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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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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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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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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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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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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아주러 터널(azure tunnel)(4)

DUMMY

류온은 홍련의 검집을 지지대삼아 모래 위에 박아가며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는 올라가고 미끄러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2시간이 지나자 류온은 잠시라도 쉬는 수밖에 없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오전 7시였다.

‘언제 내가 잠들었지?’

류온은 눈을 비비며 다시 일어났다. 그는 모래 위에 새로운 세상이라도 있는 양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다시 미끄러졌다.

류온은 점차 조급해졌다. 이 위를 올라가지 못하면 난 결국 죽는 게 아닐까?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는 아사가 되지 않을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류온은 점차 지쳐갔다.

배가 고픈 것과 시도해도 불가능 할 거라는 절망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류온은 계속해서 데스 센드 헬 위를 달려갔다.

데스 센드 헬에 빠진지 4일이 지났다.

류온의 입술은 점차 말라 비틀어졌다. 류온은 흐려진 눈빛으로 모래 지옥 밖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푸른 오아시스가 보이는 것 같았다. 류온은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달렸다.

하지만 결과는 어제와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류온의 의지도 약해졌다. 다시 시도해도 안 될 거라는 마음은 점차 커져갔다.

5일이 지나자 류온은 위로 달릴 힘이 없었다. 류온은 허무한 눈으로 모래 지옥 밖을 바라봤다.

‘불가능한 걸까.....’

참 우습게도 그렇게나 질겼던 삶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러자 그의 마음이 공허해지며 허무함으로 가득 찼다.


인간이 처음 주신 루키니아에게 창조되었을 때 마나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태초에 인간들은 전쟁을 해도 순수 물리력으로만 싸웠다. 자연히 덩치 크고 힘센 사람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브잔티움력 5000년.

‘천마전쟁’이 발발한다. 천족과 마족은 서로의 위치를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버렸고 그 과정에서 중간계로 ‘헥타르’란 물질이 대량 유입된다.

이 물질은 시간이 흐르며 인간에게 해로운 독성과 이물질이 사라지며 널리 분포하는 데 이 물질은 쓰기에 따라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힘을 부여한다.

나중에 사람들은 이 물질을 ‘마나’라고 이름 붙였다.


류온은 힘없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오아시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오아시스가 쭈욱 늘어나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공허함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에 조금씩 빛이 돌아왔다. 류온은 이질적인 물질이 몸에 들어오자 약간 당황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몸에 들어온 물질을 전신으로 휘돌렸다.

그러자 온몸에 기운이 미친 듯이 샘솟았다.

‘일단 빠져나간다.’

류온은 온몸의 힘을 끌어 모으며 전력으로 모래 지옥 밖으로 뛰어올랐다.

쿵!

그렇게나 나가기 힘들었던 데스 센드 헬을 무척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류온은 수통을 꺼내 물을 서둘러 마시다가 전부다 구토하고 말았다.

그동안 입에 음식을 너무 오래 안댄 나머지 갑작스럽게 물을 마시자 위장이 놀란 것이다.

류온은 다시 물을 마시며 모닥불에 사슴고기를 구웠다.

그는 2일 동안 데스 센드 헬 주변에 머물렀다. 몸이 대충 회복되자 류온은 자신을 살려준 이질적인 물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게 과연 마나라는 걸까?’

류온은 전과는 달라진 기분과 육체가 무척이나 신기했다. 류온은 배낭을 챙기고 자리를 옮겼다.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류온은 내친김에 어둠 속을 달렸다.

가볍다.

마치 몸에 달고 있던 수십 kg의 철근을 때어낸 것처럼 그의 몸은 날아갈 것 같았다. 그는 어둠속에서 뚜렷이 보이는 가시 넝쿨들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시력도 전보다 좋아졌다. 어둠속에 있는 사물이 약간의 빛만으로도 무척 선명하게 보였다.


어 쏘니 패쓰(a thorny path)


아주러 터널 안에 있는 가시밭길. 천장에 닿을 만큼 높게 자란 가시밭길은 1km 까지 자라있다. 다행인 것은 터널 절반 정도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온은 가시밭길 옆에 절반 정도 자리 잡은 길로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조용하다.’

이 주변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차라리 그루커스나 브르나인들이 한두 마리라도 나오는게 더 자연스럽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벽에 박혀있는 인간들의 얼굴이 보였다.


데쓰 페이스(death face)


오래전 아주러 터널 안에서 죽은 자들이 기르스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썩지 않고 터널 주변에 묻혔다. 지금은 조각상처럼 굳어버린 시체다.


죽기 전 그들의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이 아주러 터널 벽과 지면에 세세하게 나타나있었다.

‘찝찝하군.’

죽은 시체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걷는다는 건 아무래도 기분나쁜 일이었다.

오후 9시가 될 때까지 별다른 조짐은 없었다. 류온은 모닥불을 피우고 주변의 가시넝쿨들을 잘라 장작 대용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사슴 뒷다리를 엷게 썰어 먹으며 주변의 마나를 끌어 모았다.

으직!

들고 있던 작은 돌이 그의 힘에 조각이 되어 손바닥 위로 흩어졌다.

‘아직 힘조절은 무리군......’

분명 마나를 쓸 수 있게 된 건 운이 좋았지만 아직 자유자재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류온의 예민해진 청각으로 짐승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류온은 홍련을 뽑으며 어둠속을 주시했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늑대의 몸이 붙어있는 루키디안들이 이족보행을 하며 류온에게 다가왔다.

류온은 본능적으로 루키디안들이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들보단 강한 몬스터라는 걸 느꼈다.

루키디안은 브르나인과 쿠르시커를 잡아먹고 사는 몬스터. 실상 둘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루키디안들은 전의 둘보다 지능도 높은지 섣불리 덤벼들지도 않았다. 류온은 루키디안 4마리 중 하나가 덤벼들자 묵묵히 루키디안의 날카로운 손을 바라봤다.

류온은 루키디안의 손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어깨까지 일직선으로 그어버렸다. 류온의 얼굴이 끈적한 붉은 피로 젖어들었다.

팔이 두동각난 루키디안은 남은 한팔을 휘둘렀다. 류온은 물러서지 않고 다가가며 루키디안의 목젖에 홍련을 찔러 넣었다.

루키디안은 피거품을 물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류온은 한팔은 홍련으로 막고 다른 팔은 검집으로 막으며 뒤로 날아갔다.

아직 마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류온은 육체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드는 그의 코앞으로 루키디안의 거대한 발이 보였다. 저 발톱에 찔린다면 그대로 얼굴이 날아가리라.

류온은 일어나며 허리를 숙이고 몸무게를 이용하여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루키디안의 발부터 허벅지까지 베어버렸다.

루키디안이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자 류온은 그대로 놈의 풍지혈을 홍련으로 뚫어버렸다. 루키디안의 반대쪽 머리통으로 홍련이 튀어나왔다.

남은 두 마리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류온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류온은 홍련을 휘둘러 한 마리의 손을 막으며 검집으로 다른 한 마리의 손톱을 막고 뛰어올라 발로 복부를 후렸다.

이제 소드유저에 들어선 류온의 발길질은 효과가 있었다. 루키디안 한 마리가 2m의 거구를 가누지 못하고 뒤로 넘어질 때 류온은 홍련으로 이빨을 들이대는 루키디안의 미간에서 인중까지 긁어버렸다.

머리가 두조각이 난 놈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쓰러졌다. 류온은 넘어진 루키디안이 일어나기 전에 놈의 배 위로 올라타 구미혈에 검을 찔러 넣었다.

“키엑......”

류온은 검을 비틀어 놈의 상처를 벌리며 일어섰다. 소드유저의 경지에 올라서지 않았더라면 여기 쓰러져있던 건 류온이었으리라.

류온은 루키디안들의 품을 뒤지다가 [루키디안의 컨틀렛]을 구할 수 있었다.

마나를 불어넣자 초록색의 빛과 붉은 빛이 컨틀렛의 손등부근에서 은은하게 새어나왔다.

‘하나는 힐링 계열의 마법이고.... 다른 하나는 뭐지?’

류온은 컨틀렛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며 루키디안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치지직.....

‘독인가.....’

바로 반응이 나오는 걸로 봐서 효과는 제법이다. 이번에도 미들급 아티펙트. 하지만 나쁘지 않은 수확이다.

류온은 루키디안들의 시체에서 자리를 피하고 식사를 마쳤다.

다음날 오전 9시 쯤 되자 오랜만에 동물들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식량이 다 떨어져 가던 차였다. 류온은 헌팅나이프로 돼지 한 마리를 잡아먹기 좋게 손질했다.

비닐로 배낭에 손질된 돼지고기를 집어넣은 류온은 계속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잔다르크가 한 달이 걸린다고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

아주러 터널에 들어온 지도 이제 꽤 된 것 같은데 빛 같은 게 새어나노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전 11시쯤 되자 기어 다니는 거대한 쥐와 마주할 수 있었다.


르구리시알.


거대한 배를 주체할 수 없어 기어 다니는 쥐는 붉은 눈동자로 류온을 한번 올려보더니 얇은 팔을 이용하여 달려들었다. 류온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그들이 다가오자 가볍게 홍련을 휘둘렀다.

그러자 르구리시알이 입에서 노란 액체를 뿜어냈다. 류온은 일단 루키디안의 컨틀렛을 들어 노란 액체를 막았다.

츠츠츳.....

루키디안의 컨틀렛 겉부분이 살짝 녹아내렸다. 아무래도 르구리시알은 몸 안에 독성 물질이 있는 것 같다.

다가오는 르구리시알은 10마리. 섣불리 다가갔다간 쓸데없이 상처만 늘어날 수 있었다.

“꾸엑!”

류온은 르구리시알의 독성 물질을 피하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르구리시알들이 뱉어내는 노란 액체가 날아왔다. 류온은 코앞에 있던 르구리시알의 목을 날려버리며 남은 몸통을 높이 쳐들었다.

르구리시알의 시체가 타들어가며 썩은 내를 풍겼다. 류온은 르구리시알의 시체를 던지며 달려들었다.

“끄르륵!!!”

르구리시알들이 갑자기 고개를 천장으로 쳐들더니 황급히 류온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르구리시알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뭐로부터?’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돌을 유리로 긁는 것과 비슷한 마찰음이 들렸다.

어둠속에서 천천히 드러난 그림자는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그 크기를 더해갔다.

발 6개가 달린 지내.

라크샤는 8m 정도 될법한 거대한 몸뚱이를 이용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겉 피부가 반질반질한 게 아무래도 웬만한 무기는 박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라크샤는 초록색 침을 줄줄 흘리고 몸을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피해야 할까?’

하지만 라크샤의 이동속도를 감안했을 때 머지않아 잡힐 게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 도망치면 돌아온 길로 다시 가야하는 데 그러기엔 이미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류온은 홍련을 고쳐 잡으며 회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놈을 마주봤다. 천천히 그의 몸으로 들어오는 마나가 혈류를 따라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류온은 최대한 마나를 몸 곳곳에 퍼지게 하며 심호흡을 했다.


작가의말

 언제나 후원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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