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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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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20
추천수 :
606
글자수 :
200,531

작성
16.03.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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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외벽(1)

DUMMY

류온은 테리안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여자라고 얕보다니.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그녀의 힘은 류온이 아직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 그렇다고 해두지.”

잔다르크는 달려가 그의 사타구니에 발길질을 갈겼다. 테리안은 그녀의 움직임을 약간도 볼 수 없었다.

“억!”

그는 사타구니를 붙잡고 나무판자로 덧댄 바닥을 뒹굴었다.

“그럼 내가 고자로 만들어줄까?”

테리안은 눈앞이 파랗게 변했다. 예상 외였다.

그녀는 그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잠깐!! 난 레드 무더(red muder) 제단의 일원이다!”

그의 말에 잔다르크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레드 무더(red muder).

80년 전 한참 혼란스러운 시기, 데븐 힐이란 싸이코패스가 만든 단체로 추정된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 퍼진 막강한 길드, 단체 중 하나로 붉은 로브를 입고 다닌다. 그들은 하나 하나가 미친놈들이란 점도 두렵지만 숫자가 많다는 게 더 유력하다.

레드 무더 일원을 건드리면 그 뒤론 그들의 표적이 된다.

즉, 세계 각지에 있는 레드 무더들과 만날 때마다 시비가 붙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테리안은 그녀를 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적당히 정신 팔리게 한 뒤 도망친다.’

그는 테이블로 걸어가 여유 있게 의자에 앉았다.

“날 건드리면 넌 이 땅이 무덤이 될 것이다.”

잔다르크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살인만 하는 미친놈들의 세계적 집단이기에 살인에 특화된 몇몇 검사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위험하다. 레드 무더의 정예들이 때로 덤벼오면 그녀도 한계가 올 것이다.

‘어쩌지?’

“흐흐..... 얼굴이 반반하니 바로 죽이지는 않으마. 천천히 가지고 놀다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잔다르크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봤다. 손가락 한번 휘두르면 죽일 수 있는 잔챙이가 설치니 속이 쓰리다.

“잔다르크.”

류온은 차갑게 눈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은 전에 그러지 않았나요. 가끔 즉흥적으로 일을 벌여야 제대로 맞아떨어진다고. 고민하지 말아요. 레드 무더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 우린 지금까지도 잘 견뎌왔어요.”

“류온. 레드 무더는 달라. 그들은 세계 각지에 있어.”

“잔다르크. 죽는 게 두렵나요?”

잔다르크는 떨리는 눈으로 그의 흑색 눈동자를 들여 봤다.

“사냥꾼은 목숨을 걸고 한다면서요? 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죠. 당신은요?”

잔다르크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을 내려봤다.

‘나는......’

“자, 계집. 이제 천천히 요리해주마.”

테리안은 그녀가 고민하는 사이 은밀히 뒤로 이동했다.

‘그래. 조금만 더.....!’

테리안은 전력으로 문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거의 빠져나왔다고 느끼는 순간.

“..... 말이 많구나.”

잔다르크는 그를 벽에 처박으며 주먹을 테리안의 입구멍에 쑤셔 박았다.

쿵!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테리안의 이빨이 전부 날아갔다. 잔다르크는 그의 목을 베어버리고 류온을 바라봤다.

“잘했어요.”

“후..... 에라 모르겠다. 일단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레드 무더들도 조금 있으면 알게 될거야. 그들은 한국에도 많거든. 그러니 어서 뜨자.”

“잠시 만요.”

류온은 그녀가 결박을 풀어주자 배기상을 바라봤다.

“이 친구는 어쩌죠?”

“그냥 마을에 놓고 가는 게 어때?”

“마, 말도 안 돼..... 지금 레드 무더 일원을 죽인 거예요? 미친거 아니에요? 우린 다 죽을거야......”

늘 너스레를 떨던 지원도 이번만큼은 심각해졌다. 그만큼 그들의 이름이 갖는 힘은 강했다.

“어떡할래?”

“데려가죠. 마을로 돌아가도 어차피 죽을 테니.”

“아아.... 이제 다 틀렸어....”

그들은 반쯤 자포자기 한 배기상을 이끌고 오두막을 나왔다. 잔다르크는 동쪽으로 높게 솟아있는 험난한 성벽을 가리켰다.

“우린 외벽으로 간다.”

외벽.

한국에 살던 생존자들은 어느 날 성벽을 쌓는 걸 생각한다. 성벽으로 막아 몬스터들에게서 도망칠 수 있지 않겠냐는 단순하고 무식한 생각.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성벽을 쌓아올렸다.

그들은 어느 날부터 성벽안의 지역을 외벽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외벽 안의 사람들은 바글바글하다. 어찌 보면 한국에 몇 안남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외벽은 브리나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서둘러 뜨자.”

펑퍼짐한 언덕 3개를 지나자 날이 저물어갔다.

“오늘은 여기서 쉴까.”

부스럭.

우거진 수풀 속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뭐지?”

모두 긴장한 얼굴로 수풀을 바라봤다.

‘설마 벌써 쫓아온 건가?’

너무 빠르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레드 무더들이 성실히 일하고 있다면. 잔다르크는 여차하면 한방 먹일 요량으로 검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의 여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는 살벌한 분위기에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봤다.

“저, 저기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넌 누구지?”

“난 여행자에요. 그리고 이 뒤로는 내 일행이죠. 우린 소규모 길드에요.”

그녀의 등 뒤로 9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소규모 길드.

세상이 험해지니 사람들은 작은 길드를 만들어 서로 뭉쳐 다녔다. 하지만 그들이 꼭 목숨까지 서로 책임지는 건 아니다. 몇 몇 인간들은 위험하면 동료를 버리고 목숨을 챙긴다.

하지만 그들 중 의리 있는 자들도 소수 존재한다.

“안녕하세요. 난 인해라고 합니다.”

인해의 뒤에 사람들이 열 지어 서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마스터인 것 같았다.

“난 잔다르크.”

“마스터. 그냥 지나가죠.”

그녀의 뒤에 서있던 사내, 한태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 은발의 늘씬한 미녀, 음침한 사내, 반반한 남자와 평범한 남자.

조합이 평범하지 않았다. 뭔가 구린 냄새가 풍겼다.

‘좋지 않아.....’

“한태.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린 소규모 길드지만 약자의 편에 스는 길드라고. 서로 힘든데 도와줘야지.”

류온은 오그라드는 대사에 어이가 없어 입을 벌렸다.

도와줘? 서로 힘든데?

지금 치고 박고 싸우고 그것도 모자라 윤간까지 하는 마당에 도와준다고?

‘순진한 아가씨군.’

그녀의 말에 한태는 입술을 깨물며 물러섰다.

“그러시다면 할 수 없죠.”

“아, 마침 식량이 없는데 남은 음식 좀 있어?”

“예. 어차피 저희도 여기서 야영하려 했거든요. 음식은 충분하니 나눠드리죠.”

잔다르크와 류온은 눈짓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야영하기로 결정했다.


류온은 식사를 하며 그들의 성격을 대충 눈치 챘다.

‘이 사람들, 여행한지 얼마 안 된 초보가 분명하다.’

하나하나가 어찌나 순박하고 단순한지 대부분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게다가 전투가 가능한 사람은 그들 중 한태와 인해가 전부인 듯 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주렁주렁 대리고다니면 위험할 텐데?”

“괜찮아요. 나머지 8명 다 지켜주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자처해서 함께 가길 바랬어요. 마을에 있으면 죽을거라면서.....”

소규모 길드들은 대부분 처참한 말로를 맡는다.

길드원 중 하나가 배신하거나 아니면 몬스터나 대규모 길드, 혹은 단체들에게 철저히 빼앗기고 짓밟힌다.

대규모 길드가 가입이 엄격하고 배신했을 경우 잔혹한 처벌을 내리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여행한지 얼마나 됐죠?”

“이제 8개월이요.”

‘8개월 여행한 사람이 길드마스터라니.....’

잔다르크는 수프를 먹으며 하늘을 올려봤다.

“인해라고 했죠?”

“네?”

“사람을 너무 믿지마요. 그러다 크게 다쳐요.”

인해는 뒷머리를 머쓱하게 긁으며 무안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도 우리 길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나중엔 다 각자의 길로 가기의해 흩어지겠지만......”

지원은 스프를 먹다가 축 쳐진 배기상을 보고 그의 스프까지 뺏어먹었다.

“어, 어! 그건.....”

“먹기 싫음 먹지 마. 이 음식 하나가 얼마나 귀한지 넌 모르지? 죽을까봐 두려우면 혼자 죽어. 난 오늘 이 스프를 먹고 하루를 더 살겠어.”

배기상은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벌리다가 스프를 다시 따르고 먹었다.

‘그래. 나도 이정도면 오래 살았지.’

게이트의 참사 이후 인간의 평균 수명은 34세로 줄었다. 그리고 대부분 사냥당하거나 사고로 죽으니 배기상이 지금 21세 인걸 감안하면 오래 살았다면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배기상이 스프를 씁쓸한 얼굴로 다 먹자 지원이 그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넌 몇 살이냐?”

“21”

“갑이네. 말 놓자.”

‘아니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배기상은 지원의 뻔뻔함에 입을 다물었다.

“노래하는 거 들었어.”

“그래? 어때?”

“잘하더군.”

“얌마.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실력이 아니야. 각고의 노력과 생각 끝에 나오는 소리라고.”

지원은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으며 스프를 먹었다.

“저기 저 형 보여?”

“응.”

“저 형은 대단한 사람이야.”

배기상은 류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대단해? 정말 평범한데.”

흑발의 머리부터 그냥 조금 귀여운 외모까지. 게다가 그다지 강해보이지도 않았다. 뭐가 특별하다는 것인가?

“저 형은 말이야.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모든 걸 다 내던질 수 있어.”

“저 사람이?”

“그래. 심지어 목숨도 말이야.”

그동안 지원이 본 류온은 미친 듯이 수련에 매진했다. 오직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그는 테리안의 오두막에서 목숨을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지원이 본 류온은 절대 허언을 하지 않는 인물.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저 형.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도.....’

“지원아!!”

“예에.”

지원은 자신을 부르는 잔다르크를 보며 억지로 구겨지는 인상을 감췄다.

“술 한 잔 누님께 거하게 따라 보거라.”

지원은 잔다르크가 내미는 와인 병을 보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씨발. 동갑내기가 보는 데 쪽팔리게.....’

지금 뒤에서 자신을 보는 배기상에게 처음부터 강하게 밀고 나가려면 그녀의 말에 쫄아서는 안됬다.

“예. 누님.”

지원은 그녀의 잔에 와인을 가득 따랐다.

“너도 마셔라!”

잔다르크가 건네는 와인 잔을 지원은 억지로 받았다.

쪼르르.....

‘재수 없으면 인생 마지막 술잔이 되겠군.....’

잔다르크는 분명 일류 혹은 그 이상의 대단한 고수.

하지만 레드 무더들이 때로 몰려오면 상황이 변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레드 무더들은 동료의 죽음을 아주 크게 생각한다. 즉 보복도 확실하게 한다.

본래 싸이코들이 세계 집단으로 모여 만든 제단. 사람을 어떻게 죽여야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지 그들만큼 해박한 인간들도 없다.

지원은 와인 잔을 한 번에 비우며 씨익 웃었다.

“어쭈? 제법 마시네?”

잔다르크 또한 와인잔을 단번에 비우며 웃었다.

“두렵냐?”

“예. 두렵습니다.”

“죽을까봐?”

“아니요. 죽기 전 제 꿈을 못 이룰까 두렵습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워졌다.

“..... 걱정 마라. 누님이 넌 꼭 지켜주마.”


작가의말

 꽤 피곤합니다. 몇 분이 보실지 모르지만 부디 재밌게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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