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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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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5.06 06:00
조회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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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몸에 참 좋은데.

DUMMY

"인삼이라!"


영의정인 이하응이 인삼을 거론하자 편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일신되었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인삼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인삼은 조선에서 자라는 것 중에서 가장 비싼 것 중 하나였으며. 그 약효 또한 가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인삼은 일단 한번 재배하면 10년은 그 땅에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없을 정도로 지력 소모가 심한터라. 지금 사람 먹을 곡식도 모자라는 조선의 상황에서 대량 생산 대량 판매를 하기에는 어려웠던지라 재정난의 타계책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인삼은 비록 그 약효가 뛰어나 비싼 값에 팔리기는 하나. 지력을 잡아먹음이 매우 강하니 대량으로 재배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그에 대한 계책은 있는가?"


"조금만 팔면 됩니다"


"?!?"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많이 팔지 말고 조금만 팔면 된다니 말이다.


"자세히 설명하라."


"예. 전하. 지금 청의 신민들은 영길리를 비롯한 서역에서 수입해오는 아편에 취해 있사온데. 인삼은 이 아편의 해독에 특효를 보인다 하옵니다. 그러니 조금만 내다 팔아도 부르는 게 은이요. 금이 아니겠습니까?"


"경의 말이 가하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예. 제 말은. 소량의 인삼만으로도 대량의 약재를 조제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한 마디로. 1년삼이나 3년삼같은 하급 인삼들은 최대한 물에 우려내어 탕약을 제조하고. 약효가 빠져나간 것은 술로 담그어 비싼 값에 팔고. 십년이 넘어가는 삼은 훈증하여 홍삼으로 만든 다음 청의 고위 관료나 부자들에게 판다면 필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삼을 판매하면 뿌리를 땅에 심어 삼을 재배할 수도 없을 것이며. 또 일부 부자들만이 아닌 가난한 자들도 널리 저희 조선 삼의 효능을 알게 될 것이니. 참으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이하응을 측근으로 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생각나는 계책이었다. 정말로 신묘한 계책.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수출 정책이었다.


"영의정이 내놓은 계책이 참으로 휼륭하다. 영의정이 내놓은 계책을 이 시간부로 채택하여. 한성부에 탕약과 약재를 만들 공방을 세우고. 전국의 심마니들에게 삼을 캐오라 전하라."


"""예! 전하!"""


*


"...헤헤. 어떻습니까 나으리? 이게 이래뵈도 저희 집에서 10년을 넘게 키운.."


팍!


"에라이! 이건 도라지잖아! 너는 도라지하고 인삼하고 구분도 못 하냐! 다음!"


한성부에서는 청국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기 위한 인삼약 제조책이 한창 시행되고 있었다.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심마니들이 온 산을 뒤져 산삼을 찾아내고. 젊은 농민들이 농사를 때려치고 인삼 재배를 시작했다.


드디어 이 조선에서도. 먹고 사는 자급자족형 농업이 아니라 내다 팔려고 짓는 상업형 농업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국토가 작고 인구도 작은 소국이지만. 이 인삼을 시작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야금야금 갉아먹다보면 언젠가는 대국으로 성장할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 도성에 들어온 인삼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


"예 전하. 지금은 박흥수라는 심마니가 가져온 백년삼이 가장 좋사온데. 인삼을 전문적으로 보는 이들도 과연 최고의 품질이라며 보증을 했다 하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것을 최대한 고급스럽게 포장하도록 하라. 청의 황제께 진상을 해. 인삼을 팔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야겠으니."


"분부하신대로 하겠나이다 전하."


아직까지 동아시아 지역은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그러니까 그나마 있는 상업도 정부의 통제 아래 꽉 막혀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일단 그 지역을 통제하는 자에게 잘 보인다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나기까지 앞으로 단 1년이 남았다. 태평천국의 난은 청이 본격적으로 무너져내리고. 행정력이 완전히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분수령과도 같은 사건. 함풍제가 제위에 오른 이 시기에 최대한 중국을 뜯어먹어 몸집을 불려야만 한다.


-삼가 대청국 황제 폐하께 아뢰옵니다.


저희 조선에 나는 것이 적고 백성들이 가난하다고 하나 어찌 황제 폐하께서 번국들을 위해 불철주야 수신하시는 것을 모를리가 있겠습니까. 그 하해와 같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저희 조선에서 나는 삼을 앞으로 청에 수출하려고 하니. 황제께서는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양이들의 기운이 거세나 언제나 그랬듯 바른 이치를 세우면 오랑캐들은 저절로 복속되는 것이며. 지난 남해에서의 패전도 앞으로 천년을 더 이어갈 청의 영광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옵니다.


부디 황제께선 몸과 마음을 수양하시어 이 천하를 더욱 더 밝은 길로 이끌어주시길 바라옵나이다.


조선국 국왕. 이변 올림-


*


"그래. 이게 조선왕이 올린 서신이란 말이더냐?"


"그렇사옵니다 폐하."


"그리고 이것이 조선왕이 보낸 백년삼이고?"


"그렇사옵니다 폐하."


자금성에서 정무를 보던 함풍제는 조선왕이 보낸 선물에 크게 기꺼워하였다. 그렇잖아도 아편전쟁의 여파로 인해 홍콩으로부터 아편 중독자들이 점점 북상하고 있는 판국인데. 아편 중독에 효과적이라는 조선의 인삼을 수입한다면 분명 청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함풍제 자체도 어린 나이에 즉위해서 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힘겹게 이끌어가고 있는 처지이다 보나. 몸보신에는 비할 것이 없는 조선의 백년삼을 선물한 조선왕의 내적 평가는 수직 상승을 하다 못해 하늘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경들은 들으라."


"예, 폐하. 하문하소서."


"조선왕의 충성이 지극하며 서신에 적힌 내용이 실로 난세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바. 오늘부로 조선에서 나는 인삼을 아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겠노라. 이는 짐이 직접 공인한 사실이니. 혹여나 아국의 영토에서 조선인삼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경거망동을 한다면 엄벌을 내릴 것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렇게 1850년 3월 28일. 청나라의 조정에서는 조선삼을 수입하는 것을 전격적으로 허용하였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이 돈방석에 오르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


"자자! 골라요 골라! 값싼 탕약부터 비싼 뿌리까지! 없는 게 없어요!"


"이거 다 어디서 온 거요?"


"그야 조선에서부터 비싸게 수입해온 인삼이올시다. 어어! 그거 함부로 마지지 마시오! 3년이나 묵은 삼이오!"


"믿을 수 있는거요?"


"조선의 국왕이 황제 폐하께 백년삼을 바친 다음에야 허가가 난 귀하신 삼이오. 이것만 먹으면은 몸에서 불이 나는 듯 열이 오르고. 온 몸의 탁기가 빠진다오. 게다가 이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아편 중독에 삼만한 것이 없다지?"


"가.. 가장 싼 게 뭐요?"


"자. 이게 '삼약수'라는 거요."


"사..삼약수?"


"조선말인데. 삼으로 만든 약이 되는 물이라는 뜻이라오. 1년삼을 달달 끓여서 만든 탕약이니. 이것만 들이키면 만병이 나을 것이오."


"거.. 거 얼마요?"


"쌀로 하면 한 홉이고. 돈으로 하면 은전 한 냥이오."


"싸.. 쌀로 지불할테니 잠깐만 기다리시오."


"나에게 먼저 파시오! 은전이 있소이다!"


"무슨 소리! 내가 먼저요! 거. 삼약수보다 좋은 건 없소?!"


"자자~! 밀지 말고 줄을 서시오 줄을!"


가장 먼저 조선삼이 퍼진 것은 가장 가까운 만주가 아니라 산둥 반도였다.


바다를 따라 수출되는 삼은 산둥 반도에 도착해 비싼 값에 팔려나갔고. 거기에서 남은 삼들은 운하를 따라 중국의 남부. 즉 홍콩에 도착하였다.


조선삼이 홍콩에 도착해 호객행위를 하자. 아편에 찌들어있던 홍콩의 사람들은 중국인 색목인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조선삼을 매입하려 들었다.


특히나 끽해야 약방에서 만든 약과는 다르게. 청국 황제의 인증과 조선왕의 보증까지 거친 조선의 삼은 믿을 수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윽고 홍콩에서는 가장 싼 삼약수가 무려 쌀 한 섬에 팔려나갈 정도의 가격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값비싸게 팔린 인삼의 수익은. 고스란히 조선 정부에 들어가. 재정 부족으로 골골대던 조정에 오랜만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세에상에... 판매후 고작 1개월이 지났사온데 거두어들인 쌀은 저희 조선의 한 해 수확량의 3분의 1이요. 은전은 저희 조선에서 도는 화폐의 2배가 넘사옵니다!"


재정을 담당하는 호조 판서가 경악하면서 말했다. 그만큼 중국 대륙에서 삼의 인기는 엄청났고. 지금은 만드는 족족 대륙으로 보내고 있으면서도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조선은 더더욱 근대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증기기관을 제작하는 공방에 대량의 예산과 인원들이 추가로 투입되었고. 전 국토를 가르지르는 x자 대로에도 각각 지방 도로가 뻗어나가기 시작했으며. 중국에서 들여온 쌀을 풀어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어 민심을 다스렸다.


그 다음 대륙에서 들여온 은전을 녹여 '조선은화'를 발행하기 시작했으며. 기존에 개항했던 개항장 외에도 남포. 군산. 원산항을 추가로 개항하여 항구를 증축하고 개수했다.


*


"부탁하므니다. 재발 저이 이르본에도 사무을 파르아주십시오."


"흐음.. 일개 부장관인 나에게 애원을 하여도.."


조선삼의 인기가 중국 대륙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해도.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는 인삼은 커녕 제대로 된 외교 관계조차 맺지 못하고 있었다.


1850년대에 들어서 폭증하기 시작한 잇키(일본의 농민 봉기를 이름)와 각 번 간의 이해관계가 부딫히면서 급격하게 악화된 막부의 통제력 등등.


자기 집안도 관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집안을 거들떠 볼 수 있겠는가.


지금의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위시한 근대화도. 폐번치현을 위시한 중앙 집권화도 되어 있지 않은 극동의 섬나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중앙 정부인 막부와 지방 정부인 다이묘들 간의 미묘한 알력 다툼에서 성장한 상업 세력들은. 지금 조선의 동래부에 있는 왜관에 걸터앉아 동래부장관에게 부디 일본에도 조선삼을 팔아주십사 하고 애걸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삼이라는 고급 약재는 것은 원체 비싸기도 하거니와. 일본에서는 잘 자라지도 않았으며. 다이묘나 정이대장군을 비롯한 권력자들에게 바치는 뇌물로서도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동래부장관에게 어눌한 조선말을 하고 머리를 조아려서라도 조선삼을 얻고 싶은 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중국에도 판매를 하는데 왜 조선은 우리 일본에게는 팔지 않느냐! 불공평하다라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조선삼이 엄청나게 팔려서 조선 정부에 이익이 되고 있으니. 조선삼을 일본에 들여와도 일정한 판매량이 유지된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조선도 우리에게 삼을 팔아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권력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인들에게서 나온 처절한 발상이었지만. 그만큼 일본의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대체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어떻길래 정식으로 수입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일개 상인들이 왜관에 찾아가 애걸복걸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러한 왜인들의 난동은 창덕궁의 철종에게도 들어가. 그에게 다시 조선 통신사를 재개할 명분을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45 세계최강천
    작성일
    20.05.08 18:51
    No. 1

    홍삼으로 만들어서 파시지....저때 당시면 홍삼도 있을껄요....참고로 철종당시면 조선에서 나는 인삼은 경쟁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미국에서 미국산 산삼을 일본에다 엄청난 싼 가격으로 팔아 넘기니......인삼보다는 홍삼이 더 프리미엄 붙여서...파는게 이득일듯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ya****
    작성일
    20.05.20 05:16
    No. 2

    미국에서 인삼을 대량으로 팔죠
    그래서 조선인삼이 약효가 좋다는걸 알게 만들죠
    원범때가 아니라 고종때구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3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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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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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7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6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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