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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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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9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4.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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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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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4쪽

재귀환생

DUMMY

"상위복(上位復)! 상위복(上位復)!, 상위복(上位復)!"


나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시가 나의 옷을 메고. 앞 동쪽 지붕 처마로 올라가서 지붕 한가운데 마룻대 위를 밟고, 왼손으로 옷깃을 잡았다. 나에게 돌아오라는 소리를 세번 외치는 소리가 왜 이리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인가..


내가 손을 뻗자. 애타게 옷을 흔들던 내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고통스러워 하는 민초의 모습. 그리고 나라를 팔아먹으며 즐거워하는 매국노들의 모습. 마침내는 끝내 경복궁의 앞에 태극기 아닌 일장기가 걸리는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아! 열성조들을 볼 낮도 없으며. 500년을 이어온 종묘와 사직도 전부 땅속의 거름이 되고야 말았구나!


-뭐가 아니라는 거지? 이건 모두 너의 탓이 아닌가?-


"아니야.. 난...나는!"


-그렇게 또 도망치려는 건가? 자신의 대에서 너의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고. 나라를 팔아먹은 건 자신이 아니라고 또 회피하려는 건가.-


마치 천지신명의 노기가 서린 듯한 일렁이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막이 찢겨져 나가는 것 같다. 사방팔방에서 어른대는 빛이 몸에 닿을 때마 살은 타는 것만 같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말발굽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너 원범아! 너는 정녕 돌아가고 싶으냐! 정녕 네가 돌아가고 싶으냐? 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면. 너는 조선이라는 썩어가는 나라의 종양을 전부 도려낼 수 있단 말이냐!-


도려낼 수 있느냐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나는...!


"그래!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 저 서역의 양이들에게도! 중국의 오랑캐들에게도! 열도의 쪽바리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조선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피부의 혈관들이 터져나와 피가 흘러나오고. 성대는 이미 갈가리 찢긴 듯 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소리쳐야만 했다. 설령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한들. 나의 원한만은 하늘에 닿을 터.


"나는 전주 이씨의 피를 잇는 자! 그 이름은 이원범이다! 저 반도의 억조창생의 임금이자. 500년을 넘어 5000년을 이어갈 왕조의 초석이 될 자란 말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는 실패하였느냐! 어찌하여 내가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고 너의 소원을 들어주어 인과율을 거슬러야 한다는 말이더냐!-


"조선의 미래를 위해! 조선의 천만 백성을 위해서다! 나에게 다시 기회를! 나에게 다시 조선의 임금이 될 기회를 다오! 나의 모든 영혼을 너에게 주겠다! 나의 명이 다시 다하는 날! 나는 너의 영원한 종이. 강철의 종이 되리라!"


-어리석은 것아! 이미 너의 영혼은 나의 것이다! 이미 이 세상의 모든 생령들은 나의 권능을 벗어날 수 없나니! 하나를 취하려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법이다! 네가 이제와서 무엇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냐!-


"모든 것! 이미 죽은 목숨이다! 다시 살아나서 얽은뱅이가 되던. 앉은뱅이가 되던 상관없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맡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아직 나라는 긍지를 벗어던지지 않았으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몸은 붉은색의 액체로 변하여. 더 이상 말할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가장 먼저 들었던 상위복이라는 처절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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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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