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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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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1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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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6.09 06:00
조회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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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북벌론과 서정론

DUMMY

"으드득! 쓰시마를 조선에게 빼앗기다니.. 이건 일본국 전체의 수치다! 게다가 오히려 조선 놈들의 아래에서 우리 일본의 백성들이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다시 탈환할 명분조차 없어.. 이걸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조슈 번주가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의 말은 전 일본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는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선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듯이 이중 봉신 체제라고 해도 대마도는 수백년간 일본의 영토로 간주되어왔고. 또 대마도의 사람들도 스스로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조선과 막부의 밀약으로 인해 그것이 깨어진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조선도 대마도를 정당히 지배할 권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수백년간 자국의 영토였던 곳을 억하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빼앗겼으니. 일본의 여론은 순식간에 정한론. 아니. 정조론으로 들끓어올랐다.


정조론이란 조선을 쳐 일본의 식민지 또는 속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19세기 초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 주장은 대마도의 주권을 빼앗긴 것으로 인해 순식간에 다이묘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떠오른 것이다.


"쓰시마 다음은 어디냐..! 사츠마? 조슈? 그것도 아니면 설마 에조(홋카이도의 옛 이름)냐?"


"으드득! 조선 놈들... 양이 놈들도 아니고 조선 놈들에게 쓰시마를 빼앗기다니.."


사실 이러한 정조론이 들불처럼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불안감 때문이었다. 일본 지금까지 신이 지켜주는 나라라고 굳게 믿어왔던 일본인들이었지만. 신이 지켜주기는 개뿔. 엄연히 자국 영토인 쓰시마를. 아무리 작다고 해도 엄연히 일본의 지도에서도 당당히 표기되어 있는 곳을 빼앗기니 근본적인 신국사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즉위한 고메이 천황과 내각은 아직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다이묘들을 자신의 아래로 휘어잡기 위해 교묘하게 조선에 대한 적개심을 불어넣으며 이러한 정한론 열풍에 장작을 집어넣으니. 오히려 정한론자가 아닌 자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조론은 언제나 그렇듯 일본 내부에서만 시끄러웠을 뿐. 바로 옆에 있는 조선에게는 나뭇가지 정도의 위협도 주지 못하였다.


이미 조선의 국력은 예전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두 나라의 명운이 뒤바꿀 때가 되었던 것이다.


*


쾅! 콰쾅! 쾅!


함선의 대포가 바위를 때려부수었다. 그러자 남은 것은 파도에 가려질 정도로 낮아진 바위와 그 위를 떠다니는 자그마한 파편들과 돌가루뿐. 이것이 증기선의 위력이었다.


"참으로 엄청나구나! 이것도 서역에서는 낡은 함이라고 하니. 앞으로 우리가 열심히 따라가지 않는다면 이 조선이 식민지가 되는 것도 한낱 농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전하.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우리 조선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닙니다. 이제 저희 기술자들이 저 군함들을 샅샅히 조사하여 더 크고 강한 군함을 능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말이 옳다. 내가 자신감을 잃어 실언을 하였구나. 안타깝지만 저 군함들은 모두 해체하여 공방으로 보내도록 하라. 공방의 장인들이라면 능히 쇠 안으로 증기의 힘이 흐르는 이치를 알고 있을 터.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조선도 저와 같은 군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금괴 10톤을 주고 산 5개의 군함들은 허무하게 지상으로 올라가 장인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혹자는 이를 보고 '쓰지도 않을 군함을 사 연구하느니. 차라리 그 금으로 군함을 만드는 기술자를 초빙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겠느냐' 라고 말할지도 모르나. 그것은 철종이 품은 큰 뜻을 보지 못한 소인배의 넉두리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서양 열강들이 포함외교에 열을 올리는 시대. 그런데 서양 열강들이 포함외교를 해야 할 대상이 포함을 갖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당장 소총 하나 만드는 장인들도 엄연히 나라에서 엄정히 관리하는 실정인데 하다못해 전략무기나 마찬가지인 군함을 만드는 기술자들을 그리 쉬이 빼돌릴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렇게 철종은 다른 수를 썼다. 낡은 군함을 사들여 분해한 뒤. 기술자들에게 그 분해한 군함을 연구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중국에서 클레임을 걸 일도 없을테고. 조선의 조선 기술은 더욱 발달할 것이다.


증기기관차와는 다르게 함선에는 그렇게 무거운 증기기관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소형화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조선이 가지고 있는 국력으로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남의 작품을 배껴 만든다면? 남이 설계하고 남이 조립하고 남이 물 위에 뜨게 한 군함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이해한다면 이해는 달라진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인 법. 어차피 지적재산권도 없는 시대였으니 모든 것은 철종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


한편. 1853년에 이르르자 태평천국은 그 기세가 더욱 더 올라 중국의 남부 전체를 위협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태평천국에 합류하거나. 심지어 진압군이 투항하고 태평천국군에 합류하는 지경이니. 더 이상 조정에서도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무려 수십만이 넘는 광신도들의 군대는 관군을 쏟아붇는다 해도 제압하기 어려웠고. 신정일치라는 특성상 군대를 전멸시킨다 해도 홍수전 하나만 살아남는다면 드넓은 중국 어딘가에서 또 다시 세력을 꾸릴 수도 있었다.


이렇게 조정에서 태평천국군을 진압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기세가 오른 태평천국의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황제가 있는 북경으로 가야 하오! 북벌(北伐)을 합시다!"


"황제가 스스로 목을 내놓을 것 같소이까? 팔기군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면 가시구려! 저희는 장강을 따라 서쪽으로 올라가 거점을 확보해야 합니다! 서정(西征)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


바로 북벌론과 서정론의 대립이 그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리스크가 있고. 어느쪽이든 리턴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전략적 안목이 부족했던 실권자인 양수천은 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북벌과 서정.. 둘 다 합시다."


"예에?"


"둘 다 하시겠다니! 그것은 너무 무리한 일입니다. 군을 나누는 것은 곧 패배의 지름길! 정 고르셔야겠다면 한쪽만 고르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두 장군의 청이 이리 완고하니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비록 저희가 팔기군과 녹영군에 비하면 열세라고는 하나. 저희의 군도 청군과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군인들입니다. 그리 쉬이 당하지는 않을 터이니. 만약 상황이 잘못 돌아간다 싶으면 바로 병력을 빼면 될 일입니다."


"으음..."


"그렇기야 하지만.."


이론적으로 양수천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병력을 나누는 것이 패착이라고는 하지만. 태평천국의 교도들만 해도 55만명이 넘는 세력이다. 당장 지금 조선의 총 병력이 60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라 말할 수 있었다.


"북벌군 지휘관에는 임봉상과 이개방을. 그리고 서정군 지휘관에는 익왕 석달개를 임명하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도록 하지요."


사실 양수청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는 당시 태평천국군들의 상황상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태평천국의 점령지나 태평천국의 활동을 보면 이들이 거두고 있는 교도들의 대부분은 유랑민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점령지역을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의 세력은 증가하고, 여러번 청나라의 지방군들을 격파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일어난 양광지역을 한참 벗어나서 호광지역까지 북상해 있었는데, 기반이 될 지역이 한 곳도 없었다. 단 한 곳도! 무려 수십만에 이르는 세력인 태평천국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기반으로 삼을 지역 확보였다. 이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 청나라의 제2의 수도였던 난징으로 가장 부유한 지역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양수청이 어째서 익왕 석달개를 서쪽으로 보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정군과 북벌군은 각자 군을 이끌고 떠났는데. 북벌군이 이끄는 군세만 해도 무려 그 세가 2만명이나 되었다.


*


"폐하! 사교도들의 반란군들이 북경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급보이옵니다!"


"무어라? 근왕병들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근왕병들이 맞서 싸우고 있으나. 적의 수는 약 2만명입니다. 서둘러 군을 재배치하고 장군의 지휘 아래 뭉치지 않는다면 북경까지 적이 금세 다다를 것입니다."


"이거 큰일이로구나... 열성조들을 볼 낯이 없게 되었어.. 다들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서 계책을 말하여 보거라! 말하란 말이야!"


"폐하. 우선 각지에 흩어진 근왕병들을 모아오는 것이 급선무일듯 합니다. 제아무리 정예라 해도 10명을 1명이 이기지 못하는 법이니. 뭉쳐서 싸운다면 이길 수 있는 적을 흩어져 싸워 패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네 말이 참으로 옳다. 병부상서 그대는 서둘러 군을 모으도록 하라."


함풍제는 스스로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는지 짐짓 근엄한 얼굴로 지휘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도 알 법한 내용을 들려주면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하면서 허락을 내려주는 셔틀로 전락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 함풍제뿐이었다.


"이 북경의 방비는 어떠한가? 적들의 공격에 버틸 수 있는 것인가?"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폐하. 저희 녹영군과 팔기군들이 매의 눈으로 이곳 북경을 지키고 있사오니. 사특한 이교의 무리들은 감히 대청의 수도를 노리지 못할 것입니다."


적어도 이부상서의 이 말은 진실이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태평천국군이 북경을 함락시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않았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기세가 높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은 반란군. 제대로 된 국가도 아닌 군사조직일 뿐이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는 지방 군벌들과 중앙 정부간의 혈투로 기록되어져 있었으니.. 중국의 관리들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민란 제압을 잘하는 정부 중 하나일 것이 틀림없었다.


"폐하! 폐하! 급보이옵니다!"


"급보라니?! 또 무슨 일이더냐?"


"조선왕 이변이 자신도 천병을 도와 반란군들을 진압하는 데에 참여하고 싶다는 서신을 보내왔사옵니다!"


"뭣이!?"


"오오! 그게 정말인가! 정말이지 조선왕의 충성이 갸륵하구나! 어서 편지를 짐에게 가져오거라."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난데없이 조선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작동하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저 해맑게 웃는 황제의 얼굴이 이렇게 미워보일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정말 조선군이 청의 영토를 밟도록 허하실 생각입니까?"


"절대 안 됩니다. 반란 하나 진압하지 못하고 번국의 도움을 받아 진압한다니.. 천명이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온 천하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이미 대부분의 중신들은 대청유신회의 회원들이었기에. 더 이상 청나라에 외세가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세 중에서는. 조선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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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34 ya****
    작성일
    20.06.10 08:44
    No. 1

    정조론입니다.
    철종때면~~~
    정한의 한은 한국을 뜻합니다.
    수정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20.06.10 16:14
    No. 2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ya****
    작성일
    20.06.10 08:53
    No. 3

    신하가 임금 즉 왕에게 저희 조선이라고 표현 못합니다.
    조선이 말한 사람의 나라입니까?
    낮 춤말로 표현 못하고 저희라는 단어는 같은 소속원으로써는 안써요
    작가님 나라와 저희나라 한국은 다름니까?
    작가님 나라와 우리나라 한국은 같은 나라입니까?
    주상전하 우리조선은 약하지 않습니다. 와 전하 저희조선은.....왕의 조선과 신하의 조선은 다른나라? 외교에서도 저희조선은 안쓰거든요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저희조선 참 거슬리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20.06.10 16:14
    No. 4

    흑흑 ㅠㅠ 저도 머리로는 아는데 자꾸 손이 '저희'자를 치고 있네요.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4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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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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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1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9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6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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