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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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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03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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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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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만주를 손에 넣어라.

DUMMY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아아!"""


자금성의 편전. 그곳에는 수천명의 신하들이 엎드린 채 통촉 플리즈를 연발하고 있었다. 함풍제가 앞으로 조선인들이 마음대로 만주를 드나들 수 있도록 칙령을 내리겠다고 한 것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자고로 국가 간의 국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법! 헌데 폐하께서는 한낱 편지 하나만을 읽으시고 국경의 폐를 논하시니. 이는 절대 가납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네 말의 과장이 심하다. 짐이 언제 국경의 폐를 논하였느냐? 더구나 네 말대로라면 수백년 전부터 조선을 오가며 몰래 밀무역을 하는 청의 신민들도 전부 잡아 옥에 넣어야 하겠구나.


게다가 조선왕이 이르기를 황실의 근본이 되는 땅에는 결코 조선의 백성을 들이지 않겠다 약속하였느니라. 경들은 짐과 조선왕 사이의 맹약을 믿지 아니하는 것인가?"


"폐하! 자고로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지금 조선인들의 월경을 허락하신다면 장차 조선인들은 그것을 폐하의 호의가 아닌 제 권리라 생각할 것이옵니다. 옛 성현들이 이르기를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 하였으니.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폐하!"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폐하!"""


"조용히 하라!"


함풍제가 소리쳤다. 그러나 조정의 대신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또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이것만은.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항상 동이라 여겼던 조선인들이 국경을 넘는 것도. 또 그 과정에서 청의 돈이 조선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풍제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대신들을 걸리적거린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다.


"칙명을 내리는 것은 그대들이 아니라 짐이 할 일이다! 만약 조선왕이 짐과의 약속을 어기고 황실의 근간이 되는 땅을 침범한다면. 그 때는 천병을 불러 조선을 응징하면 될 일이다. 이미 짐은 결정을 내렸으니. 경들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논하지 말라!"


"아니되옵니다 폐하! 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소서!"


"듣기 싫다 하지 않았느냐!"


쾅!


황제가 팔걸이를 내려치는 그 소리가 왜 그리 크게 들렸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저 그 소리가 대신들의 마음을 크게 박살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신들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논하지 않겠나이다."


".... 알면 되었다."


대신들은 더 이상 만주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꺼내봤자 돌아오는 것은 자신들에게 쇠사슬이 날아올 뿐이었으니 말이다.


함풍제는 대신들이 입을 다무는 것을 보고 이제서야 대신들이 자신에게 굴복했다고 생각했으나. 편전에서 엎드려 있는 대신들은 결코 황제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청나라가 쇠락해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저 옥좌를 차지하고 있는 자가 저 모양이니. 청이 쇠락한 이유는 뻔했다. 제 나라는 지키지 않고 남의 나라에 특권을 퍼주는 꼴이란!


'만약 황제가 나라를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나라를 돌보는 수밖에..'


그렇게 서서히. 또 조심스럽게. 청나라에서 함풍제를 몰아내려는 역도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그래! 그렇단 말이지! 으하하하! 참으로 잘 되었구나! 이제 만주가 우리의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열성조의 선왕들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겠구나!"


"경하드리옵나이다 전하! 삼국 시대 이후로 고려와 아조 대에는 더 이상 대륙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는데. 전하의 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우리 조선 민족이 만주에 드나들 수 있게 됨은 참으로 기념할만한 일이옵나이다!"


"경의 말이 옳다! 오늘 같이 기쁜 날은 마땅히 백성과 같이 나누어야 하니! 전국에 사면령을 내리고. 소의 도살을 허가하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죽을상이나 마찬가지인 청의 조정과는 다르게. 조선의 조정은 축제 분위기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만주를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한 것도 아니고. 고작 조선인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려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좁은 반도에서 갇혀 있어야만 했었던 약소 민족의 설움. 그 설움을 1851년 4월 3일이 되어서야 갚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철종이 그렇게까지 만주에 집착하는 것은 단순히 영토욕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만주에 잠들어있는 수많은 자원들! 일본 제국이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만든 이유도 바로 만주의 지하자원들을 캐내기 위한 계략이 아니었던가.


이제 조선의 산업은 더욱 성장할테지만. 안타깝게도 딱 표본으로밖에 쓸 양밖에 없는 조선반도는 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드넓고. 풍족한 만주의 자원들을 조선반도에 끌어올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선의 행정력과 만주의 자원이 합쳐진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전근대적인 중국의 공업력을 추월하는 것도 마냥 허황된 목표는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공돌이들이 아주 많이 갈려나가겠지만... 뭐. 위대한 도약에는 늘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던 간에.


*


"으하하! 그래 여기! 여기에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어! 이 경치를 좀 봐라! 죽이지 않냐!"


"크으으! 역시 형님이십니다! 어떻게 이런 데를 다 아십니까?"


"야 임마~ 내가 이래뵈도 알게 모르게 대국에서 일했잖냐. 그랬는데 여기가 딱! 눈에 보이더라고!"


만주와 조선반도간의 국경이 사실상 사라지자. 가장 신이 난 것은 상인들이었다. 그동안 비록 작은 거리라고는 하나 엄연히 바다라 풍랑이나 거센 파도를 만나면 난파되기 일쑤인 해로와는 달리. 그럴 일이 없는 만주 쪽을 경유한 육상 도로에서는 인삼을 더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안전해서 좋고. 또 늦으면 수송료를 더 받아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결과를 낳았으니. 만주의 이용권을 얻은 것은 '만세!' 소리가 절로 나올 일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나 세상에.. 강식아! 강식이.. 내 아들...! 여기는 어떻게 온 거니? 함부로 국경 넘으면 감옥가는 거 몰라?"


"어머니! 아직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주상 전하와 청의 황제 폐하께서 맹약을 맺어 이제 조선 사람도 언제든지 만주로 오고. 만주인들도 언제든지 조선으로 올 수 있게 됐다고요!"


"아이고! 그게 정말이니?"


물론 상인들만이 이러한 세태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만주에 가족이 있음에도 국경이 그어져 있어 생이별을 해야 했던 수많은 조선인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발을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조선인들은 '증기 기관차'라는 신 문물을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뿌우우우우우-!


"에그머니나! 저 철괴는 뭐람?!"


"쯧쯔. 촌에서 온 티를 내는구만. 어디에서 왔나?"


"저.. 제주부에서 왔습니다."


"제주에서? 멀리서도 왔구만. 이 기차는 한성으로 가는 기차인데. 자네는 어디로 가나?"


"한성으로 갑니다. 제 큰아버지가 그곳에서 사업을 하시는데. 일손 좀 거들어달라고 하셔서.."


"으흠... 그렇구만. 따라오게. 내가 표를 어떻게 끊는지 보여주지."


"가..감사합니다."


개항장 부근과 한성부 부근에 부설된 철도 위를 거대한 철마가 달리는 모습은 좋든 싫든 조선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어떤 아이는 벌써부터 저 거대한 기관차를 운전하는 것을 꿈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조선의 정부에 있어서 가장 큰 이득이 되는 것은. 바로 만주에 사는 중국인들이 점차 '조선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쾅! 쾅! 쾅!


"이보쇼! 거기 누구 있습니까!?"


덜컥!


"아니 이 밤 중에 무슨 일이오?"


"무슨 일이냐니! 당신 집에 불이 났잖소! 빨리 나오시오?"


"불? 아아...! 연탄 연기를 불난 걸로 착각했나 보구려."


"연탄..? 그게 뭐요? 불이 난 게 아니었소?"


"거 밤도 깊었는데 들어오쇼. 술이나 한 잔 하면서 가르쳐 드리리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연탄이 있었는데. 당연히 조선에서만 상용화 된 것이다 보니 조선인이 사는 집에 연기가 나오니 불이 난 걸로 알고 새벽녘에 대문을 두드린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은 서서히 조선의 문물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그럼 그 연탄이란 것만 있으면 나무를 해오지 않아도 등 따숩게 살 수 있단 말이오?"


"그렇다니까? 물론 연탄값이야 꽤 나가겠지만은. 겨울에 장작 찾으러 고생하는 것보다야 훨 나을거요."


"그.. 그런가?"


중국인이 얼굴에 손을 올리고 고민을 거듭했다. 위도가 낮은 조선보다 훨씬 추운 이 만주에서 땔감을 구하는 것은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였고. 그도 겨울에 장작을 찾느라 얼어죽을 뻔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에 반해 저 조선인이 쓰는 검은 원기둥은 너무나도 편해보였다. 살림이 별로 넉넉해보이지 않는 이 조선인이 한가득 창고에 쟁여놓은 것을 보면 분명 값도 쌀 것이라고 생각한 중국인은 결단을 내렸다.


"그 연탄이란 거. 어디에서 살 수 있는거요?"


"아마 조선으로 내려가면 싸게 살 수 있을거요. 이 만주에서 찾는다면 수송비 때문에 비싸거든."


"흐음.. 그렇군."


"아. 그리고 연탄을 쓸 때는 꼭 장수에게 집에 연탄용 아궁이가 없다고 말하쇼. 집에 있던 아궁이에 연탄을 집어넣으면 독연기가 나와서 죽기 십상이니까."


"뭐.. 독연기? 그런 게 나오오?"


"우리 조선에서도 연탄 처음쓸 때 그 연기 때문에 사람들 깨나 죽어나갔지.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땔감으로는 연탄만 한게 없더라고."


"그렇군..."


독연기가 나온다는 말에 중국인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뻔 했지만 끝내 그는 나무를 버리고 연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장작을 찾으러 가는 시간 동안 자신의 딸들과 놀아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


위의 중국인 같이 점차 만주에서 연탄의 수요가 높아지자. 조선 석탄공사의 직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만주에 공장을 짓고. 도로를 깔고. 그 결과 수많은 중국인들이 조선의 연탄을 쓴다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조선에서 대량으로 물자를 수송할 때 쓰는 기차를 만주에서 쓸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철도 부설을 마음대로 하는 것은 것 선전포고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조정의 국영기업인 조선 석탄공사의 매출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저 연탄. 연탄 하나만 팔았을 뿐인데도 중국인들은 마치 구세주를 만났다는 듯 손에 금이며 은을 들고 연탄을 찾았다.


만주의 혹독한 추위와. 늘어나는 인구로 인한 과도한 벌목. 그리고 그로 인한 장작값의 상승이 어우러져. 조선의 연탄이란 신식 문물은 중국인들에게 어둠 속에서 내리쬐는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그리고 이 보고를 들은 조선의 철종은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으하하! 그래! 더욱 더 연탄을 팔아라! 마을 하나가 연탄의 연기에 파묻힐 정도가 된다면. 이미 만주는 우리의 땅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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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0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8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7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0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0 24 12쪽
»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1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2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49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5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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