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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테라피시아

웹소설 > 연재 > 퓨전, 판타지

유료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7,981
추천수 :
580
글자수 :
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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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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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아주러 터널(azure tunnel)(7)

DUMMY

빛은 광명(光明)이 되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류온은 침낭 속을 빠져나오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자는 동안에 불의의 습격은 없었다.

아주러 터널 안으로 흘러들어온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류온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사방을 넘나드는 동적(動的) 개체들이 은은한 형상으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류온은 전신에 마나를 한 바퀴 돌려봤다. 몸 안의 충만한 양질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몸 안의 마나를 조금씩 지워내며 침낭을 포게 배낭 안에 넣었다.

앞으론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들이 서로 배를 포개고 누워있었다. 류온은 허리의 홍련과 아티펙트들을 확인하며 어둠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당분간 아주러 터널 안에 사는 동물들은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다. 류온이 입구에서부터 쓸어온 몬스터들의 수는 분명 적지 않았다.

오히려 많다면 모를까.

늘어난 동물들이 자연의 채(菜)들을 먹어치울 것이고 식물들이 줄어들면 동물들은 다시 줄어들 것이다.

그때면 시체들을 먹으러 들어온 몬스터로 전과 같은 비슷한 숫자들이 될 테고.

[.........보이나요?]

류온의 귓가로 여인의 마성(魔性)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위험한 터널 안에서 들릴 목소리가 아니다. 평소라면 분명 거부반응을 일으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류온은 조금씩 눈의 초점을 잃어갔다.

그의 검은 속눈썹 위로 피로와 나태가 겹겹이 쌓였다.

흐려진 초점 사이로 고아한 여인의 전신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붉은 머리를 미골(尾骨)까지 기른 여인은 가슴과 음부를 커다란 잎사귀 3개로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다.

“아.....”

어두운 터널 안에서 일렁이는 횃불의 빛을 받아 그녀의 전신이 흔들렸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정지하듯 멈춰있던 그의 사고는 순식간에 하나의 점에서 커다란 무한의 세계로 퍼져나갔다.

절대적 미(美)

그의 별빛 같은 흑색의 두 눈동자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리와요.]

그녀의 목소리는 새로운 예술이 되어 그의 머릿속에 자상처럼 박히고 있었다.

그는 축축해진 볼을 그녀의 가슴골에 올렸다.

“나는.... 나는 정말......”

고아한 그녀의 손이 거친 그의 흑발을 쓸어내렸다.

[울어요. 마음껏.]

모든 굳어버린 감정들은 격양되어 그의 심장을 흔들었다.

평범했던 남성은 조금씩 변해갔으나 마음의 뿌리만큼은 변하지 못했다.

그는 고통으로 마음의 뿌리도 언젠가 변해버릴 거라 여겼다.

하지만 사람과 멀어지며 생긴 외로움과 끝없는 수련으로 생긴 고단함도 마음속의 근원은 바꾸지 못했다.

궁지로 내몰아 마음의 근본을 바꿀 수 있다 여겼던 류온의 눈동자에서 두줄 기의 눈물이 줄기줄기 흘러내려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왜 이제야 온 거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녀는 그를 말리지 않으며 더욱 끌어 앉았다.

[미안해요.]

“이제 날 떠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포시 그의 이마에 닿았다.

[약속해요.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문다고.......]

그는 빙긋 웃으며 눈물을 떨쳐내고 고개를 쳐들었다.

“정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양 눈 옆으로 붉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따스했다.

항상 차갑기만 했던 대지가 녹아 봄이 온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를 이끌고 걸었다. 그는 그녀를 따라갔지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상관없었다.

푸른 머리를 허리 중반까지 기른 여인, 테리안은 걸어오는 둘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살아있는 인간.

보통 입구 근처에서 죽는 게 대부분이다. 이들이 이곳까지 온 건 거의 200년 만이다.

붉은 머리의 여인, 루티안은 류온을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인간이라니!!”

테리안은 류온을 자세히 보기위해 루티안을 옆으로 밀쳤다. 하지만 그녀가 미는 힘보다 루티안이 버티는 힘이 더 강했다.

“내가 먼저 찾았어.”

“루티안. 혼자 독점하겠다는 거야?”

사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헤르미안.

본래 요정이었던 그녀들은 아주러 터널 안에 들어와 오랜 시간을 놀았다.

그리고 밖에 나가려 했으나 수많은 몬스터들에 가로막혔고 결국 오랜 시간 안에서 갖혀지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숲의 생명들과 멀어지고 어둠속에서 타락의 길을 걸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헤르미안들은 인간의 정기를 빼먹는다. 그들이 늙고 약해져 정기가 남지 않을 때까지.

헤르미안은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감정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루티안은 류온을 처음 본 순간 알았다.

고통으로 자신을 얼마나 철저히 숨겨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속이 망가지고 있는지.

“내가 맛 좀 보다가 넘겨줄게.”

테리안은 초점이 풀린 류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젊은 남성 인간.

분명 맛있는 정기가 몸 안에 가득하리라.

테리안은 안쪽에 있을 언니들과 동족들을 떠올렸다.

“좋아. 대신 당분간 이 주변에 있어. 안쪽으로 들어가진 말고.”

루티안은 동족들에게 류온을 뺏길까봐 제약을 거는 그녀가 짜증났지만 일단 참았다.

“그래. 그럼 다음 주에 찾아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루티안이 손을 휘저으자 테리안이 아쉬운 눈길을 연신 보내며 터널 안으로 사라졌다.

루티안은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눈으로 봤을 때보다 더욱 생생하게 감정들이 느껴졌다.

슬픔, 고통, 분노......

루티안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괴감.

사람 하나를 완전히 분해하고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만큼 깊은 자괴감.

그는 자신의 자괴감조차 무한한 고통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루티안의 붉은 입술이 엷게 류온의 입술과 포개졌다.

[당신은 어떻게 그동안 울지 않았죠?]

탁한 눈동자는 이색적인 그녀의 행동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가 짊어지고 갈 책임이자 업보니까.....”

[재능이 없다는 게 죄는 아니에요.]

“하지만 남에게 짐이 된다면 죄 이상이 되지.”

루티안은 자신이 끼고 있던 검은 반지를 그의 검지로 옮겼다.

[당신의 이름은....?]

“류온.”

[류온. 나 루티안 브리디알 세스크리드가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 당신은 이제 웬만한 최면 마법들은 통하지 않아요. 그러니 나와 약속해줘요. 당신이 짊어진 업보가 꼭 혼자 짊어져야 되는 건 아니에요. 오늘 이후로 조금은 자신에게 떳떳해져요.]

“네 말이라면......”

루티안은 그의 거친 손등에 키스하고 일어섰다.

이제 조금 후면 아티펙트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럼 모든 기억들도 사라질 테고.

[잘 있어요. 류온.....]

그녀는 비스듬히 횃불에 고개를 숙이며 붉은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기억은 수백의 조각이 되어 어둠속으로 흩어졌다.

무한한 공간은 모든 것들을 집어삼킨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그는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분명 꿈을 꾼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막혀있던 일들이 사라진 것처럼 가슴이 시원하고 정신이 맑았다.

기분이 상쾌했다.

그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렴 어때. 몸이 개운하면 된 거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은 이미 잊혀진 추억으로 그의 망각 속에 쌓여갔다.

터널 안은 여전히 입구에서 본 침엽수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4일간 같은 풍경이었다.

식사를 마친 어느 날 그의 눈앞에 여인이 어른거리는 횃불에 전신을 비추며 천천히 걸어왔다.

“내가 보이나요?”

류온은 잎사귀 3장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린 여인을 위아래로 관찰했다.

이런 깊은 터널에 인간이 올리 없었다.

여인은 그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볼을 쓰다듬었다.

“나에게 대답해줘요.”

번뜩이는 칼날은 흐릿한 횃불 속에서 밝게 빛났다.

“왜......”

류온은 그녀를 뒤로 밀어버리며 검을 뽑아냈다. 그녀의 배에서 쏟아져 나온 핏물이 바닥을 끈적하게 적셨다.

미모로 인간을 현혹하는 몬스터.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몬스터라면 적인 건 분명하다. 류온은 홍련을 닦아내며 더 깊은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처음 만난 푸른 머리의 여인 이후에도 다양한 여인들이 비슷한 복장을 하고 다가왔다.

분명 지나가는 행인이 본다면 홀릴만한 고혹적인 자태.

하지만 그의 눈엔 그녀들 모두 요상한 마법을 쓰는 마녀들로 보였다.

거의 14명가량의 그녀들을 죽였을 때 일렁이는 횃불 사이로 붉은 머리의 여인이 걸어왔다.

그녀는 조금 이상했다.

모두가 묻던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에게 걸어와 그의 흑색 눈동자를 바라봤다.

“이제 조금은 나아졌군요.”

무엇이?

류온은 홍련을 뽑아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날 죽여요. 그리고 내 뒤로 이어진 길을 지나가요.”

그는 그립을 양손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팔목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려고 했다. 아니, 그의 검이 날아가 그녀의 어깨 한 치 위에서 멈춰섰다.

잊혀졌던 망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기억이 되어 그의 머리를 때렸다.

“너는...... 날 구해줬군.”

“날 기억해요?”

그는 홍련의 붉은 날을 빙글 돌려 검집에 집어넣었다.

“따라와라.”

“어쩌려는 거지요?”

“너는 본디 요정이 아닌가?”

루티안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지금의 날 봐요. 타락하여 몬스터가 됬다구요.”

“일단 밖에 나가면 방법이 있겠지. 내 동료 중에 마법사가있다. 그러니 나가자.”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고통스러워도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내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러니 난 살거다. 살아남을 거야.’

그녀는 기억 속에 남겨진 조각을 이어가듯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을 고쳐 잡으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키엑!!”

그녀는 20마리 째 루키나시안의 몸과 머리를 분리시키는 그를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2m의 근육질로 무장한 루키나시안들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산보하듯 가볍게 다가가 그들의 공격을 미리 보기라도 한 듯 간단하게 피했다.

“당신 직업이 뭐에요? 용병? 훈센 제국인?”

“난 브잔티움 대륙인이 아니야. 테라피시아 사람이고 지금은 신입 사냥꾼.”

아주러 터널 안에 들어온 지 300년도 더 된 그녀는 처음 듣는 직업에 말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신입이 이 정도라니.

사냥꾼이란 존재가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그나저나 여기서 어떻게 300년이나 있었지?”

“배가 고프면 동물들을 잡아먹었어요. 몬스터가 보이면 도망쳤구요.”

그녀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루키나시안들의 시체에서 아티펙트를 빠짐없이 챙겼다.

“그거 다 커머니스 급이라고. 그냥 버려.”

“그래도 한 생명이 남기고 간 자취인데 가져가야죠.”

몬스터에게 자비심을 주지 않는다는 그의 본인철학이 언짢은 반응을 일으켰으나 그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류온은 한참 커머니스급 아티펙트를 줍고 있는 그녀의 몸 위로 로브를 던졌다.

“입어. 밖에 나가면 그런 복장은 존재만으로 처형감이야.”

루티안은 그에게 혓바닥을 내밀어 보이며 로브를 입었다.


작가의말

 날이 아직 춥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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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3.연쇄살인마(1) 16.03.05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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