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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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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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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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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민학교

DUMMY

조선은 유자의 나라였다.


철종도. 새로 집권한 개혁론자들도 감히 그것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조선이 유자의 나라였기에 철종이 나라를 쥐고 흔들 수 있었으며. 유자의 나라였기에 민란이 밥 먹듯이 일어나도 정권이 전복되지 않았으며. 유자의 나라였기에 나라의 관료들을 전부 숙청해도 나랏일에 지장이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듯. 조선이라는 나라에 성리학. 즉 유교라는 가르침은 더 이상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미 유교의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 옛 성현들이 그렇게 낙원으로 여기고 숭상했던 요순 시대는 공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양선이 조선의 영해에 무단으로 침입해 들어오고. 서역의 군대가 중원을 침공해 승전하는 와중에 대체 무슨 가르침이 총알과 칼을 막는단 말인가? 아무리 두꺼운 경전도 총알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외세에 침략당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저들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복식과 제도. 무기. 군대. 사회 제도의 모든 것을 본받는다면 저들과 같이 설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타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철종은. 마침내 서원 철폐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서원이라는 지방의 항교들은 어린 백성들에게 성현들의 가르침을 전수하는 현자들의 모임이라 자처하였으나. 과인이 정권을 잡아 나라를 어지러이 하는 자들을 모아 국문하니 서원이라는 소굴에 들어차 있는 것은 머릿속에 유교 경전과 낡아빠진 사상밖에 들어있지 않은 금수같은 작자들이었으니. 사대부의 으뜸인 조선의 국왕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도다.


이에 과인이 명하겠으니. 전국에 있는 모든 서원들을 일거이 폐하여 그들의 재산을 모두 국고로 환원시킬 것이다.


또 그와 더불어 전국에 1만개가 넘는 근대식 학교를 건설하여 조선의 백성들에게 서역의 지식을 가르칠 것이니라.


이 학교의 이름은 새로울 신 자(新)에 백성 민(民)자를 따 새로운 백성을 교육하는 학교라는 뜻에서 '신민학교'라 이름지을 것이니. 만 8세부터 16세까지. 총 8년간의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재정은 모두 국가가 부담할 것이며. 이에 따르지 않는 자는 조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로 여겨 모두 대역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


1850년 9월 21일. 철종은 굉장히 과격한 논조로 쓰여진 격문을 발표하였다. 1만개가 넘는 근대식 학교를 설치하여.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을 8세부터 16세까지 가르치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격문이었다.


재정은 지금 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아무런 걱정도 없었고. 일본에도 삼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돈이야 넘쳐날 것이다. 게다가 이제 서양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하고 있으니 서양의 지식을 얻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조금 굵다 자부하는 자들은 모두 프랑스어나 영어를 배우려 돈을 쪼개고 있었고. 통역관들의 몸값은 어지간한 벼슬아치보다 비쌀 지경이었다.


그리고 철종의 이러한 서원 철폐령과 신민학교 설립은. 조선에 결정적인 변화를 만들게 되었다.


*


"어때 비비엔느? 이걸 보고도 조선에 온 걸 후회해?"


"하아.. 무슨 말이 듣고 싶은데요?"


프랑스에서 조선에 파견한 대사인 레오는 능글맞게 웃으며 비비엔느를 품에 안았다. 조선 정부에서 프랑스어 전문 학원을 만들고 싶으니 프랑스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철도 부설권을 줄 테니 증기기관차를 들여오려고 했으며. 또 금광 채굴권을 줄 테니 프랑스의 군사 고문단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레오로서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이유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뿐이었다. 철도 부설권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금광 채굴권? 이미 협상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이 이렇게 근대화에 목을 메고 있는데 굳이 레오가 더 압박할 필요는 없었다. 이건 마치 신혼 첫날 밤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을 어필하며 침대에 드러누운 새색시같은 나라 아닌가!


"인생은 아름다워!"


"또 그 소리에요?"


레오는 비비엔느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조선에 온지 겨우 1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이 명예 조선인이라도 된 듯 설치고 다니는 남편을 보자니 열불이 올라오는 비비엔느였지만. 그녀의 하늘은 레오였다. 아내로서 남편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


똑똑!


"레오 대사님. 계십니까?"


"앙리? 무슨 일인가?"


"본국에서 보낸 전문입니다. 읽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으흐음. 이리 주게나."


레오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하가 건네준 전문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인지. 레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


한편. 주조대사로 파견된 영국의 대사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레오와 정 반대의 경험을 하고 있었다.


레오의 대사관에 조선인 관료들이 각종 문서를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간 것과 달리. 영국 대사관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였는데. 아무래도 조선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외적에 맞서 싸웠고. 현재에도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나라를 이웃나라로 두고 있는 프랑스와 더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단 '문명의 전파'라는 명목을 내세워 식민지에도 최소한의 자치 세력은 남겨두고 통치하던 프랑스와는 다르게. 해가 지지않는 제국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모든 식민지에 영국인으로 들어찬 지배층을 만든 것에 혈안이 된 영국은 조선 정부에게 큰 걸림돌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라 육군에 치중한 조선군의 특성상 영국보다 지상군이 강력한 프랑스의 군사 고문단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고. 철도 부설권 같은 경우 미래에서 온 철종이 신해혁명의 발단이 된 철도 문제를 타국에 맡기고 싶어하지 않아 프랑스 1국에게만 전담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평소 같았으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영향력을 확충했을 영국은 왠일로 그 성질을 죽이고 있었다.


바로 크림 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갈등이. 점점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 유럽의 왕자였던 오스만 제국의 급격한 몰락과 더불어 급물살을 탄 러시아의 기세는 더 이상 서유럽의 열강들에게 있어 단순한 난동이 아니게 되었고. 그 결과 영국을 포함한 모든 서유럽의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그 눈을 흑해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가 흑해를 손에 넣는다면 지중해로 빠져나올 출구를 얻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그 초석이 될 크림 반도야말로 흑해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나 다름없었다.


영국은 1838년 오스만 제국과 불평등 조약을 맺어 오스만 제국의 정치와 경제를 휘어잡았고. 제국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여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러시아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있었다.


19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영국과 러시아의 이득권 다툼. 즉 그레이트 게임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유럽의 정세는 자연스럽게 불안정해졌고. 본진 챙기기에도 바쁜 영국은 동방의 소국인 조선에게 그리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3년이 지난 1853년에 나이팅게일의 전설을 쓴 크림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볼 때. 조선을 무턱대고 건드리는 것은 외교적 자살행위였다. 아프리카의 부족같이 나약한 부락도. 아니고. 2000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조선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본전도 얻지 못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교적 고립은 곧 다가올 전쟁에서 해가 되었으면 됐지. 결코 득이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조선은 머나먼 서역의 이권 다툼에서 발생한 연막에 숨어. 안전하게 근대화를 추진할 시간을 벌게 되었다.


*


"전하. 충청부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200명이 넘는 백성들이 그 목숨을 잃었다 하옵니다."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산에 나무가 적어 흙들을 붙잡아 놓지 못하니 농사는 농사대로 망치고. 산은 산대로 허물어지니 말이다."


창덕궁에서는 200명이나 되는 백성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약간의 파문이 일었다. 조선 초기와는 다르게. 지속적인 개간으로 인한 삼림의 축소와 지나친 벌목으로 인한 민둥산은 조선의 농업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는 4계가 뚜렷하고 여름에 사바나기후에 가까운 강수량을 보이므로 산에 나무가 없으면 홍수와 가뭄에 매우 취약해지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장마철이면 산의 흙들은 물을 머금어 무게가 불어나고 중력과 물살에 힘입어 저지대로 흘러내려 가는데, 이 때 나무가 뿌리로 흙을 붙잡지 않으면 토사가 그대로 쓸려 내려와 산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이후 토사는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하천의 깊이. 즉 저수량을 줄이고,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게다가 이걸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하천이 쉽게 범람하기에 바닥을 주기적으로 파내어 이 흙들로 주변의 제방을 높여 해마다 이에 대비해야 했다.


이러다보니 농삿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산사태나 강의 범람을 피해 도망가야 하는 것이 반복되니. 지금 청에서 들여오는 막대한 쌀이 아니었다면 근대화로 인한 백성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철종은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방안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조선 천지의 나무가 2000만 백성들의 땔감으로 소모되고 있으니. 보기 흉하고 흙을 잡아두지도 못하는 민둥산이 머지 않아 조선의 산이란 산은 전부 차지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를 타개할 계책이 있으니. 바로 석탄이다."


"석탄 말씀이옵니까?"


"그렇다. 서양에서는 그 석탄으로 철을 구워 온갖 병장기들을 만들어내고. 또한 집을 데운다고 하니. 우리도 마땅히 본받아야 한다."


"하오나 전하. 저희 조선은 열성조를 통틀어 석탄을 쓰는 기예를 익힌 적이 없사오니. 어떻게 이를 해결한단 말입니까?"


"그대들은 과인이 지금 추진하는 정책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아닌가."


"타인의 도움이라 하신다면?"


"때마침 영국과 조선의 관계가 얕아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이 참에 영국의 기술자로부터 석탄을 가공하는 기술을 배워와야 할 것이다."


"영길리에서부터 기술과 기계들을 얻어와 공장을 세우고. 그 공장으로 하여금 석탄을 가공케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하다."


"하지만 무릇 저들이 부리는 기물들은 정교한 수학적 이치가 깃들어 있어 조선의 백성들은 움직이는 원리조차 짐작할 수 없사온데. 과연 그것이 계획대로 되겠습니까?"


신하들은 철종의 계획에 우려를 나타내었다. 지금껏 조선에서는 석탄을 한정된 용도 이외에 난방용이나 공업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조선의 행정력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


게다가 1만 개가 넘는 신민학교를 설치하고.아이들을 모아 교육하고. 그 교육자들을 감독할 인원과 예산도 빠듯한데 대체 뭘 더 한단 말인가?


"안심하라. 이것은 조정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다."


"조정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 하심은?"


"먹고 사는 것은 민중의 문제니. 백성들의 손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45 세계최강천
    작성일
    20.05.14 20:05
    No. 1

    아무리 인삼을 팔아도....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무상교육??? 인삼이 무한정 작물도 아니고...21세기인 지금도 일부지역에서만 자랍니다.(강화,부여,풍기,금산,괴산,포천 정도구요) 개성까지 포함하면.....아무리 무상교육은 불가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20.05.15 03:33
    No. 2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있고요. 이후에 이 문제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나올 예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ya****
    작성일
    20.05.20 06:13
    No. 3

    원범 참 운이 좋네요
    쌀 생겨서 일본에 품위한번 떨치고
    생길 이득도 있었을텐데 대마도 우리땅 돌려달라해도 되었을 껀데
    원교근공도 모르는 원범 세금 4할 즉 40%를 가져가면서 근대화만 신경쓰고 있는 자원들은 대도 안는 프랑스에 가져다 바치고 그정성 반만줘도 독일이랑 교류가능할듯 일장기 걸리는거 나라망하는걸 본 사람 취하는 행동치고 참 할말없게 퍼주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lsurel
    작성일
    20.08.28 12:53
    No. 4

    아니? 1만개의 신식학교를 만들면 뭐해요? 가르칠 선생들이 없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3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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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1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7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800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60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8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70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5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 신민학교 +5 20.05.13 2,114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4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7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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