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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0,037
추천수 :
606
글자수 :
200,531

작성
16.02.1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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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암살(1)

DUMMY

테라피시아력 200년 11월 4일.


류온은 뻐근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창가로 걸어갔다. 눈을 가리는 눈곱을 떼어내자 아직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창가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그의 잠옷이 등 뒤로 펄럭였다.

‘시간이 아직 이것밖에 안됐었나.....?’

항상 새벽 6시에 일어나던 그는 훨씬 빨리 일어난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그는 갈증이 느껴지자 목을 쓰다듬으며 무심코 천장을 올려봤다. 그리고 천장에 거꾸로 달라붙어 그를 내려 보는 푸른 두 개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류온의 심장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천장에 박쥐처럼 들러붙은 살수는 류온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

쒜엑!

류온의 정수리로 찔러오는 검은 뽑힐 때조차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검의 포인트(point)를 마주보는 류온의 귓가엔 이미 죽음을 예견하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류온은 가까스로 뒤로 주저앉아 검을 피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의 정수리에는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적이 든 검이 롱소드가 아닌 터크(tuck)나 플랑베르쥬(flamberge) 를 들고있었다면 류온은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암살자는 류온이 검을 피하자 놀란 듯 두 번 눈을 빠르게 깜빡이고 천장에서 내려왔다. 어둠속에서 가려졌던 그의 얼굴이 창가의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류온은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오른쪽 눈이 애꾸이며 키는 180cm 정도 됐던 푸른 머리의 사내. 분명 도둑길드에서 스쳐지나간 인물이다.

‘사냥꾼은 여자 한명이고 옆에 있던 남자는 있으나 마나 필요 없는 짐짝 이랬는데..... 정보가 틀린 건가?’

복면을 쓰지 않고 왔다는 건 류온을 납치할 생각이 아니라 이곳에서 죽이겠다는 의미였다.

양손에 무기가 없는 류온이 지금 그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류온은 침대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꺼내 곧바로 쳐들었다.

챙!

검집 그대로 들어 올려 검을 막은 류온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잔다르크에게 받은 뒤 처음 잡은 홍련(紅蓮)은 달빛을 머금어 고아한 자태를 뽐냈다.

침대 밑에 있던 홍련을 바로 집어든 그의 판단은 한 번 그의 목숨을 죽음에서 구제할 수 있었다.

브로드 소드보다 조금 더 긴 류온의 홍련(紅蓮)은 롱소드와 정면으로 부딪쳐도 부족하지 않은 무기였다.

하지만 힘겨루기가 시작되자 류온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적은 몇 시간 전부터 암살을 준비하고 왔기에 몸의 반응이 빨랐지만 방금 잠에서 일어난 류온의 몸은 마음처럼 빠르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검이 부딪치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제 검을 잡은지 얼마 안된 류온이 그를 힘으로 누른다는 건 불가능했다.

류온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코너로 몰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몸무게를 앞으로 실어 반항하던 류온은 확연한 힘의 차이에 속절없이 벽의 구석 바로 앞까지 밀리고 말았다.

류온은 코너로 몰리기 직전 옆에 있는 이불을 암살자의 얼굴에 던졌다. 그도 류온이 이런 반응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뒤로 물러나며 이불을 검으로 갈라버렸다.

이번의 빠른 판단도 한 번 류온의 목숨을 살렸다.

계속 코너에 밀렸다면 힘과 실전 경험에서 쳐지는 류온은 분명 죽었을 것이다.

궁지에 몰려 이불을 던진 류온의 행동은 제법 전투센스가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류온은 그가 이불을 가르며 다가오는 짧은 시간동안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검을 뽑아 양손으로 집었다. 머리위로 검을 쳐든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가오는 암살자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봤다.

류온의 검은 다가오는 그의 머리를 쪼개버릴 듯 정확히 중앙에서 찍어왔다.

하지만 암살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암살자는 검으로 그의 검을 막는 대신 강철굽이 박힌 부츠로 류온의 복부에 발차기를 날렸다. 그대로 벽에 처박힌 류온의 머리 옆으로 도자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시검비(是劍費)의 기초 동작.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이불을 던진 다음에 바로 자세를 잡아 상대의 머리를 베어갔으니까.

하지만 실전 경험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시검비(是劍費)의 기초 동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도둑길드의 자객도 어렸을 때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실제 전쟁에서는 검술을 대부분 쓰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검사라도 처음 전쟁터에 나서면 평소 자신의 실력에 50%도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 전쟁터에선 오히려 길거리 싸움처럼 흔한 방법들이 더 유용하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은 아름답거나 우아한 방식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두 명이 한 명을 상대하는 경우는 흔하다. 다수가 한 명을 상대하고 검집을 얼굴에 던져 시야를 흐리게 한 뒤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검과 방패로 무장했다고 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이다.

실제 전쟁터의 싸움은 어떤 방법, 수단, 기술이든 동원하여 ‘살아남는 자’ 가 강한 것이며 ‘죽은 자’ 가 약자다.

소드 마스터를 하급 병사가 죽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물론 실전 경험의 차이가 심할 경우에만.

류온은 이불을 던진 다음에 어떻게 해서든 바로 그의 급소를 노리고 공격했어야 했다. 이불에 잠시 시야를 뺏긴 자객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그는 방금 놓쳐버렸다.

그는 복부를 붙잡고 자신을 노려보는 류온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검으로 받아 치려고 했다면 오히려 내 손목이 잘렸겠군.’

비록 류온은 정공법으로 공격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가 암살자에게 방금 한 공격은 분명 자세와 움직임이 본래의 동작과 일치했다.

즉 암살자가 검을 들어 막았다면 제대로 들어간 류온의 검이 암살자의 검을 뒤로 튕겨내며 손목을 잘라버렸을 것이다.

암살자는 위기에 몰렸음에도 여전히 냉정하게 자신을 노려보는 류온을 내려 보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분명 그는 언젠가 우리들에게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암살자는 두 손으로 힐트(hilt)를 붙잡고 포인트(point)를 아래로 하며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의 검 끝은 류온의 배를 노려보고 있었다.

‘싹이 아깝지만 사냥꾼은 도둑길드와 등진지 오래...... 부디 다음 생에는 나와 적으로 만나지 말거라.’

류온은 자신을 노려보는 차가운 두 개의 눈동자를 마주봤다. 류온의 손에는 어느새 땀이 축축하게 배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실전경험이 적은 류온은 위기에 몰리자 빠르게 돌아가던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이대로 난 죽는 건가?’

죽음 앞에서 류온의 머릿속은 점차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해갔다. 이대로 또 죽는 걸까? 가족들에게 다음 생에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류온은 어두운 방 안을 밝히는 달빛을 보자 당황하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래. 애초에 무리였어. 전생에 직장인이었던 내가 갑작스레 뭘 한다고. 꼴에 검 한번 들으니 기분 들떠서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거야.’

짧은 시간동안 류온은 이번 생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만난 오크무리. 처형당하는 사람. 가수지망생 김지원.

그리고 그녀가 떠올랐다.

바람에 실려 하늘로 차오르는 은빛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언제나 가야할 방향을 잃지 않던 여인.

항상 짐만 되던 자신과 정 반대로 모든 상황에서 태연하게 어떻게 대처할지 알고 있던 여자. 가까우면서도 먼 상관과 부하관계.

‘잔다르크.....’

류온은 고개를 숙인 홍련(紅蓮)을 움켜쥐며 다른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도자기를 들어 암살자의 얼굴에 던졌다.

암살자가 얼굴을 부여잡고 당황한 순간 류온은 벌떡 일어나 어깨로 암살자의 가슴을 들이받으며 벽에 처박아버렸다.

얼굴에 깨진 도자기가 긁고 지나간 상처로 범벅이 된 암살자의 얼굴은 전보다 더 기궤하게 보였다. 암살자의 남아있는 왼쪽 눈동자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방금 전 류온은 그를 벽에 들이받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를 던짐과 동시에 그의 급소를 검으로 찔렀어야 했다.

그랬다면 암살자는 별다른 대응 없이 그대로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류온에게 그만큼 적절한 대응은 아직까진 무리였다.

정면으로 찔러오는 암살자의 검을 류온은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피했다.

류온은 공격을 못하고 받아치는 게 전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공격을 해도 아직은 실전이 부족한 류온의 공격은 대부분 암살자의 검 앞에서 멈췄다.

점차 류온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그리고 구석까지 내몰린 류온은 막는 것도 한계까지 내몰렸다.

기회를 잡은 안살자의 안광이 차갑게 번뜩였다.

옆구리로 찔러오는 검을 류온은 간신히 피했으나 스쳐가면서 핏물이 쏟아졌다. 류온은 이를 악물고 암살자에게 돌진했다.

원래 사람은 궁지에 몰렸을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코너로 몰리면 방법이 없는 류온에게 더 이상 지금 말고는 공격할 기회가 없었다.

미친 개처럼 달려드는 그를 보며 암살자는 당황했다.

그리고 홍련(紅蓮)이 암살자의 등 뒤로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겨우 이런 어린 놈한테......’

암살자는 주저앉으며 쇼크로 몸을 헐떡였다. 급소를 정확히 찔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헉.... 헉...”

류온의 이마로 땀이 흘러내렸다.

상처의 고통보다도 한순간 죽음에 대한 지독한 공포가 더 두려웠다. 그녀에게 배운 약간의 검술들은 모두다 실전에서 쓸모없었다.

오히려 기본 동작을 하다가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긴장이 풀리자 느슨해진 정신으로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 잠들 수 없었다. 류온은 간신히 일어나 방문으로 걸어갔다.

시야가 흐릿했다.

류온의 눈에 보이는 문이 가만있질 못하고 계속 흔들렸다. 류온은 옆구리를 붙잡고 조금씩 방문과 가까워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옆구리에서 시작된 출혈이 계속 그의 정신을 붙잡아 흔들었다.


작가의말

 내일 모레가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네요. 물론 여친 없는 저는 상관 없지만 일하는 데가

바렌타인 데이에 더 바쁘답니다. 하하하하........ 발렌타인 데이 왜 있는 걸까...... 흡....


 전 이만 피곤해서 쉬러갈게요~~~


수정했습니다.


이번 화 내용 전면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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