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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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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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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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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국의 사정

DUMMY

"헤헤.. 어떻습니까? 나리?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철광 아닙니까?"


한 만주족 청년이 비굴한 표정으로 한 철맥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손에는 흙과 먼지가 묻은 것이. 그 청년이 결코 좋은 집안의 자제가 아니라는 것을 은연 중에 나타내었다.


그는 만주족 서민층으로. 지금은 산을 타고 다니면서 우연찮게 발견한 철광을 보고 이제 돈을 좀 벌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국의 조사관을 불러들인 것이다.


애초에 처음 보았을 때는 철광인지도 몰랐지만. 광부 일을 하는 친구 놈에게 알아낸 사실이었다.


"...글쎄. 확실히 철광이기는 하다만. 이게 얼마나 많이 묻혀있는지. 품질은 어떤지는 검사를 해봐야 알 것 아닌가?"


조사관이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이곳까지 그를 안내한 만주족 청년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만약 이 철광이 제국의 입장에서 그다지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에게 떨어지는 돈도 푼돈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우리 제국의 사정도 철광을 내버려 둘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겠네."


"예에 나으리.. 살펴 가십시오."


만주족 청년에게는 다행이게도. 그가 안내한 철광은 머지않아 수백명이 일하는 철 광산으로 개발될 것이다.


비록 채산성이 맞지 않더라도. 대한제국은 지금 잠들어 있는 철광은 놀릴 정도로 여유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만주를 점령한 것은 물론 민족의 강토와 제국에 걸맞는 크기를 가지고 싶어서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지하자원의 채굴이었다.


이미 조선반도. 이제는 한반도의 지하자원들의 채굴권은 서양 열강들이 가져간 지 오래. 자기네 땅에서 나는 자원을 서양인들에게 비싼 돈을 주고 재구매하니 배알이 꼴리는 건 물론이요. 군수산업과 근대적 건설업과 조선업에 쓰일 자원의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주는 아직까지 서양의 눈길이 닿지 않은 천연의 땅. 지금이 1900년도였다면 만주조차 서양이나 일본에게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1850년대다. 서양 열강은 아직까지는 홍콩과 아편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일본은 아직도 다이묘들과 중앙정부간의 알력이 팽팽한 상태.


그렇다면. 지금 만주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있는 대한제국이 만주의 지하자원들을 쪽쪽 빨아먹어도 제재할 대상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 아닌가.


그리고 대한제국의 조정. 그 중에서 철종은 만주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자원들을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일본이 만주 사변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가? 지하자원의 확보 아니었던가. 그들의 시도는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는 것에 그쳤지만. 대한제국은 아예 영토의 일부분으로 편입하는 데에 성공했다.


신기하게도 만주국이든 북방 영토든 중국인들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이미 30만의 대군이 증발했으며. 태평천국군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국인들이 만주에까지 관심을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자자! 천천히 올려 천천히! 급하게 하지 말고!"


"이 나무들은 어디에 보관합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나랏님이 거하시는 곳이니 무슨 일이라도 났다가는 3대가 사라질 줄 알아!"


장소를 바꾸어 평양.


그곳에서는 새로운 수도로 지정된 기쁨과.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황제국의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거대한 궁전이 지어지고 있었다.


크기만 따지자면 자금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경복궁보다 3배는 컸으니 그 규모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태황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 궁궐은 만주족과 한민족의 여러 양식이 뒤섞여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구 조선의 양식을 그대로 담습한 구조였다.


당연히 만주족들의 양식은 곧 청의 양식이었으니. 청과의 단절을 추구하는 대한제국으로서는 자금성의 모조품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려 20만명의 인부들이 바쁘게 돌을 옮기고.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또 옻칠을 하고 콘리트르를 양생하는 것은 평양의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느새 평양에는 어리숙한 한국말을 하는 만주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엄청난 양의 자재들을 나르기 위해 운송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또 이렇게 유입된 인구들이 평양에서 먹고 자기 시작하면서 유흥업과 요식업. 여객업이 크게 성장하였다.


어째서 뉴딜 정책이 대공황을 빠져나오는 열쇠였는지 알 수 있을 법한 이런 공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였으니. 앞으로 더 많은 인부들이 이 평양으로 몰려올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아직은 한성에 비하면야 많은 것이 부족한 이 평양이 진정한 제국의 수도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한반도 전체를 황제의 직할령으로 하며. 북방 영토는 크게 5개의 성으로 나누어 성장을 배치하여 다스리도록 한다.


요동 반도 일대는 제국각(帝國角) 성으로 명하며. 간도 지역은 크게 2개로 나누어 서간도와 동간도 성으로 명한다.


또한 그 중에서도 최북방의 영토는 북설 성으로 명하며. 연해주는 구 발해의 강토이니 발해성으로 명하노라."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1856년 3월 21일 내려진 칙령으로 인해. 대한제국의 영토는 크게 6개로 분할되었다.


황제의 직할령인 한반도와. 요동 반도 일대를 이르는 제국의 뿔. 제국각 성. 그리고 각각 서쪽 간도와 동쪽 간도의 서.동간도 성. 마지막으로 최북방의 영토인 북설 성. 그리고 구 발해의 영역에 있는 발해성이다.


일견 주나라가 시행한 봉건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더 중앙 집권적인 체제였다.


각 성을 다스리는 성장의 직책은 세습이 가능하지만. 세습을 하려면 반드시 한반도를 다스리는 황제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며. 만약 황제의 눈 밖에 난다면 성장 직책을 빼앗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군의 통수권을 황제가 가지고 있었으니. 각 성에서 마적 떼나 범죄자 떼를 멸하기 위한 최소한의 치안 부대를 제외하면 성장들이 거느리고 있는 군사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것도 많은 허점이 있는 제도였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체제는 없는 법. 시행착오가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서서히 쇠락해 멸망할 것이라는 것은 제국의 고위 관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조선이 어째서 망한 것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에는 한반도. 남만주. 북만주. 연해주를 아우르는 거대한 영토에. 인구는 약 4000만에 다다르는 또 하나의 강국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한 강국의 탄생은 근처의 약소국들에게 있어 생존의 위협이 되는 법이었다.


*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 일본도 하루빨리 일치단결하여 근대화를 시작하고. 대한제국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총리의 말이 맞습니다 덴노 헤이카! 저희 대일본 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한제국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요! 일본에는 일본만의 길이 있소이다! 야마토타마시(일본의 혼)을 버릴 셈인가!"


"그 야마토타마시가 총칼을 막아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괜히 없는 말 지어내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단 말일세!"


"우리 일본은 신들이 지켜주시는 나라입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국가도 이 일본 열도를 침범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겁니까! 이 일본에는 수십만명의 군대가 있습니다!"


현재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는 일본 열도에서는 어느새 칭제건원을 한 대일본 제국의 내각회의가 개최되고 있었다.


회의의 안건은 단 하나.


어떻게 하면 일본을 부강하게 만들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지금이 무슨 무로마치 시대인 줄 아는건가! 고작 대군을 이끌고 싸우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시대가 왔단 말이오!"


"누가 그걸 모르나! 당신들이 하는 말마다 이기리스(영국을 뜻하는 일본어) 아메리카. 이제는 조센징들을 떠받들어야 한다고 떠드니까 그렇지!"


"뭐요? 우리보다 더 강하고 잘 사는 국가들을 본받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이오! 다이카 개신도 애초에 당나라의 제도를 본 뜬 것 아니오?"


"내가 타국의 법제나 문물을 들여보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외다. 타국의 것들 들여오되 일본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 서역의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가는 우리는 그들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오!"


내각 회의에서는 격렬한 고성이 오갔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두 파벌이 생각하는 부강함이라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나는 에도를 위시한 중앙 정부. 즉 천황에게 충성을 바치는 급진 개화파였고. 다른 하나는 지방의 다이묘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 개화파였다.


급진 개화파는 지금 일본이 살아남고 강해지려면 옆나라 대한제국과 같이 황제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 체제를 이룩하고 빠른 시일 내에 근대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온건 개화파는 기존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만큼만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고 차츰차츰 일본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으면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급진 개화파의 경우. 500년 동안 중앙 집권에 익숙해진 한반도와는 달리 일본의 백성들은 봉건제에 익숙하다는 것이었고. 자체적인 군사력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 그 문제점이었다.


두 번째로 온건 개화파는. 서양 열강들의 탐욕을 과시했다는 것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기에. 무기와 제도. 법률에 관한 수출이나 자문을 얻으려면 그들의 입장에서 합당한 대가를 바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일본에게 서양 열강이 원하는 만큼의 재물을 줄 능력이 있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항하자니. 쏟아져 들어올 서양 열강의 공산품으로 인해 수공업자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실업자가 되어버린 자들은 자연스레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기 쉬워질테니 곧 체제의 안전성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뜻이 된다.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군! 천황 폐하! 오늘의 회의는 이만 파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서로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신들의 생각도 그러하옵니다. 천황 폐하. 명을 내리소서."


"...오늘의 회의는 파하도록 하겠다. 다들 물러가도록 하라."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었으니. 지금의 일본 제국에서 천황의 영향력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중앙 정부가 뭔가 하려는 일마다 천황의 재가를 얻고 옥새가 찍혀 있었지만. 그것은 '상징성'의 문제였을 뿐 권력의 문제가 아니었던 탓이다.


게다가 3000만에 달하는 일본의 백성들 또한 지금까지 다이묘와 세이이타이쇼군의 지배에 익숙해져 있었지. 살아있는 신이라고 불리는 천황의 지배는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현 시점에서 천황은 말 그대로 도장을 찍어내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대정봉환이라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현실적으로 막부에 몸을 담았던 중신들이 절반. 출세와 개인의 욕심을 위해 내각에 들어온 중신들이 나머지 절반이었으니. 천황으로서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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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1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6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800 21 12쪽
» 제국의 사정 +3 20.06.30 1,760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8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70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4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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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7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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