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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602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5.25 06:00
조회
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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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무너져가는 천하.

DUMMY

함풍제가 분노하며 편전을 박차고 나가자. 편전에 모여있는 대신들의 눈이 순식간에 젊은 관료를 향했다. 가뜩이나 처리할 일도 많은데. 괜히 조선의 얘기를 꺼내 황제를 분노케 하다니. 아무리 젊음은 특권이라지만 눈치를 좀 보아야 할 것 아닌가.


"놈! 네놈의 품계가 아무리 높아봐야 우리보다 높지는 않을 터! 감히 우리도 황제 폐하의 용안을 함부로 볼 수 없을진대 어찌 네놈이 그 비루한 얼굴을 바짝 세우고 황상의 권위를 능멸하는 것이냐!"


가장 먼저 예부상서가 문책을 시작했다. 예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에게 위계질서를 어그르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신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그저 현재 번국들이 상국인 청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우려되어.."


젊은 관료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궁색한 변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곳은 자금성. 늙고 노회한 구렁이 앞에서 자그마한 병아리가 짹짹해봤자 그저 좋은 먹잇감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 곳이다.


"망발을 하는구나! 언제부터 우리 청이 번국들의 내정에 간섭을 하였느냐? 네놈은 지금이 수백년 전인줄 아는구나! 게다가 조선은 충성스러운 우리의 제1번국!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네놈이 아니라 마땅이 간자들이 밝혀내 황상께 이를 것이거늘!"


그 다음은 병부상서의 차례였다. 직권남용도 아니고 월권 한 번 씨게 저지른 관료를 엄히 꾸짖는데에는 실제로 번국들을 다스리는 천병을 관리하는 병부상서의 일갈이 제격이었다.


"시..시...신이.. 우매하여.."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조정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단단히 착각한 젊은 관료는 이빨을 딱딱 부딫히며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중국사에서 늘 그렇듯. 권력자들에게 잘못 책잡히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그는 자신의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네놈이 황상께 올린 무도한 말을 생각하면 너를 육시해야 마땅하겠으나. 황상께서 자리에 없으신 탓에 판결을 내릴 수 없게 되었구나! 네놈은 오늘부터 이 자금성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 만약 오늘 이후에도 자금성에 발을 들인다면 역모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얌전히 판결을 기다리도록 하라. 더 말하자면. 감히 이 청의 조정에서 분란을 일으킨 죄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예...! 예!"


현대의 장관들에 해당되는 상서들이 엄히 문초하고 벌하자. 젊은 관료는 식은 땀을 흘리며 편전을 빠져나갔다. 아마도 그를 자금성이나 북경에서 다시 보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결과가 돌아오지는 않는 법. 아직 처리할 것이 한참이나 남은 조회였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황제가 없어서야 일이 처리되질 않는다. 만약 그들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면 황제의 권위를 능멸했다는 죄로 끔찍한 죽음을 맞으리라.


무겁게 내려앉았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쇄신되자. 옥좌에 가장 가까이 앉아있는 상서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조정의 무력함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후우! 황상께서 나날이 힘과 기력을 잃어가고. 그 반대로 주색에 더욱 관심을 두시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설마 아편에 손을 대신 것은 아니겠지요?"


"아닙니다! 다행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큰 한숨을 쉰 것은 예부상서였다. 함풍제 전의 도광제는 아편 중독으로 인해 건강했던 몸을 잃고 고작 30년을 통치한 뒤 숨을 거두었고. 그 뒤로 청나라의 몰락은 점점 가속화되고. 가시화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황제가 직접 편전을 박차고 나가기까지 했으니. 청나라는 이제 완벽한 망조에 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함풍제는 만력제같은 천하에 다시는 없을 암군은 아니었지만. 기울어져가는 황조를 떠받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군주가 아니었던 탓이다. 가경제 이후 드리운 재정 파탄. 부패. 관료 사회의 타락은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


덜컥! 덜컥! 덜컥! 덜컥!


"오오오! 가동된다!"


"압력도 일정하고. 관절부위도 매끄럽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성공입니다!"


"이야아앗호오!"


조선에서 실시하고 있던 증기기관 자주화의 노력은 서구에서 들여온 기술자들을 초청하자 단 한 번에 해결되었다. 조금 심한 표현을 하자면. 조선인이 수십년 동안 배워서 얻은 장인 자리보다 영국에서 하층민이 몇 년 정도 일해서 얻은 지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증기기관의 완전 자주화라는 꿈은 멀리 건너갔으나. 이제 조선은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증기기관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차차 드러나게 되리라.


물론 아직까지 서구의 그것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곧 지어질 제철소에서 나올 근대식 강철과 계속해서 발전할 조선의 기술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쁜 사실은. 곧 창덕궁에서 조회를 보던 철종의 귀에도 들어갔다.


"전하! 공방의 장인들이 드디어 증기기관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다고 하옵나이다!"


"그것이 정말인가? 정녕 우리 조선의 기술자들이 증기기관을 만들어내었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일주일 내내 증기기관을 가동하였지만 증기가 새지 않았고. 또한 압력도 일정하였으며. 운동하는 힘은 매우 강해 능히 만물을 다룰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것이로구나!"


"""감축드리옵나이다! 전하!"""


철종과 신하들은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웃을 수 있었다.


매일같이 들어오는. 조선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서역의 기물로 인해 조선의 경제는 조금씩 침식되어가고 있었고. 그것을 막으려면 조선도 전근대식 수공업 방식을 버리고 근대식 공장을 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공장에는 기계가 필요했고. 기계를 가동할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증기기관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은 이제 조선도 자체적인 경제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조금만 더 연구할 비용과 더 많은 인력. 시간을 투자한다면. 지금 서구 열강들이 신나게 뽑아대며 굴리고 있는 증기선이나 증기기관차를 만드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증기기관을 활용한 근대식 공장 노동과 계속해서 성장할 연탄 사업. 그로 인해 계속해서 커져가는 조선의 경제력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유신학교를 지탱할 돈도. 더 많은 인구를 지탱할 인구 부양력도. 모두 돈이 해결할 것이니까.


*


"아 글쎄! 손잡이만 돌리면 물이 짜르르르! 하고 나온다니까!"


"에이~ 거짓말도 치려면 그럴듯하게 쳐야지. 세상에 손잡이만 돌려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계가 어디있어?"


"아이 거 참! 진짜라니까! 내가 한성부에 가서 봤다고!"


한성을 시작으로 점차 보급되기 시작한. 연탄. 상수도를 위시한 근대화의 물결은 점차 조선의 23부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미 인천이나 목포. 원산. 동래. 남포. 군산. 원산은 밀려들어오는 개혁의 파도에 맞춰 상수도 설비와 연탄 난방기의 보급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도 점차 연탄의 사용량과 상수도 설비에 대한 논의가 점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때는 1851년 5월 28일. 원 역사에서 조선은 아직도 쇄국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철종이 개입하면서 역사는 서서히 비틀리기 시작했다.


군대는 프랑스 군사 고문단에 의해 오합지졸이 된 청의 팔기군은 우습게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강군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으며. 정치계 또한 철종의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감시로 인해 청렴하기 그지없었다.


원 역사에서 있엇던 서구의 침탈 또한 최소한 정부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삼이라는 걸출한 물건 덕에 경제력도 적정 선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철종의 개혁으로 인하여. 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조선시대 어느 때보다도 더 진보한 것이다.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각 도시들에 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각 항구들이 서역의 무역선들과 동방의 무역선들로 북적이는 광경을 세종이 해낼 수 있었겠는가?


증기기관을 만들어내고. 연탄을 찍어내고. 상수도를 각 도시에 설치하고 보급하는 것을 정조가 해낼 수 있었겠는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시대가 다르니 1대1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로부터 회귀한 철종이 새롭고 위대한 조선의 여명을 열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


"천왕 폐하 만세!"


"""태평천국 만세! 만세! 만만세!"""


1851년 9월 24일. 영안성에는 지축을 뒤흔드는 만세 소리가 울려퍼졌다. 태평천국군이 영안성을 점령하고. 5왕을 봉하여 점차 국가로서의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청에게는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평남에서 태평천국군에게 패한 광서부제독인 오란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5만에 가까운 대군을 몰고 오고 있었으며. 곧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었다.


태평천국군이 승리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각지에서는 점점 더 많은 민란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은 다행스럽게도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일어나는 농민들이었으나 몇몇은 퇴역한 군 장교들이나 전문적인 훈련들을 받은 전사들을 규합하여 하나의 군벌을 만들고 정부를 공격해 청의 행정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까드득! 이번에는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 감히 대청의 제독에게 이런 망신을 주다니! 홍수전 그 놈의 뼈란 뼈는 모조리 불태우고 살은 소금에 절여 젓갈로 담글 것이다!"


그러니 광서부제독이 이렇게 이가 부서지듯 가는 것도 이해가 될 지경. 서역의 종교에 물들어 반란을 일으킨 것만 해도 죽을 죄일진대. 제 주제를 모르고 전투에서 승전을 거듭하니 이제는 기세가 하늘을 뚫고 올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승전보를 들은 빈민들이 서로 들고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오란태는 이미 패전으로 인한 자존심에 입은 큰 상처와. 위에서 들어오는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행군 속도를 더 높여라!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홍수전 그 놈의 목을 따야 한다!"


"제독! 병사들이 지쳐 있습니다! 그런데 행군 속도를 높인다니요? 제고해주십시오! 병사들이 버틸 수가 없습니다."


"시끄럽다! 네놈이 감히 광서부제독의 명에 반한다는 것이냐?"


"그..그것이 아니라.."


"아니라면 어서 병사들을 독려해라! 서두르지 않으면 저 반란도당들이 영안성의 방비를 마치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테니!"


광서부제독을 모시는 부관의 얼굴에 식은 땀이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오란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패전과 더불어 조정에서 큰 질책. 그리고 계속해서 터지는 민란들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성을 공격해 성을 얻었다면 이제부터는 공격을 막으려 별별 짓을 다 할 것 아닌가? 게다가 반란의 수괴들은 어미 아비도 몰라보게 된다는 야소교의 신도들이라 하니. 어쩌면 신주를 성문에 걸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부관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병사들에게 행군 속도를 높이라는 명령을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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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8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7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0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0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3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1 21 12쪽
»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2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49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5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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