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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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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12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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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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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강철비

DUMMY

콰쾅! 콰콰콰콰콰!


"흐어어억! 엄마아! 엄마아아아!"


"천지신명이시여 도와주세요! 흐아아악!"


슈슈슈슈숭!


콰콰쾅! 콰콰콰콰쾅!


"모두 엎드려라! 또 날아온다!"


"우린 다 죽을거야! 다 죽을거라고!"


말 그대로, 조선군이 미친듯이 쏘아대는 화차의 로켓탄에 의해. 남부군과 중부군. 그리고 북부군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물론 주체는 자신들이 아니라 조선군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말이다.


"으하하하! 청나라 침략자들 녀석! 꼴 한 번 보라지! 우리 조선의 우월한 무기에 이리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니! 더 쏴라! 아니! 전부 쏴라!"


예로부터 조선민족은 전투종족. 그 중에서도 화력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조선인들은 자신들보다 양에서 훨씬 우월한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가지 무기를 개발해내었고. 그 중 으뜸이 바로 화차라고 할 수 있었다.


슈슈슈슈슝!


화차는 비록 전근대 시기에 개발된 무기였지만. 위력으로만 따지자면 서양 열강의 그것과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자랑하는 화차의 단점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말 그대로 쏘고 기도해야 할 정도의 명중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무지막지한 화약의 소모율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조선이 어떤 나라인가. 일본에게서 대마도를 삥 뜯어내고 프랑스와 영국에 양다리를 걸치는 나라 아닌가. 명중률 문제야 수백대. 수천대. 수만대를 동원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였고. 화약이야 돈을 주고 사면 끝나는 문제였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 엄청난 양의 화차들은. 말 그대로 강철의 비를 쏟아부으며 30만에 달하는 청군을 물리적으로 분쇄하고 있었다.


물론 19세기의 로켓 무기가 그렇듯 위력은 딱 소형 수류탄 정도였지만. 그게 수십만발이 날아오니 기병이건 보병이건 버틸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 신기전에 폭약이 아닌 점화약과 가름을 섞어 화공까지 더하니. 숨어있자니 불에 타죽고. 나오자니 파편에 맞아 죽고. 도망가자니 폭발에 터져 죽는 환상의 콤보가 완성된 것이다.


"그만 쏴...! 그만 쏴아아아!"


"엄마..! 아빠...! 살려주세요..!"


적어도 반세기는 지나 참호전에서 일어나야 했던 쉘 쇼크를. 1850년대의 중국군이 겪는 순간이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 천병이 졌다고! 그것도 아예 전멸을 해?!"


"상서 각하! 살아남은 자들은 겨우 5만명에 불과하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부끄러울 데가... 나 같았으면 차라리 나뭇가지에다 목을 메달았을 게다..!"


화차를 이용한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청의 천병이 말 그대로 증발하자. 자금성에 모인 대청유신회는 정말로 충격과 공포에 빠져들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물어봐도 전부 조선인이 악마를 풀었다고 대답할뿐. 대청유신회가 원하는 무기의 정보나 조선군의 전략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하였으니.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전근대 시대에. 로켓이란 말을 들으면 '그게 뭐유?'라고 대답할 시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박힌 다음 폭발해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란 것을 아는 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장군들도 그저 그런 무기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그것이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는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청군의 피해가 이토록 커진 것이다.


"일개 졸병들이 죽은 것은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지만. 문제는 장군들입니다. 장군들이 싸그리 쓸려나가 버렸으니 이제 군대는 누가 지휘해야 하는 겁니까?"


"자금성을 떠나 지방의 유력자들을 끌어모은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과연 그들이 우리의 부름에 답하겠습니까?"


"황제의 칙서가 내려갈텐데. 그들이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오지 않는다면 반역입니다!"


"그러다가 진짜 반역을 일으키면 어쩌려고?"


"..."


대청유신회의 회의에서는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의 실정이 너무나 큰 탓에 지방의 민심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고. 그나마 다행으로 태평천국군이 보낸 북벌군은 겨우 2만이라는 병력만을 보낸 덕에 제압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병 형신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북벌군과는 다르게. 익왕 석달개가 지휘하는 서정군은 나름대로의 전투력을 유지하며 증국번의 상군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거점들이 석달개의 손에 중과부적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증국번이 모은 상군은 사실상 향토방위군이나 마찬가지인 군대였고. 증국번 자신도 태평천국군을 막아내려 상군을 모은 것이지 태평천국군을 몰아내기 위해 모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평천국은 장강 일대에 거점을 마련해 수도 인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서정은 성공하였다.


*


만주의 깊은 산맥 속. 조선의 지배에 반대하는 만주족들의 모임이 있었다. 사실 모임이 아니라 거의 소도시라 해도 좋을 정도의 인원이 모인 조직. 그들의 이름은 참으로 어이없게도 '만주족 협화회'였다.


"천병이 패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입니다. 조선군의 사상자는 1만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찌 이런 일이...천병이 이리 허무하게 패하다니..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만주가 전부 조선인들에게 넘어갔는데.. 이렇게 계속 조선인들의 지배가 계속되면 우리 만주족들은 모두 말살되고 말 겁니다!"


안색이 파리해진 한 만주족 남성이 고함에 가깝게 소리쳤다. 가뜩이나 지금까지 약소민족이라 여겼던 조선인들에게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향을 빼앗겨 기존의 세계관에 크나큰 충격을 받은 만주족들이다.


그런데 거기에 청에서 보낸 30만의 천병마저 조선군에게 압도적으로 쳐발렸다고 하니 혼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심지가 굳세다는 평을 받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오히려 조선인들이 만주를 지배하고 나서부터 만주의 삶의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관리들이 말이 안 통하는 것이야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으니. 만주인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말이 달라서 안 통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할 지경이었고. 양산되던 민둥산도 연탄이 본격적으로 만주에 유통되기 시작하자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쌀에 미친 민족인 조선인들이 북만주까지 쌀농사를 짓겠다고 설쳐대면서 농업 기술도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남만주에서는 조선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양의 쌀이 재배되고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만주를 불안하게 했던 노서아인들. 다시 말해 러시아인들의 남하도 조선군이 눈을 부라리고 감시하고 있으니 확 줄어든 것이 만주인들이 조선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인 이유였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가뜩이나 크림 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괜시리 동방을 건드려서 조선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고. 조선군에게 쫓겨나는 것은 대부분 정부에서 보낸 자들이 아니라 민간에서 '뭐 줏어먹을 거 없나..'하고 산을 돌아다니다가 국경을 넘은 경우나. 아니면 산삼을 캐가려고 작정하고 월경한 러시아인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만주를 뒤흔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가 모이면 열이 되고 열이 모이면 백이 되듯. 계속해서 서양인들이 나타나니 만주인들은 불안해 했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조선군이 진주하면서 그동안 만주인들이 '이것 좀 해결해주면 좋으련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해결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만주족 협화회로서는 이러한 조선인들의 지배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조선이 만주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만주에서 만주어를 쓰는 자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굳게 마음을 다잡은 협화회의 일원들은. 가장 먼저 만주를 탈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만주족이면서 조선인에게 기는 내부의 변절자들이오! 그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만주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소!"


"옳은 말씀입니다만.. 그들을 어떻게 제거할 생각이십니까? 총포를 구매했다가는 금방 조선군의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멍청하긴! 우리가 언제 총에 의지해서 산 적이 있었소? 총이 없다면 활을 쓰면 될 것 아니오!"


"...."


그러나 그 계획이란 것들은 대개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만주족 협화회에는 무엇보다 대국적인 전략을 짤 전략가와 무력 투쟁을 위한 군인 계층이 전무했던 것이다.


그나마 만주족이라는 민족의식으로 똘똘 뭉친 덕에 서로를 물어뜯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 할 수 있나?


*


평양의 별궁.


"감축드리옵나이다 전하!"


"""감축드리옵나이다!"""


"그만들 하라. 축하는 과인이 아니라 북방에서 열심히 싸운 군사들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철종이 손을 내저으며 다시 한번 절을 올리려는 신하들을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신하들은 아랑곳않고 다시 허리를 숙인 뒤 말하였다.


"그런 말씀 마오소서. 성상께서 신묘한 계책을 내어 천병을 크게 무찌르고. 저 드넓은 만주의 만주족들도 전부 주상 전하의 치세에 천세를 부르고 있사오니. 이는 조선 역사상 가장 뜻 깊은 승리이옵니다."


"영의정의 말이 맞사옵니다 전하! 지금까지 우리 조선이 대륙의 국가들에게 밀려 그 기세를 펴지 못하였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삼족오가 그 기세를 크게 발하고 노쇠한 용이 쇠락할 때가 되었습니다."


신하들은 다들 감격한 듯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철종은 그것마저 막지는 못했다. 사실 막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대들도 알고 있듯이.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청의 강점이자 약점은 그 광할한 크기와 인구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라. 단 한 끗이라도 비틀어지는 순간. 우리 조선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성상의 말씀을 어찌 신들이 귀담아 듣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저희를 부려 강국을 이룩하실 분입니다."


영의정 이하응이 눈물을 닦으며 대꾸하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방의 소국이었던 조선이 불과 몇 년만에 동방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순간에 함께할 수 있다니. 참으로 영광되지 아니한가.


"비록 청의 힘이 아직까지 강대하다고는 하나. 그들은 분열되어 있으며. 심지어 내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만 이용한다면. 구 발해와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아 드넓은 만주 벌판을 고향으로 삼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병조판서가 그 뒤를 이었다. 조선은 고려의 후예며. 고려는 고구려의 후예. 한민족이란 곧 고구려의 피를 이은 자들이었다.


"경들은 들으라."


"""예! 전하!"""


"그대들은 과인의 교시를 즉시 이행토록 하라.


하나. 평양에 황실의 위엄을 드러내는 거대한 궁을 세울 것.


둘 . 만주족에서 재색을 겸비한 젊은 여인을 골라 황후로 추대할 것.


셋. 이제부터 짐이 다스리는 땅을 조선이 아닌 대한제국이라 부를 것."


쿠웅!


철종의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대전을 메웠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칭제건원의 개벽. 그러나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외칠 뿐.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만세!"


"""대한제국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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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0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9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6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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