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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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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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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술개혁

DUMMY

"전국을 23부로 나누고. 각 부의 이름은 각 부에서 가장 큰 도시의 이름으로 정한다."


철종은 1850년 경술년의 새해가 밝자 조선의 8도제를 23부제로 바꾸었다. 기존에 쓰던 8도 체계는 불합리한 점도 많았고. 무엇보다 백성들의 생활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에서는 갑신정변 때 도입되어 1년 1개월만에 폐지된 정책이었지만. 지금의 조선은 다르다. 행정력도 다시 왕의 아래로 들어왔고. 무엇보다 백성들이 열렬히 철종의 정책에 환영하는 상황.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백성들의 지지가 탄탄한 이때 조선을 근대화시킬 밑준비를 마쳐야만 했다.


"인천. 목포. 부산을 개항장으로 정하여 그곳에서는 외국의 사신들과 선박. 선원들과 기물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한다. 개항장에서 외국인이 벌인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그 선원의 국적국에서 처벌토록 한다."


그 다음으로는 개항장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직도 조선은 전근대 국가였으며. 국력은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 비해서도 배 이상 뒤쳐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나라의 문을 열어젖혔다가는 그대로 쓸리게 될 터. 그것을 방지하려면 일단 개항장이라는 마개를 두어 신식 문물들을 접하고. 백성들이 서역의 기물들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군제를 개편하여 한성부를 제외한 다른 부는 진위대가 그 각 부의 안전을 지키고. 수도인 한성부의 국방은 친위대가 책임지도록 한다."


전국 순방을 끝낸 금군을 해체하는 것은 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근대적 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쪽수가 아닌 질로 승부를 봐야 했다. 지금 하루에 생산되고 있는 신형 소총의 양은 약 400정. 신형 대포의 수는 약 4문에 불과하다.


지금 저 머나먼 서역의 국가들이 공장을 세워 미친듯이 무기를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야 참담한 성과지만. 그래도 근대적 무기를 생산해 보급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둬야 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를 찢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은결을 보유한 자는 모두 사형에 처하며. 국가의 모든 토지는 몰수하여 경자유전의 법칙에 따라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균등히 분배한다"


토지 제도의 개혁.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까지 조선이 계속해서 예산이 없네 징징징 대는 게 다 세금이 제대로 안 걷혀서 그런 것인데. 세가 나오는 근간인 토지를 중앙 정부가 꽉 잡고 있다면야 그럴 걱정은 없다.


"지금까지 잡다하게 걷어왔던 세금은 전부 혁파하고. 백성들 모두는 1년에 한 번씩 자신이 얻은 총 소득의 4할을 나라에 바친다."


그 다음은 세금. 사실 조선이 작은 정부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조세 제도의 문제점 때문이었다. 여기서 떼가고 저기서 떼가니. 중앙 정부에 들어오는 세금은 쥐꼬리. 당연히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을리가 없다.


세금이 무거워진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이제부터 돈을 물 쓰듯 써야 하는 조선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사실 소득의 4할도 오히려 낮은 셈이었다.


"또한 노비. 상민. 양반. 사대부의 구분을 없애며. 앞으로 모든 조선의 백성들은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은 신분제의 혁파였다. 양반들의 불만이 거세지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인구수로만 보자면 노비와 상민 출신들이 압도적이라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터다.


"또한 지금까의 어둡고 나약했던 조선과 작별하자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입어왔던 복식을 새로 정하고. 단발령을 내리도록 한다."


사실 철종은 완전한 서구식 의복을 입도록 하고 싶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아직 서양의 힘이 조선에 완전히 닿지 않은 시기이니만큼 적절히 타협해서 개량 한복과 단발령을 내리기로 하였다.


예상되는 반발을 피하기 위하여. 맨 아래에는 신식 의복과 상투를 자른 철종의 사진을 동봉하였다.


무려 2시간이나 걸린 촬영의 결과물이었다.


*


1850년 3월.


이제 날이 풀려. 농민들은 모내기를 시작할 시기였다.


겨울의 춥고 건조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덧 봄의 온기와 따스함이 오는 시기. 그리고 1850년 경술년의 봄바람은 새로운 조선의 앞날을 축하하는 듯 그 어느 때보다 더 힘차고 따스했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대부분 상투가 없었고. 의복 또한 서양식 정장과 한복을 반반씩 섞어놓은 신식 의복으로 바뀌었으며. 저 멀리 설치된 공방에서는 나라에서 뽑은 장인들이 피땀을 흘려가며 근대식 무기를 만드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른바 '경술개혁'이라 이름붙여진 이 개혁의 물결은. 한성부뿐만이 아니라 조선의 23부에도 점점 더 깊이 스며들어갔다.


작지만 분명한 움직임. 썩은 살점을 도려내고 새 살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저 소리가 들리는가?


조선의 백성들이 새로운 시대의 태양을 몸으로 만끽하고 있을 즈음. 경복궁에서는 청나라로 갈 사신단을 꾸리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에 대국으로 갈 사신으로는 누가 좋겠는가?"


"아무래도 이번에는 비범한 자들이 아닌 범인들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요즈음 들어 중국에 이양선이 더욱 더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하니. 자칫 저희가 서양과 통교하려 한다는 것이 들킬 수도 있사옵니다."


"그래. 그럼 사신단의 구성은 경들에게 맞기고.... 청에 갈 때는 조총을 가져가면 되겠구나.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대포도 가져가지."


철종이 청에 조총과 대포를 가져다 바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대신들의 얼굴이 휘둥그레졌다. 청이 아무리 상국이라고는 하나 아국의 국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병기들을 가져다 바치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 오해하지 말도록 하게. 과인이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식 화승총이나 대포를 말하는 것이니 말이네."


"아아.. 확실히 그것이라면 대국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도 저희 조선을 번국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이 청이온데. 저희가 손수 총과 대포들을 가져다 바친다면 청의 황제께서는 크게 감동을 받으실 것입니다."


다행히도 왕이 구식 무기들만 골라서 바친다고 하자 신하들의 불만은 금세 누그러들었다. 어차피 이제는 별로 쓸 일도 없는 것. 처분할 길도 없으니 차라리 청에 바치고 환심이나 사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라는 것을 대신들도 인지한 것이다.


그리하여 경술년에 꾸려진 조선의 사신단은. 약 4만정의 조총과 1200문의 대포. 그리고 5000개의 환도를 가지고 청의 수도. 북경으로 향하였다.


*


"방포하라!"


타타타탕!


"제2열! 방포하라!"


타타타탕!


"사격 중지!"


강계부 진위대의 병사들은 새로이 지급된 '기유식 보병총'으로 엄격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물론 훈련이라봤자. 철종이 어설프게 흉내낸 서구식 전술을 배우는 것이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것임은 당연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병사들은 새로 지급된 군복과 무기에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에는 군정이 문란하여 제대로 된 무기는 고사하고 군복도 기워입어야 하는 판이었는데. 이제는 단정하고도 엄숙한 분위기를 뽐내는 군복과 기존에 쓰던 것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사거리도 길며 화승을 관리할 필요도 없는 소총.


과거 일제에 의해 변변한 실전도 겪지 못한 채 남대문에서 3시간의 처절한 전투 끝에 해산된 대한제국군에 비하면야. 그보다 훨씬 앞선 지금의 조선군이 훨씬 좋아보이는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니었다.


*


1850년. 청나라는 현재 새로 즉위한 함풍제의 즉위식을 최대한 화려하고 장엄하게 꾸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불과 1년후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날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 청나라는 아직 동아시아 최강국의 지위에 걸맞은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함풍제의 즉위를 축하하는 조선의 사신이 도착한 것은 3월 17일의 일이었다. 이미 화려한 즉위식은 건너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의 조정이 조선의 사신들을 서운하게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들고온 엄청난 양의 병기들이 조금 필요 이상의 주목을 끌었을 뿐.


사신단의 대표로 온 박규수는 황제에게 삼궤구고두례의 예를 취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제 남은 것은 황제가 내릴 상과 전언뿐이었다.


"청의 조정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노라. 조선의 사신들이여. 그대들이 늦게 도착하니 아쉽구나.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짐의 즉위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황상의 배려에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선의 왕이신 이변께서 황상의 즉위를 축하하시고. 앞으로도 계속 양국과의 관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말하셨습니다."


"그것은 물론이다. 조선은 우리 청에서 제일가는 번국일진대. 어찌 상국으로서 그에 맞춰주지 않겠는가. 다만.. 어찌하여 저 많은 무기들을 북경으로 가져온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함풍제의 말이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노련한 황제였다면 오히려 분노한 척을 했어야 하지만. 어린 나이에 즉위한 탓에 아직 그런 처세술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야 물론 황상께 병기들을 바치기 위해서입니다."


"짐에게?"


"그렇사옵니다. 주상께서 이르시기를 '조선은 지금까지 수백년 동안 청에게 아버지의 은혜를 입었으니. 이제는 그 은혜를 아들 된 자로서 갚을 때가 되었다 말하며 온 나라의 병기들을 거두어 들이시었습니다."


"허어! 그렇구나.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양을 가져오면 필시 그대들의 국방이 위태로워지지 않겠는가?"


"황송하오나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주상께서 큰 병을 앓아 깨달음을 깨우치신 덕에 나라를 좀먹는 자들을 일거에 몰아내고 다시 나라의 근간을 세우니. 변방이 위태로울 걱정은 없사옵니다."


그 뒤로도 상투적인 말들이 오갔다. 박규수는 과연 50이 가까운 노익장답게 능수능란하게 어린 함풍제의 말을 자르고 피해갔으며. 함풍제는 어떻게든 대화에서 주도권을 지려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얕은 화술로는 오히려 그 시도를 되돌려 받을 뿐이었다.



*


"이것이 조선에서 온 조총입니다 나리. 이 천하에서 화포를 만들기라면 제일 가는 나라에서 만든 조총입죠."


"호오... 과연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으니. 참으로 좋은 무기라고 할 수 있겠소. 그래서. 이 총을 사는데 얼마면 되겠소?"


"아이고 나으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저 쌀 한 섬만 주시면 제가 댁까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조총 한 자루에 쌀 한 섬은 너무 과한 것 같은데..."


"아유 나으리.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쌀 한 섬도 싼 겁니다. 요즈음 마적도 다시 날뛰고 양이들이 남쪽에서 난리를 치지 않습니까?"


"흠. 알겠네. 내 사람을 보내지."


"헤헤. 감사합니다 나으리.. 헌데... 나으리 정도 되는 사람이 어째서 사사로이 화포를 사들이려 하시는 겁니까?"


타락한 창고지기가 묻자 창고를 나서던 노인이 우뚝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창고지기를 돌아보았다.


"나...나으리?"


노인은 아무 말 없이 품 안에서 묵주와. 권세양언이라 적혀진 선교서를 꺼내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행동이었지만. 노인의 행동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광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자네 혹시.. 야소교라고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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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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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7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0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0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3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1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899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1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2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49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4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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