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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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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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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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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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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쟁의 명분

DUMMY

"그래서 우리 조선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어쩌라니요? 당연히 대국의 신민을 사사로이 죽인 조선의 군과 민을 처벌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보십시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희 조선의 백성들이 만주에서 죄를 저지르면 어느 나라에서 처벌을 받습니까? 청의 관아에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청의 신민들이 조선에서 죄를 저질렀는데 저희 조선이 그들에게 처벌을 내릴 수가 없단 말이십니까?"


조선인 관료의 말 끝이 올라갔다. 함풍제가 만주에서의 특권을 인정해준 이후로. 양국간의 관계는 더욱 험악해져갔다. 황제의 마음과는 반대로. 청의 조정에서 대조선감정은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조선은 소국이고 청은 대국입니다! 작은 것은 큰 것에 들어갈 수 있지만 큰 것이 작은 것에 들어갈 수는 없는 법! 청의 속방인 조선이 이리 방자하게 행동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에 맞선 청의 관료도 지지않고 맞받아친다.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보내진 특사다. 조선의 신경을 긁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좋았다. 대청유신회의 목적에 맞게. 조선이 이빨을 들이댄다면 청은 씨익 웃으며 몽둥이를 들어올리리라.


"대국이라 함은 자고로 소국들을 어우르고 사리에 맞게 통치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들이 하는 말에 대체 논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청의 황상께서는 저희 조선인에게 만주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권리와 문제가 생겼을 시 청에서 처벌을 받는다는 문서를 주셨고. 그와 함께 문서의 밑에 이 조항은 만주에 기거하는 모든 청의 신민들에게도 적용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말인즉슨 조선이 청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청에서 처벌을 받고. 청인이 조선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조선에서 처벌을 받는다는 뜻일진대. 어찌하여 대국의 관료들이 소국의 조정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것입니까?"


하지만 조선이 무슨 나라인가. 무려 500년 동안이나 중국과 치열한 신경전을 통해 살아남은 국가 아니던가.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반박은 청의 관료로 하여금 눈을 끔뻑이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일국의 군대가 민과 같이 민초들을 학살한 것은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민초?! 민초라 하셨습니까?"


"그..그렇습니다만."


"세상의 어느 민초들이 아편굴을 만들어 아편을 유통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남의 땅에 무단으로 아편을 심어 재배한단 말입니까?"


"아..아..아편이라 하셨습니까?"


아편이란 말이 나오자 청의 관료가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편이란 청에게 있어 역린과도 같은 것. 증오스럽고 저주받아야 할 상징과도 같았다.


"증거라면 산이 쌓이도록 있습니다. 한 번 보여드릴까요?"


"만약 증거가 부실하다면 조선의 왕께선 책임을 물으셔야 할 것입니다."


"하! 이 증거들을 보고도 그럴 생각이 드실지는 모르겠군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짐꾼들이 등에다가 한 가득 종이를 싣고 들어왔다. 그와 함께 청에서 파견된 관료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탁자 하나가 완전히 찰 정도가 되어서야 끝난 증거의 나열을 버티지 못한 청의 관료는.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


"흥! 감히 우리 조선을 뭘로 보고! 늙어 죽어가는 용이 추태를 부리는구나!"


조선의 영의정. 이하응이 짜증난다는 듯 콧김을 뿜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청나라 사람들이 듣는다면 노발대발할 소리였으나. 여기는 그의 자택이었다. 노발대발하기 전에 주거침입으로 옥에 갇힐터이니. 이하응은 더욱 거칠게 콧김을 뿜으며 방자한 청의 특사를 회상했다.


"요즈음 들어 청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만주에 병력이 증강된 것이야 예상한 일이지만.. 상상 외로 청의 태도가 강경해.. 설마 황제가 실권을 잃기 시작한 것인가?"


그렇다면 조선으로서는 상당한 행동의 제약이 걸리는 셈이었다. 지금 조선이 만주에서 누리는 권리는 어디까지나 함풍제의 호의에서 비롯된 것. 함풍제가 실권을 잃는다면 지금 조선이 누리는 석탄 호황은 거품이 되어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나빠지면 당연히 지금 군에 입대한 청년들을 훈련시킬 자원들도 부족해질 터이고. 결국에는 다시 예전의 조선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아니! 그것만은 안 된다. 그것만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을쏘냐!"


그렇게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이하응은 다시 의복을 정제하고 집을 나섰다.


"나으리. 어디로 가십니까?"


"궁궐이다."


*


북경의 자금성. 그곳에서는 언짢은 표정의 황제와 그 아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많은 대신들이 있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외교를 관장하는 예부의 상서였다. 그가 조선에서의 성과라고 부르기에도 창피한 성과를 들이밀며 머리를 조아리자. 마침내 함풍제가 입을 열었다.


"... 짐이 분명 조선을 자극하지 말라 일렀을텐데! 기어코 조사대를 보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더니 결국 짐의 예견대로 되었구나! 게다가.. 하아... 짐의 신민들이 조선 땅에서 아편을 재배하다니.. 조선왕에게 다 부끄러울 지경이구나."


까드득!


조용히. 그리고 조용히 누군가가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렸다. 황제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편전에 모인 대신들은 그 이를 가는 소리가 누구에게서 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예...예부상서가 이를 갈다니!'


'정말 죽고 싶어 저러는 것인가.. 아니면 뭔가 계획이라도?'


이미 편전에 자리잡을 정도의 고관들 사이에서 함풍제를 진심으로 따르는 자는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짓들이 너무 기가 막혔던 탓이다.


어느 번국을 총애하는 것까지야 그렇다고 쳐도. 엄연한 번국인 조선을 이리 우대하여 국경마저 사실상 폐지하였으니. 조선보다 더 경직되고 보수적인 청의 조정에서는 조선과 함풍제를 질서를 뒤흔드는 이단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신들이 섬기는 그 질서를 유지하려면 함풍제와 조선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래야만 청이 이 천하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고. 또 양이들에게 맞서 천하를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굳이 전쟁까지 해야 하냐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한 번 무너진 믿음과 신뢰는 다시 쌓을 수 없는 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시 한 번 청은 상국으로. 조선은 번국으로 남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청의 일부가 되던가.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새로 수입한 서역의 군마들이 매우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체격도 크고 지구력도 높으니. 과연 조선 23부를 통틀어도 저만한 말이 없습니다."


"서역의 기병들이 그리 무서운 것에는 우리보다 발달한 무기의 덕도 분명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체계적인 교배로 군용으로 쓰기에 적합한 군마를 대량으로 동원할 수 있는 것이 매우 크다.


우리 조선의 기병들도 이러한 점을 본받아 말의 관리에 더욱 힘을 가하고 서역의 말을 수입해 우리 조선의 토종마들과 교배시키는 산업에도 박차를 가하도록 하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고로 군대를 지휘하는 자의 역량은 기병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는지에 따라 결정되니. 혹독한 훈련을 받아 반드시 조선의 강역을 수호토록 하겠나이다."


"네 대답이 마음에 드는구나. 너와 같은 군관들이 많을수록 조선의 광명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과분한 칭찬이옵니다."


험악한 분위기의 청과는 다르게. 조선은 평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비록 60만에 이르는 상비군을 유지하느라 들어가는 비용이 많았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의 유입 및 신기술 개발로 인해 작금의 조선은 충분히 60만이라는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당장 인구가 500만 정도였던 세종대왕 시기에도 30만명 정도의 군대를 굴렸는데. 철종의 치세 때 드디어 2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지닌 지금의 조선이 60만명을 못 굴릴까?


단순히 숫자로만 봐도 답은 나왔다. 정말 단순하게 치자면 지금의 조선은 세종 때보다 정확하게 인구가 4배나 늘었으니. 120만 정도의 병력을 굴릴 수도 있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다만 정말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라가 결딴날 것이 분명하니. 철종과 신하들은 현실적인 한계선인 60만명으로 군의 크기를 정해놓고 있었다.


무조건 많은 게 장땡이 아니라. 60만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먹이고 재울 병영. 그리고 훈련시킬 장소. 사격 훈련에 들어가는 화약과 납탄을 사는데에 지출되는 천문학적인 돈을 생각한다면 사실 지금 60만명을 징집해 국경에 배치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난관이라 말할 수 있었다.


총 60만으로 이루어진 조선의 군대 중에서 50만은 지방의 진위대. 그리고 나머지 10만은 수도 한성부를 지키는 근위대인 시위대로 편입되었지만. 아직도 중국의 인구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때로는 도박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닐세. 혼잣말이었어."


하지만 언제까지나 두려워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중국은 대륙이었고. 조선은 반도였다. 그리고 반도가 확장을 유일한 방법은 바로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것뿐이었다.


*


"흐으. 군함을 구입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네. 그대들 영길리에서 서역에서 군함을 잘 만든다는 건 이미 만인이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요. 요즈음 프랑스인들도 전함을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로열 네이비의 위상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입니다 전하. 저를 부르신 건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자. 여기 적혀있는 것을 대가로 내놓는다면. 얼마나 크고 많은 군함들을 살 수 있겠나?"


"흐음...."


영국의 대사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철종이 내민 종이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조선이 악착같이 모아온 금괴 10톤. 이 정도라면 군함의 대가로서 충분할 정도였다.


'전함급은 본국이 당연히 팔지도 않을테니.. 순양함급 몇 척을 보내주는 것이 좋겠군. 마침 본국에도 노후화된 함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테니..'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에드워드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는 종이를 다시 철종의 손에 들려주고는. 품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백지 계약서를 꺼내 슥삭슥삭 내용을 적더니 다시 철종에게 돌려주었다.


그곳에는 영어로 조선국이 금괴 10톤을 2차에 걸쳐 지불하는 대신 대영제국은 2선급 순양함 5척을 보내준다는 내용의 계약이 적혀져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군. 자. 서명했으니 가져가시오 대사. 좋은 소식을 바라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전하. 그럼 이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끝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궁궐을 떠나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지나 밤이 되었을 즈음에 프랑스의 레오 공사가 철종을 찾아왔다.


"어서 오시게 레오 공사. 기다리고 있었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전하. 저희 프랑스에서 소총과 대포. 그리고 그것들에 쓸 탄약과 포탄을 구입하고 싶으시다고요?"


작가의말

양다리는 제대로 걸쳐야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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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5 세계최강천
    작성일
    20.06.05 04:35
    No. 1

    너무 비싼거 같은데요...100톤은 오버인듯; 금 1톤이 700억가량인데...저런 배 5척을 금100톤에 산다구요? 아무리 군함 가격이 미쳤다고했도 좀 아닌거 같은데요. 지금으로 치면, 7조에 사는 겁니다. 이지스함이 1조가 넘는데...이지스함 6척을 살돈임..구한말 저런배가 이지스함 급인가요?
    개당 금 1톤에 사도 안 살거 같은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20.06.05 15:02
    No. 2

    허억.. 수정하겠읍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강아지똥떡
    작성일
    20.07.04 01:32
    No. 3

    양다리왜교 ㅋㅋㅋ
    뭔가 문어발연애같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4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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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800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8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 전쟁의 명분 +4 20.06.03 1,870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4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7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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