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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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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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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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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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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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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골렘(2)

DUMMY

류온은 눈을 뜨며 주변을 둘러봤다.

“난데없이 웬 골렘입니까.”

“내가 생각이 짧았어. 여기가 황색 절벽지대라는 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세계의 지형은 게이트가 열리며 저쪽세계의 지형이 넘어와 변한 것과 세월의 흔적으로 변해간 것이 모여 새로운 지형이 돼 버렸다.

브리나 마을과 서울 사이에는 현재 황색 절벽지대가 길게 이어져있다.

황색 절벽지대.

급경사의 절벽이 계속 이어지며 가는 길은 굽이진 길들 뿐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골렘이 출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 재수 없이 골렘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대응하지 말고 신속히 도망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쩌실 겁니까?”

“싸워야지.”

류온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골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무식한 돌덩이와 싸우자고?’

크기는 대략 7m. 겉으로 봤을 때 회색골렘이 분명했다. 완전히 컷을 때 20m인 걸 감안하면 저 골렘은 아직 다 크지 못한 골렘이다.

문제는 검이 박히느냐 였다.

“돌에 검이 박힐까요?”

“응. 잘 썰려, 의외로.”

‘그건 당신이니까 그렇겠지.’

“누님. 우리 그냥 가죠. 재들 겉으로 보면 덩치도 크고 순진하게 생겼는데 안 건들면 될거 같아요.”

“웃기는 소리!! 골렘은 운이 좋으면 히든 아티펙트를 떨군다. 그럼 꽁으로 보석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둘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 골렘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류온은 검을 고쳐 쥐고 앞에서 걸어오는 3m의 자그마한 골렘에게 달려갔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 부관. 적극적인 자세, 좋아.”

그녀도 달려가며 앞에 있는 골렘들을 쓸어나갔다.


3m의 골렘은 태어난 지 얼마안된 새끼가 분명했다.

끼기긱!

검이 돌과 부딪쳐 기묘한 파공음을 만들어냈다. 류온은 한마터면 골렘의 주먹에 날아갈 뻔 했다.

지원은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기랄.....’

류온은 움직임도 안 보이는 잔다르크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만큼은 도움 없이 스스로 한다.’

그는 날아오는 골렘의 육중한 주먹들을 피하며 계속 검을 휘둘렀다.

골렘도 무적은 아니었다.

돌과 돌이 만나는 접합부를 찌르자 뒤로 물러나며 몸을 비틀었다.

‘찾았다.’

필시 돌의 접합부가 몸의 약점이리라. 류온은 최대한 피해가며 집요하게 약점만 찔렀다.

쿠어!!!

기묘한 울음소리를 토하며 골렘이 괴성을 질렀다. 류온의 검이 골렘의 가슴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제기랄. 왜 안 빠지지?’

골렘은 비명을 지르며 무자비하게 달려들었다.

“류온! 그 놈의 가슴 사이로 보이는 붉은 심장을 찔러라!!”

류온은 잔다르크가 던지는 검을 집어 들고 골렘의 가슴 사이를 집중하여 바라봤다.

‘찾았다!’

류온은 골렘의 주먹을 피하며 곧바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골렘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와르르 무너져 바위들로 변해버렸다.

그는 반짝이는 금빛 팔찌를 집어 들었다.

‘이건 뭐지?’

잔다르크가 주변을 정리하자 결국 남은 건 류온이 구한 팔찌 말고는 없었다.

“꼴랑 주는 건 이거하나군. 하지만.....”

파멸자의 브레이슬렛.

간간히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히든 아티펙트. 사용자의 민첩성을 올려준다.

“류온!”

“예.”

“니가 써라. 그거 꽤 구하기 힘든 물건인데 의외로 넌 운이 꽤 좋은 것 같구나.”

류온은 자신의 팔에 금색 팔찌를 차며 주변을 둘러봤다. 골렘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골렘이 원래 이렇게 약했나요?”

“아니, 이들은 아직 덜 자란 골렘들이니까. 다 크면 최대가 20m다.”

“2, 20m.....”

지원은 쑥스럽게 나무 뒤에서 어기적 걸어왔다.

“누님의 검실력은 여전 하십니다.”

“나도 안다. 그러니 야영하게 거들어라.”

지원은 입술을 비죽거리며 주변의 나무들을 모았다.


일행은 브리나 마을과 서울 사이에 위치한 호리안 마을에 몇 일 묵으며 연쇄살인마 오크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또 도둑길드를 이용하실 건가요?”

“아니, 그건 안 돼. 우린 그날 이후로 얼굴이 너무 많이 알려졌다.”

“그럼.....?”

“어쌔신 길드를 이용한다.”

“그런 것도 있습니까?”

어쌔신 길드.

법이 약해진 세상인 만큼 사람 죽여 돈 버는 직업은 더 먹고살기 좋아졌다.

암살자들은 뒤끝이 깨끗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에 대한 정보, 인상, 위치 등을 완벽히 알고 깔끔히 죽여야 한다.

암살자는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깔끔히 처리하면 사고로 죽은 것이나 불가사의한 죽음으로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 모두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연쇄살인마.

충분히 많은 사람의 원한을 등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암살자들이 조사를 안했을 리 없다.

“지원아. 넌 여기서 꼼짝 말고 있거라.”

“예, 누님.”

지원을 여관에 두고 둘은 허름한 꽃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옵쇼.”

“정보를 사러왔어요.”

“하하.... 그게 무슨....”

“꼬리 일곱의 뱀이 길가의 승냥이를 잡아먹는다.”

뚱뚱한 주인의 느슨했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들이 쓰는 암구호다. 외부로 절대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자부했건만.....

“여기 온 이유가 뭐지?”

“그렇게 확 돌변할 것 없어요. 난 돈으로 정당하게 정보만 사고 갈 겁니다. 당신들처럼 나도 뒤끝이 깔끔한 게 좋거든.”

쨍그랑.

잔다르크가 던진 금화가 공중을 빙글 돌다가 그의 코앞에 떨어졌다. 그는 금화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 들어오시지요.”

끼이익.

뒤에 있던 꽃 진열대가 열리며 어두운 암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인 듯 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며 진열대를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

안은 낡은 전등으로 간신히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뭐 이리 길어.’

한 20분 내려가자 검은색 문이 나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열쇠를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목소리를 낮춰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수백의 사람들이 1:1로 테이블에 앉아 대화 중이었다.

대충 대화는 다 비슷했다.

죽이고 싶은 자와 금액 얘기다.

‘뭐가 이렇게 넓어?’

생각보다 꽃집 아래 이어진 공간은 커다란 10층 저택 만했다. 호리안 마을이 겉으로 보면 그다지 번성하지 못한 농촌 같은데 암살자 길드 만큼은 아주 호황이었다.

그는 붉은 로브를 입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저 자에게 가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돌아가자 잔다르크는 옷매무새를 고쳐잡고 류온의 옷도 다시 매만져줬다.

“류온.”

“예.”

“대화는 내가할게. 넌 옆에서 보기만 해.”

“알겠습니다.”

그들이 다가가자 붉은 로브의 사내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봤다.

아니,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잘 보니 그는 양쪽 눈에 가로로 긴 상처가 있었다. 아무래도 양쪽 다 언젠가 실명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지요?”

“정보를 사러왔습니다.”

“하하...... 저 같은 장님이 무슨 정보를 팔겠습니까.”

“하지만 귀는 아주 밝다고 들었습니다, 이청인(耳淸人).”

고요한 물처럼 잔잔했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이청인(耳淸人).

절대적인 고수는 아니지만 세상에 정보통으로 유명한 몇 명중 하나다.

정보를 모아 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계청악(界聽諤), 이나 홍안청자(紅顔聽者)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이청인도 이 근방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원래 이청인은 검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2명이서 다니는 의문의 검사들과 시비가 붙었다.

'내가 진다면 양쪽 눈을 주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는 다리하나를 내놓아라.'

그들 중 푸른 머리의 남성은 흔쾌히 그의 말을 수락했다. 그리고 이청인은 패배했다.

그는 그 길로 검을 놓았다. 그리고 정보를 듣고 파는 어쌔신 길드에 가입했다.

그는 장님이다.

그래서 믿을 만 하다. 사람 얼굴을 기억할 수 없으니까.

“내 이름을 알다니 의외로군.....”

“거저 얻으려는 건 아니라고.”

잔다르크는 그의 손에 은화를 올려줬다.

“끌끌끌...... 이 나이 먹고 날 알아볼 사람이 있을 줄이야.....”

“연쇄살인마 오크 알아?”

“알지, 요새 한참 유명한 오크인데.”

“어디 있지?”

“나도 모른다.”

잔다르크는 인상을 쓰고 그를 내려 봤다.

“.....하지만 대충은 알지. 브리나 마을 어딘가에 놈은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쓰고 아주 선량한 시민으로 위장해 살고 있다.”

“호오......”

“찾기만 하면 족치는 거야 어렵지 않을 거다.”

“더 자세히는 모른다는 거로군?”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좋아.”

그녀는 은화 하나를 더 올려두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눈은 정말 12인의 기사인지 뭔지 들에게 잃은거야?”

당시 이청인의 검술은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였다. 쉽게 질래야 질 수 없던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래. 난 그날 깨달았다. 세상엔 우리들보다 훨씬 앞서간 자들이 존재한다는 걸......”

“12인의 기사라니 처음 듣는데. 늙어서 노망이 들어 착각한 게 아니야?”

“아니다. 그들 중 푸른 머리의 남자는 나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진정 두려운 건 그들의 뒤에 서있던 은발이 남성이다 .....그는 정말 두렵다. 그와 싸우면 일합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에이, 잘못 본거겠지.”

“너도 알게 될 거다. 꼬마 아가씨.”

“그럼 잘 있으라고.”

류온은 꽃집을 나오며 뒤를 돌아봤다.

“도둑 길드에서 처럼 암살자를 보내지 않겠죠?”

암살을 본업으로 삼는 자들이다.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걱정 마. 의외로 암살자가 양아치 새끼들보다 더 깔끔한 구석이 있으니까. 저들은 돈 받고 적당한 이유가 아니면 사람 안죽여.”

명분과 조건이 갖춰져야 암살을 한다. 암살자는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관으로 돌아온 잔다르크는 여관주인의 굽신거리는 인사를 받아넘기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지원아!!!”

“예! 누님.”

“누나가 널 두고 가니 많이 걱정되더라.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

“아... 누님....”

지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기뻤다.

매일 도망만 다니다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동료가 생기다니.....

“누님. 고마워요......”

“내 장난감에 손대는 놈들이 있으면 다 죽여 버리려고 했지.”

“장난감이요.....?”

“그래. 넌 최고의 장난감이다. 미스터 김. 자신감을 갖어라.”

“장난감이라니.....”

지원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호흡하되 자연으로 호흡한다 느끼고 생각해라. 공기도 결국 자연의 하나다.’

“흐읍......”

류온은 길게 호흡을 하며 천두법(天讀法)의 구절을 속으로 외웠다. 이제 오묘한 구절들도 제법 익숙하게 머릿속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엔 미치는 줄 알았다.

도덕책이나 노자, 공자의 서적에서 발췌한 알지도 못하는 해괴한 글들을 일부러 어렵게 써놓은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대충 류온도 감을 잡았다.

‘결국 다 자연의 일부분이란 뜻이다.....’

그가 마시고 있는 공기, 먹는 음식, 매일 바라보는 하늘. 다 자연의 일부다.

고로 인간의 몸도 자연의 일부이며 검도 자연의 일부이니 검술 또한 자연의 일부로 소화해 가라. 대략 이런 뜻이다.

“후우.....”

아직은 성취라는 건 없지만 이정도도 작은 수확이다.

류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월영검(月影劒)의 자세를 취하고 천천히 제 1 식 그림자 베기를 해나갔다.

‘어차피 빨리 많이 반복한다고 실력이 하루아침에 느는 게 아니다. 차라리 검술을 천천히 계속 반복하면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스스로 깨닫는 게 더 낳다.’


작가의말

 일하고 와서 바로 잠들다보니 지금 올립니다. 요즘 많이 피곤하군요. 후우.....

 이제 봄인 듯 합니다. 날이 많이 풀렸어요.

전 저녁먹으러 이만 가 보겠습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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