의 검을 정의로운 영웅에게 휘둘렀다.


휘둘러진 검은 사슬이 되었고, 영웅의 갑주를 속박했다.



'원망했던 내가 부끄럽군.'


『미안하다, 고 전해달래요.』


사간회를 부수려 들었던 영웅은 차마 경매장까지 건들이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부숴진 조직의 잔당들은 살기 위해 경매간부에게 달라붙었다.


경매간부는 결과적으로 조직 내에서의 세력을 급속도로 확대.


뒷세계의 권력을 손에 쥔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잭의 목적은 아직까지 미해명이다.


미해명이라는 것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스게스의 목적마저도 잭의 목적에 포함이 된다는 거겠지.



"뭐하자는 놈인지 원."


잭이라는 남자의 존재는 언제나 '확신'을 흐트렸다.



'신경쓰지 않는 편이 좋을까?'


이제는 단서와 해답이 어렴풋한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확인할 시간이다.'


나는 풍경에 녹아들어있던 검은 갑주의 기사에게 다가갔다.



철그럭.



강철들이 스치며 그런 소리를 내었다.



"네가 왜 여기있지?"

"제 입장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만."

"물어보고 싶은게 있나?"

"차고 넘칩니다. 그래도 우선은 하나만 묻죠. 잭을 아십니까? 전신에 붕대를 두르고 허름한 코트를 입은 사내요."


짹짹.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었다.



"네가 그를 어떻게 알지?"


만들어낸 이야기에 신빙성이 부여되었다.



'아아, 역시.'


조직을 독차지하겠다는 한 사내의 야망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에 휘말린 조연 중의 조연이다.


아루아가 잡혀간 것, 그리고 내가 아루아를 구해내겠다고 맹세한 것은 우연이다.


치부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우연인 것이다.


나는 잭의 목적에 직접적인 연관도 없었다.


전부 쓸데없는 정보였고, 의심이었다.


잭이 내 목적을 알고 있고, 자신의 목적에 포함이 되어있다고 말하더라도.


그에게 있어서 나는 '만일의 때'를 대비한 보험 같은 거겠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루아를 구해내더라도 구르게스나 잭의 목적에 방해되지 않는다.


아루아를 구해내면 그때부터는 해피엔딩이 보장되어있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 아니니까.


한 줄기의 희망이 비추었다.


햇살보다도 따스했다.


눈물이 떨어져내렸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한 방울로 울기를 관두었다.



"단테 씨, 미안하다고 하셨던 일 있잖아요."

"···"

"원망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유를 아니까 괜찮아졌어요."

"그런가···"


철그럭.



단테는 고개를 떨구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너는 똑똑하군."

"그저 평범한 사람이, 실컷 좌절과 절망을 맛보고서 적어도 한 명은 지켜내겠다고 맹세했을뿐입니다."

"너는,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았군."


나는 그를 꼬득여야했다.


호기심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지만 그래도 본래의 목적은 그를 나에게 협력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단테에게 다가온 두 번째 구실이었다.



"그렇군요. 갑작스럽지만 질문 하나 해도 괜찮을까요?"


철그럭.



투구가 움직였다.



"당신은 왜 이곳에 있습니까?"

"너라면 알고 있지 않나?"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나의 감정은 그의 목소리에서 베어나온 씁쓸함을 받아들였다.


헛다리를 짚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단테는 나의 손에 꽃잎을 쥐여준 흉측한 갑주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호하게 답했다.



"모릅니다. 이름도, 얼굴도, 삶도 모릅니다."

"언젠가 알게 될 거다."

"···"


이번에는 내가 침묵을 택했다.



사라락.



불어온 바람이 수면을 흔들다가 날아올라 나뭇잎들을 스쳐지났다.


평화롭다는 감상이 들었다.


이곳에 아루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리 바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무엇하나 구해낼 수 없는 자신에게 한탄했다.


영웅에게 기대야만 하는 나약한 자신을.


태평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호수를 바라보는 자신을.


싫어하던 나머지 살짝 좋아하게 되는 모순을 겪었다.



"단테 씨. 저는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무슨···"

"당신의 '검을 묶은 사슬'의 위치."

"그게 정말인가?!"


단테가 화들짝 놀라서 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영웅의 무의식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깨에서 끼릭끼릭 소리가 나며 통증이 발생했다.


내가 단테를 놀래켰다고 어머니께 전해드린다면 삼대가 두루두루 이야기할 호재라며 기뻐하셨겠지.



"하하··· 아파요, 아픕니다. 진짜! 나 죽어엇···!"


경박한 말투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를 전환하기에는 딱이다.


어린 아이들도 좋아하는 말투이고.


다음에 카트랑을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대화해야지.


이제야 겨우 떠올랐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평범하고, 구원받기를 원한다.


이 두 가지만 충족되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았다.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던 거다.



'그래, 나는 결국 구원없이는 살아가지 못할 겁쟁이다.'


그래도 그 겁쟁이가 영웅을 움직일 열쇠를 손에 쥐었다.



"그 사슬을 부수면 저에게 협력해주시죠."


단테에게서 풀려난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를 바라보았다.



"약속하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좋습니다."

"대신."


아니, 저기요. 정보를 준다는데 거기에 대신을 붙이면 어떡합니까.


이 정보 하나면 수만명을 구할 수 있다구요?

덤으로 나도 딸려가는데?


"각성의 탑에 갔다와라."


...



세상에는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 존재들이 넘쳐난다.


그렇기에 권력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며, 힘이 필요하다.


사간회의 경매간부는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때문에 손에 넣었다.


권력은 조만간 손에 들어올 예정이다. 돈은 언제라도 수중에 채워넣을 수 있다. 힘도 약점을 잡아 고삐를 쥐어 길들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래서는 유흥이 부족했다.


악당이란 자고로 사악하게 웃어재낄 유흥거리에 혹하는 법이었다.


구르게스는 자신을 악당이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굶주려있었다.


그의 굶주림을 충족시키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세상은 예상치 못할 판도로 뒤엎어졌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잭이라는 남자는 영웅이었다.


검정색에 한없이 가까운 회색 영웅.



'이번에는 어떤 꿍꿍이를 벌일까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린듯했다.



"으, 으으윽!"


목을 졸린 청년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드득.



손톱으로 피부를 긁었다.


허나, 그의 손톱은 작은 상처하나 입히지 못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잭이 보낸 것치고는 싱겁군요. 이건 배신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린듯했다.



"끅, 끄으으으!"


무너져내린듯했다.


그러나 무너져내린듯 했을 뿐이지 무너지는 순간은 끝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청년의 손끝이 불길에 휩싸였다.


부러진 목도, 저항을 포기한 다리도.


불길에 휩싸여 재가 되었다.


재가 되어사라졌다.



'아아, 그런겁니까. 그런거군요. 그렇습니까.'


"이건, 마도사단이 좋아하겠는걸요···!"


사악함을 듬뿍 담아 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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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독백 +2 20.09.10 127 4 12쪽
21 불효자의 귀환 +1 20.09.09 132 5 12쪽
20 집으로 20.09.08 116 4 14쪽
19 학살 20.09.06 11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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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목적에 묻혀진 죄책감 20.09.04 118 4 14쪽
16 대비 20.09.02 121 5 12쪽
15 이기심 20.09.01 13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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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연전(連戰) 20.08.28 154 5 11쪽
12 호의와 적의 20.08.25 165 5 12쪽
11 선택지 +1 20.08.22 174 7 11쪽
10 무의미와 희망 +1 20.08.21 193 4 11쪽
9 결심의 뒤에 오는 것 +1 20.08.19 215 7 10쪽
8 강해지기 위한 수업 +1 20.08.16 258 8 12쪽
7 영웅, 그리고 결심 20.08.14 270 7 11쪽
6 이별 20.08.10 294 4 12쪽
5 간병 +1 20.08.07 415 5 11쪽
4 만남 20.08.05 49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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